기억의 무늬

기억의 무늬

$19.80
저자

백희성

저자:백희성
작가이자건축디자이너.장누벨건축사무소를비롯해프랑스에서10여년간건축가로활약하였으며,현재KEAB건축대표이다.‘기억을담은건축’을모티브로하여사람들의추억과사랑으로완성되는공간을만들고있다.지은책으로장편소설『빛이이끄는곳으로』와에세이『쓰는사람』,『환상적생각』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기억의조각
2추적
3집
4조력자
5노엘
6직물추적
7유령
8진짜주인
9가구의비밀
10새로운사실
11오래된기억
12사라진기억
13돌아온파리
14노엘의마음

출판사 서평

건축가이자소설가백희성만이설계할수있는
놀라운세계관의확장!

몽타주대신사물의흔적을,
시선대신피부에닿는감각을따라가는
완전히새로운추리와감동의서사

누구의얼굴도선명하게보지못하는사람이있다.그런그가19년전사라진범인을쫓는다.『기억의무늬』는바로그불가능해보이는사실에서출발한다.안면인식장애라는비밀을가지고살아가는카미에게사람의얼굴은끝내하나로맺히지않는물결이지만,그의시선과손끝은누구보다예리하게세상을읽는다.셔츠커프스의미세한닳음,코트밑단의쏠린자국,오래된가구에새겨진상처까지.주인공이펼쳐내는사물의언어가이소설을전혀다른차원의추리서사로만들어낸다.
부모님의살인사건현장에서흔적도없이사라진제3의실루엣을찾기위해카미는성인이된후사건수사재개를요청하고,현장에있던오래된아기침대에주목하게된다.카미의장애와부모님의사건을유일하게모두알고있는친구뤼미에르가든든한조력자로나서고,겉모습부터평범하지않은침대에서하나씩수상한점들이발견된다.그리고가구에새겨진오랜이야기를따라실마리를쫓기시작하자,19년동안감춰져있던진실들이하나씩모습을드러내기시작한다.이들은사건이있었던날,카미가기억하는실루엣의촉감과아기침대사이에연결고리가있음을직감하지만,이들이끝내찾아낸진실은그날의‘범인’만이아니다.
『기억의무늬』는과거의상처에매몰된한사람이가장깊은사랑을알아보게되는이야기이자,시간이지나도지워지지않는사랑의흔적을담은소설이다.작가는이번소설에서보이지않는것들을손끝으로더듬어,그안에숨어있는다양한감각을이야기위로조용히길어올린다.서랍장깊숙이접어둔스웨터의촉감,오래된나무계단을밟을때의삐걱임,누군가의품에서맡았던비누냄새처럼우리의소중한기억은감각으로새겨져있다는것을,카미의손끝을따라가는사이어느새깨닫게된다.그리고책을덮고나면,자신이미처알아채지못했던사랑의잔상들이가까운곳에서선명하게떠오를것이다.

책속에서

우리의인생조각들은서로이어붙여지고,그과정에서우리는바늘에찔린듯날카로운상처를입기도한다.하지만시간이흐르면알게된다.바늘이사라진자리에는새살이돋아나고,남는것은내몸과내살,나의일부라는것을말이다.이렇듯아문상처위를감싸안는옷도어쩌면인간의삶에난상처를꿰매려는본능에서태어난산물인지도모른다._7쪽

매주화요일마다프레드릭아저씨를만나는이유는바로이사건파일때문이다.파일은내가세살이던해에일어난미제살인사건을담은수사기록물로,나의부모님이이사건의피해자이다.
그날나는분명세개의실루엣을보았다.부모님외에도또다른하나가있었다.그리고나는그실루엣으로부터전해진옷의촉감을지금도잊지않고있다._19쪽

아마데우는실과바늘로두장의천을이어붙였다.얼마나정교하게이어붙였는지,분명서로다른질감의실크인데도마치처음부터하나였던것처럼느껴질정도였다.그때문득머릿속을스치는생각이나를붙잡았다.‘검은실루엣!’그의옷에서는어떤박음질의촉감도느껴지지않았던것같다.조용히눈을감고,세살때의기억을더듬었다.그리고확신했다._42쪽

이순간을위해나는무려19년을기다려왔다.뒷일은생각하지않기로했다.나는조용히장갑을벗고눈을감았다.모든신경을손끝에모아,두종류의직물을천천히더듬었다.마치시간자체가멈춘듯,오직촉감만이나를이끌고있었다._63쪽

“이집은일반적으로널리쓰는재료나비교적값싼재료들로만든집으로보여.가구들도마찬가지고.(……)그런데이아기침대만큼은최고급나무로만들어졌어.게다가문양도정말특이해…….무척오래전에새겼을법하달까.침대자체는오래된스타일이아닌데,나무에새겨진문양은수백년전에썼을법한거라.(……)아기침대라고하기에는너무최고급가구야.”_106쪽

얼굴은보지못해도옷으로기억되는몇몇사람들도있었다.매일스치는옷깃,반복되는우연.그들의옷은땀과체취에절어서서히산화된다.섬유조직사이사이에주인의각질이박히고,습관처럼걷어올린소매엔그만의주름이문신처럼새겨진다.옷은어쩌면,우리의육체를가장정직하게기억하는유일한목격자일지도모른다._118쪽

“침대다리한쪽을더듬어보면조금쪼개진틈이있습니다.그상처난틈만큼은절대메우거나고치지마시고,부디그대로남겨주십시오…….”
나는무의식적으로내손끝을매만졌다.매끄러운나무의결사이로거칠게패인그쪼개진틈.만져본적없는그침대의상처가이상하게도내손끝에생생하게각인되는듯했다._2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