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빈집에 남은 낙타였다 (김열수 시집)

나도 빈집에 남은 낙타였다 (김열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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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열수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상실감과 그리움을 회상과 고백의 언어를 통해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3부로 이루어진 시집에 101편의 시어가 잔잔한 떨림과 울림이 리듬감 있게 녹아 있고, 소중한 이들과 함께했던 오래고도 진중한 삶의 무게가 담겨있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별이 가장 중요한 시어 마디가 되어, 존재론적 뼈대로 나타난다. 아내의 죽음 앞에서 상실감과 그리움을 담아내는 그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가장 진정성 있는 ‘시인 김열수’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위로하는 마음은 크지만, 그들을 위로하는 방식은 잘 알지 못하고 서툴다고” 말하는 시인은 시집을 출간하면서 아내와 사별 후 지나온 과정이 들킨 듯 쑥스럽지만, 자신과 같은 힘겨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의 방법을 전하기 위한 간절한 바람으로, 분당제생병원 장례식장에 시집 100권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한다.
저자

김열수

늘시심을가지고살아가고자합니다.
윤동주,이생진,이기철시인을좋아합니다.
나무와꽃을가꾸는걸좋아합니다.
가끔유화그림도그립니다.
시는잘쓸줄모르지만,
「문학저널」을통해2024년등단은했습니다.

목차

작가의말

1부
노을에게/남겨진공간/천국에는그리움이없어야된다/작은언덕으로가는길/아프다고다울지않습니다/첫휴가/달뜨는달력/생일/또얼마의세월이가야될까/결혼기념일/회상/교복/첫꿈/남겨진일년뒤/하얀기억/묻히면새싹은나는데/치약/한낮의꿈/확인/상사화는피는데/얼음꽃향기날리는날/수다/또다른수다/담쟁이꽃으로피다/가을앓이/가을나무기억/독백/겨울독백/겨울숲이야기/소나무전설내리고/첫눈을기다리는너에게/스며드는것/겨울어느날/매화,휘파람새그리고나/산벚나무아래에는바다가있다/체온/사막에서온편지/맺히면쏟아진다/카라꽃촛불처럼피고/이별을지나서/혹시맞나요?

2부
깍꿍/기억의손맛/눈오는날/지금은갈수없는마을/사라진다해도/도돌이표/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친구야우리도/걱정말게친구야/구피와나/바다속연가/궁평항/어둠은길지않다/별/이방인/고독/바람과둥지/누구나한번은/스키드마크/숲으로/그산에는/오월의숲속/비오는날/죽부인과아카시아/달빛에빼앗기고/제목234쪽/매미울음/초록나무숲/하늘수채화/가을비숲속에서/유리창을닦으며/달무리/바람에달부서지고/가을자폐증/겨울아침창가에서/빙하의시대꿈꾸며/어떠세요?/너와나의시/헌운동화/잔상/낙하

3부
너는다시찾아왔다/못자국/빈자리는없다/선물받은두개커피잔/슬픔이아는진실/시인을경계하라/뇌졸중/요양병원/여의도탁란/프록시마센타우리/공존을위한설득/단촌역/핸드폰없던시절/동쪽을걷는다/하롱베이크루즈/너는외로움을행복으로읽어/빗장/아픔을쓰는법

해설/
간절함으로담아낸회상과그리움의시학

출판사 서평

동공풀린눈으로/두아들모습담아/먼길떠난어미//두아들은그어미를/뙤약볕아래묻어놓고/내내울었습니다//어미의죽음으로시작된초여름/아이는자라고/그어미가챙겨주고간교복은/작아졌습니다//뇌사3일째…아이는/“어머니좋은꿈꾸세요”인사하다화들짝/좋은꿈꾸면안된다며,//좋은꿈꾸면/안깨어날지모른다며울었다//뇌사상태어미의꿈마저/염려하던작은애가을교복을다립니다(「회상」전문)

‘회상’이라는제목의이시는아내가남겨놓은빈자리를형상화하고있다.초여름에엄마를묻고내내울던두아들은세월이무심하게자라어느새엄마가챙겨주던교복이점점작아진다.이시에서엄마의마지막순간에아이가“어머니좋은꿈꾸세요”라고인사하려다가좋은꿈을꾸면깨어나지못하실것같아그러지못하고울기만했다는장면은오래기억에남는다.그렇게“어미의꿈마저/염려하던작은애가을교복”을다리는시인의품과격이애잔한‘회상’속에서가득번져오고있다.가족의슬픔을전하면서도여전히남은이들의삶에이어지고있는아내혹은엄마의온기또한잘전해지고있다.

꽃이진자리/꽃은다시피고//해가진자리/보름달깎여초승달뜨던밤//어미가좋아하는마가렛꽃몇송이/눈에담아꽂아주던큰아이의첫휴가//나흘간,그설렘의나날동안/혼자일어나밥을차려먹으며/빈집을지키던아이는/그렇게/또혼자그빈집을떠났다//사막같은휴가/끝내고복귀하던밤//어미가진빈방에놓여있는/입고벗어놓은옷가지들은/아이가휴가동안느꼈을/감정의덩어리처럼/덩그라니뒹굴고있다//바람이진하늘엔/파도소리요란하고//주인을떠나보낸/큰아이의침대는/베개하나올려놓고/알몸으로밤을지샌다(「첫휴가」전문)

엄마가좋아하는꽃“마가렛몇송이”를눈에담아주며떠나보냈던큰아이는입대이후첫나흘간의휴가를나왔다.설렘을가득담은휴가기간에“빈집을지키던아이”는또혼자그빈집을데리고떠난다.엄마가없으니빈집이되어버린곳에서“사막같은휴가”가끝나자“어미가진빈방”에는아이가벗어놓은옷들이엄마를향한“감정의덩어리”처럼남았다.큰아이의첫휴가는그렇게엄마가떠난빈집을강렬하게경험케해주며,그순간이고스란히독자들에게전달된다.
또한편으로김열수시인의시는삶과죽음,빛과어둠,생성과소멸같은것들을한몸으로묶어내면서사물과운동을규율하는풍요롭고은은한빛으로충만하다.

몇해동안/도심낮은산에머무를수있었다//고립은언제부터인가/새삼고맙고반갑다//작은산에는/세상사연을훑어온바람이/골짜기를거슬러하늘에오른다//산은산대로나무를키우고/나무는나무대로묻힌생명을퍼올려/하늘에닿으려한다//산을딛고사는생명들은/저마다의하늘을바라보며/살아간다//땅으로돌아가는/죽음의순간마저/하늘을바라본다//산에있어도/하늘더가까운산을갈망하는/사람들이살고있다(「그산에는」전문)

시인의인생론적태도와지향이잘함축된작품이다.몇해동안고맙고반가운‘고립’을택하여도심낮은산에머문시인은그곳에서만난“작은산”에서“세상사연을훑어온바람”을경험한다.“산은산대로나무를키우고/나무는나무대로묻힌생명을”키워가는것을바라다본다.바람도산도나무도모두하늘에닿으려하는것을보면서“생명들은/저마다의하늘을바라보며”살아가고있고“땅으로돌아가는/죽음의순간마저”하늘을바라보고있음을묵도한다.시인이산에서배운것은,모든순간이“생과사를넘나드는/저아슬아슬한노래”(「매미울음」)에담겨있다는것이다.그렇게하늘과땅,삶과죽음,개진과소진이삶의양면을이루는한몸의에너지임을시인은새삼강조한다.
독자들은이시집에서김열수시인이자신이시를써가는존재임을스스로확인해가는현장을만나기도한다.

나는썼다/한번의사랑을위해/목숨을거는매미처럼/짧은생의떨림을//바람이묻고/
햇살이묻는그자리에/정열의불꽃을/너는이어주었다//우리는서로다른언어,/고독의방안에서/한줄의시로마주앉았다//너는나에게거울이었고/나는너에게기억이었다//한편의시가완성되고/그것은누구의것도아니었다//오직우리둘이/잠시머물다남긴흔적일뿐//나는알았다/시는시인이쓰는것이아니라/사람과사람이,/더러는사람과바람,/사람과별,/너와함께써내려가는/또다른생의고백이었음을(「너와나의시」전문)

“나는썼다”라는선언으로시작되는이작품은“한번의사랑을위해/목숨을거는매미처럼/짧은생의떨림”을기록해온‘시인’으로서의자의식을토로하는과정을담고있다.

바다곁에살아본적없는/나는/깊은물속으로가라앉는법을/배우지못했다//깊은바다속에는/고요한평온의시간만/있기를바라며/산으로간다//산맥의가장높은산봉우리를찾아/부유하는기억들을두고/깊은바닥으로낙하한다//수면을헤치고/별처럼빛나던돌고래들은//늘/절망이아닌희망이었다//이제/생의마지막을흘리는/너의눈물처럼/깊은바닥으로나를보낸다//(「낙하」전문)

바다곁에살아본적이없어서물속으로가라앉는법을배우지못한시인은익숙한발걸음을옮겨산을향한다.산맥가장높은산봉우리에서시인은깊은바닥으로낙하를한다.이때상상속으로잠입하여“별처럼빛나던돌고래들”을희망처럼만난다.이처럼시인이주목하는대상에는그가일상속에서마주치는‘시’나‘바닥’처럼익숙한조건들이많다.이러한순간들의오랜접속을통해그는현실에서는불가능한존재전환을끝없이상상속에서도모한다.그래서그의시를감싸고있는것은성찰과다짐이반영된가장아름다운성숙의언어이다.‘

김열수시인의시집「나도빈집에남은낙타였다」는이처럼다양한삶을살아가는우리의삶을노래한다.독자들은그의시를읽으며시인이희원하는그간절함을가능케한것이그만의회상과그리움의시학이라는것을알수있다.그만큼그의회상과고백은자신의경험적구체성을견지하면서이제는그러한시간을되돌릴수없다는그리움을노래한다.그래서우리는그어둑하고도쓸쓸한기억을담고있는김열수시인의시를깊은예술적실감으로읽게되는것이다.
김열수시인의시집에는그리움의눈길로가닿는숭고한별빛이반짝이고있다.명료하고간결한목소리를통해그는사물이숨겨놓은천진성과신성성에동참하면서자신이일구고자했던꿈을자연스럽게노래한다.또한우리로하여금가장근원적이고궁극적인시간형식을경험하게끔해주고있다.이처럼뭇존재자가숙명적으로거느린삶과죽음의변증법을아름답게형상화한그의시는비동일성이나반시적흐름과무관한세계로서,다양한미학적형상을통해존재의근원에대한사유와감각의원형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