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무덤

동백꽃 무덤

$15.00
저자

고시홍

저자:고시홍
제주에서나고자라일하다.
1983년『월간문학』신인상으로등단하고소설집『대통령의손수건』,『계명의도시』,『물음표의사슬』,『그래도그게아니다』,『동백꽃무덤』과장편소설『침묵의비망록』,공저『고려사탐라록』등이있다.제4·3희생자추가진상조사자문위원,제4·370년『어둠에서빛으로』편집위원장등을지내고탐라문화상을수상하다.

목차

할마님의땅/7
무등이왓의똥돼지/37
문전제門前祭/65
왕돌거리의늙은폭낭/89
청춘다방/117
족보/147
동백꽃무덤/173

*해설
죽음세계의안에서,죽음세계너머로_김동현(문학평론가)/301
*작가의넋두리/319

출판사 서평

소설집의표제작「동백꽃무덤」에서작가의시선은4·3의상징인동시에여순사건의상징이기도한‘동백꽃’을매개로,여수만성리형제묘와제주의섯알오름학살터(백조일손묘)를거울처럼마주보게한다.반공국가건설과정에서‘국민’으로승인받지못한채‘빨갱이’라는이름으로박멸되어야했던민중들의잔혹사.‘국민’과‘비국민’을가른그분류의가장가시적표지가바로제주와여순의동백꽃이다.동백꽃이제주에서여수로,다시더너머로이어진다는사실은,한국죽음정치의작동이지역의경계를넘어한반도전체에그물망처럼깔려있었음을보여준다.「동백꽃무덤」에서4·3의기억은추상적관념이아니라,소설속에등장하는곤을동,삼밭구석,무등이왓,자리왓등의지명은단순한비극의공간이아니라,국가가의도적으로폐기한공간,강제로추방당한공간이다.

「할마님의땅」에서작가는101세로종명한할머니김여정의부고와함께곤을동초토화마을터를호명한다.주인공인김나무는제주4ㆍ3유적지로관리되고있는‘곤을동’을“치욕스런이름의4·3유적지!”로,“부끄럽고불명예스러워들짐승사체처럼내버린동네”로인식한다.이치욕의땅이할머니의유언을통해손자김나무에게상속되는순간죽음의공간은삶의공간으로반전된다.
「무등이왓의똥돼지」는주권권력에의해폐기되어버린죽음정치의문제를보다직접적으로보여준다.고교시절제자였던서정남을만난나는안덕면동광리일대를답사하면서“잃어버린마을”이냐는질문에이렇게말한다.“분실된게아니라폐기한땅이니까.”분실이아니라폐기라는표현에서알수있듯이고시홍작가는제주의장소를죽음권력이가장적나라하게작동한공간으로인식한다.몸이사라지고,정치적주권이망실되고,고향마저빼앗긴땅.그땅의복원을위해고시홍작가는신체적감각을동원한다.

「문전제門前祭」는제주4ㆍ3이가해와피해의서사로구분될수없는대단히복잡한‘사건’임을보여준다.소설의제목인‘문전제’는제주에서만행해지는제례의식이다.제주남선비신화는남선비와그의아내,일곱형제는죽어서집안을지키는문전신이되는데특이한것은신화속에서그들과대립했던노일저대까지문전신으로모신다는것이다.신화속에서불구대천의원수라고하더라도문전신으로기린다는이신화적요소는제주4ㆍ3당시가해자를기억하고자하는아내화옥의발화로표면화된다.‘문전본풀이’신화를차용하는것은단순히가해자를용서하고포용하는‘화해’를말하는것이아니다.제주4ㆍ3당시주권권력이‘국민과비국민’을구획하면서폭력적인절멸을행사했음을감안하면이소설은그폭력적구분을더이상용납하지않겠다는적극적의지이자,죽음정치의작동을거부하는신화적대항의시도이다.

「왕돌거리의늙은폭낭」은죽음세계안에갇힌신체가의례조차허락받지못할때자기의지의마지막행사가어떻게나타나는지를비극적으로보여준다.수용소에갇힌동료교사들을석방시키는대가로토벌대중대장과강제결혼을해야했던여교사김길영의삶.그녀는끝내왕돌거리의늙은팽나무에목을매자살함으로써폭력의사슬을끊어낸다.그것은죽음세계안에갇힌살아있는시체가마지막으로행사하는자기의지의표현이자,죽음정치를거부하는마지막몸부림이었다.
「청춘다방」과「족보」역시제주4·3의기억을다양한시선으로복원한다.이처럼「동백꽃무덤」에수록된작품들은학살과이산의상처,사라진마을과공동체의기억,그리고세대를넘어이어지는트라우마를제주특유의역사와문화의토양속에서녹여내고있다.

「동백꽃무덤」의가장큰미덕이자4·3문학사적도전은피해와가해의이분법을넘어공동체내부의윤리적책임을묻고있다는점이다.4·3을선과악,가해자와피해자의단순한이분법으로환원하지않는다.형이아우를죽이고,살기위해가해자와혼인하는누이를용인하고,여교사가토벌대장과강제결혼해야했던한국죽음정치의가장잔혹한메커니즘을작가는보여주고있다.작가의이러한시선은가해와피해어느한편에서서피해자성을강조하거나가해자에대한역사적면죄부를주기위함이아니다.오히려진실의복합성을직시함으로써,진실이무엇인지를묻기위한방법론이다.
소설집에서작가가가장강조한것은가해와피해를가른것이결국국가권력이었다는사실이다.형제가형제를죽이도록,누이를노리갯감으로바치도록,여교사가토벌대장과강제결혼하도록만든것은1948년11월의계엄령과그것이작동시킨죽음정치의분류체계였다.공동체내부의가해서사를드러내는행위는결코공동체를분열시키는일이아니다.그것은오히려피해자들끼리서로를죽이게만들고살아남기위해또다른죽음에가담하게만드는죽음정치의가장야만적작동방식을폭로하는일이다.동시에그폭력이살아남은공동체내부에남겨놓은윤리적매듭을정면으로응시하는일이다.이것이소설집「동백꽃무덤」이4·3문학사안에서수행하는가장결정적인역할이다.

작가는후기에서이렇게말한다.“여전히오른손잡이냐,왼손잡이냐하는언어의분칠,아귀다툼은가시지않은세상이우다.언제면이념의녹조현상,적조현상이걷히고양손잡이가지배하는날이올것인고마씀.”이말은단순한화해의제스처가아니다.그것은해방공간의죽음정치가여전히현재형으로작동하는한국사회를향한서늘한진단이며,고정된정체성·국적·시민권에묶이지않고,상호취약성과이동성을공유하는존재로서인간을사유하자는제안이다.우리와그들의이분법적적대정치와죽음세계에맞서는공통의세계만들기인것이다.

고시홍작가의글쓰기가바로이자리에놓여있다.그는학살의객관적사실을정리하는거대담론의건조한언어를신뢰하지않는다.그언어자체가이미한국죽음정치의문법에오염되어있기때문이다.그는다른언어를택한다.살아남은자들의파편화된구술,제례의한복판에서터져나오는피울음섞인독백,그리고무엇보다제주어의질감을구체적으로들려준다.「동백꽃무덤」에서제주어는단순한지역적색채가아니다.그것은한국죽음정치가표준어와공식담론을통해봉인한산송장들의언어를,그봉인의문법자체를비틀어되살려내는재현적글쓰기그자체이다.

고시홍작가의소설집「동백꽃무덤」은4·3을‘항쟁의정당성’이라는거시서사안에안주시키지않고,그거시서사안에서끝내호명되지못한미시적진실들을다시응시함으로써,4·3을한국죽음정치의끝나지않은시험대로자리매김하는작업이다.고시홍작가에게제주4·3은단순한역사적사건이아니라평생의문화적화두이자소설창작의원천이었다.오랜세월제주4ㆍ3의진실을기록하고증언을채록하며,문학을통해역사적상처를기억하는작업을이어왔다.「동백꽃무덤」은그러한작가적문제의식이집약된작품집으로망각에맞서는문학의역할과기억의윤리를다시금환기시킨다.
특히이번소설집은제주와여수두지역의비극을연결함으로써지역의역사를넘어한국현대사의보편적상처를성찰하게한다.동백꽃처럼붉게피어났다스러진희생자들의삶을애도한다.그러면서오늘의독자들에게기억과공존,그리고진정한화해의의미를묻고있다.
「동백꽃무덤」은역사적진실을향한집요한탐구와인간에대한깊은연륜이어우러진작품으로제주4·3문학의새로운성과이자우리시대가반드시읽어야할기억의서사이다.

저자의말

중편「동백꽃무덤」은제주의노천역사관같은모슬포,여순사건의발원지여수를중심축으로씨줄,날줄로엮은역사기행이우다.그리고단편여섯작품은과거와현재가교차하는4·3담론을각기다른풍광,시선으로바라본이야기들이우다.모두왜소멸위기의집단기억을소환하는가,민중의삶에서국가는왜존재하며역사는무엇인가로귀결되는심문이라마씀.‘비념’하는심방에빙의된마음으로죽은자와산자의신원,‘넋풀이’에나선연유이기도허우다.염불하고기도하듯‘넋들임’,‘잡귀풀이’를벌이는….
-작가의넋두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