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국민 학교 (이형우 시집)

창원 국민 학교 (이형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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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훈육된 인간과 도시화에 사라진 고향에 대한 기록,
-이형우 시인 신작 시집 『창원 국민 학교』 출간
『창원읍지』와 함께 읽는 학교와 고향의 기억, 사라진 과거에서 공동체의 미래를 묻다!!

이형우 시인의 신작 시집 『창원 국민 학교』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1960~70년대 ‘국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던 군사정권 시대의 학교 현장을 복원하는 한편, 『창원읍지』를 통해 창원의 역사적 변모 과정을 되짚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집이다.
시인은 ‘창원 국민 학교’를 “이 땅 어디든 비슷했던/그 시절/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특정 학교와 지역의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을 불러내는 증언으로서의 시를 지향한 것이다. 교실과 운동장, 고향 땅과 사람에 남은 기억을 통해 국가와 제도, 공동체와 개인이 어떤 모습으로 서로 얽혀 있었는지를 되묻는다.

시집에 수록된 「국민 체조」, 「국민 교육 현장」, 「고무줄 놀이」 「불주사」, 「운동회」, 「채변봉투」, 「똥구루마」, 「달고나」, 「종말론」, 「보리밭」, 등의 작품은 그 시대를 통과한 세대에게는 생생한 기억을 되살리고, 오늘의 독자에게는 낯설지만 반드시 돌아보아야 할 역사적 풍경을 펼쳐 보인다. 친숙한 생활 소재들은 시인의 언어를 거쳐 개인의 추억을 넘어 시대의 초상으로 확장된다.

『창원 국민 학교』의 또 다른 축은 『창원읍지』의 번역과 문학적 재해석이다. 시인은 오래된 기록을 오늘의 언어로 옮기며 창원이 지나온 역사와 공간의 변화를 들려준다. 특히 창원읍성이 무너진 자리에 학교가 들어서고, 근대화와 개발의 이름 아래 우리가 스스로 읍성의 벽을 허물었던 시대 상황을 환기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나 복고가 아니라,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무엇을 잃었으며, 그 상실이 오늘의 삶에 어떤 흔적으로 남았는지를 묻는 성찰이다.
시집에는 수백 년 동안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켜온 중국 박가구촌의 이야기도 삽화처럼 배치돼 있다. 오랜 세월 삶의 터전과 기억을 지켜온 이들의 투쟁은 창원의 역사와 교차하면서, 급속한 변화 속에서 공동체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오래된 마을과 무너진 성벽, 사라진 학교의 풍경은 서로 다른 공간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체성과 기억을 둘러싼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시인은 옛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현재의 위기 속에서 미래의 길을 찾는다. 오천 년의 삶과 기억이 통째로 무너져 가는 듯한 오늘, 『창원 국민 학교』가 붙드는 것은 사라져 가는 풍경만이 아니다. 그 풍경 속에 깃든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 공동체의 연대, 역사에 대한 책임이다.
이 시집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과거가 곧 미래다”라고 할 수 있다. 과거는 이미 끝난 시간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고 미래의 방향을 가늠하게 하는 살아 있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이형우 시인은 개인의 유년과 지역의 역사를 한데 엮어, 우리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잃었고 앞으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다.
시집 『창원 국민 학교』는 한 시인의 기억을 담은 동시에 학교와 도시, 국가와 개인, 개발과 보존의 문제를 아우르는 문학적 기록이다. 생활사의 구체성과 역사적 성찰, 서정적 회고와 시대적 문제의식이 어우러진 이 시집은 문학작품이 어떻게 한 시대의 증언이 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

이형우

이 땅 어디든 비슷했던
그 시절
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 시집을
병상에 누워 계신
어머니께 바친다

목차

1부

평행선 / 12
창원 국민 학교 / 13
국민 체조 / 15
국민 교육 헌장 / 18
2학년 4반 겨울 풍경화 / 19
감밤밤대추감밤 / 20
고무줄 놀이 / 22
급식빵 / 24
불주사 / 25
수학여행 / 26
운동회 / 27
채변봉투 / 28
조폭 영화가 좋은 이유 / 29
엠보씽 / 31

2부

삼주 헹님 / 34
김동호 / 36
품일 장군 / 38
김정일 / 40
천기누설 / 42
북면 길 / 44
華嚴가는 똥구루마 / 46
설 / 48
김밥 / 50
달고나 / 52
오뎅 / 54
종말론 / 55
통도사 / 57
꽃잎 / 58

3부

창원 생각 / 60
그 / 61
오빠 생각 / 62
혈구지도 / 6월야억사제 / 65
버릇 / 66
세월 / 68
유추 / 69
엄나무 / 71
宗婦歌 / 73
전입신고 / 74
달항아리 / 75
이무열 / 76
아홉수 / 77

4부

思慕曲 / 80
먼지 / 81
누이의 봉창으로 흐르는 / 83
황산벌에 뜨는 별 / 85
오늘은 언제나 말세 / 87
膿者天下之大本 / 89
아리랑 別曲 / 91
새야새야 / 93
갑돌이와 갑순이 / 95
보리밭 / 97
시냇물 / 99
山臺놀이 / 100
오하온 / 102
허영자 / 103

■내 고향 창원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평행선

촌시럽구로 국민 학교가 머꼬!
그런나?
하모, 우리는 54회 창원 초등 아이가!
나는 초등 학교 안 다녔는데?
아, 이 사람아 세월 따라 가야지!


창원 국민 학교

그렇게 지구가 도는 까닭

십리 산길 용강놈들
대를 잇는 심호흡에 해 뜨고
칙칙한 기차소리 역전 발통들
폭폭한 숨결에 해 졌느니
책 대신 흙 가방 도곗놈들
보릿물 화폭 보자기 소답놈들
딛고, 꺾은 풋내로 봄은 가고
갓 모르는 까꼴
동상동하 서상서하 중동북동 장돌뱅이들
삼삼오오 모여
잘라내다 실패한 달고나 바늘끝 너머로
가을 그리 영글었느니
천주산은 심
지구는 팽이
우리는 뱅뱅뱅 청룡 백호 주작 현무

지금도 지구가 돌아가는 이유


삼주 헹님

정월 대보름 달이 하늘 한복판에 딱 오르모
우리는 우우 늑대로 변했삣다 아이가
달 꾸실러 묵는다꼬 불놀이하다가
지불놀이 깡통 씩씩 돌리다가
어느 순간부턴지는 잘 모르지만
한두 놈씩 여기저기 모이서 우루루
절로 우리는
황산대첩을 준비하고 있었는기라
짚단에 불 부쳐 횃불 만들고
참나무 몽딩이, 긴 창 짧은 칼 휘두르고
불화살까지 날리며
나당 연합군같은 북동 동상 동하 서상 시키들
막아내던 황산벌 용사였던 기라

안 죽는 줄 알기에 용감했지
천하 무적 삼주 헹님이 있어 더 그랬지
눈 부리부리, 흉터 얼굴
보기만 해도 나자빠지는데
용감하고 악착같고 싸움 욕 잘 하기는
아무도 따를 놈이 없어
평소에는 아무도 아는 체 안 하던 우리지만
그날만은, 헹님은 첨부터 광개토대왕이었지
그의 뒤를 따라 다니면 신바람이 났지
다친 아이 하나 없이 늘 그렇게 전쟁은 끝났지
다음날
몇 놈이 등굣길목에 떠억하니 서서
하나씩 불러다가 떡을 먹였지
몇 대 먹으면 일 년이 무사했어
그런데 삼주 행님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어
날렵해서 그 틈을 빠져 나갔거나
이 동네 아이들이 무서워서 숨은 기 아이라
다른 아~들 학교 가는 그 시간
나무 하로
산으로 갔기 때문인기라


달고나

오래비 잘못 만난 우리 혜경이
달고나 하다 들켜 벌을 선다
오데서!
이런 기나 해 묵고!
오래비 큰소리
하느님 말씀, 두팔 번쩍든다

경사진 교문길 내려오면
신작로까지 이어진 가게나
왼쪽 중동시장길 즐비한 노점상 앞
줄줄이 둘러 앉은 어린 조각가들
설탕 녹여 소다 섞어 몇 번 휘저은
그 길이 세상임을 모르고 익힌 사전학습

남들 앞에선 내숭떨다가
아무도 없다고 부랴부랴 서두르다
시커멓게 국자 태워 내버리고선
다른 사람들 다 해도
우리 식구들은 그라모 안덴다꼬
애꿎은 혜경이만 다그쳤던 그 오래비


창원 생각

지금 창원은
신창원이다
쫄티 패션 하나로
세상을 주름 잡은
그이처럼
이따금씩
폭력은 평화다
반만년 질서를
불도저 하나로 밀어버린
창창한 저 들판
창원은
신창원이다


그

그 막걸리 생각나 막걸리를 마신다
그 김치 생각나 한 입 덥석 넣는다
그 모습 생각나 게트림을 했다
그 풍경 생각나 먼 하늘을 바라본다
그 용지미 논둑에 함께 살던
그 여치며 메뚜기며 거머리며 물뱀까지
그 애반터 골짝을 같이 머물던
그 수박이며 참외며 오이들까지
그 논밭을 오가던 소와 염소똥까지
그 풍경이 생각나 먼 하늘을 본다
그 모습이 생각나 게트림한다
그 김치가 생각나 한 입에 넣는다
그 막걸리 생각나 고시레를 한다


황산벌에 뜨는 별

눈 감으면
폐부 깊숙한 곳에서
벼 베는 소리 들린다
싸각
싸각
밑둥지 잘린 우리 사랑이
그 추웠던 황산벌 바람 속에서
감지 못할 눈 허옇게 뜨고 간 하늘 바라
모로 눕는 소리가 들린다
꿀수록
자꾸만 깊어지는 꿈길 따라
그대 찾아 나서면
항상 간이역으로 지나쳤던 그대 찾아 나서면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 걸음뿐인 발자욱에서
피어 나는 어둠
그 어둠으로 용서해야 할 별빛에 취해
짜박
짜박
귀가하는 누이의
그림자


시인의 말
이 땅 어디든 비슷했던
그 시절
그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 시집을
병상에 누워 계신
어머니께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