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머리하고는

성질머리하고는

$13.00
Description
난다시편 네번째 권
박유빈 첫 시집,『성질머리하고는』출간!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유빈 시인의 첫 시집 『성질머리하고는』이 난다의 시집 시리즈 난다시편 네번째 권으로 출간된다. 난다시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인의 첫 시집이다. 시 44편을 4부로 구성해 싣고 시인 박유빈의 편지와 대표작 시 「한국 여성들은 왜 꼭두새벽 비빔밥을 먹는가​Why do Korean women eat bibimbap before cockcrow」을 최민지(Min Ji Choi)의 번역으로 영문 수록했다. 박유빈 시인의 등단작 「해변에서」는 바닷가에 떠밀려온 ‘눈알’이라는 낯선 설정을 끝까지 기이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며 읽을수록 흡인력이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박유빈 시인에게 시는 나다울 수 있는 가벼운 산책이다. 돌아갈 집이 없어도 괜찮은 그냥 산책. 시인은 입속의 청개구리가 말하는 대로 시를 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조금 못된 화자가 하는 말을 듣고 몸속의 비평가들이 시시비비를 따지며 치고받을 때 그는 묵묵히 날아드는 욕설과 종이와 글자들을 맞으며 외려 당당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파도와 바다를 맞고 벼랑이 되는 암석처럼. 자신으로부터 잊히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내던져진 명랑이 언제나 외부세계보다 앞서 있음을 알기에 그는 당당하고 자유롭다.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2000년생 여성 시인으로서 보고 듣고 만지는 만큼 쓸 수밖에 없었던 그다. 산만하고 입이 댓 발 튀어나온 시를 좋아하는 박유빈의 ‘성질머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밤마다 자기만의 ‘성질머리’를 정성껏 씻겨주고 닦아주는 조금 불온한 우리가 청량한 꿈을 꿀 수 있기를, 불화하는 몸을 깨뜨리고 명랑히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당신들의 머리맡에 이 시집을 내려놓는다(「박유빈의 편지」).
저자

박유빈

저자:박유빈
2000년경남양산에서태어났다.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2024년국제신문을통해등단했다.

목차

시인의말005

1부조금못된화자가나왔으면한다
한국여성들은왜꼭두새벽비빔밥을먹는가010
쿨리와나012
좋은가014
소리017
땅콩캐기020
슬픈가022
싶다024
서러운가027
생각과관030
죽자로끝난내이름034
재기036

2부시가돌아온다면몸을고쳐서올것이고
코뿔소와나040
담기043
디도046
이름하고싶어050
감은눈053
쌍056
등058
백060
지062
날065
리듬068

3부오방색은펑크지
지목074
산사와나076
벽078
시도080
산과나082
사이084
쌓기086
제리와나088
공과나091
없다092
화원과나094

4부늘극복하는아침이길바랄게요
해변에서098
찬101
지금인가104
공터에서106
눈두덩이110
무게112
공원에서115
곡118
때120
둥근122
그런데도해봅시다125

박유빈의편지129
WhydoKoreanwomeneatbibimbapbeforecockcrow―TranslatedbyMinJiChoi133

출판사 서평

난다시편을시작하며

손에쏙들어오는시의순간
시를읽고간직하는기쁨,시를쥐고스며보는환희

1.
2025년9월5일출판사난다에서시집시리즈를시작합니다.시를모아묶었음에‘시편(詩篇)’이라했거니와시인의‘편지(便紙)’를놓아시집의대미를장식함에시리즈를그렇게총칭하게도되었습니다.난다시편의라인업이어떻게이어질까물으시면한마디로압축할수없는다양한시적경향이라말을아끼게되는조심스러움이있습니다.그러나모든것이시의대상이될수있고또모든말이시의언어로발산될수있기에시인에게그정신과감각에있어다양함과무한함과극대화를맘껏넘겨주자는초심은울타리없는초원의풀처럼애초부터연녹색으로질겼다고감히말씀드리고싶은단호함은있습니다.

2.
난다시편의캐치프레이즈는“시가난다wingedpoems”입니다.날기위해우리가버려야할무거움은무엇일까생각했습니다.날기위해우리가가져야할가벼움은무엇일까생각했습니다.바람처럼꽃처럼날개없이도우리들몸을날수있게하는건시가아닐까생각했습니다.사랑처럼희망처럼날개없이도우리들마음을날수있게하는건시가아닐까생각했습니다.하여온전히시인의목소리만을담아내기위한그릇을빚어보자하였습니다.해설이나발문을통한타인의목소리는다음을기약하자하였습니다.난다는건공중에뜰수있다는무한한가능성의말이니여기우리들시를거기우리들시로그거처를옮김으로언어적경계를넘어볼수있겠다는또하나의재미를꿈꿔보자하였습니다.시집끝에한편의시를왜영어로번역해서넣었는가물으신다면말입니다.시인의시를되도록그와같은숨결로호흡할수있게최적격의번역가를찾았다는부연을왜붙이는가물으신다면말입니다.

3.
난다시편은두가지형태의만듦새로기획했습니다.대중성을담보로한일반시집외에특별한보너스로유연성을더한미니에디션‘더쏙’을동시에선보입니다.“손에쏙들어오는시의순간”이라할더쏙.7.5×11.5cm의작은사이즈에글자크기9포인트를자랑하는더쏙은‘난다’라는말에착안하여디자인한만큼어디서든꺼내아무페이지든펼쳐읽기좋은휴대용시집으로그만의정체성을삼았습니다.단순히작은판형으로줄여만든것이아니라애초에특별한아트북을염두하여수작업을거친것이니소장가치를주기에도충분할것입니다.시를읽고간직하는기쁨,시를쥐고스며보는환희.건강하게지저귀는난다시편의큰새와작은새가언제어디서나힘찬날갯짓으로여러분에게날아들기를바랍니다.

책속에서

다리를비틀면피묻은양이메에울면서나타나고
정원의꽃들은수런거린다

새로온정원사에게양은시속에서만울수있는
명백히희생적인존재

정원사는오늘이웃집남자를잡아먹었다
맑은오늘이생일이라서
오늘만큼은육식주의자여도좋은날
_「좋은가」부분

조명이밝힌잠의마을
죽은뇌를씻기는무드
등을덮는직물들

어린꿈을꿀수있다면
나와불화할수있기를

뽀얗게유감이녹고있다
시와사람의음성
싱그럽게겹쳐흐른다

풍경을몰고오는여름소녀가이젠나와놀이하려하지않는다장송행렬을보듯창밖의빌딩을심심한눈으로그렇게만지나친다
_「생각과관」부분

말은이끼다.

이곳은단어들이너나할것없이자살과무성생식을반복하는숲.버려진시들이모여사는마을이다.이끼숲에서탄생은곧지워짐.언제까지고상상해봄직한영원한조형세계.지워진다는것은우리의말이더는불안해하지않는것.벌벌떨면서도무작정오염될필요없는것.시가돌아온다면몸을고쳐서올것이고

시를읽으면두발은잠긴다.
_「감은눈」부분

진동또운명

소리는앞소리를밀어내고
내가펼친페이지는
욕망하는인물이바다로투신하는장면
추의운동을좇으면
아주산만한궤적을그릴수있다

발을헛디딘숫자들
장면이한꺼풀벗겨졌다
_「백」부분

법당의단청작업을했던전문가가언젠가했던말.오방색은펑크지.산사에머무는동안나는내내말이없었다.반질반질하게머리를닦은휴머노이드가허허웃으며공양하는모습따위를상상하면서.공양간에서매끈했던찻잔하나를깨뜨렸다.시를썼고,소리는그뿐이었다.
_「산사와나」부분

내가만든그늘서눈알은
부릅뜨기좋은상태
그러나내뒤로사람들이지나갈때
눈알은움찔거렸다

어떻게이곳에오게되었을까
해초처럼누워서왔을지도모른다
누군가의유언일지도모르고

그때배운것같다
사랑하지않고도빠져죽는마음
떠오른다
어떤이의어리숙한얼굴
꼭죽을것만같았던사람
_「해변에서」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