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못 넘겼어요 (김상혁의 2월)

그냥 못 넘겼어요 (김상혁의 2월)

$17.00
Description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두번째 이야기!

시인 김상혁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2월의, 2월에 의한, 2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다른 달보다 며칠 적으니까 만만하게 봤던 거,
1월과 3월 사이 버려진 꼭두처럼 여겼던 거,
이제는 2월이 진짜 나구나 싶습니다.
글이 더 안 끝나고 글을 더 못 놓았어요.

2026년의 두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2월의 책은 2009년 『세계의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25년 제71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상혁의 네번째 산문집 『그냥 못 넘겼어요』다. “‘생활인’의 첨예한 시선과 독창적 감각”(박소란, 현대문학상 심사평)으로 새롭고 재밌는 시를 향해 나아가는 그가, 시와 산문, 소설과 단상, 동시와 동요,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꾹꾹 눌러담아 2월 스물여덟 날을 가득 채웠다. 시인은 2월이라 하면 다른 달보다 며칠 적으니까 만만하게 보았는데, 되려 글이 더 안 끝나고 글을 더 못 놓았다 한다. 마치 내 인생 같아서 그냥 못 넘겼다는 것이다. 그렇게 부족한 날들만큼 글자들로 통통하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을 품고서 되도록 넓고 크게 보며 쓴 글, 멀리서 흐름을 지켜보듯 쓴 글들이 여기 모였다. 2월만 쥐고 살다보니 절로 나쁜 것도 용서하고 못된 것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맘 들라치면 사람이든 글이든 얼른 눈앞에, 코앞에 바짝 붙여 노려봤다. 그러다보니 글이 사람을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한다. 그것이 시인 김상혁이 아는 2월이다(「2월을 조금만 사랑해주세요」).
시가 목소리라면 그것은 떨리거나 망설일 것이다. 내용 없이도 목소리는 가닿을 수 있다. 시가 목소리라면 뜻 없는 떨림과 망설임은 가치 있다(2월 7일 단상). 그러니 시인은 긴장한 얼굴을 좋아한다. 2월의 찬바람이 목덜미를 후리는 추운 날엔 달리는 사람이 많다. 몹시 쌀쌀한 출근 시간이라면 뛰는 사람은 더 많아진다. 열심히 뛰면서도 입 주변 근육을 바짝 긴장시켜 볼과 턱을 덜 흔들리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순간순간 방심하거나 뭉개지는 표정을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인파 속을 달릴 때 굳이 얼굴에 힘주는 사람, 계단 뛰어오를 때 입 닫고 어쩐지 비장하게 코로만 호흡하는 사람, 배가 살살 아픈데도 어금니와 엉덩이를 앙다문 채 옛날 양반처럼 화장실 들어서는 사람을 마주치면 재밌고 좋다(「사소한 디그니티」). 그런 마음을 품고 시인은 플레이리스트를 쓴다. 나와 독자의 노래가 한 곡쯤 겹쳤으면 하는 심정으로, 어떤 문학적 변명이나 반전도 없이 ‘해보고 싶은 멍청한 짓’을 한다. 이 세상에 온전한 내 것은 없으며 물건은 낡아가고 사람은 떠나기 마련임을, 하지만 무언가를 사랑하는 내 마음만은 내 것이야, 마음은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나의 것이야. 그리 속삭이는 노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걸 고백하며(「한 곡이라도 겹쳤으면 해」).
저자

김상혁

김상혁│2009년『세계의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이집에서슬픔은안된다』『다만이야기가남았네』『슬픔비슷한것은눈물이되지않는시간』『우리둘에게큰일은일어나지않는다』,산문집『선물하나가놓이기까지』『파주가아니었다면하지못했을말들』등이있다.박인성문학상,김춘수시문학상,구상문학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시를가르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2월을조금만사랑해주세요7

2월1일에세이─평생수고했으나사랑받지못하는당신에게13
2월2일에세이─고슴도치산책19
2월3일시─사당역25
2월4일편지─앉아있는봄을생각함29
2월5일에세이─새팬티건네기에실패한신35
2월6일플레이리스트─한곡이라도겹쳤으면해39
2월7일단상─목소리47
2월8일에세이─찢어진가죽처럼생겨도사랑하기53
2월9일에세이─서초동사는잉그리드버그만59
2월10일시─취재인터뷰71
2월11일메모─기차들어와요,아저씨,죽어요75
2월12일소설─1859~199979
2월13일에세이─폐강했으니고생많았음85
2월14일시─사랑시89
2월15일에세이─공원과공터93
2월16일시─명절기차99
2월17일에세이─딱좋은만큼만좋은103
2월18일에세이─욕나오는기억력109
2월19일시─내사랑하는가수에게113
2월20일필사─펫숍에서우리강아지데려온후로꾸준히꾸는악몽의내용을필사함117
2월21일에세이─살아남은등단작이죽은이야기121
2월22일시─개봉후냉장보관127
2월23일시─인터미션131
2월24일단상─사소한디그니티135
2월25일시─인간을지탱하는하나의무엇혹은사소한인생139
2월26일동시─우리집개는억울하다145
2월27일동요─한살아이가아침저녁하도잠을안자서나살자고,나잠들지말자고만든자장가149
2월28일자전소설─천재와시간153

출판사 서평

나이가들면나도나의방에갇히게될까?
그런상상을하면무섭다기보단우습다.
그리되더라도사진첩을넘기면서
인과응보라며웃어넘길수있을것같다.

어릴적동네엔이유도목적도없는공터가많았다.높낮이가서로다른지대들을엉성하게이어주던계단들,괜히엉뚱한자리에놓여있던육교들도기억난다.시인이유년시절을보낸응암동공터는그쓸모없는것들도품고있었다.“시대도공간도모호한가운데”(2월25일시)시인은문득반짝이는물과공원이선사하는세련된행복을폐허로만들고싶다는욕망에빠진다(「공원과공터」).나와주변모든것을혐오하던시기,추운날씨임에도얇고헐렁한정장을걸친채첫번째,두번째,세번째,네번째보다더지친모습의아버지를(2월8일에세이)뒤로하고좁고컴컴한할아버지방으로우르르몰려들어가귀신같이허연얼굴로브라운관앞에붙들렸던적.그는어머니와할아버지가영화에서눈떼지못하는순간에이르러야비로소현실에서잠시벗어날수있었다.시선과관심이좀처럼닿지않았던그어두컴컴한방구석,간헐적으로나마그가독차지했던곳처럼(「서초동사는잉그리드버그만」)저아무쓸모없이비어있는못난장소라면……실로아무도찾지않는그만의공터가되어줄지모른다고여긴다.
함박눈쏟아지는겨울,어릴적의시인은엄마등에업힌채생각한다.찬바람도폭설도두렵지않아,이토록따뜻한걸?게다가몇걸음만더걸으면겨울은끝날테니까.그리고꿈의마지막장면은항상그랬다.엄마가파란대문안으로들어서면눈이그치고하늘이갰다(2월1일에세이).시인은그런유년의기억들사이에서“두세살이나되었을까볼빨간아이가플랫폼에서서/기차안남자에게손을흔들더라고.출발하기까지열심히흔들더라고.”하는걸보며,“만나면죽도록반가운……아빠나이의어른을/어린내가가졌다면”(「명절기차」)어떨지떠올려본다.다만어린내가현재의이곳으로건너올수없다는사실은분명하다(2월1일에세이).그리하여그는분만실에서아이의첫울음을들었을때,저작은생명이그를대체해도좋다고느낀다.내용없는저울음에게생명을내어주고싶다고생각하며시인은갓태어난아들에게전한다.“이제는네가이세계에서살아가렴.하지만인간은자족을모르지,자신을미워하게하는비참한삶도있고.너를이유없이미워하고공격하는사람도있을텐데,네가멀리서나를불러도내가돌아볼수있으면좋겠다.”(「목소리」)

요즘우리집아들은어렸던자기를질투한다.자신은두세살때가가장깜찍했으므로엄마아빠가지금의나보다그때의나를더예뻐하는것같다고한다.사진속두세살이미치게귀여운건맞다.문제는같이찍힌내가너무나도지쳐보인다는것이다.하지만최근사진으로올수록나의얼굴은흘러간세월만큼활짝편다.나는세월만큼생기있다.아이가가장못난얼굴을지어내는순간에도나에게그는세월만큼사랑스럽다.
-2월8일에세이,「찢어진가죽처럼생겨도사랑하기」부분


ㆍ‘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6년에도계속됩니다.전국작은책방에서독자들과만나며,하루한편의글을읽고시를심어온시간이켜켜이쌓여‘시의적절’은어느덧세살을맞았습니다.2026년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보다탄탄한양장으로바뀌었습니다.시인들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무엇보다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올해시의적절의표지는화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매일같이뼈대를곧추세우고마음을쓰듯몸을쓰는화가인그의그림은아주솔직하고도담백한어떤일기처럼느껴집니다.매일을사뿐히걸어가는시의적절과결을같이한다고말할수있겠죠.화가노석미의그림은‘사귐’을자아냅니다.서로얼굴을익히고가까이지내는일.자연과사람을,사람과그림을,마침내글과그림을사귀게할그가열두달시의적절을장식합니다.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리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2026시의적절라인업]
1월한여진/2월김상혁/3월권민경/4월김언/5월남지은/6월홍지호
7월박상수/8월김보나/9월김이강/10월신용목/11월최지은/12월최현우

*사정상필자가바뀔수도있음을미리말씀드립니다.
*2026년시의적절의표지는글과그림을다루는작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