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조증이 많다는데 (권민경의 3월 | 양장본 Hardcover)

봄엔 조증이 많다는데 (권민경의 3월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나는 자꾸 한군데로 쏠려 살았다.
살았다, 라는 말은 몸과 마음이 함께한다는 말.
마음과 몸이 부둥켜안고 웃고 우는 걸 생각한다.
봄에, 작은 촛불이 탄다.

2026년의 세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3월의 책은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권민경의 세번째 산문집 『봄엔 조증이 많다는데』이다. “아파하고 흔들리면서도 웃고 농담하며”(박상수) 시를 쓰는 그가 시와 산문, 편지와 일기를 빼곡히 모아 3월 한 달을 엮어냈다. 시인 권민경의 3월에는 혼란함,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들 사이에서의 방황, 모든 상황에 처음 맞닥뜨린 것처럼 반응하는 예민함이 있다. 그는 당황하는 와중에도 웃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깔깔꼴꼴 웃는다. 좋아지려다가 나빠지고, 남을 위로하려 들다가도 몸과 마음의 기력이 쇠해 자빠지고 마는 봄이다. 처음 만난 사람과 친해지고 싶지만 불안한 눈알만 굴리는 시즌이다. 새로운 문구를 잔뜩 장만하고 첫 장만 휘황하게 장식하는 날들이다. 형광펜으로 강조되고, 스티커로 치장된 설렘이다. 봄은, 설렘의 이면에 불안과 고독이 도사리고 있는 계절이다(작가의 말). 그에겐 “과거의 나는 멀어지는 나를 막 쫓아”오지만 “나는 끝내 나를 따라잡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러”대는 봄날도 있다(「긴 그림자 짧은 빛」). 그러니 “봄엔/놓고 온 것에 대해 생각한다/봄볕 아래/자주 건너편을 떠올린다 녹아 없어진”(「봄의 메일」).
3월 3일 반려묘의 생일날이 되면 봄이고 3이 두 번 들어가서 기분이 정말 삼삼해지곤 한다(「없는 생일」). 그에게 일 년은 불규칙하게 흐른다. 최상의 비효율에 몰두하며 남은 3월을 하나하나 깐다. 대충 맛만 보고, 하나둘 쓰레기통으로. 이 봄이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조와 울의 왈츠」). 그리하여 시인은 시절을 분류하는 봄 폴더를 만든다. 똑같은 하루를 지나쳤다 여겨왔지만, 돌아보니 지난 시간은 폴더처럼 제각각 분류되고 있었다. 새삼 깨닫는다. 어떤 시절에 무언가를 시작했구나. 생각보다 또렷한 시작이구나. 그는 이 책을 독자와 나의 첫 만남, 우리들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고 여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우리가 함께 열어보는 어느 시절의 봄 폴더인 것이다(7일 에세이).

우리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동안 부지런히
빚어보고 그려봅시다
봄의 메일 끝에 눈사람을 세워두었다
불멸의 상징처럼 불쑥 솟아날 것이다

자기 전에 시를 쓰고 자야겠다고 생각한다. 춥고 맑은 봄밤이다. 시인의 베개는 자주 꿈이 아니라 시 쪼가리를 견뎌냈다. 시와 꿈이 얼마나 같고 다른지 생각하다 계절이 바뀌었다. 그리운 흰 얼굴. 휴대폰 빛이 밝힌 자신의 얼굴을 상상한다. 괜스레 애틋해진다. 애틋한 건 네 얼굴인가 내 얼굴인가? 시와 꿈이 같은 것인진 알 수 없다. 너와 내가 비슷한지도 알 수 없다(「봄밤」). 그렇다면 시 쓰는 일에 몸이 더 중요할까, 마음이 더 중요할까. 둘 다 중요하다는 걸 시인은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동안은 한쪽에 쏠려 있었다. 어떨 땐 몸에 어떨 땐 마음에. 확실히 구분되는 게 아닌 건 알지만 자꾸 한군데로 쏠려 살았다(「쓰는 인간」). 그래서 이따금 그의 글은 삶의 슬롯에 꽂으며 눈물 없는 기념일을 보낼 수 있게 하는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하고(「눈물의 결혼식」), 또 가끔은 서로에게 쓰는 형식의 키티 일기장이 되어버릴 것 같다(13일 편지). 시인은 그렇게 늘, 흔들리는 편이다. 다만 그는 목표에 매달리거나 밤새 글을 쓴 게 아니라 단지 평온한 일상을 보낼 때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우리, 보통은 그런 식으로 삶을 흘려보내지 않나요? 늘 열심히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저 지내다보면 가끔 좋은 일도 일어나는 거겠죠. 저에게는 그 시절, 그 밍밍한 일상이 곧 행복이었던 것입니다.”(「행복, 촌스러운 말」) 그래서 그는 “내가 쓰는 글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하다 자신을 의심한다 변명이나 핑계 대신 신념을 키우고 싶다”고 말하며, “죽지 않고 하루 더 살아갈/구실”을 만드는 것이다(11일 시).
시인은 마음을 나무에 비유한 사진을 찍으며 생각한다. 나무들은, 그렇게 꼬이고 비틀릴 때까지 얼마나 많은 바람을 맞았을까. 폭설이 온다는 소식도 언어가 아닌 몸으로 먼저 느꼈을 것이다(「이상한 기후와 마음」).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말을 다루지 않으면 덧나는 사람들이므로(29일 편지), 시인은 봄의 끝에서 한 통의 메일을 쓴다. “그러니까 우리 살아 있는 한 열심히/쑥스러움도 낯가림도 잠시 잊고 소식 나눠요 (…)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동안 부지런히/빚어보고 그려봅시다”(28일 시).

기억은 반쯤 타다 남았어요
몇만의 밤과 낮을 넘어 사막과 바다를 횡단하는 버스
깜빡 졸던 내가 봄 노래의 가사를 잊을지도 모르지만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보면
검고 예쁜 그들이 올 거예요
종착지는 멀어요 아니, 가까워요. 실은 자신이 없지만
나는 불속에 손을 넣어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마음대로 줄 세워요
내가 일어난 시간과 눈 감을 시간을 섞는 동안
시간은 종점으로 흐르고

떠나간 봄 별자리가 되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줄래요?
_3월 31일 「마지막날의 시」 부분
저자

권민경

2011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시집『베개는얼마나많은꿈을견뎌냈나요』『꿈을꾸지않기로했고그렇게되었다』『온갖열망이온갖실수가』,청소년시집『고양이가사료를아드득까드득』,산문집『등고선없는지도를쥐고』『울고나서다시만나』등이있다.내일의한국작가상,고산문학대상신인상,김춘수시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오르락내리락하는건기온일까,기분일까,내인생일까7

3월1일시─긴그림자짧은빛11
3월2일에세이─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15
3월3일에세이─없는생일19
3월4일시─중독이벤트23
3월5일에세이─양서류개구리목27
3월6일에세이─눈물의결혼식33
3월7일에세이─봄폴더41
3월8일에세이─쉬는시간도때에따라45
3월9일시─월요일51
3월10일일기─이상한기후와마음55
3월11일시─날씨와육묘장59
3월12일에세이─손톱과오해,그리고색깔들63
3월13일편지─월간친구생활3월호69
3월14일일기─봄밤75
3월15일시─무리와생활79
3월16일단상─조와울의왈츠83
3월17일시─알레르기가하는일87
3월18일에세이─시든,꽃이든91
3월19일시─매실과나95
3월20일시─춘분의능력99
3월21일에세이─봄의노래103
3월22일단상─쓰는인간111
3월23일시─봄메아리와트로이메라이113
3월24일에세이─말이씨가된다117
3월25일시─해결불가능한봄123
3월26일에세이─행복,촌스러운말127
3월27일에세이─봄에친구랑영화〈친구〉를봤는데결국노루를본이야기133
3월28일시─봄의메일139
3월29일편지─3월의전당143
3월30일소설─왼손과오른손151
3월31일시─마지막날의시191

출판사 서평

ㆍ‘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6년에도계속됩니다.전국작은책방에서독자들과만나며,하루한편의글을읽고시를심어온시간이켜켜이쌓여‘시의적절’은어느덧세살을맞았습니다.2026년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보다탄탄한양장으로바뀌었습니다.시인들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무엇보다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올해시의적절의표지는화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매일같이뼈대를곧추세우고마음을쓰듯몸을쓰는화가인그의그림은아주솔직하고도담백한어떤일기처럼느껴집니다.매일을사뿐히걸어가는시의적절과결을같이한다고말할수있겠죠.화가노석미의그림은‘사귐’을자아냅니다.서로얼굴을익히고가까이지내는일.자연과사람을,사람과그림을,마침내글과그림을사귀게할그가열두달시의적절을장식합니다.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리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2026시의적절라인업]
1월한여진/2월김상혁/3월권민경/4월김언/5월남지은/6월홍지호
7월박상수/8월김보나/9월김이강/10월신용목/11월최지은/12월최현우

*사정상필자가바뀔수도있음을미리말씀드립니다.
*2026년시의적절의표지는글과그림을다루는작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