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김언의 4월 | 양장본 Hardcover)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김언의 4월 |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네번째 이야기!

시인 김언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4월의, 4월에 의한, 4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비는 언젠가 온다. 반드시 온다.
눈이 오듯이 비가 오고,
비가 오듯이 또 무언가의 죽음이 온다.
기다리는 것도 기다리지 않는 것도 아닌 비.
비가 온다. 때가 되면 온다.

2026년의 네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4월의 책은 1998년 『시와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김언의 네번째 산문집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이다. “말의 기획자이자 사유의 주재자”(조재룡)로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그가 시와 남은 말들, 산문과 노트 등으로 4월 한 달을 엮어냈다. 언젠가부터 3월과 5월 사이에 낀 4월. 봄이 봄 같지 않게 왔다가 봄 같지 않게 가버리는 것을 적이 아쉬워하면서도 도리없이 받아들인 지가 제법 되었다. 무겁게 말하자니 한없이 무거울 것 같아서, 가볍게 말하자니 또 가볍게 말해질 수 없는 것이라서, 많은 말을 품었다가도 도로 삼키는 달. 겨울과 여름이 예전보다 길어졌고 그사이에 끼어서 옹색해진 봄을 온전히 떠맡고 있는 4월은 이상하게 쾌청하지가 않다(작가의 말). “비가 왔다. 햇빛에 물이 넘치고 있다. 물빛에 얼굴이 넘치고 있다. 기쁨은 아니었다. 환희도 아니었다. 슬픔도 남의 표정 같았다. 절망은 이미 물러갔고 증오는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전쟁 이야기. 전쟁은 끝났다. 평화도 먼 나라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비가 왔다」) 그러므로 4월에는 평안한 밤을 보내길 바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인사말이지만 그보다 더 나은 말도 없으니, 역시나 평안을 바라는 인사. 밤사이 평안하기를.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번 너를 보낸다. 밤을 보내고 너를 보낸다. 완전히 보내고 나서야 평안해지겠지. 완전히 이별하고 나서야 평안해진다면, 그 순간은 내가 없어지는 순간 말고는 없겠지. 세상 모든 것과 이별하는 순간 말고는 없는 거겠지(「오늘 아침」).
4월 하면 같이 떠오르는 일들이 많다. 날짜만 떠올려도 고구마 줄기같이 따라올라오는 역사가 많다. 같이 떠오르는 것은 숱한 목숨이다. 아깝게 스러져간 타인의 목숨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래서, 실패를 뻔히 알면서도 타인의 상처를 껴안고자 하는 글쓰기가 달리 보인다. 도중에 실패하면서 남겨놓은 온갖 잔해물로서의 글쓰기가 너저분하기는커녕 경이로워 보인다. 너저분하더라도 이보다 귀하게 너저분한 것이 또 있을까 싶게 누군가의 문학이 있고 시가 있고 숭고한 도전이 있었다. 시인은 그 사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무거운 건 가볍게, 가벼운 건 무거운 듯이 들어야 해요」). 흘러갔거나 소실된 것처럼 보이는 밤의 장면은, 흘러가고 없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떠오른다. 무엇이 떠오르는가? 그것은 영영 잊힌 가운데 이미 와서 있다. 여기 있지 않으면 다른 어디에도 없을 것처럼 이미 와서 있다. 더듬듯이 말하고 잊힌 대로 계속 말하는 가운데 그것은 있다. 이미 여기 와서 있다. 충분히 있다. 충만하고 결핍된 것이 어울리지 않게 아주 멋지게 와서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거듭 내뱉는다. “그것을 말하라.”(4월 21일 노트)
저자

김언

1998년『시와사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숨쉬는무덤』『거인』『소설을쓰자』『모두가움직인다』『한문장』『너의알다가도모를마음』『백지에게』,산문집『누구나가슴에문장이있다』『오래된책읽기』『사유노트』,시론집『시는이별에대해서말하지않는다』,평론집『폭력과매력의글쓰기를넘어』등이있다.미당문학상,박인환문학상,김현문학패,대산문학상등을수상했다.서울예술대학교문예학부에서시창작수업을하고있다.

목차

작가의말─무거운건가볍게,가벼운건무거운듯이들어야해요7

4월1일노트─오늘아침17
4월2일시─비가왔다23
4월3일에세이─빨리드라이버27
4월4일에세이─성난얼굴인가?부끄러운얼굴로돌아보라35
4월5일에세이─잘보내줘야잘받을수있다49
4월6일시─멀어진사람55
4월7일에세이─문득그배우의이름이생각나지않을때59
4월8일에세이─당신이자기소개서를쓰기힘든이유65
4월9일시와남은말들─고향71
4월10일시─나는낯설것이다77
4월11일시─퇴근하는사람81
4월12일시와남은말들─오후8시경에비87
4월13일단상─증발97
4월14일단상─배경음악101
4월15일시─울음105
4월16일시배달─시109
4월17일시─슬픔을대신하는말115
4월18일한줄─여생119
4월19일단상─가장자유로운방식의울음121
4월20일단상─당신이하지못했던말127
4월21일노트─단어가말했다131
4월22일시와남은말들─동천143
4월23일시─실망153
4월24일에세이─캐치볼을하러갔다157
4월25일에세이─어느외로운외야수를생각해요163
4월26일노트─약속169
4월27일시와남은말들─하늘175
4월28일노트─딱한사람의길181
4월29일노트─마지막으로보기위해생각하는것들189
4월30일시─마지막사람197

출판사 서평

누군가는누군가를잠재적으로
영원히만날수없는상태로헤어진다.
햇빛에물이넘치고있다.
슬픔도남의표정같았다.

시인에게삶은붙잡는힘이고시는되놓는힘이다.되놓는힘은붙잡는힘에비례해서나온다.정확히반작용으로튀어오른다.시가도약하는지점도이와무관하지않은곳에서발생한다.그곳은무언가를붙잡았다가놓은흔적이다.오로지놓는힘으로붙잡은힘을말소시키면서재탄생하는공간.그곳이시의공간이다(「단어가말했다」).“아마도무한정들어갈수있는공간에/슬픔을대신하는말이들어갈수있다.”(17일시)시인은묻는다.새벽에는왜도시가공원처럼잠잠해지는가.공원보다오히려더조용해지는가.도시의탁한물길은눅눅한밤공기를따라흐르는방랑하는영혼을잔잔히위로한다.“그새벽의전혀다른도시를보여줄것.”거의다짐처럼들리는이목소리는두번째시집의어느귀퉁이에서튀어나온말이고새벽을걷다가문득건져올린말이다(22일시와남은말들).
그렇다면시간이라고별수가있겠는가.전진하는시간을전진하는것.순행하는시간을순행하는것.그것이구름이라면구름은장소이면서또한시간이다.앞으로만가는시간.도무지뒤를모르는시간.뒤를향하는것은기껏해야인간의기억이거나기록.역사이거나상상.역사가상상이라면현재는환상이다.매순간지나치는현재를환상이아니면붙잡아둘방도가없다.현재는달아나면서겨우환상이라는위안거리를남겨둔다(「하늘」).혹은비가오든오지않든시간만계속가고있는풍경을.끝에는뭐가기다리고있을까?고민할것도없이인간이면누구나봉착해야할시간이기다리고있다.아무것도소용이없도록무화시키는시간(12일시와남은말들).그시간선위에서시인은묻는다.가물가물하다못해사라진것과진배없는고향이,시간을거스르듯이온길을되밟아간다한들종착지로서남아있을수있을까?(9일시와남은말들)“때가되면오는비.그비를예상하려고갖은노력을다하는와중에도/비는온다.때가되면온다.영영아니올듯이시간이간다.”(「오후8시경에비」).

다울고나면울지않는사람만남는다.
여기가어디라는것도그때서야분명히안다.
달라진것은없다.책상앞에앉은사람은
책상앞에서골목으로사라진사람은
골목뒤에서대로변에나온사람은
대로변에서서그자리에있다.
잠깐잠이든것처럼멍하니있다.
달라진것은없다.

지나가는사람이서있다가지나갔다.
그를두고갔다.
_4월15일「울음」부분


ㆍ‘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6년에도계속됩니다.전국작은책방에서독자들과만나며,하루한편의글을읽고시를심어온시간이켜켜이쌓여‘시의적절’은어느덧세살을맞았습니다.2026년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보다탄탄한양장으로바뀌었습니다.시인들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무엇보다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올해시의적절의표지는화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매일같이뼈대를곧추세우고마음을쓰듯몸을쓰는화가인그의그림은아주솔직하고도담백한어떤일기처럼느껴집니다.매일을사뿐히걸어가는시의적절과결을같이한다고말할수있겠죠.화가노석미의그림은‘사귐’을자아냅니다.서로얼굴을익히고가까이지내는일.자연과사람을,사람과그림을,마침내글과그림을사귀게할그가열두달시의적절을장식합니다.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리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2026시의적절라인업]
1월한여진/2월김상혁/3월권민경/4월김언/5월남지은/6월홍지호
7월박상수/8월김보나/9월김이강/10월신용목/11월최지은/12월최현우

*사정상필자가바뀔수도있음을미리말씀드립니다.
*2026년시의적절의표지는글과그림을다루는작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