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남지은의 5월)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 (남지은의 5월)

$17.00
Description
2026년 난다의 시의적절,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남지은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5월의, 5월에 의한, 5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아무래도 나는 아이들을 닮고 싶다.
따라가고 싶다.
내가 돌본 것, 나를 돌본 것.
아이들이 허락해준 그 곁을
겸허하게 지키고 싶다.

2026년의 다섯번째 달, 난다 시의적절 시리즈 5월의 책은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남지은의 첫 산문집 『어린이의 곁이면 되었다』이다. “세심하고 강인한 시적 양육”(김지은)으로 시를 길러온 그가 시와 동시, 산문과 그림일기 등으로 5월 한 달을 엮어냈다. 한겨울에 태어난 시인은 5월생 친구들을 오래도록 부러워했다. 열두 달 중에 가장 환한 달. 꿈속을 걷는 듯한 달. 눈에 닿은 풍경이 뭉그러져 섞이는 5월에 태어난 아이들을. “5월에 태어났다면 나도 저애들처럼 웃고 떠들면서 함께 어울려 놀았을까. 붙임성 있게 누구에게든지 금방 말을 걸고 사귀었을까. 낯선 곳을 마구 뛰어다니며 땀을 흘렸을까. 쏟아지는 햇빛 아래 눈을 찡그리면서도 고무줄놀이를 했을까. 발을 걸어 넘으며 노래하고 이길 때까지 물러서지 않는 저애들 같았을까. 억지로 입은 밝은색 옷이 내 것 같지 않아서 숨어다니는 일만은 없었겠지.” 다만 시인은 5월이 거느린 작은 탄생과, 작은 죽음을 함께 감각한다.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 느낄 수 있다. 죽고 나서 또다른 몸으로 우리에게 오는 것들, 5월의 태어남과 5월의 껴안음을(작가의 말). “깊은 서랍에 잠들어 있던 편지를 꺼내 읽어내려갈 때/지난 우리가 지금 우리에게/들려주려 한 메시지를 찾아 읽을 때//생일이 든 겨울이 가고 기일이 든 봄이” 오는 것이다(24일 시).
작약 네 송이. 깨끗이 씻어둔 화병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는다. 꽃을 준비하는 건 아이들과의 시간을 준비하는 시인만의 작은 의식이다. 처음이 많은 아이들. 작은 우연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 오늘 너희에게 어떤 시와 이야기가 깃들까 궁금해하면서(「태어나서 처음」). 늦봄을 입은 아이들이 집으로 달려들어와 깨끗한 물을 꿀꺽꿀꺽 마실 때, 괜스레 심장이 간질거린다(「Dear young poet」). 시인은 아이들을 기다리며, 무슨 말이든 잘 들어주고 싶다고 되뇐다. 아이들의 말은 종종 느려지거나 멈춘다. 돌아가거나 엉킨다. 잘 들어준다는 건 아이들이 자기 말의 모양을 스스로 찾도록 기다려주는 일이다. 별뜻 없이 하는 말이라 해도 그 안에 든 작디작은 슬픔까지 알아주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시인은 글을 쓴다. 이맘때 지천으로 피는 꽃들을 핑계삼아 도망치고 싶을 때, 책상 한편을 지키는 꽃을 보면서. 절화가 다 시들기 전에 이 글을 완성하자고 마음먹는다. 말의 겉이 아니라 그 안쪽에 머무는 마음까지 살피면서(1일 에세이).
저자

남지은

2012년문학동네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그림없는그림책』이있다.

목차

작가의말─있는힘껏7

5월1일에세이─풀냄새가끼친다15
5월2일에세이─태어나서처음21
5월3일시─이야기윈도25
5월4일에세이─언강아래로흐르는물29
5월5일에세이─생각하면좋은것39
5월6일에세이─훔칠수없는45
5월7일그림일기─여전히높이빛나는꼬리55
5월8일에세이─이거먹고마저물어61
5월9일에세이─흐드러진장미앞에서71
5월10일그림일기─그다음강아지가할일은85
5월11일에세이─어느날슬픔이알려주는것은91
5월12일시─우리가마음을말할때99
5월13일동시─꽉쥔주먹안에는103
5월14일그림일기─일희일비107
5월15일시─재봉113
5월16일그림일기─오늘작업대는짱이의것117
5월17일시─꿈의구역질125
5월18일에세이─아이와어른울보들에게129
5월19일그림일기─저녁기도133
5월20일시─초점연습145
5월21일에세이─오늘당신의마음날씨는151
5월22일시─난센스157
5월23일에세이─놓치면안되는이야기161
5월24일시─곧거울이깨질시간167
5월25일에세이─같은자리171
5월26일시─곧거울이깨질시간179
5월27일그림일기─꿈과그리움183
5월28일에세이─오늘의영광189
5월29일에세이─여름구름푸름197
5월30일그림일기─슬픔아닌사랑으로201
5월31일에세이─Dearyoungpoet207

출판사 서평

삶과죽음은손을맞잡은사이
우리는서로를힘껏놓아준다
목이잠겨서말소리가작아지는밤
내가쓰는문장은나와헤어진다

아이로,어른으로,자식으로,부모로,이모로,제자로,선생으로,노동자로,유권자로,중생으로,세계인으로……시인에겐많은나로사느라멀미가이는5월이다.그럴때면내가누구인지잠시헷갈리기도한다.불리는이름도해야하는일도많아진다.이런저런역할사이를오가다보면정작마음이어디에있는지놓치게된다.그럴수록자주잠에빠진다.글이막히면어김없이그렇다(「놓치면안되는이야기」).마음에가까운말을찾는일은더디고어렵다.한번쓴문장을지우고,고쳐쓰고,또지우기를반복하고나서야가까스로마음에닿을수있다.시인에게쓰기는모호하게알던것,희미하게느끼고있던것,끝까지감추고있던것이형체를얻는일이다.쓰고나면쓰기전과는조금다른사람이되어있는느낌을받을때도있다.그래서쓰는손이아름다워보이는지도모른다.지우고또지우면서도어떻게든말을찾으려는손.어렵고힘들어도한줄더써보려는손.그런손은이미포기하지않겠다고말하고있다(「훔칠수없는」).그안에는무언가를말하거나쓸때겪게되는언어의미끄러짐,무수히벌어지는작은시도와실패,그럼에도불구하고다시그자리를마주하는용기가있다(31일에세이).
누군가의목소리가시간을건너도착하듯이글도그렇게남을수있을까.사라진것을되돌려놓지는못하지만다른시간을사는사람을같은자리에잠시불러모을수있다는점에서예술은,문학은부재를넘어함께있을수있는아름다운방식같다(25일에세이).그러니시인은,쓰기시작하면누구든더강해진다는걸안다.종이위에남겨둔말이언젠가우리를다시일으켜세우기에.쓰면서우리는더많은것을사랑할수있기에(6일에세이).

웃게돼
강아지들은왜햇볕을좋아할까?
저기서봐네가얼마나작은지
작아서얼마나위태롭고생생한지

오늘작업대는짱이의것.새로산그림책과노트,교정지더미사이에개가눕는다.시인의시쓰기는일상으로부터방해받고간섭받고뒤섞인다.그런점이전과는다르게좋다고느낀다(16일그림일기).시인이이름을부르면개가돌아본다.짱이가시인쪽으로걸어온다.개발바닥에붙은나뭇잎을떼주며그는봄을알게된다.함께하는이순간이닳는게아깝다.짱이그림을낙서하듯남겨본다.사진에는담기지않는우리개의사랑스러움을,글에는담기힘든복잡한마음을그림에옮겨본다(「여전히높이빛나는꼬리」).짱이가하루를잘보내면시인도좋다.잘먹고잘놀고잘자기.그걸로강아지는할일을다한것이다.바쁜일을미뤄두고짱이와동네를휘휘돈다.짱이가평평한얼굴을땅에대고큼큼댄다.들어올린꼬리가나풀거린다.등허리가성성하다.다리에힘이빠지는지이따금주저앉는다.걸음속도가매우느려서개와사람이한자리에오래서있을뿐인지루한풍경이겠다(「그다음강아지가할일은」).시인은고민에잠긴다.쇠약해지지않고함께건강하려면무엇이필요할까.원고가되질않아가시를세우고있지만소용없음.한줄쓰고사과먹고,한줄쓰고물마시고,한줄쓰고개옆에눕고,그러다봄이끝날테지(「오늘작업대는짱이의것」).잠들기전에짱이재채기소리를들었다.우리는언제고작별하는사이.높이떠있는별의시점에서세상을내려다본다면어떨까.울고있는사람들이점점이보인다.고독속에서,그러나같은둥근별위에서.우리는서로의눈에보이지않는거리에놓여있을뿐이다(「같은자리」).어떤날은함께이던기억으로웃고어떤날은텅빈배를감싼채울고,(27일그림일기)그러면서살아가겠지.장미가흐드러진오월,시인과짱이는걷고또걸었다.

어디에있었어

쫑긋내민입술을제자리로가져가면서
두글자를발음할때

그러니까,우리가우리를우리라고부를때말이야

얇은입술을떨어뜨리면서
아주살짝낮아진온도를느껴할때

유난히해가늦게뜬아침

지나가는길이었어
너를보러일부러여기까지온건아니야

묻기도전에답하는작은신을바라보면서
이내꼭안아주면서

기뻐할때,우리가우리를비로소마음에들어할때

어디있다이제왔어
_5월24일「곧거울이깨질시간」부분


ㆍ‘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6년에도계속됩니다.전국작은책방에서독자들과만나며,하루한편의글을읽고시를심어온시간이켜켜이쌓여‘시의적절’은어느덧세살을맞았습니다.2026년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보다탄탄한양장으로바뀌었습니다.시인들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무엇보다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올해시의적절의표지는화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매일같이뼈대를곧추세우고마음을쓰듯몸을쓰는화가인그의그림은아주솔직하고도담백한어떤일기처럼느껴집니다.매일을사뿐히걸어가는시의적절과결을같이한다고말할수있겠죠.화가노석미의그림은‘사귐’을자아냅니다.서로얼굴을익히고가까이지내는일.자연과사람을,사람과그림을,마침내글과그림을사귀게할그가열두달시의적절을장식합니다.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리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2026시의적절라인업]
1월한여진/2월김상혁/3월권민경/4월김언/5월남지은/6월홍지호
7월박상수/8월김보나/9월김이강/10월신용목/11월최지은/12월최현우

*사정상필자가바뀔수도있음을미리말씀드립니다.
*2026년시의적절의표지는글과그림을다루는작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