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시간들의‘벌거벗음’을마주하는
‘삶-비밀’에대한글쓰기
기억에서잊혀진세계가다시떠오르는것은각별한몸의감각에의해서이며,글쓰기는그러한감각을통해다른시간으로전환되는사건이다(39쪽).나의바깥으로나아감으로써‘다른나’로돌아오는역설적움직임.피부에스며들어있는,‘그때그곳’에내신체가있었다는기억의감각(176쪽).따라서저자에게삶의근본적인문제중하나는‘나’의냄새를견딜수있는가,혹은‘너’의냄새를환대할수있는가,하는것이된다.‘언어화되기이전의세계’인냄새에대해쓴다는것은에세이의불가능에접근하는작업이다(188쪽).이를테면대만타이페이의야시장에서의부패한듯한음식의냄새,캄보디아시엠립의시장에서맡았던흙과천과향신료가뒤섞인냄새,홍콩의뒷골목에서나는도교사원의향냄새와음식냄새의조합같은것.낯설고기묘하고매혹적인타자성의냄새들(192쪽).장소에속해있다는감각은그장소의냄새에의해촉발되고유지된다.냄새는침묵으로다가오지만,냄새의기억은가끔유령처럼나타나시간을역행한다.가령,사랑이있었다는것은,그냄새에반응했던어떤몸의시간이있었다는것을의미한다(189쪽).음식의감각도그사랑의잔존을호출한다.같은맛을음미하던미각적기억이오롯이살아나는순간이있다.그때그각별한감각의복원은사랑이실재했음을우연히드러낸다.글쓰기가되살리는것도그감각이재구성되는불시의순간이다(39~40쪽).그러므로저자는,영화와에세이와같은예술에서우리를찌르는것은줄거리가아니라,예기치않게나타난세부,그세부들이만드는‘질감’이라고말한다(48쪽).
그런의미에서,저자는에세이스트를수집가에비유하기도한다.수집가로서의에세이스트는사물을기능적인용도에서해방시키고,창의적인병치를통해또다른소우주를만드는자이다.사물에대한쓰기과정에서‘나’는사물에의해재구성되고,사물을통해세계를새롭게인식한다(201쪽).저자는책장두칸에여행지에서모은잡동사니들과다른사람들이사다준작은물건들을모은다.간혹어떤물건들은어디서왔는지알지못한다(204쪽).그가스스로‘나’의시간과공간과육체를다파악하고기억하지못한다고말하는것처럼.우리가‘나’라고믿는것은정리할수없는관계들이뒤엉킨가상의한장소이다(103쪽).기억들을교차시키고뒤섞고응축시키는,오밀조밀빼곡하게모여있는물건들이놓인소박한분더카머를닮은곳.
‘쓰는자’는‘속한자’가아니라
그‘분리’를경험한자이다
상실된타자를자기안에내면화하는작업은완성될수없고실패할수밖에없다.저자는고양이‘보리’를떠나보내고애도하는과정을겪으며‘완결을거부하는형식’인에세이로향한다.애도의에세이는애도를지속하기위한공간,죽은자와남아있는자가‘계속해서’만날수있는다른장소를만든다.그럼으로써발생하는슬픔과통증의리듬.리듬은완결되지않고반복되면서미지의파동을일으킨다.이를테면,다른어떤고양이를환대한다고해도,‘그하나의고양이’에대한애도는완결되지않는다.무력한기억력이살아있는한,완성될수없는애도,그리고‘너’의목소리가들리는글쓰기일뿐이다(150~152쪽).
또한에세이는부칠수없는편지를대신하는글쓰기이다.글쓰기는언어가투명할수없다는좌절감혹은그불가능성에서시작되므로.부재하는사람을향한편지쓰기는저자에게,전달의불가능함을무릅쓰는일이다.거울을통해‘울고있는나’를본다는것은시각적‘접촉’이지만,동시에거리두기인것처럼.슬픔에몸부림치는자신을대면하며슬픔의존재로서의‘나’의경계를가늠해보는것처럼.어떤글쓰기는,개인의내밀한시간이지배적인이념과‘사회세계의칸막이’에의해규정되고있음을드러낸다(99~100쪽).다만편지가끝내부쳐지지못하거나어긋나게되었을때,편지의현실적기능은상실되지만,오히려문학적인것이시작되기도한다(129~130쪽).일기또한마찬가지다.내면은이미만들어져있는것이아니라,외부와의접촉과반응을통해형성되는의식의문제이기에(113쪽).그런의미에서모든전율적인픽션에는에세이적인것이있고,자신을둘러싼것들에대한모든에세이는이미허구적이다.갈망하면서단념하고,끊어지면서다시어긋나고,문득투명해지는글쓰기의예기치않은리듬은문장위의‘나’를‘당신’과우연히연결시킨다(9쪽).
에세이스트는결론을아는자가아니라,쓰면서문득다음문장을발견하는자이다.글이어디로향하는지알지모르면서글쓰기가시작되었다면,그리고계속해서결론에도달할수없다면,삶의편린들과잔해속에서쓰고있다면,‘그’가머물던공간과‘내’가떠나온시간사이의몽타주를그리고있다면,당신은이미에세이를쓰고있다._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