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이제록페스티벌에와서방방뛰어다닌다
내가밟은그림자가누구의것인지모르겠다
기억에남는건노래뿐이야
너랑노래부르는순간은다좋았어
시인의여름은,또다른세계를여는계절이다.그의8월은무엇보다도,록페스티벌의시간.땡볕을견디며,잠시부는바람에의지해무대를기다리다가쿵!하는드럼소리에벌떡일어나는시간.누군가불어보낸반짝이는비눗방울에홀려,쿵쿵대는음악에자기자신을내던지는기분(작가의말).돗자리와의자가있어도우린아마쭉서있을거야.무대의시작부터,무대가끝날때까지.내가사랑하는밴드가펜타포트헤드라이너로선다는소문이있다.엄청일찍가야무대앞을차지할수있다.가장가까이에서당신들을보고듣기위하여.한모금혀에닿기만해도머리가쪼개질것같은얼음물여러병,넥쿨러……뭔가사고,넣고,빼는사이록페스티벌이다가온다(1일산문).가슴을뛰게하는사람들.심장이빠르게뛰면좋은가?달릴때도그렇지않나?그럼록은건강에좋은것.기타와드럼이심장을주물렀다.하루종일서있던사람들이랑같이뛰었다.눈물이날것같았다.그는쏟아지는빛과음악을받으며생각했다.한밴드를오래좋아할수있어서다행이다.어떤노래는십대에들었고어떤노래는이십대에들었다.한곡한곡들을때마다머릿속에장면들이스쳐지났다.시인은땀범벅이된채생각했다.이밴드가너무좋다고,앞으로도평생을맡기고싶다고(「나의영원한헤드라이너」).
이상했다.더운여름,오래된선풍기하나뿐인방에서기타를연주하면서도집에가고싶다는생각이들진않았다.다섯번중에한번쯤,어려운F코드를정확하게칠때나“너열심히하더라”같은말을들을때면가슴이부풀었다.아린손목을주무르며생각했다.‘이여름이지나면나는조금달라져있을것같아.잘은모르지만아마근사한쪽일것같아.’시인은때로권태롭고일에대충임하고싶어지면,기타를연주하는척자세를잡는다.그렇게상상속에서연주할때면,맹렬하게우는매미소리에섞인기타선율이,뒤뜰의녹음아래모인학생과선생님이따라부르던노래가한줄기바람에실려들려오는것같다.그해여름이지나고서알았다.힘써노력하는아픔과기쁨은내삶의음표가되어,어른이되어도흔들리는나를지탱해준다는걸(「삶의음표」).“심장에선‘파’음이난다.누군가당신심장을두드리면심장이파파파운다.누군가당신심장에들어오면심장이파파파노래한다.”(17일산문)
엄마가찍어준사진속에나는있다
사랑하는사람들의얼굴을볼때
나는다시몸에있다
“그때의내눈은무딘거울이되어주변을무감하게비추고있다.멍하게있다가간호사와보호자에게아픔을설명할때만나는잠시있다.마약성진통제에거부반응을일으켜오한과구토감이솟구칠때나는몸에있다.진통제가캐시미어처럼부드럽게찾아들때나는없다.메시지에답하려어렵게문장을쓸때,염려하는사람의마음에응하려할때나는있다.삶이내게서자꾸무엇인가를앗아간다.장장다섯시간의수술과마취로부터의깨어남속에나는있다.기억은없다.그럼나는정말있던걸까?……삶을포기해선안돼.시를포기하면안돼.사랑하는사람들의얼굴을볼때나는다시몸에있다.”(28일산문)모르는새몸에세든것들을견디며‘있다’는감각을통과한시인은제몸이공간이라면,상상한다.내몸이신전이라면사람들이바친기도와주문과눈물이매일조용히쌓이는곳.어머니는초를밝히고혹은출퇴근을하면서시인을위해기도한다고했다.기도가필요한사람이고싶지않았던것같다.하지만무릎이꺾이는순간이면그말이떠올랐다.절망과분노와슬픔을느낄때그의몸은얼음호수가된다.이따금흐르는강이되기도한다.사람들이가끔울고간다.떨구어진눈물은안개가되어시야가뿌예진다(「식은몸들이환하게불피울때」).그럴때내가한것은고작마루에서몇발자국떼어싱크대앞에선엄마에게다가간것.시인은양손을뻗었다.울음으로흔들리는몸을안았다.어쩌면우리가서로의얼굴을마주보는때는꼭두번일지도모르겠다.다툴때그리고사랑할때(26일산문).
시인의고등학교국어선생님은오토바이사고로생긴흉터를‘하느님의입맞춤’이라고말해주었다.선생님의말대로,‘흉터’라는이름을다르게부르기시작하자많은것이바뀌기시작했다.상처입은사람에서사랑받는사람,불행을겪은사람에서선택받은사람이되는것.단어를바꾸는것만으로순식간에기적이찾아들었다.“보나군.글쓰기를좋아하니?저번에쓴독후감이재밌어서,선생님도그책을찾아읽었단다.”시인은그렇게본격적으로글을써야할이유를찾게되었다.그의글을인상깊게읽은독자를만났기때문이다.글을잘쓴다는것은백일장에서입상하기위해서가아니라는사실을깨달았다.자기를위로하기위해서만도아니다.자신과비슷한글을기다리고있는어떤사람을만나기위해어떤글은쓰여진다는것을그때알았다(「하느님의입맞춤」).그간심해에가라앉게둔기억들이숨을쉬려고자꾸수면밖으로나와뻐끔댔다.시인은그이야기들이깊은바다에서고래처럼솟구치길바랐다.번뜩이는어두운생물들을보며‘아팠겠구나’대신‘이사람도그랬구나’라고생각할사람들을상상했다.어떤노래가들리든낯선사람들과함께뛰고싶었다.록페스티벌에서만가능한마법처럼.왜시작했는지도어떻게끝내야할지도모르지만,그는여전히글을쓴다.삶이그렇듯글쓰기역시그주인이예상하지못하는방식으로끝날때가많다는것을믿으면서(「보나에게」).
그때너한테인사하길잘했어
나는너를만나서나의손이
사람을만나면인사하는손이란걸알았어
어린고양이의털을어루만지는손이고
뜨거운눈물을훔치는손이야
차가워진눈물을닦아주고싶은손이야
나는알아
내게서여름을지우면
발뻗고잠들해변조차사라진다는거
이제그때조금남았던부서진영혼을놓아줄래
꼭쥐었던주먹을펴면
복숭아한알
살갗이다익을만큼달콤한여름
_8월10일「준June」부분
·‘시의적절’시리즈를소개합니다.
시詩의적절함으로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음식대신제철책한권
열두명의시인이릴레이로써나가는열두권의책.매일한편,매달한권,1년365가지의이야기.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2026년에도계속됩니다.전국작은책방에서독자들과만나며,하루한편의글을읽고시를심어온시간이켜켜이쌓여‘시의적절’은어느덧세살을맞았습니다.2026년난다의‘시의적절’시리즈는보다탄탄한양장으로바뀌었습니다.시인들에게여름은어떤뜨거움이고겨울은어떤기꺼움일까요.시인은1월1일을어찌다루고시의12월31일은어떻게다를까요.하루도빠짐없이,맞춤하여틀림없이,매일매일을시로써가는시인들의일상을엿봅니다.
시인들에게저마다꼭이고딱인‘달’을하나씩맡아자유로이시안팎을놀아달라부탁했습니다.하루에한편의글,그러해서달마다서른편이거나서른한편의글이쓰였습니다.무엇보다새로쓴시를책의기둥삼았습니다.더불어시가된생각,시로만난하루,시를향한연서와시와의악전고투로곁을둘렀습니다.요컨대시집이면서산문집이기도합니다.아무려나분명한것하나,시인에게시없는하루는없더라는거지요.
올해시의적절의표지는화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매일같이뼈대를곧추세우고마음을쓰듯몸을쓰는화가인그의그림은아주솔직하고도담백한어떤일기처럼느껴집니다.매일을사뿐히걸어가는시의적절과결을같이한다고말할수있겠죠.화가노석미의그림은‘사귐’을자아냅니다.서로얼굴을익히고가까이지내는일.자연과사람을,사람과그림을,마침내글과그림을사귀게할그가열두달시의적절을장식합니다.
한편한편당연길지않은분량이니1일부터31일까지,하루에한편씩가벼이읽으면딱이겠다합니다.열두달따라읽으면매일의시가책장가득하겠습니다.한해가시로빼곡하겠습니다.일력을뜯듯다이어리를넘기듯하루씩읽어흐르다보면우리의시계가우리의사계(四季)가되어있을테지요.그러니언제읽어도좋은책,따라읽으면더좋을책!
제철음식만있나,제철책도있지,그런마음으로시작한기획입니다.그이름들보노라면달과시인의궁합참으로적절하다,때(時)와시(詩)의만남참말로적절하다,고개끄덕이시리라믿습니다.1월1일의일기가,5월5일의시가,12월25일의메모가아침이면문두드리고밤이면머리맡지킬예정입니다.그리보면이글들다한통의편지아니려나합니다.매일매일시가보낸편지한통,내용은분명사랑일테지요.
[2026시의적절라인업]
1월한여진/2월김상혁/3월권민경/4월김언/5월남지은/6월홍지호
7월박상수/8월김보나/9월김이강/10월신용목/11월최지은/12월최현우
*사정상필자가바뀔수도있음을미리말씀드립니다.
*2026년시의적절의표지는글과그림을다루는작가노석미와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