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먼저 오는 계절 (박영재 수필집)

몸에 먼저 오는 계절 (박영재 수필집)

$16.05
Description
삶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 자리에서 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한때는 스쳐 지나가던 풍경이 어느 날 문득 마음을 붙잡고, 오래 묵혀 두었던 기억들이 계절의 냄새를 타고 되살아난다. 이 책은 그런 순간들을 붙잡아 이야기로 엮었다. 칠순을 앞둔 작가가, 지나온 세월을 조용히 되짚으며 건져 올린 생의 조각들이다. 화려한 문장은 없어도 진솔하고 과장하지 않은 멋이 들어 있다. 그래서 솔직하고 담백하다.
몸이 먼저 계절을 알아차리는 나이가 되자, 작가는 비로소 자신과 타인을 깊이 이해하기 시작한다. 잦아진 실수 속에서 어르신들의 하소연이 새삼 가슴에 와닿고, 함께 늙어 온 차 한 대에서도 관계의 온기를 발견한다. 사라진 새참을 떠올리며 노동의 품위를 생각하고, 요양보호사로 다시 시작한 작은 일터에서는 두 어머니의 손을 떠올리며 누군가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쥔다. 이런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이 글 속에서 빛을 얻는다.
또한 오래전 풍경들을 되살려낸다. 봄 들녘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캐던 고들빼기, 머리에 이고 병원까지 걸어오던 어머니의 떡 보따리, 치매로 스러져 가던 어머니 곁을 묵묵히 지키던 아버지의 굽은 어깨.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랑의 방식들이, 이제야 비로소 마음에 와닿는다. 보이지 않아 몰랐던 사랑, 표현되지 않아 오해했던 마음들이 글 속에서 조용히 제자리를 찾는다.
세월은 사람을 늙게 하지만, 사랑을 늙게 하지는 못한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은 돌봄이 아니라 동행임을 깨닫고, 제사상 위에 치킨과 믹스커피를 올리며 전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배운다. 노인대학에서 만난 아버지들은 각자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며, 작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 떠나간 자신의 아버지를 다시 이해하게 된다. 사람은 결국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일러준다.
이 책은 누구나 겪는 상실과 미안함, 오래 묵힌 그리움, 끝내 배반하지 않는 마음, 그것들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온도로 꺼내어 놓았다. 이 시대의 동행을 주제로 한 책이다.
저자

박영재

등단
2014년 『문학세계』 수필 등단
2015년 『국보문학』 시 등단

활동
한국수필가협회, 중랑문인협회, 참좋은문학회. 선수필작가회, 다산작가회 회원
『다시, 길을 걷다』, 『참 좋은 음식 3호점』, 『빛과 바람의 통로가 되어』,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하늘에 돛 올릴 때』 등 공저
『백세시대신문』 기자

수상
중랑문학상 우수상(2024)
천주교의정부교구 <삶의 향기> 공모전 입상(2021)
방송대문학상 입상(2017)

목차

1장 곁에 남는 생명
몸에 먼저 오는 계절
함께 달려온 시간
배반하지 않는 마음
사랑은 아프다
미안함이 사랑이 될 때
술 앞에서 헛도는 마음
몸은 기억한다
잡초 아닌 잡초

2장 마주치는 하루
이런 묘미
동대문에서 만난 작은 행복
맛보다 오래 남는 것
소리함 앞에서
우린 특별한 이웃
봄 소풍
편지가 머무는 자리
밥에서 해방된 날 ― 2박 3일의 기록

3장 일하고, 말하며, 버티는 사람들
새참이 사라진 자리
늦은 출근
커피와 치킨을 놓고
봄이 오고 있다
마주 앉은 자리
안전지대는 없다
그 밤, 계엄령
침묵으로 남은 함성

4장 기억이 돌아오는 곳
고들빼기 한 접시
머리에 이고 온 떡
아버지의 뒷모습
운동장에 남은 시간
예순, 나는 다시 꿈을 적었다
두 번째 꿈 터, 종로5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좋은 시작 ― 우쿨렐레 1
다시 초급반에 앉다 ― 우쿨렐레 2

5장 다시 걷는 계절
모신다는 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끊을 수 없는 것
아버지들이 앉아 있던 자리
노인네 제일로 귀한 선물
허공에 적는 글
한날한시에
차례상 뒤편의 시간
어머니가 남기고 간 씨앗
나는 예순아홉의 엄마를 몰랐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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