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자본주의 (기업의 도덕성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저해하는가)

깨어있는 자본주의 (기업의 도덕성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저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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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깨어있는 자본주의’, 무엇이 문제인가?

‘깨어있는woke’이라는 말은 본래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사회적·정치적으로 의식이 있는 상태”, “인종적·사회적 차별과 불의에 경각심을 가진” 상태를 가리키는 ‘woke’라는 단어는 미국 흑인들이 쓰기 시작해서 2017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될 만큼 주류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후 이 단어에 정반대의 의미가 덧씌워져 “사회적 불의를 의식하고 경계한다”라는 뜻보다는 “거짓되고 피상적이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도덕성을 가진 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저자 칼 로즈 교수는 ‘woke’라는 단어가 어떻게 해서 이런 의미 변화를 겪게 되었는지 자유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고찰하면서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당신은 ‘깨인 사람’인가? ‘깨어있음’을 멋있다고 여기는가,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깨어있는’이라는 단어의 뜻이 완전히 도치되어 어느 의미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왜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일까?
로즈 교수는 현시대를 “실로 부자들의 세상”이라고 개탄한다. 그는 세계대전 후 극단적인 탐욕과 무절제, 산업 자본주의가 불러온 부의 불평등이 과도해지자 진보적인 사회 개혁으로 일부 완화되었지만, 신자유주의로 축약되는 기업 자본주의의 득세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이전보다 훨씬 심해졌으며, 그만큼 금권정치의 위험성이 날로 더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오늘날 미국에서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세 명이 미국의 하위 절반과 맞먹는 개인적 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불평등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최고 부자들의 자산가치는 1980년대 초보다 20배 이상 높다. 불평등의 확대는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 인구 중 상위 1퍼센트 부자들이 전 세계 부의 거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특히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전후 시기를 특징지었던 공동 번영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의 약속은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세계적으로 하위 절반이 전 세계 부의 1퍼센트 미만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략) 실로 부자들의 세상이다. 유엔 보고서가 평가하듯이, 이 부당한 상황은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모욕이다.”(287쪽)

저자

칼로즈

저자:칼로즈CarlRhodes
시드니공과대학교조직학연구교수다.그의주요관심사는기업이한행동에대해시민과시민사회가어떻게기업에책임을물을수있고또그렇게해야하는지에관한것이다.이책은모두가번영을함께누릴수있도록사회에서기업의역할을비판적으로질문하고재구성하려는시도다.칼은윤리와정치,경제에관해주류언론과독립언론에정기적으로글을쓴다.그의글은『패스트컴퍼니FastCompany』,『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Insider』,『가디언TheGuardian』,『커먼드림스CommonDreams』,『컨버세이션TheConversation』같은간행물에서볼수있다.
최근저서로는『CEO사회:기업의일상장악CEOSociety:TheCorporateTakeoverofEverydayLife』(ZedBooks,2018,피터블룸PeterBloom공저),『충격적인기업윤리DisturbingBusinessEthics』(Routledge,2019)가있다.그의저서는한국어,중국어,네덜란드어,헝가리어,이탈리아어,폴란드어,스페인어,튀르크어등국제적으로번역되고있으며,이책은2022년조지R.테리도서상과비즈니스도서상최종후보에올랐다.

역자:오숙은
한국브리태니커회사에서일한뒤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옮긴책으로『친절한불안상담소』(조슈아플래처·딘스탓),『식물의힘』(스티븐리츠),『정치철학』(스티븐스미스),『세상과나사이』(타네하시코츠),『공감연습』,『리커버링』(이상레슬리제이미슨),『등대지기들』(에마스토넥스),『거기눈을심어라』(M.리오나고댕),『숄』(신시아오직),『자유』(레아이피),『문명과전쟁』(아자가트,공역),『유럽문화사1~5』(도널드서순,공역)등이있다.

목차


1장깨어있는자본주의의문제
2장기업포퓰리스트
3장깨어있음의반전
4장자본주의가깨어나다
5장주주우선주의
6장깨어있는탈을쓴늑대
7장반짝인다고전부녹색은아니다
8장CEO행동가
9장깨어있음을향한경주
10장인종자본주의와깨어있는자본주의
11장깨어있는기업의최선
12장오른손이줄때
13장깨어있는자본주의에대해각성하기

감사의말
미주와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깨어있는자본주의’는민주주의에대한모욕이자위협이다!

이책은“평등과정의를말하는기업을과연신뢰할수있을까?”라는질문을던진다.답은‘신뢰할수없다’이며,진정한변화는기업이아니라시장밖깨어있는시민들의사회적연대와민주적행동에서시작된다.이책은‘깨어있는자본주의’가아니라‘깨어있는시민’이중요하다는것을설득력있게묘파한다.12·3내란이후깨어있는시민의역할과각성이어느때보다필요한요즘,이책은대한민국국민의필독서목록에서최고위치에배치돼야한다.
─전강수(대구가톨릭대학교경제금융부동산학과명예교수)

칼로즈는기업세계가사회정의를계산적으로수용하는추세가어떻게해서심각한사회적위협이되는지탐구한다.이책은‘깨어있는자본주의’의위선과이기적본성을폭로할뿐아니라,그것이민주주의에미치는치명적인효과까지보여준다.─LSE북리뷰

업무현장은그어느때보다정치화되었고기업들은젊은소비자와직원들의요구에적응하느라분투하고있다.『깨어있는자본주의』는이현상의역사(기업의사회적책임부터신자유주의와그주제에관한논쟁)를검토하는한편,깨어있는자본주의가채택한정치적명분,그리고그것이우리모두에게갖는함의를고찰한다.─『파이낸셜타임스』

코로나19가삶에미친영향으로전세계가휘청거리는가운데,우리의민주적절차에서기업은어떤역할을하고있을까?‘깨어있다’는개념은기업의이익을확장하고현재의불평등수준을심화하는데이용되고있지는않을까?읽기쉽고설득력있는이책은이런질문에답하면서새로운통찰을제시한다.─케이트케니KateKenny,골웨이대학교

기업들이가치,목적,책임을언급하는일이점점잦아지고있다.칼로즈는근사한이책에서우리공동의미래를이런기업들에맡길수있는지생각해보라고촉구한다.평등과정의를말하는기업을과연신뢰할수있을까?─마틴파커MartinParker,브리스틀대학교

이훌륭한책은이른바‘진보적’기업이인류와민주주의,환경에가하는위협을폭로한다.이책은우리에게너무늦기전에‘깨어있는자본주의’에대해각성하라며강하고다급하게요구한다!─피터블룸PeterBloom,에식스대학교

『깨어있는자본주의』는경영과조직을연구하는학자들이사회의중요한변화에정통하며,아니어쩌면그보다앞서고있으며,그들의지식을관심있는대중과공유할준비가되어있음을증언한다.─바버라차냐우스카BarbaraCzarniawska,예테보리대학교

민주주의를탈취하기위한기업들의속임수

전세계적으로민주주의에대한위협이현실로나타나고있다.그만큼세계정치질서도매우혼란스러운상황이다.미국만해도어마어마한부를무기로억만장자들이현실정치에노골적으로개입하면서깊은우려를자아내고있다.이런상황에서로즈교수는스스로‘깨어있는자본주의에대한경고등’의역할을자처하며이문제의본질부터대응방안까지다양한실제사례들을중심으로설득력있게설명한다.
로즈교수가이책에서말하는깨어있는자본주의는주로기업권력에관한것이다(기업의행동자체를비난하려는의도는전혀없다).그가보기에깨어있는자본주의의본질은자유민주주의와자본주의를오랫동안연결하던사슬을깨부숨으로써기업이경제영역에서는물론정치영역에서도세계지배의길을계속나아갈수있도록해주는것이기에아주위험하다.게다가“깨어있는자본주의는비록진보적인양의탈을쓰고있지만,근본적으로그리고우선적으로는장기적인기업이익과결합되어있다.더욱이얼핏기업의관대함을보여주는듯한매우타인중심적인프로그램같은것도좀더자세히따져보면사회의모든구성원과기관을자기이익의그물망에끌어들이려는기업의시도임이드러난다.”(129~130쪽)한마디로깨어있는자본주의를피상적으로가볍게여겼다가는민주주의의토대자체가허물어질수도있다는것이다.

깨어있는자본주의는기업이좌파와내통한것인가,기업들이훨씬더힘세고영향력있는기업자본주의체제를구축할목적으로진보의대의를전유한것인가?

위의문장은보수비평가들이흔히제기하는질문이다.그답이무엇이든오래전부터사람들에게깨어있으라고고취했던진보적인해방정치는정의와평등에토대를둔정치적신념보다경제적이익을더우선시하는세계에서본말이뒤집힌채위협받고있으며,사회운동가들의민주적활동마저부지불식간에깨어있는자본주의에포섭되고있다는것이냉혹한현실이다.부에대한개인의욕망과집착을부추기고,정치영역과경제영역의구분을모호하게만들며,진보정치적대의에피로감과위선이라는프레임을씌우거나그가치를편취함으로써시민들의판단을흐리게해서결국정치권력까지손아귀에넣으려는거대기업(또는자본가)들의책략이바로깨어있는자본주의라는저자의경고는충격적이다못해섬찟하기까지하다.

저자가이책에서예로든질레트와나이키광고의문제만살펴봐도이문제가얼마나심각하고어려운지금방깨달을수있다.미국소비자들만의문제가아니기때문이다.
1980년대이후30여년동안“남자가얻을수있는최고의것”이라는슬로건을유지하던질레트는2019년을기점으로“남자로서얻을수있는최고의것”으로광고문구를바꾸었다.이는삶의경쟁에서승리한전형적인서구남성성을강조하던것에서좌파페미니즘을연상시키는‘유해한남성성’을비판하는것으로방향을전환한것이었다.언뜻보면시대의흐름을반영해적극적으로메시지를전파하려한것같지만,속내를들여다보면그저‘시장트렌드’를따름으로써더많은돈을벌고자했을뿐이다.그러므로진보적관점에서칭찬할일도아니고보수적관점에서남성혐오이자반남성적광고라고흥분할일이아니라는것이다.

또한‘저스트두잇JustDoIt’(그냥하세요)이라는슬로건과농구계의전설마이클조던을내세운에어조던시리즈의어마어마한성공으로유명한나이키역시‘깨어있는자본주의의진보적리더’라는정체성을강화하면서‘노동착취공장의부당이득자’라는이미지를중화하는해독제로막대한광고비를지출하는대표적인기업이다.

좌우대립을넘어서는제3의비판적시각

기업활동의본질을둘러싼논쟁은매우오래되었을뿐아니라여전히도마위에올라우리를혼란스럽게만든다.첫번째로자유주의좌파는기업이주주에게만초점을맞추기보다는사회의광범위한이익을진실하게,제대로지원해야한다는입장이다.두번째로전통적인우파는기업이순수한경제주체여야하며사회적·정치적문제에직접개입해서는안된다는입장이다.반면에이책은세번째입장을취한다.다시말해기업의진보정치참여는겉으로보이는것과는달리민주주의에해가될뿐아니라진보적행보도방해한다는것이다.

그러므로깨어있는자본주의에비판적인시각을견지하기위해서는그것의진보적정치견해를묵살할수있어야한다.깨어있는자본주의의실체를깨닫는다는것은자본주의기업이추구할의지나능력이있는주요관심사에근본적인변화가일어났음을나타낸다고쉽게속아넘어가지않는다는것을뜻한다.깨어있는자본주의의실제효과는좌파행동주의가대기업의지지를얻어내는성공에관한것이아니다.그보다는불평등을심화하고,파시즘적포퓰리즘을조장하며,기후위기의가속화를방관하는지배적인신자유주의세계질서에어떤근본적개혁도일어나지않도록보장하는효과가있기때문이다.그래서더위험하다는것이로즈교수의진단이다.“사회주의는자본주의가만들고조장하는부당함에대한근본적인질문을토대로하지만,이에반해진보정치와연계한깨어있는자본주의는그부당함을인식하지못한다.깨어있다는관념이좌파진보정치와관련이있음에도,깨어있는자본주의자에게정의로움과자본주의사이의필연적인모순은없다.”(217쪽)

억만장자들의자선활동과공격적인세금회피의이중성

19세기후반미국에서엄청난규모로산업제국을성장시킨몇몇핵심자본가중앤드류카네기는산업적부와사회적자선활동의결합을가장잘보여준사례에속한다.카네기역시미국남북전쟁후등장한‘강도귀족’의하나였지만,그가쓴에세이「부의복음」은여전히막강한영향력을행사하고있다.저자에따르면,역사상최대갑부로꼽히는카네기의순자산가치는오늘날로치면3,210억달러에달하며,제프베이조스의2,000억달러는명함도못내미는수준이라고한다.19세기산업자본주의가만들어낸심각한불평등의성격과규모가자칫새로운형태의극단적갈등으로이어질수있다는두려움을안고있던카네기는이런불평등체제를유지하기위해서는이체제에서이득을보는사람들과노동자들의관계를‘조화’시키기위한조치가필요하다고생각했으며,자신의부를자선목적으로활용할각종재단과기금,연구소등의국제적네트워크를발전시켰다.이후그의충실한제자들은대를이어활발한자선활동과어마어마한액수의기부로심심치않게뉴스를도배하기에이르렀다.

그런데여기에매우아이러니한진실이숨어있다.누구나이름을알만한국제거대기업이즐비한법인세탈루악당들의목록에서제프베이조스의아마존이‘최악의범죄자’로꼽힌다는점이다.미국정부전체가기후변화와싸우기위해투자한금액과맞먹는100억달러를비롯해다양한분야에엄청난금액을척척내놓아‘최고의자선가’로선정되기도한개인베이조스와달리그가창업한아마존은가장공격적으로세금을회피하는기업이다.

로즈교수는카네기의「부의복음」을분석하면서이렇게결론내린다.“카네기의세계에서자본가들은왕이어야마땅하다.(중략)카네기의자선활동,그리고오늘날깨어있는자본주의에살아있는정서의핵심에는무엇이공익인지결정할권리는부자들에게있다는생각이깔려있다.카네기의생각은자비로운금권정치가이상적인정치체제라고가정하는매우비민주적인생각이다.”(282쪽)
거대자산가들의자선활동은극단적불평등을도덕적으로정당화하려는수단에불과하다.그러므로이제우리는그들의기부와자선활동을‘너그러운선물’로여기는순진한생각에서벗어나“민주주의의종말에대한대가로주어지는배신의은화”로받아들여야한다.그리고민주주의를파괴하고금권정치를현실화하려는세력은항구적인불평등을원한다는것과깨어있는자본주의는기업자체의정치적영향력과도덕화를통한통제로이를더욱강고하게만들뿐이라는냉혹한현실을깨닫고이에적극적으로저항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