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의 대화 : 1794년 파리와 2026년 서울

두 도시의 대화 : 1794년 파리와 2026년 서울

$23.00
저자

주명철

저자:주명철
한국교원대학교역사교육과명예교수로한국서양사학회회장을지냈으며18세기사회와프랑스혁명을집중적으로연구해왔다.그동안지은책으로는‘프랑스혁명사10부작’시리즈를비롯해『서양금서의문화사』,『지옥에간작가들』,『파리의치마밑』,『다이아몬드목걸이사건과마리앙투아네트신화』,『계몽과쾌락』,『오늘만나는프랑스혁명』,『이판사판역사판』등이있으며,『새로쓴프랑스혁명사』,『이야기와인포그래픽으로보는프랑스혁명』,『프랑스혁명의공포정』등앙시앵레짐과프랑스혁명관련책을여러권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시작하는말

1부오락과사교성과공론영역의발전
01옛프랑스인은오락을어떻게생각했나?
02개인적독서와집단적독서
03살롱과지식의공유사례
04하늘아래공론의장
05옛프랑스의사교성의변화
06오락의공간에서혁명의공간으로

2부개인의경험에서다중의경험으로
0116세기메노키오와18세기메네트라의환경차이
02니콜라콩타의사적경험과다중의경험
03말더듬는데물랭,대중을선동하다
04거리의여왕들:빵을든오뒤,칼을찬테루아뉴

3부춤추고노래하는혁명:활력이넘치는광장
01전국연맹제:빗속의춤으로표출된형제애
02광장의카니발에서세운공화국
03단두대의제단:피의일상화
04피로물든욕조:혁명은혁명을먹어치운다

4부얼어붙은혁명:미덕의연극과침묵의공포
01미덕의공화국과그적들:절대권력의정점
02테르미도르의반동:침묵이부른파멸

5부주권의이전과죄의재정의:대역죄에서반국가죄로
01대역죄의마지막사례
02반국가죄의탄생
03대역죄에서반국가죄까지

6부혁명의유산과현재:230년의대화
01소름끼치는기시감:우리와그들은얼마나닮았나?
02역사의갈림길에서:우리는어디로가야하나?

끝맺는말

출판사 서평

억압을벗어나려는열망은언제나집단적인몸짓과노래로터져나왔다.이러한저항의문화는시대의요구에맞게끊임없이변모했다.엄숙한촛불집회는사람들에게국민적단결을경험하게하는장이었다.이제‘검찰독재’에맞선저항은경쾌하고즐거운축제인‘응원봉혁명’으로진화했다.흥겨운몸짓과노래는참가자들의연대감을북돋우며저항의현장을해방의공간으로탈바꿈시킨다.
18세기프랑스구체제(앙시앵레짐AncienRegime)의오락과여가를살펴보는연구는오늘날우리의‘응원봉혁명’이지닌역사적정당성과보편성을고스란히재확인해준다.공교롭게도우리나라의‘빛의혁명’과프랑스의‘빛의세기’가낳은혁명은놀랍게닮았다.프랑스구체제와혁명기역사는삶의고통을잊게하고,사회구성원이공동목표를달성하고자벌인집단행동에강력한결속력을더해준핵심요소를오락과사교성에서명확히증명한다.
-「시작하는말」중에서

?프랑스혁명최고권위자가들려주는민주주의의위대한여정

18세기유럽의계몽주의시대는‘빛의세기’로도불린다.그빛의세기에일어난역사상가장큰변곡점이바로프랑스혁명이다.2015년말부터2019년까지매년두권씩‘프랑스혁명사10부작’이라는필생의역작을펴냄으로써명실상부하게국내프랑스혁명의최고권위자로자리매김한주명철교수가2024년12월3일에일어난한국의‘친위쿠데타’에엄청난충격을받고우리의민주주의를지키기위해용감하게나선모든민주시민을위해이책을집필했다.

“지난10여년동안젊은이들의정치성향에관한통계를보면서그들을불신했다.그런데이번에시위현장에참여한젊은세대를보면서내가얼마나어리석게늙었는지새삼깨달았다.
(중략)아낌없이나누는시민들의헌신을뒤늦게확인한순간,가슴깊은곳에서뜨거운감동이밀려왔다”라고말하는주교수는민주시민들에게마음의빚을갚고자18세기프랑스혁명과우리의‘빛의혁명’을비교·분석해서생생한자료를남기기로결심했다고고백한다.
한국전쟁이발발한해에태어나현대사의모든중요한변곡점을온몸으로살아낸역사학자의통찰,다짐,당부가240여년이라는시간과프랑스-한국이라는공간을자유롭게넘나들며생생한울림으로전해져온다.

?응원봉과자유의나무,혁명을움직인문화의힘

주명철교수는오늘날우리의‘응원봉혁명’이지닌역사적정당성과보편성을찾기위해18세기프랑스구체제의오락과여가를먼저살펴본다.우리나라의‘빛의혁명’과프랑스의‘빛의세기’가낳은혁명이놀랍도록닮았다고보기때문이다.저자는앙시앵레짐시기에두드러지게발전하기시작한오락,사교성,공론장의활성화가자연스럽게‘정치적훈련의장’이라는기능으로이어졌고,이후더욱강력한혁명의공론장으로거듭난과정을추적한다.특히폭발적으로늘어난독서인구와각종살롱,카페등이오랜세월이어져온수직적위계질서를무너뜨리고‘수평적연대’의힘으로진화하는과정을매우흥미롭게전해준다.여기서저자는특히민중의적극적인문화전유와새로운유형의즐거운정치참여현상에주목한다.
프랑스혁명의다양한상징중수평적연대를잘보여주는것이바로‘자유의나무’다.1790년1월페리고르지방의농민반란이기원인‘자유의나무’심기는혁명의열기와함께순식간에퍼져나가1792년봄에는프랑스전역의광장을‘숲’처럼뒤덮기시작했고,점점혁명의신성한토템이되었다.이는탐욕스러운도시한복판에‘순수한자연의법’을세우려는행위였다.저자는설탕,식료품,빵가게앞에서벌어진아수라장이‘파괴적인무질서’였다면,자유의나무주위를도는춤은‘질서있는연대’였다고평가한다.

“민중은약탈대신춤을선택함으로써자신들이폭도가아니라주권자임을증명하려했다.그들은참나무주위를돌며춤을추었다.그것은무엇보다도끈질긴생명력의시위였다.”(156쪽)

?혁명과민주주의는어떻게진화하는가?

240여년전프랑스민중의시위를훌쩍뛰어넘은‘응원봉혁명’이한국에서일어날수있었던배경에는엄혹한독재정권에맞서목숨걸고저항한선배시민들의큰희생이있다.이를튼튼한뿌리삼아면면히지켜온‘민주주의’라는숭고한가치는오늘날‘촛불집회’의엄숙함을넘어온갖재기발랄한문구와화려한응원봉이어우러진가장아름다운‘빛의혁명’으로진화했다.이로써한국의민주시민들은더없이평화롭고문화적인방식으로전세계에민주주의의위대함과뜨거운연대의힘을생생하게보여주었다.
오늘을살아가는우리는혁명이결코멀리있는거대한역사적사건이아니라,불의에침묵하지않고일상속에서민주주의를지켜내려는평범한시민들의작은용기들이모여거대한흐름을만드는과정임을현실속에서체험하는중이다.프랑스혁명이신분제의장벽을무너뜨리고유럽전역에자유의서사를전파했듯,한국시민들이보여준성숙한저항은민주주의의위기를겪는여타국가들에깊은영감과희망의이중주를선사했다.민주주의는한번주어지면영원한것이아니라,권력의오만을끊임없이감시하고바로잡으려는주권자들의깨어있는의식속에서비로소살아숨쉰다는것을프랑스와한국의두시대가동시에증언한다.
우리가이뤄낸‘빛의혁명’은프랑스혁명이그러했던것처럼,후대에부끄럽지않은민주주의의유산을물려주기위해시민스스로가역사의저항주체이자진정한주권자임을선언한위대한승리의기록이다.

?어지러운정치현실을깨우는역사학자의준엄한경종

프랑스혁명기에이름을남긴숱한역사적인물가운데특히로베스피에르에대한저자의평가는우리가여러번곱씹어야할묵직한통찰이다.

“그는뼛속까지원칙주의자였다.그의이러한인품은고결하다.하지만현실은냉엄했다.그가단어의정의와절차적정당성을고뇌하는그순간에도,밖에서는그를믿고칼을든앙리오와상퀼로트들이비를맞으며덜덜떨었다.지도자가철학적고뇌에빠져머뭇거리는사이,그를위해기꺼이손에피를묻힌사람들은갈길을잃었다.원칙주의자의고결함은그를따르던현실의추종자들에게아무런보호막이되어주지못했다.이것이혁명가로베스피에르의가장무서운한계였다.”(335쪽)

고결한원칙주의자가목숨걸고함께혁명을일궈온동지들까지단두대로보내버리고공포정치를일삼자좌우날개가다잘린처량한새같은신세가된로베스피에르도결국단두대에서생을마감했다는냉엄한현실,권력을부여한주권자만이정당성을갖는다는자명한진실을외면하는정치인들과어렵게이뤄낸‘빛의혁명’이지지부진해보여답답해하는민주시민이여전히많은지금,이책은시대의거목이비추는따뜻한등불같은역할을할것이다.


책속으로

우리는‘희생하는고통의저항’에서‘새로운유형의자발적이고즐거운정치참여’를주체적으로창조했고,‘품격과흥이넘치는동행’이야말로참여자들이지치지않고독재와싸움을이어나가는원동력이되었다.우리는내란세력의끈질긴저항을진압하면서새로운민주주의교과서를써나가는중이다.
---p.16

왕실과최고위귀족층의전유물처럼여겨지던이은밀한오락은18세기에이르러중대한변곡점을맞이했다.베르사유궁중의담장안에서이루어지던당구가파리의수많은카페로확산하면서,사교의성격자체가완전히뒤바뀐것이다.과거궁중의당구가철저한감시와복종을확인하는정치적무대였다면,카페의당구대는신분과서열을떠나누구나자유롭게어우러지고소통하는수평적사교공간으로재탄생했다.
---p.55

혁명의3대이념인자유,평등,우애(형제애)에서혁명이과격하게변질됨에따라형제애를강요하는모순이발생했다.혁명정부에반대하거나미온적인태도를보이는사람은어김없이‘반혁명분자’로낙인찍혔고,이는‘형제가아니므로죽여야한다’라는광기의논리로이어졌다.
---p.123

문득2024년12월여의도집회에나부끼던깃발하나가떠오른다.“제1교시수능끝나면놀수있을줄알았는데/수능끝난제3영역(탄핵형)”,이기발한문구는10여년전광화문광장을수놓았던수많은깃발,그‘비정치적구호의정치화’현상을다시금소환한다.
---p.144

보드빌극장에서는〈정숙한수잔나ChasteSuzanne〉같은가벼운치정극이무대에올랐다.관객들은정치적메시지가거세된,늙은호색한들의몸개그와여배우의노출을보며낄낄거렸다.3주전에는‘생각하게만드는’연극을탄압했던권력이,왕을죽인날밤에는‘아무생각없이웃게만드는’연극을장려한것이다.검열과장려,이이중적인통제속에서시민들은왕의죽음이라는거대한비극을말초적인웃음뒤로숨겨버렸다.
---p.215

17세기프랑스의성군앙리4세는“일요일마다모든국민의냄비에닭한마리를!”이라고외치며국력을키웠다.그러나21세기의탄핵당한대통령은법정에서‘못사준통닭’타령하며자신의내란죄를변명했다.똑같은‘닭’을입에올렸지만,한쪽은위대한군주의약속이었고다른한쪽은국가번영보다는자신과처가의이익부터챙기다가몰락한권력자의비루한식탐으로기억될뿐이다.
---p.248

시민들이생업을뒤로하고거리로나와이들을‘괴롭혀야’만정의가작동하는현실은분명서글픈일이다.그러나개인의복을비는차원을넘어,눈앞의부조리에맞서공동체의정의를바로세우려는이행위야말로로베스피에르가미처완성하지못한‘진정한시민종교’의실현일지도모른다.(중략)‘빛의혁명’은어둠속에숨어국정을농단하던주술사들을대명천지로끌어내어발가벗겼다.그러나아직도그들이저지른잘못을낱낱이알아내지못했다.그것을밝히는일은아주어렵겠지만,빛의혁명이가져올미래를상상만해도더없이유쾌하고통쾌할뿐이다.우리는중요한교훈을얻었다.바보나술주정꾼이공동체를망치는권력을휘두른다고하더라도,다수의의지로그잘못을막아내는제도,그것이민주주의라는사실.
---p.294

이토록단기간에많은피가쏟아지자당국은결국단두대를옮겨야만했다.기존혁명광장이내뿜는끔찍한피비린내때문이었다.땅이그많은피를흡수하지못하자당국은기계를바스티유광장으로옮겼으나주민들의격렬한항의에부딪혀단사흘만에다시이동시켰다.결국단두대는도심외곽바리에르뒤트론BarriereduTrone(오늘날나시옹광장)으로치워졌다.하지만그곳에서도단두대는쉴틈없이작동했다.구경꾼조차이제는환호하지않았다.군중은너무많은죽음을목격한나머지공포를넘어무관심,아니권태를느꼈다.죽음은이제충격적인‘정치적이벤트’가아니라매일오후4시에배달되는일간지처럼일상이되었다.
---pp.301~302

혁명은피를나눈형제들조차이념의칼날위에서춤추게했다.
미라보가문의형제는서로에게총구를겨눈대표적인예였다.미라보백작(오노레)은혁명의불꽃을피운위대한웅변가였지만,동생인술꾼미라보자작,‘술통미라보’는형의혁명을조롱하고왕당파를이끌었다.그들이철저히다른길을걸었다면,로베스피에르형제는죽음까지함께한동지였다.동생오귀스탱은형막시밀리엥의그림자였다.그는의회에서형의체포명령이가결되자“나도형과함께유죄다.형의미덕을공유했으니,형의운명도공유하겠다”라며체포를자청했다.그날밤,진압군을피해시청창문으로뛰어내려다리가부러지는처참한최후를맞으면서도그는끝까지형의곁을떠나지않고함께단두대에섰다.
---p.303

쿠통은공화국을대표하는자신들이‘국민공회’의이름으로소집할수있다고말했지만,로베스피에르는고개를저으며정정했다.“아니,‘인민의이름으로’소집해야합니다.”
절박한상황에서나온이대답은로베스피에르라는인간의본질을곧이곧대로보여준다.그는마지막순간까지도‘국민공회’라는헌법기관의권위를함부로사칭하거나부정하려하지않았다.국민공회에맞서기위해서는,국민공회에권력을부여한유일한주권자인‘인민’의이름만이정당성을가진다고믿은것이다.
---p.335

프랑스혁명은구체제를너무나신속하고과격하게무너뜨리고,그자리에완전히새로운체제를앉혔다.당시혁명을이끌었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