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끝 (안연옥 디카시집)

슬픔의 끝 (안연옥 디카시집)

$15.00
Description
변용하는 정동의 풍경
─ 안연옥의 디카시집 『슬픔의 끝』
시인이자 시낭송예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연옥 시인이 디카시집 『슬픔의 끝』을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으로 출간하였다. 안연옥의 『슬픔의 끝』은 4부로 나뉘어 총 56편의 시편을 수록하였다.
안연옥 시인은 2011년 《문학공간》 시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강원문인협회이사, 원주문인협회낭송분과장, 한국시낭송방송협회회장, 강원여성문학인회이사, 강원디카시인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작품집으로 『말을 걸어오다』(2018년 강원문화재단 문화예술 지원금 수혜), 『푸른 꽃잎사이 나를 숨기다』(2020년 원주문화재단 문화예술 지원금 수혜), 『슬픔의 끝』(2025년 원주문화재단 문화예술 지원금 수혜)이 있다.

안연옥의 『슬픔의끝』에서 ‘슬픔’은 산문적 설명이나 이성적 분석이 전제되지 않은 어떤 기원이나 동력 같은 것이다. 그것은 개념이나 인식의 결과가 아니며, 시인의 정동에 깊이 새겨진 채 계속 분출하는 최초의 샘물 같은 것이다. 이 디카시집의 어디에도 그 샘물의 모티프나 발생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 말하자면 시인은 겉으로는 ‘그냥 슬픈’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세상에 ‘그냥 슬픈’ 게 어디 있나. 안연옥 시인에게 슬픔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내장에서 나오는 어떤 목소리이고 행위의 에너지이며 기원이다. 시인은 슬픔이라는 정동의 다양한 변용을 건드린다. 슬픔은 여기에도 저기에도 있으며, 이런 얼굴을 하고 있고 저런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의 분화구에서 나온 화산재처럼 삶은 슬픔의 분화구에서 나온 다양한 낙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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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연옥

2011년《문학공간》시등단
경남정보대디지털문예창작학과재학중
한국문인협회,강원문인협회이사,원주문인협회낭
송분과장,한국시낭송방송협회회장
강원여성문학인회이사,강원디카시인협회부회장
작품집『말을걸어오다』
(2018년강원문화재단문화예술지원금수혜)
『푸른꽃잎사이나를숨기다』
(2020년원주문화재단문화예술지원금수혜)
『슬픔의끝』
(2025년원주문화재단문화예술지원금수혜)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인디고의심연·14
나침반·16
슬픔의끝·18
미로·20
시간을걷는길·22
어느때·24
매듭·26
이름모를꽃한송이·28
침묵의무게·30
편지·32
뷰파인드·34
무서리·36
상심·38
호명·40

제2부
얼굴·44
소울메이트·46
숨의경계·48
수포가된말·50
자정·52
그날이후·54
시선·56
낯선평화·58
쿼렌시아·60
위내시경·62
기억의정원·64
노스텔지아·66
저녁의악보·68
알츠하이머·70

제3부
흔적·74
숲의기억·76
침묵의선율·78
어떤화양연화·80
레이더·82
사우다지·84
오아시스·86
페르소나·88
파도가멈춘자리·90
내면의요새·92
텅빈약속·94
신전·96
내안의풍경·98
청춘·100

제4부
릴케의장미·104
햇살의귀환·106
꽃잎의예식·108
우주·110
물의얼굴·112
해방여정·114
봄·116
미완의문장·118
여름끝자락·120
묵음·122
빈들녘·124
人生·126
끈·128
산책·130

해설
변용하는정동의풍경_오민석

출판사 서평

그곳은화목한집이었고
결혼식장이었으며

또한장례식장이었고
겹겹의슬픔이었으며빛나는행복이었지

-「꽃잎의예식」

떨어진꽃잎들은삶의다양한모습을보여준다.그것은한때“화목한집”이었고,“결혼식장”이었으며,죽어서그모든서사가끝난것처럼보일때엔“장례식장”이었다.동일한대상이화목한집→결혼식장→장례식장으로계속변해나가는모습을시인은“겹겹의슬픔”이라고말한다.그렇다면화목한집과결혼식장과장례식장의근저를관통하는정동은슬픔이다.화목한집은언제까지나그자체로머물러있을수없으며,결혼식장은시작과동시에과거가되고,이모든과정은애석하게도장례식장을향해있다.돌이켜보면삶의어느한순간도멈춰있지않고무엇이되어감(becoming)의과정에있는데.그무엇이라는것이결국슬픔의완성인죽음이라면,거기에오기까지의다른모든단계역시슬픔의다양한‘겹’들에불과한것아닌가.그러나시인은여기서그치지않고막판반전을시도한다.그것들이모두“겹겹의슬픔”이었지만,동시에“빛나는행복”이었다는역설이그것이다.슬픔이면서동시에행복이라니,그것은어떻게가능한가.사진의꽃잎들은분명땅바닥에떨어져죽은것들이지만그화려한빨강은죽음을잊게할정도로아름답다.거기엔죽음일지언정너무아름다워서“빛나는행복”도있다.아름다운꽃잎들은죽음을종말로끝낼수없게한다.꽃잎에게종말이란없다.꽃잎은슬픔속에서슬픔조차도아름답게만드는,슬픔너머의다른씨앗이있다는사실을알려준다.어떤슬픔도그자체영원히슬픔인것은없다.모든정동엔오로지‘무엇되기’의과정만이있을뿐이다.시인에겐이렇게죽음조차도다른명명(naming)을기다리는‘되기’의과정이다.

안연옥디카시의동력인슬픔의정동은어머니뿐만아니라다양한형태로변용된다.그것은삶과세계의주름들에서만난각양각색의아픔들을예민하게포착하는안테나역할을한다.문학이아픔과결핍의앵글로인간과세계의속내를드러낸다면,슬픔의정동이야말로안연옥에게는매우적절한문학적기제이다.

옛집은단란하다
기억속을걸어나오면서부터
낯선얼굴이되어가는그집

-「알츠하이머」

이작품에서도안연옥시인의기발하고도독창적인발상을만날수있다.안연옥시인은디카시가사진의설명이아니라사진의비유(은유)라는사실을잘알고있지만,시인의비유는때로은유를넘어기상(奇想,conceit)의단계에이르기도한다.여기서말하는기상이란일종의확장된혹은과장된은유를말한다.은유가이질적인것들사이에존재하는유사성의발견을목적으로한다면,기상은이질적인것들의거리가워낙멀어이들사이에서상상을초월하는유사성을발견할때발생한다.노출콘크리트로보이는단단한벽의실내에서시인은어떻게“알츠하이머”를읽어낼까.심지어사진속의공간은시인이말하는“옛집”이아니라세련된디자인의도시공간이다.이사진속에서‘옛집’의단란함을연상시키는것은집자체가아니라화면중앙멀리소실점에아득히모여있는일군의사람들모습이다.이들은아마도가족으로서박물관이나미술관등어떤외부공간에서“단란”한시간을보내고있는것으로사료된다.‘알츠하이머’환자는이장면의“기억속을걸어나오면서부터”단란한가족의시간을점차상실하고있다고보면된다.그것이멀리사라지는기억이라는것과사진속가족의모습이먼소실점에위치하고있다는것은정말이지놀라는상상력이만들어낸기발한유사성의발견이아닐수없다.

안연옥시인에게슬픔의정동은사태의시작이지끝이아니다.슬픔은개인적,사회적단위의무수한변용을거치며인간과세계의결핍을드러내지만,다시슬픔으로회귀하지않는다.안연옥에게슬픔은닫힌언어가아니라열린언어이다.시인은출발언어(sourcelanguage)인슬픔을‘되기’의끝없는과정에밀어넣으며도착언어(targetlanguage)로굳어지는것을막는다.슬픔을슬픔으로읽는것처럼무용한일은없기때문이다.

떨어져도
다시피어난듯
물에몸을잠시맡겨본다

-「슬픔의끝」

디카시의진수를맛보려면천천히오래들여다보아야한다.디카시는사진한장에5행이내의짧은문자기호로이루어져있지만,사진과문자기호를오가며오래들여다보면생각지도않게넓고깊은세계가자꾸열린다.물이담긴돌확안의꽃들은무슨연유에서인지본체에서떨어져나온것들이다.자세히오래들여다보면돌확은시신을오색의꽃들로덮어놓은석관(石棺)같다.첫행의“떨어져도”는‘죽었어도’의의미로읽어도된다.석관속의꽃들은몸체에서떨어져나와이미죽은것들이지만,마치“다시피어난듯”,밝고찬란하다.시인은3행에서꽃들이“물에몸을잠시맡겨본다”라고기술함으로써죽은꽃들의회생가능성혹은생명연장의가능성을타진한다.“슬픔의끝”이꼭죽음일필요는없지않은가.이디카시를더오래들여다보면의미는더욱확장된다.석관안의죽은꽃들은생전에도아름다웠지만,죽음이후에는더아름다운천상의세계를꿈꾸는영혼일수도있다.그꽃들이몸을담고있는“물”은그런생명성의상징이고,몸을바꾸어다시태어나는‘재생(再生)’의기호이기도하다.

이처럼안연옥의『슬픔의끝』의출발언어는슬픔의정동이다.그리고시인에게슬픔의연원은소멸이라는이름의죽음이다.그러나슬픔은한가지얼굴만을가지고있지않다.그것은무수한변용의과정을거치면서새로운도착언어를꿈꾼다.이디카시집의도착언어는죽음과소멸의슬픔을넘어새로이빛나는“초록의시간”이다.이런시간은안연옥시인의디카시를천천히오래들여다보아야보인다.천천히,오래음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