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아플지 몰라 (김유석 디카시집)

내가 더 아플지 몰라 (김유석 디카시집)

$15.00
Description

“소소한 풍경과 일상의 흔적 속에 놓인 존재의 아픔을 발견하다”
─ 김유석 디카시집 『내가 더 아플지 몰라』


전북 김제 출신으로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올해 등단 36년 차에 이른 중진 시인 김유석이 첫 번째 디카시집 『내가 더 아플지 몰라』를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제36권으로 출간되었다. 김유석의 『내가 더 아플지 몰라』는 모두 4부로 나뉘어 총 60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다.

저자

김유석

전북 김제 출생.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 『붉음이 재 몸을 휜다』, 동시집 『왕만두』가 있다. 제9회 디카시작품상 수상.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자연하다

동질성 · 16
천칭天秤 · 18
조금만, 더 · 20
무소유 · 22
담채 · 24
곱사등 · 26
지극 · 28
무량無量 · 30
동화 · 32
불후의 명곡 · 34
발우鉢盂 · 36
나르시시즘 · 38
허공의 악보 · 40
틈 · 42
흔痕 · 44

제2부 부조리

블랙 코미디black comedy · 48
네거티브negative · 50
마임mime · 52
범법구역 · 54
들판의 시시포스 · 56
공空즉, 색色 · 58
극極 · 60
순장殉葬 1 · 62
도미노 · 64
역逆 · 66
치매 · 68
버드나무 허사 · 70
후천성 · 72
냄새의 증거 · 74
명命 · 76
제3부 슬픔은 철없다
순간의 생 · 80
허공의 무게 · 82
울음화석 · 84
얼레 · 86
설국 · 88
폭력의 역사 · 90
세월 · 92
천형天刑 · 94
슬픔은 철없다 · 96
순장 2 · 98
무리 · 100
들국 · 102
홍등 · 104
불시착 · 106
불법체류자 · 108

제4부 서간체書簡體 풍경

적요寂寥 · 112
강아지풀 목도리 · 114
납골 · 116
페드라phaedra · 118
내게 필요한 게으름 · 120
황홀한 스캔들 · 122
그리운 옛집 · 124
별사別辭 · 126
감옥 · 128
녹물 · 130
중독 · 132
물주름 · 134
들판에 창을 달고 · 136
속절 · 138
새빨간 · 140

출판사 서평

김유석 디카시집 『내가 더 아플지 몰라』가 지향하는 시 세계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가는 자연의 소소한 풍경과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삶의 흔적에 대해 시인은 그냥 허투루 스쳐 지나가지 않고 예리한 시선으로 그 풍경과 일상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일상의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고 보았을 법한 찰나적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김유석 시인은 인생의 뒤안길과 그 존재의 숨결과 생의 비밀을 노래하고 있다.

김유석의 디카시집에 관통하는 시정신은 내팽개치고 버려지고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서 우리네 인생의 내밀한 에피소드, 존재의 비밀을 발견하고, 독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빨래 건조대의 빨래집게와 그 건조대에 맺힌 수많은 이슬방울 속에서 시인은 한 여인이 부르는 「불후의 명곡」을 연상해 낸다. 그가 발견한 악보는 “클래식도 뽕짝도 아닌/ 건반도 기타 줄로 켤 수 없는”오로지 “여인의 허밍으로만 변주할 수 있는/ 물방울 방울 음계”라는 발상을 순간포착해냄으로써 우리는 그의 디카시가 보여주는 촌철살인의 삶의 깊이와 예리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들녘 나뭇가지를 감싸 올라 허공에 매달린 늙은 호박 두 덩어리의 풍경에 대해 묘사한 「허공의 무게」라는 시를 통해 김유석 시인은 잘못 든 허방 길 속에서 놓인 애처로운 존재의 아픔을 주시한다. “내 것 아닌 길/ 내리자니 허방이다”, “바닥을 기는 생이 편안했으리”라는 인식은 “툭, 끊어다오”라는 대자유의 갈망을 추구한다. 허공에 매달린 호박덩이 속에 은폐된 진실을 발견하는 시인의 심미안은 평범하지 않다.

시인은 풍경과 존재를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일상에 감춰진 ‘시적인 것’을 발견한다.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라는 존재는 타 존재에 기생하여 자신의 생명을 영위하기에 상생적 존재라기보다는 폭력적 존재에 가깝다. 그러기에 시인은 담쟁이의 생존방식을 타자에 기생하여 자기 생존을 영위하는 「폭력의 역사」임을 환기하고자 그 같은 제목을 부여했을 것이다. 허나 시인의 인식은 역발상으로 나아간다. 멀쩡한 나뭇가지를 휘감아타는 담쟁이의 곡선은 분명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스토커’임이 분명하나 시인은 스토커가 아니라고 ‘담쟁이’의 생존방식을 언뜻 옹호한 체한다. 그러나 담쟁이의 그 같은 생존방식을 감당해야 하는 나뭇가지의 입장은 매매일이 “숨 차 죽을 것 같은” 폭력적 현실이다. 자신만의 생을 위해 타인의 삶을 옥죄는 폭력적 현실은 인류라는 종의 세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자기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폭력을 사랑과 정의로 포장하는 현실을 이즈음 우리는 중동전쟁에서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김유석 시인의 「납골」이라는 시도 예사롭지 않다. 신발장에 아무렇게나 놓은 여러 켤레의 신발 속에서 시인은 존재의 종착지가 결국 “맨발”임을 환키시킨다. “납골”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그 신발이 놓인 곳은 장례식장인 듯하다. 신발장의 주인들은 “끈 바짝 조이고/ 빤질빤질 닦고/ 뒤꿈치 접어 느긋이 끌어도 보았으나”처럼 “이 많은 생”을 분주하게 혹은 느긋하게 살아간다. 허나 생의 종착지는 “결국은 맨발”이다. 그리고 그 육신은 소신되어 뼛가루가 되는, ‘납골’로 생을 마감한다. 신발장에 놓인 무생물의 ‘신발’을 통해 결국은 ‘맨발‘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존재의 필멸을 환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