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욕망이 언제나 좋아요 (김효이 시조집)

푸른 욕망이 언제나 좋아요 (김효이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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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이 소란할수록 작고 낮은 것들에

눈을 맞추고 싶었다.

길눈 어두운 문장들이 때로

여백을 헤매기도 하지만,

그 틈에서 길어 올린 삶의 온도를

하나 둘 나란히 뉘어본다.

- 2026년 봄, 김효이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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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효이

경북영양출생.
경기대학교대학원문화콘텐츠학과졸업(석사).
2020년《서정과현실》신인작품상당선.
시조집『입술을위한에세이』발간.
울산시조작품상수상.
현재《한류시조》,《운문시대》동인.

목차

시인의말

1부
봄까치꽃13
본성14
낙동강의봄15
바랭이를읽다16
벚꽃지는날17
겨울비18
첫눈19
가을단풍20
간절곶21
구갑죽22
윤필암고드름23
고구마꽃24
바위25
봄26
9월의아침27
홍시28
춘분29

2부
이팝나무33
겨울나무34
별35
바오바브나무꽃36
부재중대화37
플랫폼38
그물39
화본역40
상북면겨울41
여름끝에서42
슬도의밤43
수평선44
태화강을걷다45
기러기46
구름의노래47
호수48
강가에서49

3부
호박죽53
핸드백54
손금55
안부56
늙은호박57
잔58
수박59
선풍기60
녹차의배면(背面)61
다이어리62
미역국에대한단상63
도라지꽃64
발(足)65
이사66
파크골프67
에메랄드그린68

4부
이모부71
이모네집72
병원대기실에서73
하늘바람꽃74
겨울동화75
유품76
눈77
부부278
섬이사는법79
내안의역류80
예순이되어81
주민등록등본82
균형83
정치인들84
인생85
삽화(揷畫)86

해설
‘나’라는단단함을지나‘너’에게스미기_신상조88

출판사 서평

푸른욕망이닿는자리
-김효이시조집『푸른욕망이언제나좋아요』

비우고또채우는일
경북영양출생으로2020년《서정과현실》신인작품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한김효이의두번째시조집『푸른욕망이언제나좋아요』가작가기획시선51번으로출간하였다.김효이는시조집『입술을위한에세이』등을발간하였고《한류시조》,《운문시대》동인으로활동하며울산시조작품상을받는등왕성하게활동하고있다.
김효이의시는외부상황에휩쓸리지않는자기응시적시선을통해내면으로침잠한다.이는그의시가현실을초월한고요와평정의세계를구해서가아니다.자기응시적시선이추구하는것은번잡한일상과욕망을꿰뚫고견고하고투명하게시적자아를읽어내기위함이다.『푸른욕망이언제나좋아요』에실린「잔」은시인의자기응시의방식을보여준다는점에서여러모로의미심장한작품이라할수있다.

물잔하나가식탁위에놓여있다
지금의내마음도함께담겨있다
어쩌면나의삶이란잔속의고인물

비우고또채우는일쉽지않은일상이다
때로는그잔에담겨있는근심을
풀어서마시는일이
삶인지도모른다

-「잔」전문

「잔」의화자는‘식탁위물잔’이라는외부사물을통해자기자아를바라본다.이때사물이나배경은그자체의의미보다작가의주관적인감정을실어나르는‘감정이입’의도구가된다.같은대상을보더라도작가의상태에따라전혀다르게묘사되는것이다.「잔」의화자는자신의마음이사물(물잔)에담겨있음을발견했다고고백함으로써,보다객관적이고넉넉해진시선으로삶을성찰함을알수있다.독자는화자와함께물잔을바라보며그의내면에자연스럽게다가가게된다.물잔은삶의무게와마음의흔들림을담아내는그릇이자,자신을비추어보는거울이된다.또한,「잔」에서화자는삶을“비우고채우는일”로정의한다.이는일상의반복적인괴로움과기쁨을외면하지않겠다는의지를나타낸다.

‘목쉰침묵’의역설적서정
『푸른욕망이언제나좋아요』의서정은‘목쉰침묵’이라는역설적서정이다.말을삼키는침묵과목이쉬게만드는정념의경계에서그경계를지우며서서히감각되는김효이시의서정은,정지된시간이아니라흐르는시간으로,여전히지속되는과정의시간으로드러난다.가령“어머니는안계시는”친정집“옷장”속에“다섯해”나갇힌채여전히재깍거리며가고있던“시계”처럼,과거는단절되지않은정서로“아직도”(「유품」)시인의내면에범람한다.과거와현재가서로스며들어흐르는연속체로서의시간은,시인의기억속에침전된것들을호명하며길어올리는동시에,부재와상실이라는‘슬픈’정서적양상을드러낸다.

너를보고있으면
떠오르는얼굴있다

짓무른고름위로
솟아나는그리움

바람이흔들어대도
앙다문입술

후회를한들
무슨소용있겠냐만

무릎이아프도록
절룩이며산세월

아직도
가슴에남아
상처를건드린다

-「도라지꽃」전문

「도라지꽃」은절제된언어속에형언하기어려운회한과그리움이깊게배어있다.도라지꽃의보랏빛혹은하얀이미지가가진고결함보다는,그꽃이피어나기까지인고했을‘뿌리’의시간과아픔에더집중하게만드는시다.“짓무른고름”과“그리움”의충돌은정서가육체적통증으로까지스며든상태를보여준다.또한“무릎이아프도록절룩이며산세월”은삶의상처와인내의시간을압축적으로드러낸다.결국종장의“상처”는과거의흔적이아니라지금도현재형으로살아있는기억이다.
이시는도라지꽃이라는보편적인소재를통해‘인내’와‘회한’이라는묵직한주제를간결하고도힘있게풀어낸다.“보고있으면/떠오르는얼굴”이있는도라지꽃은시적대상의분신이자친화적자연물이기도하며화자의그리움을매개하는사물이다.도라지꽃은화자의그리움을매개하는사물인동시에삶의상처와인내를환기하는상징으로기능한다.특히‘앙다문입술’과‘짓무른고름’,‘그리움’과‘절룩이는무릎’이서로교차하며추상적정서를구체적인감각으로전환한다.현실의구체와만나지못하고시인의정감과시적분위기만을보여주는주관적서정성에서벗어나객관서술과결합하려는김효이시의지향성을확인한다.

‘푸른욕망’으로홀로인듯함께인듯
『푸른욕망이언제나좋아요』를기점으로김효이의시는외부와의‘거리두기’를무화시키는인식의전환이지배적이다.“너와나/지켜야할건/한뼘만큼의그거리”(「플랫폼」)에서‘거리’가자기삶에서타인들을소외시키려는의도와거리가멂은물론이다.

어둠의바탕위에문득빛나는별

홀로인듯함께인듯저마다의온도로

아득한궤도를도는

무량의소우주들

-「별」부분

이시에서눈에띄는부분은별이가진개별성과연대성이다.“홀로인듯함께인듯”이라는표현에서드러나듯,우주공간에서별들은수만광년떨어져고립된존재처럼보이지만,중력과궤도라는보이지않는질서속에서거대한조화를이루고있다.화자는그런별들을보며우리네삶도각자고독을안고살아가지만,결국타인과연결되어있음을떠올린다.별이크기와색깔에따라“저마다”다른온도를품고있듯,사람도각자가감내하는삶의무게와열정이다르다.마침내화자는무한한우주에대비되는별하나하나를“무량의소우주들”이라고명명한다.그는아득한궤도를도는별들의움직임을마치멈추지않는생의의지처럼받아들인다.
홀로인듯개별성을유지함이‘내적단단함’이라면함께인듯살아가는후자는‘외적유연함’이다.내적단단함에외적유연함을갖춘주체란고정된자리를고집하기보다유동적인흐름속에자신을내맡긴다.결국『푸른욕망이언제나좋아요』의‘푸른욕망’은결핍을채우기위한욕망이아니라타인과세계를향해열려있으려는생의의지에가깝다.자기응시를통해얻은내적단단함은타인을향한개방성과연결되며,김효이의시는‘나’에서‘너’로스며드는서정의가능성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