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집 (김해연 산문집)

이야기가 있는 집 (김해연 산문집)

$15.00
Description
글과 그림으로 다듬어진 예술적 정체성
- 김해연 산문집 『이야기가 있는 집』
생애를 일관한 화폭으로 선명한 자기 세계를 이룬 화백이자 17년의 필력을 헤아리는 문필가 김해연의 산문집 『이야기가 있는 집』(도서출판 작가)이 출간되었다.
그림 에세이 『나비, 세상 속으로 날다』와 『사랑, 그 소중함』에 이은 세 번째 책으로, 그림 없이 에세이만으로 구성된 첫 산문집이다. 그러나 글의 내면 곳곳에 그림 이야기가 개재(介在)되어 있어, 천생 화가의 운명을 지닌 작가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림과 글, 두 예술을 함께 끌고 온 작가
김해연은 모국어의 강역(疆域)을 떠나 팔만 리 태평양을 건너, 미국의 도시로서는 비교적 조용하고 잘 정돈된 새너제이에서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오랜 세월 현지 언론에 칼럼을 써 왔으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필의 자리를 지켜온 성실한 필자다. 인류 예술사에는 앙리 미쇼, 윌리엄 블레이크, 헤르만 헤세, 김환기, 천경자처럼 두 예술을 함께한 인물들이 허다하다. 김해연의 경우 또한 그림과 글이 서로를 부축하고 응원하면서, 때로는 꽃길을 또 때로는 가시밭길을 어깨 겯고 지나온 형국이다. 산문집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글은 칼럼 분량으로 길지 않으나 그 가운데 만만찮은 생각의 깊이가 잠복해 있다.
저자

김해연

김해연 작가 Jenny Kim(Hae Yeon Kim)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2009년 월간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2009년~2013년 미주 《한국일보》 ‘여성의 창’ 필진으로 활동
Santa Clara country Art Fair에서 두 차례 대상과 장려상 수상
2010년 10월 27일 1회 개인전 《Butterfly-나비 그 흔적들》 Aegis Gallery, Saratoga CA
2020년 2월 4일 첫 작품집 출간 『나비, 세상 속으로 날다』
2020년 2월 4일 서울에서의 첫 개인전 한국잡지박물관 M 미술관
2014년 5월부터 2024년 현재까지 《San Francisco Journal》에 「김해연의 글과 그림」으로 연재 중
2024년 1월 31일 두번째 작품집
『사랑 그 소중함』 출간과 전시회 2014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SF Journal에 연재 중북도 영덕군 명예홍보대사, 경상북도 문경시 홍보대사, 강화군 홍보대사, 동해시 대외협력관이다.

목차

1부 늦지않기를

그림 그리다
글쓰기
기다림
나의 몫
낮과 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늦지 않기를
바람이 분다
새로운 시작
손님 초대
약점
열정과 아름다움
이야기가 있는 집
지난 후에 보이는 것들
책상
창조
필사
허물을 벗는다

2부 엄마와 딸

강한 여자가 좋다
엄마의 골동품 이야기
노을의 새무리
돌보는 마음
그네
밥상너머
변명같은 이야기
삶의 시선
엄마와 딸
오래된 많은 것들
전기가 나갔다
좋은 사람
진심
음악

3부 또 떠난다

돌아와 나의 자리에 앉으면
달리기
또 떠난다
반창고
반환점
비를 기다린다
오래 전 이야기
유행가
덕수궁에서 만난 장욱진
짧은 여행길에서
한강 다리 위에서
함께하는 마음
반 고흐를 만나다

해설 글과 그림으로 다듬어진 예술적 정체 _김종회

출판사 서평

1부의 작품들 가운데 「그림 그리다」와 「글쓰기」는 이 유장한 예술가 인생의 감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어느 날부터 수없는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꿈을 되풀이해서 꾸며, 다시금 붓을 잡았다. 날개 빛 화려한 나비들을 나의 꿈 안에서 하나하나 데려와 정성껏 표현했고 또 세상 너머 먼 곳으로 날려 보냈다. (…) 그림을 품은 것은 결코 욕심이 아니었으며 그것으로 스스로를 지켰다고 믿는다.
- 「그림 그리다」 중에서

「그림 그리다」를 읽으면 김해연의 ‘나비’ 그림이 왜, 어떻게 세상에 출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여기에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소환하여, 그 ‘누님’의 연륜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림의 문리(文理)를 깨우쳤음을 고백한다. ‘힘들었지만 지켰다’ - 그림이야말로 그의 숙명이었던 것이다. 나란히 놓인 「글쓰기」에서 작가는 “곁에서 만나는 편한 단어들로 엮은 글로 광주리를 만들어, 소복이 나를 담고 싶다”며, 자신의 글이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표제작인 짧은 산문 「이야기가 있는 집」은 이러한 마음가짐이 실제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실감 있게 들려준다.

사모곡, 미안함과 고마움의 기록
2부에 수록된 작품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엄마의 골동품 이야기」나 「엄마와 딸」 같은,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글들이다. 이만큼 사모곡(思母曲)에 진심인 딸을 목도하기란 쉽지 않다.

“왜 엄마는 내게 그렇게 엄하고 야단만 치고 늘 만족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묻자, 엄마가 “언젠가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어. 미안하다” 하셨다.
- 「엄마와 딸」 중에서

담도암 마지막 단계, 병실에 둘만 남은 긴 시간에 이르러서야 오간 이 대화에서 엄마가 남긴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는, 작가의 생애를 관류하는 위안의 힘을 공여했다. 아침마다 부모의 사진 앞에 서서 “오래되어 심하게 굳어버리고 딱딱해진 미안함”을 조금씩 녹여 내는 작가의 마음은 미안함과 고마움이다. 그것은 한 인간의 선량한 본성에 연동된 것이며, 작가는 그 힘으로 세상사에 대한 순방향의 친화력을 얻었다.

3부에 실린 작품들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그 속에서 촉발하는 세상사의 이치, 그리고 새 삶의 의욕 같은 것들을 담았다. 태어난 곳을 떠나 “영원한 여행객”으로 살아가는 이방인의 자리, 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는 커다란 가방과 끝내지 못하는 뿌리내림의 숙제(「또 떠난다」)를 지나, 겨울이 되어야만 비가 내리는 캘리포니아 ‘신기루의 땅’에서 작가는 “지금처럼 기꺼이 애쓰며 살아갈 것”(「비를 기다린다」)이라 다짐한다. 일상의 장면과 감정을 관찰하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삶의 질서와 아이러니를 글로 풀어낸 결과로, 현지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에게는 가슴 벅찬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그는 자신의 내면에 열화와 같은 예술혼을 지니고 있으되,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차분하고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성품이지만, 결코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인격자다. 그와 같은 품성의 주인이기에, 그의 글과 그림은 언제나 제 자리를 지키고 제 몫의 예술성을 발양한다”며, 세계관의 깊이와 응집력, 예술과 삶의 일치로 인한 신뢰, 시대 변화에 함몰되지 않는 독창성이야말로 이제까지의 김해연을 지탱해 온 덕목이라고 평한다.

보석 같은 삶의 결정(結晶)을 담은 산문집 『이야기가 있는 집』이, 더 진전되고 더 활달한 김해연 예술 세계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