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국인가: 세계와 중국의 800년 역사

중국은 대국인가: 세계와 중국의 800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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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Ⅰ. 서론 - ‘대국’이라는 질문의 복귀
21세기에 들어 중국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축으로 흔들려왔다. 하나는 단순한 상승 곡선으로 묘사되는 ‘부상하는 중국(rising China)’, 다른 하나는 의심과 견제, 전략과 리스크의 언어로 집약되는 ‘중국 위협론(China threat)’이다. 두 서사는 감정과 관측의 온도가 크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하나의 전제를 공유한다. 중국은 ‘대국이다’.
그러나 ‘대국’이라는 단어는 현실과는 달리 간단하지 않다. 그것은 단순한 경제력이나 인구 규모의 측정치가 아니라, 세계를 상정하는 방식, 국경을 규정하는 방식, 외부를 인지하는 방식의 문제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국은 주어가 아니라 서술이고,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며, 더 나아가서는 프로젝트에 가깝다.
티모시 브룩의 『중국은 대국인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책의 원제 'Great State'는 명사적이기보다는 동사적 의미를 감지하게 한다. ‘대국인가?’의 물음은 이미 성립된 실재를 가리키지 않는다. 브룩은 그것을 ‘대국을 만든다’는 행위, 혹은 ‘대국으로 보이게 한다’는 구성의 장치, 나아가 ‘대국이라는 질서와 관계망’을 문제 삼는다.
중국을 둘러싼 최근의 분석이 주로 지정학과 전략 혹은 경제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반면, 브룩은 그보다 더 오래된 층위와 더 넓은 지도를 호출한다. 그 지도에는 유라시아, 해상 교역, 전염병, 예술, 문서, 상인, 라마 승려, 포로, 금세공사, 선교사, 사진사, 노역 노동자, 외교관, 난민 등이 등장한다. 그것은 하나의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는 장면이라기보다, 세계가 중국을 조직하는 장면에 가깝다.
‘대국’은 중국의 자기 지정(self-designation)이기도 했지만, 그 못지않게 세계가 중국을 위치시킨 방식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대국은 중국이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만큼이나, 타자가 부여한 범주였으며, 때로는 타자가 필요로 했던 상징 자원이었다. 브룩의 책은 이 상호 구성의 역사를 13개의 장면으로 펼쳐 보이며, 이를 통해 하나의 다른 질문을 제기한다. 중국은 언제, 어떻게, 왜 그리고 누구에게 ‘대국’이었는가?
이 질문은 오늘의 세계에서 다시 중요해졌다. 중국이 다시 대국을 연출하고 있는 시대, 그리고 대국에 대한 인정 여부가 지정학의 쟁점이 된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대국인가』는 과거에 대한 책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책이며, 과거가 현재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대한 책이다.
저자

티모시브룩

TimothyBrook
1973년캐나다토론토대영문학과를졸업하고1984년미국하버드대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
다.스탠퍼드대와토론토대교수를거쳐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중국사교수로활동했고현재퇴임해서저술에힘쓰고있다.주요연구분야는명나라(1368-1644)시대에초점을맞추었지만,13세기몽골의중국점령부터20세기일본의중국점령까지다양한시기를아우르는연구로확장해왔다.또한하버드대학교출판부에서발간하는『하버드중국사시리즈』의책임편집자로편찬을이끌었으며,그중『하버드중국사원·명:곤경에빠진제국』을썼다.저서로『쾌락의혼돈:중국명대의상업과문화』,『베르메르의모자』,『셀던의중국지도』,『몰락의대가:기후위기와물가그리고명제국의붕괴』등이있다.

목차

대원국(大元國)
1장:대칸과그의초상화가:1280년제너두

2장:푸른왕비와일칸:1295년타브리즈

3장:흑사병:1346년카파

대명국(大明國)
4장:환관과그의포로:1411년실론

5장:표류자와말거래상:1488년절강과북경

6장:해적과관료:1517년광주

7장:영국인과금세공인:1604년반탐

8장:선교사와그의개종자:1616년남경

대청국(大淸國)
9장:정복당한사람들:1645년양쯔강삼각주

10장:라마와황자(皇子):1719년후흐노르

11장:상인과그의노복:1793년오스텐드

12장:사진사와물리:1865년요하네스버그

민국(民國)
제13장:협력자와그의변호사:1946년상하이

3.후반부구성
에필로그:193개국가:1971년뉴욕과2010년키토(Quito)

옮긴이의글

주석

출판사 서평

Ⅱ.세계사의뒷면에서읽는중국사
중국사는오랫동안자족적서사로취급되곤했다.왕조교체와혁명,내전과개혁,국가건설과성장의내적논리가서술을주도했다.그러나이러한서술이성립하려면전제가필요하다.중국은유사이래거대한공간과인구를바탕으로독립적체계를유지한실체였다는전제이다.
브룩은이전제를해체하지는않지만,다른방향에서접근한다.그는중국사를세계사속에삽입하는것이아니라,더나아가세계사의후면에서중국을읽는다.즉중국을설명하기위해세계를소환하는것이아니라,세계를설명하기위해중국이소환되는방식을포착한다.다시말해중국은세계사의주변부가아니라전개를가능하게한매개였다.
이때매개란단순한중개자가아니라,흐름을조정하고경로를바꾸고속도를바꾸는존재를의미한다.원제국의팽창은실크로드를재편했고,명대의해금과정화의항해는인도양의질서를조정했으며,청대의상업체계는유라시아의은유통과화폐질서를관통했다.
브룩이선택한장면들은이매개적순간들이다.제너두,타브리즈,카파,실론,발탐,광둥,남경,후흐노르,오스텐드,요하네스버그,상하이,뉴욕과키토는세계사의지도를확장하고,교교하게이어진사건들은유라시아·해양·식민·고용·이민·국제기구의층위에서대국을구성하는방식을드러낸다.
이것은중국이세계를구성한방식과세계가중국을구성한방식이서로맞물려있었다는것을보여준다.중국은단지‘큰나라’가아니라‘거대한질서’였으며,그질서는인접한지역뿐아니라원거리의영역에서조차작동했다.유럽의상인과신학자,무굴과티베트,해적으로부터외교관에이르기까지브룩의중국은수동적대상이아니라능동적조율자였다.
이점에서『중국은대국인가』는중국사를내부질서의연속으로보는대신,세계속에서의연쇄적반응의역사로제시한다.중국이라는실체는국경의선이아니라관계의총합으로드러난다.그것은‘대국’이영토의크기가아니라세계속위치의문제임을천천히드러낸다.

Ⅲ.세시기(元·明·清)의전환과‘대국만들기’
브룩이선택한세왕조-원·명·청-는단순한시간배열이아니다.각각은‘대국을만든방식’의차이를보여주는실험들이다.
원은유라시아의평원을관통한제국이었다.그것은중국의행정·문자·의례체계위에서구축된제국이아니었다.오히려한반도에서헝가리에이르는복합적지배의장치를중국이라는무대위에얹어놓은형태였다.제너두에서그려진칸의초상화는지배자가자신의이미지를주변으로투사하는방식을드러냈다.대국은자신의중심을설정하는것이아니라,중심이세계속에서어디에위치하는지를연출하는과정이었다.
명은정반대의실험을시도했다.중국적중심을다시내부에서구축하는프로젝트였다.정화의항해는외부를향한시선처럼보이지만,실은내부질서를외부에까지확장시키는방식이었다.조공체계는단지외국의조공자체가아니라세계가중국질서에반응하는방식을형식화한체계였다.대국은세계를받아들이는것이아니라세계에게‘정책을강요하는문법’을제공함으로써성립했다.
청은세번째실험이었다.그것은유라시아의북방과티베트·몽골세계와의연동을통해대국을구성한방식이었다.라마승려와황자가등장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청은한족중심국가가아니라다민족·다언어·다종교제국이었으며,대국의권위는문명적우월에서온것이아니라질서의조율능력에서나왔다.따라서18세기의중국은유럽이상상한봉건적동양이아니라,유라시아의전략적제국이었다.
원·명·청은각각다른원리-팽창,내향적표준화,다중적조율-를통해대국을만들었다.이세방식은동시대중국을분석할때다시출현한다.예컨대현대중국의해양진출은명의항해와유사하게보이지만,대유라시아네트워크와의결합은청의특징을띤다.경제적확장은원의재정적교환구조를다시호출한다.즉‘대국’은단일모델이아니라,교체가능한전략과장치의집합으로남는다.

Ⅳ.대국의장치:인물·사건·공간의방식
브룩이이책에서보여주는가장흥미로운방법론은국가대신인물을,체계대신사건을,영토대신공간을택하는방식이다.13개의장은각각한쌍의인물을중심으로구성된다.칸과초상화가,환관과포로,선교사와개종자,협력자와변호사등.이인물들은대국을구성한실제행위자들이다.그들은구조에종속되지만동시에구조를조정하기도한다.
사건또한단순한역사적사실을넘는다.카파의흑사병은중국과유럽을연결한인과적고리였으며,오스텐드와광동의교역은은과차,그리고일종의세계화폐경제를출현시켰다.요하네스버그의사진사는청말기의중국노동자가남아공금광을어떻게구성했는지보여준다.대국은이러한사건의연쇄속에서만드러난다.
공간은제국의형식을규정한다.제너두,타브리즈,카파,실론,발탐,광둥,남경,후흐노르등은‘중심이있는세계’가아니라‘다중중심의세계’를구성했다.여기서중국은중심이면서동시에중심중하나에불과했다.대국은중심의유일성이아니라중심의중첩위에서작동한다.
브룩의장치적접근은중국을‘안에서본중국’과‘밖에서본중국’의대립을무의미하게만든다.그것은중국을중간에서본다.중간은조율이일어나는공간이며,대국이연출되는파사주이다.

Ⅴ.영토·통치·교역:세계질서와의접촉면
‘대국인가’라는질문은세가지분야에서가장분명하게드러난다.영토와통치,그리고교역.
영토는대국의물리적기반이었다.그러나원과청의영역은중국적이지않은광대한외부를포함했다.청이티베트와몽골을품는방식은병합이아니라조율이었다.‘중화’는기원적으로문화적범주였으며,지리적경계는오히려늦게등장한다.
통치는제국을제국이게하는장치였다.환관,문관,군인,승려,선교사,번역자등이네트워크를구성했다.그들은지휘체계의말단이아니라질서를매개하는존재였다.대국은통치의위계만큼이나통치의번역가능성에달려있었다.
교역은세계체제를연결했다.명대의해금은내부통제처럼보이지만,실은민간교역망이그공백을메우는방식으로세계경제를재조정했다.은은중국의세금을매기고세계의화폐질서를규정했다.청대광동의정무는영국과유럽의소비패턴을좌우했다.
이세가지접촉면에서중국은세계를흡수한만큼세계에반응하는방식으로대국을구성했다.대국은주변을점령하는것이아니라주변을조율하여중심을마련하는것이었다.

Ⅵ.민국과유엔:20세기의질서속중국
브룩은이야기의끝을제국의붕괴에서멈추지않는다.그는민국과유엔이라는20세기질서를통해대국의마지막장치를보여준다.
1946년의상하이는협력자의재판과변호를통해승전국·패전국·점령과해방·내전과외교가교차하는공간이었다.상하이는단순한도시가아니라‘세계가중국을부르는방식’의압축이었다.
이에피소드뒤에는외교전선이등장한다.1971년뉴욕에서중화민국대신중화인민공화국이유엔의자리를차지한사건은단순한외교적인정이아니라세계질서가중국을다시배치한장면이었다.이어지는2010년키토에서의평면적외교는이미중국이유엔안에서관리하는대국으로재출현했음을보여준다.
이시점에서대국은더이상조공이나해상교역이나은의유통으로구성되지않는다.그것은국제기구의표결,제재,승인,가입,조약으로구성된다.제국의시대가끝났지만,대국의시대는다른형식으로이어졌다.

Ⅶ.결론-‘대국인가’에서‘대국을만든다’로
『중국은대국인가』의질문은매우단순해보인다.그러나브룩은질문을회수하여다른방향으로전환한다.그는중국이언제나대국이었다고말하지않는다.대신중국은여러시기에걸쳐세계의질서속에서대국을만들어왔다고말한다.
이책이제시하는가장중요한통찰은다음과같다.
대국은중국의본질이아니라,세계의구성방식이었다.따라서‘중국은대국인가?’라는질문은오늘다시유효하다.현대중국은다시대국을연출하고있으며,세계는그연출에반응하고있다.경제력과군사력못지않게인프라,해양망,기술,외교,금융,표준,규범이동원되고있다.브룩의책은이현재를해석할수있는가장긴역사적렌즈를제공한다.
중국은오늘날에도여전히‘대국을만드는과정’에있으며,그과정은세계속에서만읽힌다.바로이점에서『중국은대국인가』는지금한국독자에게필요한책이다.

*편집자노트
이책의각장은비슷한방식으로구성된다.각장의앞에는그림이나지도,사진과같은이미지가한장씩실려있으며,그것은중국과외부세계의관계사를보여주는특정한장면과연결된다.브룩은먼저이이미지속의세부들을세심하게묘사하고,그것이제작자의인식과사고방식을어떻게반영하는지를설명한다.이렇게독자를과거의장면으로끌어들인뒤,이미지에서개인으로초점을전환한다.대부분의장에서두인물이등장하는데,한명은중국인,한명은외국인이다.이둘은기묘하게뒤엉킨역사적사건의흐름속에서연결된다.때로이인물들은국가의중대한외교문제한복판에있는고위인사들(예컨대,달라이라마와그와협상하러온청나라황자)이기도하고,때로는보다사적이고일상적인관계(남경의가톨릭선교사와개종자)로나타나기도한다.
브룩은매우뛰어난이야기꾼이다.그러나그는단지자료들을엮어흥미롭고읽기좋은서사로만드는데서그치지않는다.그는자신의서사능력을활용해역사학자들이어떻게상충되고모호한자료들속에서단서를찾아내고,그것들을조합해과거를일관되게재구성하는지를보여준다.『중국은대국인가』의여러장은일종의미스터리서사처럼전개되며,역사학자와독자가함께숨겨진정보를추적하고맞추어가는형식이다.그중일부-예컨대13세기흑사병이중국에도달했는지에대한브룩의조사-는손에서책을놓을수없게만든다.
이책은일반독자에게울림을줄뿐아니라,학부생에게‘역사학자의작업방식’을가르치는데에도유용하게활용될수있는드문저작에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