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태어난 아시아

지도에서 태어난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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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아시아’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는가? 유라시아 대륙은 본래 하나의 대륙인데, 왜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두 대륙으로 나뉘게 되었을까? 그 경계는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졌을까? 유럽인들이 ‘아시아’라는 이름을 붙인 이후,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시아인’으로 인식하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칭화대학 역사학과의 쑹녠선 교수는 고지도가 아시아 형성의 역사를 탐구하고 현대성을 성찰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100여 점이 넘는 고지도를 통해 아시아(그리고 중국)가 지도 위에 등장하고, 발전하며, 변화하고, 마침내 하나의 공간으로 정형화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자본주의, 식민주의, 제국주의, 영토국가와 같은 권력 구조가 지도 위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재현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지도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공간을 해석하고, 경계를 긋고, 이름을 붙이며, 때로는 지배의 질서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지도에서 태어난 아시아』는 고지도라는 매혹적인 사료를 통해 ‘아시아’가 자연스러운 지리 단위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만들어진 관념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콜럼버스의 항해, 프톨레마이오스의 지리학, 선교사들이 그린 세계지도, 동아시아의 여도 전통, 제국의 측량과 식민주의적 공간 질서가 교차하는 장면들 속에서, 쑹녠선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의 윤곽이 실은 자본과 종교, 제국과 지식의 긴장 속에서 빚어졌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서양이 비서양을 ‘발견’하고 ‘문명화’했다는 익숙한 현대화 서사를 되묻는다. 동시에 중국과 한반도,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지도 제작 전통이 현대 세계의 공간 감각을 형성하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해 왔음을 밝힌다. 지도 위의 선과 이름, 중심과 주변을 따라가다 보면, ‘아시아’와 ‘세계’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선과 권력이 부딪히며 만들어진 역사적 구성물임을 깨닫게 된다. 영토와 바다의 이름을 둘러싼 다툼이 여전한 오늘날, 지도는 여전히 가장 정치적인 그림이다. 민족국가 중심의 단선적 역사 서술을 넘어 경계를 새롭게 사유하려는 독자에게, 이 책은 지도에서 출발하는 또 하나의 세계사 읽기를 건넨다.

『지도에서 태어난 아시아』는 방대한 사료의 숲을 거니는 즐거움을 준다. 고지도, 외교 문서, 현지 기록, 일기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1차 사료들이 정교한 분석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태피스트리로 엮인다. 마치 한 편의 장엄한 대하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한국어판 번역을 맡은 손성욱 교수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역자는 저자가 사용한 복잡한 역사 지리학적 개념들을 한국 독자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자 문명권과 서구 근대 개념이 충돌하는 번역의 난제들을 매끄럽고 기품 있는 문장으로 번역해 냄으로써, 원서가 가진 학술적 무게와 문학적 향취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저자

쑹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