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 (박선영 산문 |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 (박선영 산문 | 2025 경기히든작가 선정작)

$14.50
Description
경기도의 숨겨진 보물, ‘히든작가’를 만나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작가들이 한국 문학의 내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기히든작가’ 프로젝트로, 산문 부문 당선작인 박선영 작가의 에세이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우리 곁을 스쳐지나가는 가장 미세한 결을 정성스레 되살려낸다. 계절의 순환을 따른 네 개의 부가 각 계절을 삶의 감정선과 대응시키듯 구성한다. 가을에는 마음이 흔들리고 망설여지는 시작의 기미가, 겨울에는 삶을 설명하게 하는 기억의 기원이, 봄에는 다시 손을 뻗고 되살아나는 회복의 기운이, 여름에는 결국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는 온기가 자리한다. 책에서 느껴지는 계절의 흐름은 곧 한 인간의 내면이 겪어온 리듬의 형태를 닮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수학 강사로 일하며 숫자와 공식을 다뤄왔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정답이 하나뿐인 세계보다 사람마다 다른 결의 답을 찾아가는 문학의 세계에 마음이 기울었다. 계산보다 감정, 수식보다 언어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제 마음에 닿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모래알을 수집하는 시간』은 그렇게 시작된 두번째 삶의 첫 기록이다.
저자

박선영

오랫동안생업을위해수학강사로일했다.누구에게나똑같은답이나오는수학보다,각자다른답을찾아내는문학을동경했다.숫자와수식보다언어와감정이마음에더닿았다.이제는,마음에닿는일을하기로했다.

목차

1부가을,주저
홍옥|팬심|순정|관람|필사|몰입|머뭇

2부겨울,이유
아파트|연탄|꿈|배웅|동백|라르고|진입로

3부봄,계속
고사리|연못|수선화|수국|식탐|도둑|격려

4부여름,의미
혀끝|수다|갈망|모래|냉면|재배치|썸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어쩌면살아가는일이모두‘문득’인지도모르겠다.”
삶의빈틈을채워주는모래같은하루들

삶의비의,생활의무게를감내하면서묵묵히,
쉼없이단어를찾고문장을만들어가며한줄한줄마침표를찍는사람.
_오경철(『편집후기』저자)

지긋지긋하고괴로운삶을풀어나갈실타래를푸는글.
_윤동희(북노마드대표)

한낮의초승달처럼,눈에잘뜨이진않지만가느다랗게빛나는희망이느껴졌다.
_김지혜(소설가)

사소한순간을붙드는마음
기억이다시살아나는자리

‘홍옥’,‘요가매트’,‘필사’,‘연탄’,‘연못’같은단어들은단순히소재가아니라시간의한조각이자감정의표면에남은자국처럼등장한다.저자는잊힌기억을어느사물들로불러내며한인간의생애가지닌리듬과무게를들여다본다.이책의중심에는감정의겹을무심히들추어내는작가의세심한관찰이있다.첫글「홍옥」에서저자는가을이시작될때마다사과와관련해서기억이되살아나는과정을이야기한다.단한입의새콤함에어린시절의두려움,설렘,시험을앞둔불안이녹아있다.그시절의사과는단순한과일이아니라두려움을잠시나마잊게하는제철의위안이었다.이어지는「팬심」에서는1980년대사춘기아이의무모하고도순수한열정이펼쳐진다.신해철과무한궤도공연을보기위해광주로향하던모험은열정이어떻게청춘의불안을잠재우는지를보여준다.「순정」에서는요가매트‘만두카’를매개로,사소한물건에깃든기억과자기확신을그린다.땀으로얼룩진매트를버리지못하는이유는그위에서한때“스스로가낯설정도로몰두했던”시간이고스란히남아있기때문이다.또「필사」편에서는손으로문장을옮기는남편의모습에서느리게읽고새기며살아가는행위의본질을보여준다.저자는활자를베껴쓰며비로소“한문장한문장을몸에새겨넣는것같”다고말한다.
이책에서개인적기억은사회적풍경과정서의층위로확장된다.「아파트」와「연탄」같은글에서는1980년대중산층형성과가족의생존기가함께엮인다.무궁화아파트의낡은벽지,연탄가스냄새,곰국의뽀얀국물냄새는단지한가족의생활상을넘어한국근대주거문화의역사와세대적체험으로번져나간다.또한「몰입」에서는스마트폰시대의주의력결핍속에서도여전히책을읽는사람과뜨개질을하는사람들을포착하며집중의윤리와느림의미학을다시묻는다.이모든장면은몰입과집중이라는잃어버린감각을상기시킨다.

시간의퇴적층에서나를재발견하다

이책은일상의잔여를응시하는태도에서출발한다.흘러간다고여겨온순간들은사실사라진것이아니라보이지않는층위로조금씩삶에퇴적된다.이책은그층위를하나씩더듬어가며우리가살아온시간의결이어떻게현재의감정과사고를형성하는지를조용히보여준다.여기서중요한것은과거를뒤돌아보는방식이다.저자의글쓰기에서는특정사건이나인물의서사보다는아주사소한기색,뉘앙스,감정의흔들림같은것들이문장에서찬찬히떠오른다.회고의목적은추억을아름답게덧칠하거나한시기를깔끔히정리하는데있지않다.시간이흐르며삶이어떤결을갖추어왔는지조용히바라보는일에가깝다.이러한서술은삶을설명하거나정리하려는태도와는거리를둔다.대신기억이스스로떠오르는속도를존중하며그때의마음이남긴미세한흔적들을가능한한훼손하지않는다.그래서이책에서과거는완결된이야기가아니라여전히현재와느슨하게연결된어떤감각으로존재한다.‘모래알을수집한다’는말은곧사라질것같은순간들에잠시자리를내어주는행위이며,그시간들이다시삶안에서의미를만들어내도록기다리는일이다.『모래알을수집하는시간』은이미흘러간시간을다시품어보려는조용한마음을담으며삶은큰이야기가아니라작은순간들로이루어진다는것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