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

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

$13.00
Description
“우리는 휴일 저녁
슬픔의 전문가”

정착하지 못한 마음의 지리학,
폐허와 유랑 속에서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슬픔
일상에 신선한 감각을!
교유서가, ‘새로움’에 ‘시’를 더하다!

“당신의 시는 커다란 그물 같아요. 구멍들 속으로 빠져나가는 바람.
그 바람을 타고 당신은 떠나요. 떠나지 못해요.”
_김숨(소설가)

리산 시인이 8년 만에 펴내는 시집 『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가 ‘교유서가 시집’ 시리즈 3번으로 출간된다. 이 시집은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하며 축적된 슬픔이 폐허, 여행, 기억, 유랑의 이미지로 변주되는 과정을 담는다. 리산 시인의 시는 말해지지 않는 것의 힘을 오랫동안 탐색해왔다. 첫 시집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이 “말하지 않음으로써 혁명에 참여하는 시”(성기완)였다면 두번째 시집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는 한 존재가 환멸과 아름다움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기록한 책이었다. 몽상적 이미지, 신화적 사유, 냉정한 서정과 능청 그리고 세상과의 불화를 견디는 태도로 구축된 독자적인 시 세계가 이번 시집에서는 슬픔이라는 주제로 더욱 응축된다.
이 시집에는 떠나려 하지만 끝내 떠나지 못하는 자, 기억을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자, 오지 않는 누군가를 끝내 기다리는 자 같은 존재들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이들은 무너진 사람이 아니라 슬픔을 일상처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달을 떠나는 달」에서 “파도가 달을 벗어나고 있다 / 먼지는 계속 쌓이고”라는 문장은 떠남이 완결되지 못한 상태를 서정의 좌표로 고정한다. 이어지는 「잊으려 하지 않는다」에서는 “어디론가 떠나 돌아오지 않기에는 너무나 많은 흔적을 남겼다”라는 고백이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체류의 감정을 증거한다. 제목 그대로 이 시집에서 슬픔은 허약한 감정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인 것이다.
저자

리산

저자:리산
2006년가을〈시안〉으로등단했다.저물녘낯선거리에도착하기,할수있다면머물지말고계속지나가기를마음에둔다.시집으로『쓸모없는노력의박물관』『메르시,이대로계속머물러주세요』가있다.센티멘털노동자동맹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달을떠나는달
잊으려하지않는다
사적인슬픔
무사
사월에는서역
VeinteAnos
앤틱한마음
서서히(눈)물로채워진다

아름다운헬레네
위무위(爲無爲)
-술에취한나는무슨이유로그리슬피우는가
빈롱의저녁
비가또온다
고전미술반
낭만적인배당
겨울샐러드
뿌리관목라일락
숲의일부를지나는임시열차
순수지속
토성의아름다운어두운꼬리
황혼의것
발자국은꽃잎모양
지도의끝자락
나쁜시절국경근처

다시헬레네
Moon지방의거주자들
기원전203년한니발은
어쩔수없이헤라신전을떠났다
광대를보내주오
자신에대해말하다
美國의탄생
-나는너에게말한다이슬픔이나의연인이라고
잎새뜨기

헬레네
마법환등기
-공장에서빠져나가기
거리,밖,밤
차가운물에사는물고기요리법
잉크병속에남은전나무꿀
홍학떼가있는폐허
청바지의탄생
사랑했다는뜻
다락방이유행하던시절
반복하지않는다
내해의어두운땅
남극의장미
진지한여공
프랑크푸르트의신식부엌
산책에서돌아오지않기
아프리카의해
먼데서온사람
조선어독본첫째권
아름다운헬레네

산문|함께,산책에서돌아오지않기|김숨(소설가)

출판사 서평

도착하지못한감정의지도,
기억을지우지못한마음이끝내머무르는세계

슬픔은한장면이나한인물에머무르지않고시집전체로확장된다.몇몇시에서등장하는더블린,빈롱,베른같은지명들은단순히여행의목적지라기보다는감정이한번도도착하지못한채이어지는궤도로기능한다.「빈롱의저녁」에서는정원에깔린낙엽,철도의희미한불빛,기차의진동같은이미지가반복되며체류의감각을불러온다.「토성의아름다운어두운꼬리」에서는곧도착할것처럼안내되면서도끝내오지않는버스를기다리는사람들이등장한다.도착하지못한시간이오래축적되면서기다림은삶의구조가된다.「고전미술반」의아일랜드풍경또한배경이아니라감응의잔향을각인하는장치로등장한다.이시집은세상곳곳에도착하지못한감정의겹을덧입혀나가는방식으로세계를구성한다.

북을치며나발을불며지나가는행렬을보고

주소없는여자들이중얼거린다

어린도마뱀한마리누울수없는창가

철도의불빛을먹고자라는화분하나가

내가가진정원의전부야
_「빈롱의저녁」

시집초반부는감정의기원을설명하기보다먼저세계의규모를드러낸다.「사적인슬픔」에서“눈은무거운눈이라/바람이불어도날아가지않았다”는진술은개인의정서를생태적이고지질학적속성으로치환하고,「무사」의“울며철책을넘어가는염소치는여자들”은슬픔을밀폐된감정이아니라경계바깥으로번져가는정서로확장한다.슬픔이세계의규모로움직이는것이다.

중반부에이르면슬픔은도시,노동,자본,시스템속에서새로운얼굴을드러낸다.「낭만적인배당」의“지겨움으로죽느니과음으로죽는게낫지”라는선언은슬픔이현실을버티는기술임을적나라하게드러낸다.「숲의일부를지나는임시열차」에등장하는일련의숫자와기호,발신전용전화기,“불시에팝업되고변경되는붉은메모장”은감정이성과혹은지표의언어로번역되는세계를보여준다.시인은그안에서무너지지않기위한삶의문법을스스로익혀가는시간을포착한다.그렇기에이시집에서슬픔은무언가를버티는일에가깝다.

헬레네,
기억을지우지않기에계속살아나는이름
소나무버드나무두루미미나리바지저고리,아름다운헬레네나는당신을그리워합니다그러나또나는당신을떠나고싶습니다아름다운헬레네미칠것같은마음은무엇입니까
_「조선어독본첫째권」

네개의제목,‘아름다운헬레네’‘다시헬레네’‘헬레네’그리고마지막의‘아름다운헬레네’는시간의선형성을흐리고감정의체류를반복적으로호출한다.첫번째헬레네는이미지나간시절처럼반짝이며,두번째헬레네는다시돌아가고자하는욕망과불가능의감각을함께불러온다.세번째헬레네에이르면헬레네는더이상대상이아니라몸에각인된감정의패턴이된다.마지막헬레네의제목은처음과같지만그시선은이미변형을거쳤다.즉이반복은회귀가아니라변성이다.「VeinteAnos」의“우리의슬픔은전문적이고아름다웠네”라는문장은망각을통한인생이아니라기억을지닌채버텨내는삶을가리킨다.살아남는다는것은감정을폐쇄하는일이아니라끝까지견디는일이다.

헬레네이후의시들은감응의파편들이여러이미지로흩어지며확장된다.「겨울샐러드」의노래하고춤추는낯선사람들은기쁨의형식을띠고있으나결핍을견디는방식으로작동하고,「뿌리관목라일락」의붉은머리앵무새는사랑하지만끝내이름붙일수없는감정상태를빛바랜우언으로드러낸다.슬픔은특정인물이나사건에압축된감정이아니라개인윤리,집단정서,세계의피로가하나의네트워크처럼얽힌구조로제시된다.

이구조가완성되는지점에서김숨소설가의산문「함께,산책에서돌아오지않기」가놓인다.산문은시의이미지를해석하거나요약하지않고,시가끝내남겨둔감정의자리옆에조용히머무르는방식을택한다.이는결론을내리지않는체류의윤리이자동반의형식이다.그머무름의방식이하나로응결하는순간『우리의슬픔은전문적이고아름다워』는한문장으로수렴한다.우리는잊지않았기에무너진것이아니라잊지않았기에살고있다.이를증명하는이름이바로헬레네다.

시인의말

오래된마음은가라

아무것도모르는채나는뛰어드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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