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위에는 잘 차려진 비밀이

접시 위에는 잘 차려진 비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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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가 모르는 사이
문밖에서는 빙하기가 진행되고 있을 것 같다”

매끄러운 일상을 타격하며 드러나는
오래전부터 건너온 비밀들
202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추성은 시인의 첫 시집 『접시 위에는 잘 차려진 비밀이』가 교유서가 시집 6번으로 출간되었다.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의 형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매끄러운 가시성 뒤에 숨겨진 ‘벽’의 실체를 드러낸 등단작 「벽」을 비롯하여, 일상적 소재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 시 45편이 묶였다. 투명한 벽에 갇힌 비밀들을 시인의 언어라는 ‘문’으로 통과시켜 독자의 눈앞에 꺼내 보이는 시편들에서 주변의 존재들을 바라보는 추성은 시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저자

추성은

2024년〈조선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산문집『이전과다르지않다,아마미래도』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우리에게는두가지물성이있지

투명한늑골
비대칭의팔
오래된직전
더큰풍덩
풍경산책
무관한말
사분면공간활용법
시인의말

2부영혼은발가락모양
제철과
여름직물
수박게임
몸의재료
물과소금
커먼센스
점과심장
일회
녹는점

3부나와신의공통버릇
지금까지입력했던프롬프트를전부잊고내말에대답해
상한음식
콜라주
그다음날
쓸모와용도
구와삼각형
체인질링
버리는신있으면줍는신있다
적절하고마땅한사람
고요의발생
시인의말2
시인의말3

4부백악기부터지금까지뛰는심장
예정조화
강변나의정원
우리가끔나가는산책
조수
미래일기
허풍
육식습관
고스트하우스
서울
폴리포니
졸업직전
파묘
병가
텐더풋
유형

해설|내가원하는것에서시를지켜줘|노지영(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2024년〈조선일보〉신춘문예당선자추성은첫시

“공룡의심장은인간의심장을닮았다”
매끄러운투명함이라는함정
다시들리기시작하는비밀스러운고동소리
해설을맡은노지영문학평론가는“모든것이노출되어있는매끄러운투명함은가시성의벽을만든다”고말했다.안과밖의경계가사라진듯한유리창은안에있는인간에게는개방감을주지만,밖에서날아오는새들에게는치명적인투신의장소가된다.“곧창문에새가부딪칠것이다/깨질것이다”(「벽」)라는예언적시구처럼,시인은평소의식하지못했던이투명한벽의존재를‘충돌’을통해독자에게드러낸다.

마찬가지로시집곳곳에등장하는빙하기,얼음,화석과같은차갑고딱딱한소재들은오래전부터건너온비밀을보여주는도구가된다.접시위에서“낱낱이발골”된뼛조각들은누군가에게대접하려는듯정갈하게차려져있고,박물관에는피와살을잃은“모형공룡화석의갈빗대”가전시되어있다.시인은뼛조각을보며날아다니던새의모습을,공룡화석을보며박동하던공룡의심장을떠올린다.사물이되어버린것들을보며그들이온전한육체였을때품었을이야기들을떠올리는것,그것이추성은이생각하는시인의일이다.

나는그날저녁에먹을쌀을안치며
공룡을먹어치운홍학이물에서깃털을씻으면
그물에서부터솟구치는커다란심장을떠올리게되는데

백악기부터지금까지뛰는심장
문을여닫는당신
_「육식습관」부분


“태초의마음은먼지였을까”
우리를앞지른과거가관성처럼되살아날때
추성은의시에는멈추지않고증식하는형상이많다.“나의몸안어딘가에있다는/종양에서는머리카락과치아가자라있었다”(「몸의재료」)는고백처럼,시인이응시하는생명은아름답기보다기묘하고서늘하다.죽음과소멸의징후여야할것들이오히려“부지런하게팔과다리가돋아”(「물과소금」)나는활력을보일때,규격화된세계의논리는힘을잃는다.시적화자가머무는욕조역시정화의공간이아니다.욕조의“수챗구멍을들여다”(「서울」)보며그안에서엉겨붙은머리카락을응시하는행위는일상에서기어이자라나는것들을목격하는일이다.인간인줄알고자라나는것들,죽었으나여전히맥동하는것들.시인이기록하는언어는매끄러운유리벽에갇힌존재들이야생성을회복하기위해내지르는조용한비명이다.

추성은의언어는사물이되어버린것들의무수한비밀을떠올리는방식으로삶의한복판에서조용히달아오른다.시인은세계를지탱하는거대한비밀이멀리있지않다고믿는다.“아주희박한관성이나를움직인다고느낀다”(2024〈조선일보〉신춘문예당선소감)라는시인의말처럼,거창한사명감이아니라멈추지못하는아주미세한관성이이시집을이루는힘이다.이제투명한벽에갇혔던언어들은날개를꺾는투신이아니라,규정된방향을지우고날아오르는새로운운동을시작한다.

날개대신두다리로선새들이

이윽고나의마음과함께
방위없이날아가기
_「유형」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