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세요

의심하세요

$13.00
Description
“의심 없는 믿음은 허약한 것”
완전한 폐곡선을 빠져나가려는 시의 힘

일상에 신선한 감각을!
교유서가, ‘새로움’에 ‘시’를 더하다!

“죽음의 언어로 쓰였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감내해야 할 운명으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_고봉준(문학평론가)

기울어진 세계를 지탱하는 것은
가장 약해진 부분 그것은
가장 찬란했던 것
_「경사도」에서

‘교유서가 시집’ 시리즈 7번으로 출간된 김박은경 시인의 새 시집 『의심하세요』는 의심과 믿음이 같은 얼굴로 흔들리는 순간들을 불러낸다. 시집 『온통 빨강이라니』 『중독』 『못 속에는 못 속이는 이야기』 『사람은 사랑의 기준』으로 일상의 틈에 깃든 마음의 흔들림을 집요히 써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의심’이라는 하나의 방법으로 세상을 들여다본다.
표제작 「의심하세요」에서 의심과 믿음은 반대말이 아니라, 흔들리는 감정의 두 얼굴로 나타난다. 시인은 믿는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심이 거미줄 치는 순간을 포착하고 “의심과 믿음은/ 어쩌면 같은 종족”이라고 말한다. 아무런 의심 없이 선택한 믿음은 “빛으로 지어진/ 누각 한 채”처럼 아름답지만 위태롭다. 그러므로 이 시집에서 의심은 믿음의 실패가 아니라 믿음을 지탱하는 감각이다. 오히려 무언가를 쉽게 믿지 않으려고, 더 튼튼히 믿으려고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방식이다. 이때 확신의 언어를 벗어난 시는 오래 바라보는 언어가 된다.

믿지, 묻는다면
믿는다고 정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심이 거미줄 친다

(…)

의심과 믿음은
어쩌면 같은 종족
_「의심하세요」
저자

김박은경

2002년〈시와반시〉를통해등단했다.시집으로『온통빨강이라니』『중독』『못속에는못속이는이야기』『사람은사랑의기준』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의지가있으면의자가생길까
의지의의자
윤활하는견습
경사도
구부정한시
떠오르는발
조심은마음을잡는일
소파
미제레레노비스
아케이드의부분
중얼거렸다
소유격
내가그따위라는것

2부│미세야말로모두에게도래할궁극적미래아닙니까
어번베어,베어도그
적당한삶
미세주의보
식사에의초대
홀인원
일상이일생이될때까지
추락하는거야?날아가는거야?
개봉관에서
백상지
쿠키맨
달콤한생의아이들
천개(天蓋)
고양이를사랑합니까
의심하세요

3부│슬픔없이슬픔을이야기하는사람은슬픈걸까
러브버그하우스
목숨같은거
베이비베이비
녹아버리는얼굴
여름의감정
조금다정한사람
사탕무덤
구월은당신이태어난달
그리고그리고그리고
더하고싶다
무한한가능의세계
당신은다른나라에가서살자고
그리고다시부엉이가
이세계의끝
우리들에게새는영원히

4부│당신의비치는누구입니까어디입니까
플리스플리츠플러스
다만귀를기울이면서
난(難)
새로이해하기
우리의두손
모눈사이를걸을때
안부
식물원
두손이필요한이유
우리는어디로가지
잊지말고눈꼭감기
BeautifulBeach
최선의나무

해설│타인의마지막을상상하는일│고봉준(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그리움,
무언가의마지막을오래바라보는마음
이시집에서죽음은일상속사물과감각으로문득드러난다.맨홀,소파,냉동실,시계,전철역,사탕,고양이,새같은사물과존재들은평범한풍경에머물지않고무언가가떠난이후의시간을떠올리게한다.「홀인원」에서맨홀은사람을위한구멍이면서사람을삼켜버리는구멍이되고,「사탕무덤」에서펠릭스곤살레스토레스의작품은병들어죽은연인혹은먹을수록사라지는사랑의형상으로다시읽힌다.죽음은설명되기보다감각되고애도는선언되기보다오래씹히고녹아든다.

당신이죽자나도죽어버렸고내가죽어버려서당신은더욱죽었으니우리라는붙이들의죽음은줄줄이이어져켜켜이쌓이겠지
_「천개(天蓋)」

그렇기에『의심하세요』의그리움은단순히회상의정서에머물지않는다.이시집의그리움은떠난존재를다시붙잡으려는마음이면서,붙잡을수없다는사실을아는마음이다.「천개(天蓋)」에서화자는“당신이마침내알아낸것을”들으려하지만“끝까지알수없을지도모른다”고말한다.「구월은당신이태어난달」에서는다시돌아오는계절이“우리들의구원”이되고,「우리들에게새는영원히」에서는믿는순간도망칠지도모르는새를통해사랑과상실의불안이겹쳐진다.떠난것은돌아오지않지만그것이남긴감각은사물과계절과기억속에계속떠돈다.

귤은균이되고사탕은뼈가된다
부재이후에도사라지지않는감각을향하여
이시집이지닌독특한힘은달콤하고기괴한감각의결합에서나온다.「추락하는거야?날아가는거야?」에서귤은상하면서더부드러워지며끝내균이되고,「쿠키맨」에서따스하고달콤한것은사랑과다르지않지만결국먹히고부서지고사라지는몸이다.「녹아버리는얼굴」에서냉동실속소분된살점은무엇이었는지알수없고언것은녹으며녹는것은망가진다.이시집의사물들은귀엽고달콤한표면을지녔으나,사탕이뼈의감각을남기듯그안에는허기,상처,부패,죽음,사랑의불안이함께들어있다.고봉준문학평론가가해설에서짚듯이시집에서죽음은가까운사람에게만닥치는예외적사건이아니라삶과일상에“이미-항상”놓여있는조건이다.얼굴도이름도모르는타인의죽음마저‘그대’의죽음처럼다가오는순간시집은가장사소하고만만해보이는사물들에서삶의어두운감각을끌어낸다.

귤은내가되었다
균은내가되었다

여기거대한귤하나
여기거대한균하나
_「추락하는거야?날아가는거야?」

그러나『의심하세요』의세계가무겁고슬프기만한것은아니다.이세계는이상히달콤하고자주불온하며때로우스꽝스럽고끝내서늘하다.표지에놓인문장처럼“어렵다는말과/불가능하다는말은/전혀다른것”이라면이시집은불가능해보이는믿음의자리에서다시묻고다시바라보고다시사랑하려는시집이다.사랑도믿음도애도도삶도어렵지만어렵다는사실이곧불가능을뜻하지는않는다.시인은“완전한폐곡선”에갇힌듯한세계에서빠져나가려고다시의심하고다시감각한다.의심은닫힌세계를부수는힘이면서,닫힌세계에아직남은출구를찾는힘이다.여기서의심은믿음의실패가아니라믿음을견디게하는힘이다.그힘은부재와그리움,몸과사물,달콤함과서늘함이뒤섞인자리에끝내사라지지않는감각으로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