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전문구 시집)

흐름 (전문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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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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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문구

탑전전문구(全文求).강원도홍천출신으로경기도성남시분당에거주하고있다.현대시선신인상을수상했으며현대시선정회원이다.동인지_난출구를그리는아이,소래포구시화전,덕평공룡수목원문학의거리시비에참여했다.

목차

1부.흐름

010...흐름
011...고마워
012...꽃심
013...꽃
014...나비의품격
015...달맞이꽃
016...라일락앞에서
017...바람
018...백년가약
020...버드나무처녀
021...비탈밭
022...사랑이생긴다면
024...아람
025...어떡해
026...여름은
028...키스
029...하루의개그(gag)
030...할머니
032...휴식
033...흐름·2
034...흔적
035...늦가을



2부.기차역

038...개똥참외
039...그랬구나
040...그런적있지
041...기차역
042...길
044...동네찻집
046...나
047...멍
048...바다
050...뱃살
051...부부싸움
052...비혼예술가의거짓
053...사라진것
054...삶
055...소문
056...신
057...여보세요
058...의자
059...착각


3부.내마음

062...같은산
064...곁불
065...내마음
066...방치
067...빨랫줄
068...사기꾼
070...산
071...산사
072...상상
073...새끼
074...숲
075...아버지마음
076...안하무인
077...여름비
078...엄마
080...외톨이
082...운동
083...유리지붕
084...인구
085...친구는


4부.겨울에는

088...가을볕
089...겨울시기
090...겨울에는
091...결실
092...고행흔적
093...곡우
094...곰삭는이유
095...공통어
096...그런거야
098...나의봄
100...그리움
101...동네
102...닮은꼴
104...바늘
105...모르리
106...보글보글
107...봄날이고싶다
108...보릿고개
110...서리
112...봄소식
113...여행
114...한해
115...허무
116...가족
120...세월안에포개진주름『흐름시집』평론가윤기영

출판사 서평

세월의무늬를일깨우는시인의정체성속에는한인간이걸어온가족의삶과인생철학이정직하게스며있다.그흐름을따라가다보면,독자는어느새시인의내면에닿아있는향수와사색의정원속을천천히거닐게된다.『흐름』은바로그시간의강물위에놓인시인의마음의기록이며,삶을되돌아보게하는조용한울림의시집이다.

이시집속「마른대화」「저꽃잎」「시인과건달농부」「친구가좋아필드로간시」「청혼」등의작품들은시인이삶을통해길어올린진솔한언어들로가득하다.그언어들은마음의고향,가족,친구,그리고세월의흔적을한폭의수묵화처럼펼쳐보인다.눈을감았다가다시뜨면,어느새변해버린세월앞에서우리는숙연해지고,그속에서흘러간시간의냄새와눈물의온도를느낀다.

전문구시인의여섯번째시집원고100여편을받아들었을때,나는시한편한편을마주하며깊은경외심을느꼈다.보이지않는안개같은세월속에서도묵묵히글을써내려간시인의정서가얼마나고요하고도단단한지,그열정의마음결이손끝으로전해졌다.시한편의탄생은고단한노동의결과이며,그속에는바람소리와침묵이교차하는무언의세계가있다.시인은그세계의여정을담담히견뎌내며,고독속에서도언어를피워올렸다.

이번시집『흐름』은그러한여정의정점에서피어난‘고소란’같은시집이다.들꽃처럼피어나독자의마음을향기로물들이고,잊혀진시간의강가에서다시삶의본질을묻는다.시인의시어속에는바람의결이있고,고요히흐르는물소리가있다.그것은인생의한흐름이자,시인이살아온세월의숨결이다.

『흐름』을읽는일은단순히시를감상하는일이아니라,시인의삶을함께걷는일이다.그길위에서우리는묻는다.『나는지금어떤흐름속에서있는가?』이시집은그물음에대한따뜻한대답이며,우리가잊고지낸마음의근원을다시일깨워주는시집형식이다.

이제전문구시인의한편한편의시울림속에서자신을되돌아보는시간이다.


허기진꽁보리밥
목넘길때는몰랐습니다
나만의향기가나올수있음에
코를비틀며감사했습니다
짠지한입오물거릴때
눈웃음짓는누이가가물거리고
버짐먹은얼굴이보일때
세수안한조각인줄알았지요

한시간도로를잡고
보리밥을찾을때는
빈배가아니었습니다
미끄덩거리는납작보리
고향을그리는마음의결이
김칫국물에눈물을떨굽니다
가난이멀어진줄알았는데
고향이멀어져있었습니다

_「흐름」부분

전문구흐름의시는「보리밥」이라는구체적인사물을통해,가난했던시절의추억과그속의따뜻한정(情)을회상하고있다.흐름의시정서는과거의기억이현재로흘러드는「시간의흐름」속에고향을사유하며언제나변하지않는젊음을간직한애잔함이짓누르고있다.

첫연의「허기진꽁보리밥목넘길때는몰랐습니다」라는구절은,가난속에서도생명을이어주던보리밥의소중함을뒤늦게깨닫는회한을담고있다.화자는「코를비틀며감사했다」라고표현함으로써,냄새조차감사의대상으로승화시키며인간적인진심을드러낸다.이는단순한음식의묘사가아니라,삶의근원적향기를되새기는순간이다.

둘째연에서는「짠지한입오물거릴때/눈웃음짓는누이가가물거리고」라는장면을통해가난한식탁의풍경속가족애가그려진다.보리밥한끼가단순한생존의상징이아니라,가족의사랑과유대감을품고있음을느끼게한다.

마지막연으로갈수록시의정서는회한과그리움으로짙어진다.「가난이멀어진줄알았는데/고향이멀어져있었습니다」라는결말은,물질적결핍이사라진현대의삶속에서정서적결핍이오히려커졌음을보여준다.이역설적깨달음이시의핵심이다.결국「흐름」은「가난에서벗어났지만」마음의고향은멀어진시대의아이러니를잔잔하게노래한다.

보리밥한그릇에담긴시인의정서는,우리가모두잊고있던감사와향수의본질을되돌아보게만들어준다.시인의다음문장이기다려진다.


애타게기다리는
꽃이랍니다
그대가오면
춤을추어요

말없이기다립니다
다가오면꽃깃을엽니다
그대를몸으로받아숨기려
하지만생태계가달라
조심스럽습니다

실수로뒤를밟아
밀려납니다
신발을거꾸로신은채
떨어진꽃잎을밟고
눈물을흘리며그대를탓합니다
핑계없는무덤은없다면서

_「바람」부분

전문구시인의「바람」은기다림의미학을섬세하게노래한시다.겉으로는단순한‘꽃’과‘바람’의만남처럼보이지만,그속에는관계의긴장과삶의거리감,그리고다가섬의두려움이함께서려있다.

첫연에서「애타게기다리는꽃」은이미사랑의주체이자존재의상징으로제시된다.시속의‘꽃’은바람을기다리는대상이지만,동시에기다림의자체가존재의이유가되는존재이다.「그대가오면춤을추어요」라는짧은구절속에는설렘과두려움이동시에깃들어있다.그것은인간이타인을향해마음을여는순간의떨림,그리고사랑이라는생태속에서마주하게되는자기보호의본능을함께담고있다.

둘째연의「그대를몸으로받아숨기려/하지만생태계가달라/조심스럽습니다」는이시의핵심이다.시인은자연의언어를빌려관계의간격을표현한다.바람과꽃은서로를향하지만,결코완전히하나가될수없는존재들이다.이다름의세계를인정하면서도,시인은여전히그만남을갈망한다.‘조심스러움’은단순한거리두기가아니라,상대를존중하는사랑의또다른이름이다.
마지막연에서의전환은인간적이다.「실수로뒤를밟아/밀려납니다/신발을거꾸로신은채」라는표현은어긋난관계의상징이자,세상속에서자주상처받는인간의초상이다.꽃잎을밟고흘리는눈물은단순한슬픔이아니라,자신이만든상처를향한반성이다.「핑계없는무덤은없다면서」라는구절은냉철한자기인식으로마무리되며,시적주체가다시성찰의자리로돌아오게한다.

이시는바람과꽃의은유를통해「만남과상처,사랑과거리,그리고인간의숙명적기다림」을그린다.그기다림은고요하지만,결코멈춰있지않다.바람이지나가면또다시꽃은흔들리고,그흔들림속에서시인은자신이여전히살아있음을느낀다.

「바람」은그렇게우리에게묻는다.
「당신의기다림은지금어떤방향으로불고있습니까?」

전문구시인의「흐름」의시에서주는의미와시대적시의흐름을성찰해보는시간이다.

박목월시인‘사계절과인생을아우르는정제된시어.대표작〈하관〉〈산이날에워싸고〉〈나그네〉중에서자연의풍경을빌려인생의덧없음과아름다움을동시에노래한시이다.
전문구시인의『흐름』의서정성은박목월의정갈한언어와매우가깝습니다.「마른대화」나「저꽃잎」등의작품도박목월의시인의‘자연과인생이맞닿는자리’를보여주는시와같은맥락의서정시들이다.
정호승시인‘슬픔과기다림을시적위로로바꾸는서정성’대표작〈수선화에게〉,〈바다로가는시내버스〉〈사랑하다가죽어버려라〉시는삶의고통을부드럽게감싸안는위로의언어로가득합니다.
전문구시인의『흐름』역시가족,고향,친구,세월이라는정서의뿌리속에서「상처를품은따뜻한사람의시」를들려줍니다.「눈물이나면기차를타라.」이한줄처럼,『흐름』속시들도「시간속을흘러가는인생의여정」이라는기차에올라탄듯조용히삶의울림을되새깁니다.

전문구시인의「바람」의존재와관계의거리감을성찰해보는시간이다.

정현종시인의시에는늘‘바람’,‘거리’,‘빈자리’,‘만남’같은단어가등장합니다.그는세상과의접촉을「가벼운바람의통과처럼」표현하면서,존재간의거리를부드럽게드러냅니다.
전문구시인의「바람」또한「그대를몸으로받아숨기려/하지만생태계가달라/조심스럽습니다」처럼,서로를향하지만닿을수없는존재의간극을시적으로형상화한다는점에서매우닮았습니다.「사람이온다는건/실은어마어마한일이다.」이정현종의구절처럼,「바람」도「그대가오면/춤을추어요」라는표현으로존재의‘만남그자체’를경외와설렘으로다루고있습니다.

박남수는‘바람’,‘꽃잎’,‘빛’같은자연의이미지로감정의미세한떨림을표현합니다.
그의시어는부드럽지만,한줄한줄이의미의결로엮여있어깊은울림을남깁니다.
전문구시인의「바람」또한「신발을거꾸로신은채/떨어진꽃잎을밟고/눈물을흘리며」와같은장면에서박남수의시처럼‘정서가형상으로바뀌는순간’을포착하고있습니다.

전문구시인의「흐름」「바람」을통한시는단순한삶의묘사가아니라그가살아온인생철학과가족,친구그리고자신은세월속에흐르는강물이며그속의한물결로바라보는존재임을말하고있다.


2

전문구시인의삶의흐름속에존재의식과인생철학이궁금하다.시인은자신의발자취를남겨놓는성찰이있다.그성찰을통해시인의치부까지드러나는게시인의진솔한정체성이다.시인은자연의흐름과삶은공존하고있음을잘보여주고있다.시간이주는순환의시대는기억을더듬고삶에서오는둔탁한소리를느끼고있음을예시해준다.어쩌면세월이주는삶의진리속에서붉은단풍잎처럼물들어가고있음을환유하고있다.


가난이엉덩이를밀고올때
할배는조팝나무한아름안고
밀린장사葬事에어머님이보낸거라며
함박웃음에향기를다듬어
대문을들어서고있었다
어제까지만해도웃음사라진
밭을더듬고다녔는데
무엇이저렇게행복한웃음으로
자리잡고있을까
마루에앉은도토리들은
거른끼니에고개를숙이고
할머니머리에꽃이
아이고저양반
곤충채집하러간다더니
곡물채집하고왔네

멀뚱한눈들이갑자기쏠린다
아버지의지게에얹힌자루가
부엌을넘어설때까지따라간다
아이들배는이미불러오고있다
기다리는시간이풀어진얼굴
부엌에서들리는달그락소리로
작곡을하고있다
내일은칫간에갈수있겠다.

_「보릿고개」부문

『결핍속에서피어난생명의의지』
이시는가난의시대를배경으로하면서도절망이아닌삶의환희를보여줍니다.「조팝나무한아름안고함박웃음짓는할배」의모습은,궁핍속에서도사람을살게하는웃음의철학을상징합니다.할머니의농담과아이들의배고픔까지도‘생존의유머’로버무려내며,‘달그락소리로작곡한다’는구절은결핍을예술로승화시키는인간의창조성을은유합니다.인간은결핍속에서도웃음과사랑으로삶을견딜수있는존재이기도합니다.


엽록소사라진팔십이라해도
미워지지않은데어떡해요
엉덩이도무른호박이라지만
생겼다가넘어간구석이에요
호박주름이가득해하얀분을바르고
가슴통은산사태로주르륵흘러내리고
펴야할곳은굽어진굴뚝항아리
머리는볶아진라면에수프가듬성듬성
얇은포대를걸친사리마다
살이많으면힘들게해부은것
말라비틀어지면자식이빼앗아버린살
커피믹스가맛있다고다시는입맛
멀리보이는실루엣만보아도우리엄마
우리엄만데동물도엄마가나타나면시시덕
대문도우리가열면삐이딱엄마가열면발그레
엄마젖은두갠데아이들은다섯
모두제것이라착각하지
뚫어지게봐도예쁘게마모된요술거울은없는데
돌아보면너무도사랑스러워요

하늘에귀를박고들으면그런소리가들려요
가난한식탁으로마음이아팠고
힘빠진황소걸음으로걸었고
울퉁불퉁살아온모습이허리춤에숨었고
가늘어진가슴을두꼭지에달고


엄마는녹이슨보석이래요
닦으려해도늦었대요
침침해진흔적으로
엄마를지우려는모습에
당신이좋아했던
커피향기가나요

_「엄마」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