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에필로그〉
드디어 쉼표 하나를 찍는다.
더 다듬고 싶은 시들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번만큼은 세상에 건네보기로 했다.
시는 퇴고하는 시간이 길었다. 한 단어를 건드리면 중심이 옮겨 갔고, 한 단어를 새로 들이면 다른 차원이 열렸다. 시를 쓰는 일은 단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확한 숨결을 찾아가는 지난한 여정이었다. 시는 온전해질 때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 마치 집이 완성되어 가듯 가슴 한구석에 작은 희열이 고였다.
돌이켜 보면, 이 시집은 세상을 읽으려는 기록이었으나 원고를 덮으며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읽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실은 조금씩 나를 읽어 내고 있었다는 것을.
시인이 누리는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
한 편의 시가 마침내 제 모습을 찾는 순간, 심연에서 길어 올린 기쁨. 어쩌면 시인은 그 한순간을 만나기 위해 길고 긴 고독을 견디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빈 종이를 펼친다.
드디어 쉼표 하나를 찍는다.
더 다듬고 싶은 시들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번만큼은 세상에 건네보기로 했다.
시는 퇴고하는 시간이 길었다. 한 단어를 건드리면 중심이 옮겨 갔고, 한 단어를 새로 들이면 다른 차원이 열렸다. 시를 쓰는 일은 단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확한 숨결을 찾아가는 지난한 여정이었다. 시는 온전해질 때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갈 때, 마치 집이 완성되어 가듯 가슴 한구석에 작은 희열이 고였다.
돌이켜 보면, 이 시집은 세상을 읽으려는 기록이었으나 원고를 덮으며 비로소 깨닫는다. 내가 읽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실은 조금씩 나를 읽어 내고 있었다는 것을.
시인이 누리는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
한 편의 시가 마침내 제 모습을 찾는 순간, 심연에서 길어 올린 기쁨. 어쩌면 시인은 그 한순간을 만나기 위해 길고 긴 고독을 견디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빈 종이를 펼친다.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