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는 불안의 유전자를 가졌다

안개는 불안의 유전자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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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준희 시인은 시와 더불어 사유하는 삶을 추구한다. 그녀에게 시는 생의 과정에서 존재의 감각을 고양하고 참된 삶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촉매가 된다. 가령 「자몽의 꼭대기」는 산행에서 “아득하고” “깜깜하기만”한 “정상”을 생각하면서 보이지 않는 절대나 궁극을 사유한다. 하지만 이는 추상이나 관념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참된 삶과 자아를 찾으려는 시적 과정은 박준희 시인에게 생활세계의 의식 현상을 주요한 시적 발상의 거처로 삼게 한다. 이와 같은 시적 체험은 적어도 세 가지 층위가 중첩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시적 발화의 원천인 주체, 외부 세계, 시편을 구성하는 언어. 어느 하나도 시인으로서 가볍게 대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 가운데 그 처음은 말할 필요도 없이 주체에서 비롯한다. 정서, 느낌, 지각을 표현하려는 욕구에서 시 쓰기는 시작하고 지속한다. 참되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의식은 사물과 타자, 사회와 자연과 만나면
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사물과 자연 현상에 감정을 이입하고 마음을 투사하거나 자아를 기입하는 방법을 통하여 시적 경험이 이뤄지는데, 이 모두는 개별 시편의 언어로 표출되며 시인의 삶과 더불어 지속하는 과정을 형성한다. 시편을 구성하는 언어는 시적 자아의 의식을 구체적인 형태로반영하며 존재와 사물의 현존을 매개한다.
박준희 시인은 참된 자아의 열망을 실현하려는 진정성의 삶을 주요한 시적 경험으로 전개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자몽의 꼭대기」에서 주요한 지향과 만날 수 있었지만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배치하고 있는 시편인 「밤의 문장들」을 통하여 보다 더 직절하게 알 수 있다. 대개 시인은 시집의 편집을 의도하여 장을 나누는데 첫 시편과 끝 시편도 이에 부응하여 배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첫 시편인 「밤의 문장들」과 끝 시편인 「안개 주의보」는 어느 정도 수미상응의 양상을 지닌다. 이는 이 두 편이 시적 경험과 자아의 문제 그리고 시법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_구모룡 문학평론가
저자

박준희

충북 청주 출생, 창원 거주
2019년 계간 《시와 편견》 시 등단, 2022년 《한국디카시학》 디카시 등단
시와비평 작가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마산문인협회 회원
시집 『기도를 얹다』 『안개는 불안의 유전자를 가졌다』
동인지 《시의 에스프레소》 외 다수 공저

목차

1부
밤의 문장들
탕후루
폭발하는 마음들이란
칼의 강박
출렁이는 꼬리
피카소의 방식으로
쾌지나 칭칭 잘도 넘어가는 시락국
자몽의 꼭대기
흘러나오는 비명
탕의 비밀
지워진 흔적
케이블카
치매
봄이 심장을 가로 지를 때
피가 돌기 시작했다

2부
그녀 입속에 소나기가 산다
레드썬
끈
나쁜생각으로 잠이 들었다
맏이의 무게
처음 텃밭
대숲을 흐르는 파도
가 닿을 수 없는 문자
돌부처
씨앗의 시간
날아오르고 싶은 용과
기울기의 맛
강아지 호떡
도마
경계

3부
빨간 여름
시원하고 얼큰한 죽음
일방통행의 골목
정리
집으로 가는 길
햇살론에 관한 보고서
수족관
엄마의 사과밭
일렁이는 얼굴
여름으로 달아나는 하늘
골목의 시간
바다를 배달해 주세요
멸치들의 죽음
천리의 거리

4부
엄마는 파도 속에 있다
호루래기 사회
비명
이사
주인없는 신발들
맛있으면 됐지
알레르기
죽음의 맛이란
숲으로
장미가 달린다
벌초
빙하기
폐선
봄밤, 혼자돌아오는 길
안개주의보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