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는 사람, 빌런
유형별 빌런 분석과 시원한 사이다 선언까지!
유미경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빌런도감》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마주하면 자연스레 고개를 젓게 된다. 우리는 보통 그런 사람을 두고 ‘빌런’이라고 표현한다. 유미경 작가는 두 번째 에세이 《빌런도감》을 통해 우리 주변의 다양한 빌런을 들여다본다. 다만 접근 방식이 특별하다. 보통 빌런을 만나면 피하거나 맞서 싸우기를 선택하지만, 작가는 그들과 함께 살아남는 방법을 고민한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빌런은 피할 수도, 맞서 싸울 수도 없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빌런을 처단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다. 오히려 빌런 천국 같은 세상에서 너무 상처받지 않고, 너무 과몰입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참고만 살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유쾌하게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같은 책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유미경 작가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형의 빌런을 하나씩 짚어낸다. 엄마들 세계부터 직장 동료, 시댁, 원가족까지. 실제 에피소드와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또한, 곳곳에 등장하는 시원한 사이다 발언은 독자의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준다. 그렇다고 타인만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는 빌런이었을 순간을 솔직하게 돌아본다. 언제든 나도 빌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결 느슨해질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빌런이 넘쳐나는 세상을 조금 더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오히려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빌런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빌런도감》은 타인을 처단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다. 때로는 단호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리고 조금은 너그럽게. 빌런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이 책에서 만나보자.
책 속에서
우리는 그날, 마치 피 끓는 연인처럼 ‘20년 후 재회’를 약속하며 갈라섰다. 중간에 있던 꽃님인 머리를 감싸 쥐었지만, 나는 속이 후련했다. 겉으로만 웃으며 애써 참던 관계를 시원하게 끊어낸 것이 오히려 자유로웠다.
교육은 결승선에서 성적표를 흔들며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를 자랑하는 경주가 아니다. 그 길을 걸으며 어떤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는 내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고, 자신을 아끼고, 더 나아가 사람을 중하게 여기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는 세상을 믿고, 자신을 사랑하며, 결국 자신만의 속도로 달려갈 수 있다. 지금 내 아이는 청담동이 아닌 제주도로 이주해, 매일을 자연과 함께 살며 삶을 배우고 익히고 있다. 바다와 바람, 돌담길과 귤밭에서 아이는 스스로의 보폭으로 걸으며 세상을 만난다. 나는 옆에서 그 발걸음을 지켜보며 배운다.
20년 후,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성적표가 아니다. 그때도 내 아이 눈빛 속에 바다처럼 깊은 기쁨과 햇살 같은 자신감이 살아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진짜 성과일 것이다.
_ 비호감 극성 엄마형 빌런 중
회사에서야 성과표와 승진이 커리어의 기준이 되지만, 나의 회사는 조금 다르다. 내가 만든 집이 곧 사무실이고, 가족이 동료이자 고객이며, 아이의 웃음과 남편의 뒷모습이 매일의 성과 보고서다. 글 한 편 완성하는 순간은 프로젝트 마감을 끝낸 기쁨이고, 저녁밥을 차려내는 순간은 대규모 행사를 무사히 치른 셈이다.
이보다 더 다양한 일을 동시에 소화하는 직함이 또 어디 있겠는가. 기획팀, 운영팀, 홍보팀, 심지어 인사팀까지 전부 나 하나가 맡고 있다. 아침엔 아이의 등교를 총괄하는 ‘교통팀장’, 낮엔 문장을 써 내려가는 ‘콘텐츠 디렉터’, 저녁엔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는 ‘푸드 프로듀서’다. 이름만 전업주부일 뿐, 실제로는 하루 스케줄을 풀가동하는 만능 CEO다.
그러니 누군가가 내게 “아무 일도 안 하시냐”고 묻는다면 나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요? 매일 출근합니다. 제 회사 이름은 ‘포비 컴퍼니’, 제 직함은 글 쓰는 전업주부, 그리고 제 직무는 인생을 가장 알차고 즐겁게 운영하는 일입니다.”
_ 받아라 안부 공격형 빌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