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을 팝니다 (고요한 장편소설)

내 남편을 팝니다 (고요한 장편소설)

$16.80
Description
“당신을 팔아서 그 돈의 절반을 위자료로 줄게!”
숲속 전원주택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남편 경매
금기를 깨는 스릴과 폐부를 찌르는 여운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고요한이 선사하는 코믹잔혹극

2022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고요한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내 남편을 팝니다』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이 죽음의 의미와 아름다운 애도, 청춘의 방황과 성장을 담담하게 그렸다면 이번 신작은 그 결을 완전히 달리한다. 뉴요커 할머니와 불법체류자 한국 청년의 파격적인 결혼을 그린 첫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파격과 반전을 보여주는 코믹잔혹극이다.
『내 남편을 팝니다』는 남편을 팔고 싶은 아내와 그 남편을 사고 싶은 여자들간의 눈치게임과 경쟁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팔려는 이유는 하나지만 사려는 이유와 사연은 제각각이다. 그 사연이라는 것이 평범함에서부터 기괴함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리듯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코믹함도 단지 가벼운 웃음에 그치지 않는다. 『내 남편을 팝니다』는 풍자와 블랙유머로 가득한 블랙코미디 장르에 가깝다. 그 속에서 작가는 저마다의 인간이 가진 내밀한 욕망과, 복잡 미묘한 부부의 세계 혹은 사랑의 여러 모양을 거침없이 녹여낸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식으면 갈아타는 것이 사랑이고, 누군가는 사랑하다 체념하고, 또 누군가는 그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새로운 사랑을 찾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함부로 드러낼 수 없지만 결코 포기할 수도 없는 저마다의 욕망은 그런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다. 작가의 능청스러운 필설과 서늘한 여운이 돋보이는 『내 남편을 팝니다』는, 외피는 따갑고 알맹이는 더 따가운 소설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이 소설에서 작가가 던지는 여러 물음 중 하나다.
저자

고요한

저자:고요한
2016년『문학사상』과『작가세계』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세계적으로권위있는번역문학전문저널『애심토트Asymptote』에단편소설「종이비행기」가번역소개되었다.2022년『우리의밤이시작되는곳』으로제18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사랑이스테이크라니』(2020),장편소설『결혼은세번쯤하는게좋아』(2021),『우리의밤이시작되는곳』(2022)이있다.

목차

1.윤해리
2.김마틴
3.카미유
4.압구정
5.김마틴
6.루비통
7.천설화
8.윤해리
9.김마틴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남주기아깝지만’
남편을팔고싶은여자들의비밀클럽

이혼을앞둔해리와마틴.해리는반신반의하며백화점에서우연히입수한명함에적힌알파벳을주소창에넣어본다.그러자‘남주기아깝지만’이란타이틀을단사이트가해리의눈앞에펼쳐진다.남편을파는비밀클럽이진짜있었다!더욱놀라운점은클럽에가입한지얼마되지도않아거래제안을받은것이다.망설임도잠시,해리는마틴의사진을찍어보내고상대는즉각마틴을보러오겠다며집주소를묻는다.
해리가남편을팔려는것은돈때문이다.

“결혼후지금까지내가들인돈이얼만데.이렇게이혼하면위자료한푼못받고개털되는거니까당신을팔아서라도본전을뽑아야겠어.”(12쪽)

집안일을하고김치를담그고철마다계절밥상을차려내는마틴은일명살림남이다.결혼10년동안아내인해리가벌어다주는돈으로먹고살았다.거기다아파트사려고모아둔돈을사기당해모두날렸다.월세를벗어나기는커녕땡전한푼없는개털신세가되었다.“죽이고싶을만큼원망스러웠지만그렇다고진짜죽일순없어”해리는“결혼10년만에이혼장을”내민다.하지만그대로이혼하기엔뭔가억울하다.백화점에서우연히들은한마디,“니남편도팔아버려”가머릿속을떠나지않던차에남편매매비밀사이트까지발견한해리는마침내결심한다.남편을팔기로.

“오늘의경매품을소개합니다.
출품번호1번김마틴씨입니다.”

마틴을보기위해집앞까지찾아온구매자가남자라는사실에마틴은물론해리까지경악한다.닉네임은도로시.여성전용인비밀클럽에아내의주민번호로위장가입한이유는살아있는사람의각막이필요해서다.3억이라는거액에해리는마음이흔들린다.하지만양심상차마도로시에게는마틴을팔수가없다.해리의목적은남편을팔아돈을버는것이지죽이는것이아니다.끝내도로시의제안을거절하고집으로돌아온해리는고민끝에〈내남편을팝니다〉라는글을비밀클럽에올린다.그런데의외로반응이뜨겁다.경쟁하듯가격을제시하는쪽지가해리의품으로날아든다.그순간해리는깨닫는다.돈을더많이벌수있는방법을.공개적으로경쟁을시켜가격을올리는방법,바로경매다.회원들의경매찬성댓글이속속올라오는가운데닉네임카미유는자신의숲속전원주택을경매장소로제공하겠다고말한다.

경매당일,해리와마틴이숲속전원주택에도착하자카미유가나와맞이한다.집안거실에는경매에참여할회원들이이미모여있다.압구정에서60년을살다와닉네임도그렇게지었다는올해일흔살의압구정,클럽에서가장나이가어린30대중반의선글라스,놀란얼굴로유독마틴을빤히쳐다보던루비통.여기에클럽을만든유회장과사람까지팔아본첫경매사가될예정인20년경력의경매사,연변에서온주방도우미천설화까지.

마틴을아파트에비유해소개하는경매사의화려한언변으로경매가시작된다.가격경쟁을주도하는것은압구정과루비통그리고카미유다.그러나루비통은곧나가떨어지고압구정과카미유둘의불꽃튀는경쟁으로좁혀진다.한치의물러섬도없다.핑퐁게임을하듯,아니서로칼침을주고받듯상대의호가에더높은호가로맞선다.1억으로시작한마틴의몸값이순식간에2억이된다.최종승리자는압구정이다.카미유의얼굴이서서히굳어가던그순간,
탕!하고귀청을찢는총소리가울린다.

사랑이라는이름의걷잡을수없는욕망
“제가마틴씨를만난건운명같아요.”

카미유는자신을만나러오다교통사고를당해죽은남편을잊지못한다.화려한도시를좋아하면서도깊은숲속전원주택으로이사한것도조각가인남편을내조하기위해서였다.집앞에3천평이넘는감자밭을일군것도감자꽃이밤에보면아름답다고한남편의말한마디때문이었다.남편의예술가로서의능력과2프로부족한감성을채워주기위해혼신의노력을다했다.그런데그노력의열매가무르익기도전에남편이죽어버렸다.그허망함에처참히무너져내리던카미유앞에어느날기적처럼마틴이나타났다.남편을꼭닮은마틴.아니,남편그자체인마틴.남편의빈자리를채워줄,아니남편그자체가될마틴.첫경매에서는돈이부족해압구정에게질수밖에없었다.마틴을뺏겨야하는현실에눈앞이캄캄해지는데다행히압구정이마틴의구매를일주일뒤로미뤘고,해리의반대로결국경매는유찰되었다.그리고마침내,급매로내놓은아파트가팔렸다.이젠몸값이얼마가되더라도마틴을살수있다.

압구정은남편을차에태워2차경매가열릴숲속전원주택으로달린다.생각할수록지난번경매에서낙찰받아놓고도마틴을구매하지못한게아까워미칠지경이다.하지만이제는상황이달라졌다.남편과원만히합의를보았다.경매를통해남편은젊은여자에게팔아주고자신은마틴을사는것으로.누이좋고매부좋은일이아닐수없다.압구정이마틴을사려는것은늙어가는자신을케어해줄요양사겸연하남의생기넘치는기운이필요해서다.미래에자신을번쩍들어안아휠체어에앉혀줄수있는사람,그러면서도사랑을주고받을수있는젊은남자.

루비통은첫경매에서마틴을본뒤로일주일동안앓아누웠다.먹지도자지도못하는가운데마틴의얼굴만눈앞에어른거렸다.자신의첫사랑을꼭닮았다.처음마틴을본순간자리에서벌떡일어나몸을떨었던것도그때문이었다.자기가떠나도괜찮겠냐고거듭묻던첫사랑은,그의성공을위해루비통스스로다른여자에게보내주었다.돈많고백좋고명망높은집안의여자였다.그후자신은그림자가되었다.그런데첫사랑을꼭닮은마틴이나타난것이다.이상하게도이번만큼은그누구에게도양보하고싶지않다.양보는한번이면족하다.사는집의전세보증금을빼고,3차경매가열릴전원주택으로달린다.오늘은경매에앞서감자를캔다는공지에따라작업복도꼼꼼하게챙겼다.감자캐기경력자로서자신이얼마나감자를잘캐는지,얼마나생활력강한지마틴에게제대로보여줄생각이다.

리트머스처럼변화난측한사랑이라는세계

인물들은저마다의사랑을한다.혹은저마다의사랑을했다.카미유는남편을내조하기위해화려한도시생활을포기하고산속으로들어갔다.압구정은남편이좋아하는민어를사러수산시장에갔다가미끄러져다쳤다.루비통은사랑하는남자를다른여자에게보내주고그스스로그림자가되었다.그리고현재그들은마틴이라는남자를차지하기위해사투를벌인다.그것역시그들에게는사랑에다름아니다.멀리서보면희극이지만그들에게는결코웃을수없는잔혹한현실이다.그기이하고절실한사랑의끝은어떤모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