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조각 시간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성수진 장편소설)

유리 조각 시간 (제2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성수진 장편소설)

$17.80
Description
불안했던 시기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였던 두 사람
잊었던 그 세계가 어느 날 신호를 보내온다!
국내 대표 장편공모상인 세계문학상 제22회 수상작 『유리 조각 시간』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유리 조각 시간』은 학창 시절 채팅 사이트에서 만나 우정을 나눈 두 여성이 성인이 되어 다시 마주하며 소설을 매개로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재독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 성수진은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청소년기의 불안과 결핍, 연약한 연대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기억과 관계가 어떻게 삶을 다시 구성하는지를 차분하게 파고든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단(은희경, 정홍수, 전성태, 하성란, 강영숙, 김유진, 박혜진)은 “평범한 장면을 매혹적으로 만들어내는 디테일의 힘과 소설 읽는 행위 자체를 서사의 중심 장치로 삼은 구조가 특히 인상적이다. 드물게 자기 목소리를 지닌 작품”이라고 평하며 올해 응모작 177편 가운데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간호사 유영은 출국을 앞두고 병원을 그만둔다. 그날 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 경진에게서 메일이 도착한다. 경진은 ‘유영’을 화자로 한 소설을 보내오고, 경진이 쓴 문장들은 유영을 어린 시절로 이끈다. 한편 경진의 소설에서 불길함을 읽은 유영은 그를 찾아가고 어찌할 수 없는 슬픔에 직면하는데……. 상처를 감당하며 서로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인물들의 여정은 공감과 위로, 치유와 회복이라는 문학의 오래된 힘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024년 단편소설 「눈사람들, 눈사람들」로 제1회 림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성수진 작가는 첫 장편소설 『유리 조각 시간』으로 세계문학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되었다.
저자

성수진

앤솔러지『셋셋2024』에단편소설「재채기」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4년단편소설「눈사람들,눈사람들」로제1회림문학상대상을받았고,2026년장편소설『유리조각시간』으로제22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마지막밤
도망
어떤친구
엄마들
처음으로
어느날의일
작은빛
현실
사이렌
새벽에꾸는꿈
핑계
두사람
되감기
내마음에바람한줄기
나를위한소원
둘만의장소
답신
작은묘소
유리조각시간
로터리에서
타워의고리
너의손
요청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심사위원만장일치선정!

상처는지워지지않는다.그러나충분히쓸리고마모되며빛을머금으면
쥐어도손이베이지않는유리구슬이될수있다.
-박혜진(문학평론가)


‘친구’라는단어로는차마설명할수없는존재
오직중요한건그존재자체였다

중학생시절유영은채팅사이트에서만난‘델(경진)’에게마음을빼앗긴다.누군가를얼굴이나목소리가아닌문장으로기억하고실감할수있다는것은전에없던경험이었다.유영에게는자신이태어나기전사고로세상을떠난언니유경이있었다.부모님은오랫동안그사실을말하지않았고,유영은중학교1학년이되어서야엄마의고백으로언니의존재를알게된다.무겁고가라앉은집안분위기속에서언니의기일마다엄마가무너지는모습을보며자란유영은가족안에서자신의존재를의심하며홀로쓸쓸한마음을견뎠는데,채팅으로만난델은그런유영에게새로운세계를열어준다.
두사람은채팅창을켜둔채“반짝이는것”을보는의식을함께한다.눈을감고손등을포개어올리면어둠속에서작은빛의무리에둘러싸이는기이하고충만한경험.말하지않아도자신의감정을알아차리는존재가있다는것에유영은큰위로를받는다.둘이처음만난날유영이충동적으로다리난간에섰을때델은자신의모든것을던져유영을구한다.유영또한주머니에유리조각을넣고다니며제몸에상처가나길기다리는델을구하고싶어한다.이처럼두사람은서로의결핍을채워주며서로에게유일한존재가되어간다.경진의소설을통해유영은불안했던시절의아픔과아름다운울렁거림을또렷이되새긴다.

그충만한느낌은이유도없이나를서글프게했다.그동안알던슬픔과는다른감정이었다.찬란한아픔.아름다운구역감.뭔가잘못되었다는느낌.말로하면빛바래고어딘지유치해지는그느낌을나는델하고만공유했다.(85쪽)

어른의세계에속하고난뒤에도둘은문자와메일을주고받으며관계를지속하지만어느순간경진은유영의부름에답하지않는다.그리고5년만에유영을주인공으로한소설을보내온것이다.유영은경진의소설을읽어갈수록불길한느낌에사로잡힌다.경진은병원에있었다.둘은다시만나지만함께할시간이많지않다.이미건강이나빠진경진에게유영이할수있는일이라곤그의평화를빌어주는일뿐이다.어릴적다리난간에선자신을삶으로이끌었던경진과달리,자신은가진전부를걸어도경진의숨과맞바꿀수없다는걸사무치게인정한다.유영의손에서는지난날자신이바닷가에서주워경진에게준,모서리가마모된작고매끄러운초록색유리조각이작은묘소처럼반짝이고있다.

선이끊긴뒤에야남은사람이후회하는엔딩,
그러한결말은원하지않는다

유영과경진이함께한시간과더불어,출국을앞둔유영이본가에서지내며가족과마주하는시간또한소설의중요한축을이룬다.
경진에게엄마는단둘이있기에불편한존재다.유경의그림자로인해엄마의사랑은과도한걱정과통제의모양새를띠었기에유영은엄마에게는아무것도말하지않는쪽을택해왔다.반면에할머니는숨통을틔워주는존재다.할머니와는진지한이야기와농담을무람없이주고받으며소소한일상의즐거움을나눈다.엄마는유영이중학생일때할머니와연을끊었다.유경의일로딸이슬퍼하는모습을지켜보던할머니가“이제나아질때도안되었냐”,“산사람은살아야하지않느냐”는말을무심히내뱉자,가장가까운사람에게조차아픔을이해받지못한다고생각한엄마는할머니와절연했다.
유영은자신을이곳에붙잡아두려는엄마와부딪히면서도,엄마와할머니의끊어진관계를잇기위해애쓴다.그러나낙상으로거동이어려워진할머니를자신이돌보는것을당연시하는엄마에게유영은또다시상처받는다.유영과엄마,엄마와할머니두모녀의관계는유영이경진을떠나보내는시간속에서변화한다.자신이경진에게그랬듯엄마와할머니가후회하지않기를바라는아픈각성이서로를움직인것이다.동시에유영은자기안에머무르던유경의존재도새롭게인식하며자신이간호사가된이유를비로소깨닫는다.

내가떠나고나서도내내두사람은평행선을그릴거였다.한사람의선이더는이어지지않고끊긴뒤에야남은사람이후회하는엔딩.나는그러한결말을원하지않았다.(161쪽)

부서졌기에볼수있는삶의찬란한순간들
이제그치유의시간을‘유리조각시간’이라부르자

경진은오래전유영에게자신이고유한존재라는것을잊지않기위해소설을쓴다고말했다.그리고마지막메일에서는“내가너였으면좋겠다고생각하며”썼다며“내독자가되어”달라고말한다.경진의말을곱씹던유영은“어쩌면나의고유함은나자신이아닌주변존재들에깃들어있는지도”모른다고생각한다.『유리조각시간』에서경진이쓰고유영이읽는행위는문학이우리에게무엇이될수있는지를가슴뭉클하게보여준다.현실에서는다리난간에섰던사람이유영이었으나소설에서델이되었듯,소설을거치면서일어나지않은일이기적처럼일어난다.경진이소설을통해유영이되고유영을살았듯,유영또한이소설을함께살고함께썼다.‘유리조각시간’은그치유의시간에다름아니다.
성수진작가의침착하고섬세한문장에는존재와삶의불완전함을긍정하는따뜻한시선이담겨있다.과거와현재,기억과소설,만남과이별이교차하는이야기속에서독자는부서졌기에빛나는삶의순간을아름답게목격할것이다.성수진은지금가장주목해야할한국문학의새로운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