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킬로미터의 질문

250킬로미터의 질문

$21.40
Description
사막에서 삶을 배운 그녀가, 신화의 땅에서 다시 삶을 물었다
사막에서 삶을 배운 그녀가, 신화의 땅에서 다시 삶을 물었다
고비사막 250km 완주기 《나는 사막에서 삶을 배웠다》의 저자 방주희, 이번에는 그리스 신화의 길 위에서 7일 250km를 걷고 달리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몽골 사막 250킬로미터를 완주한 뒤 저자는 다시는 이런 길 위에 서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길은 그녀 안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신화의 땅, 그리스다.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잘 것을 모두 배낭에 짊어지고 7일 동안 250킬로미터를 걷고 달리는 자급자족 레이스 ‘RacingThePlanet: Greece’. 날카로운 바위 능선과 끝없는 오르막, 장대비에 진흙탕이 된 산길, 헤드랜턴 하나에 의지해 건너는 80킬로미터의 밤을 지나며 저자는 어릴 적 책에서 만났던 신들의 이야기를 길 위에서 다시 만난다.

《250킬로미터의 질문》은 그리스 신화와 울트라마라톤 완주기를 한 몸으로 엮은 에세이다. 전반부(1~5장)는 헤라클레스의 과업, 시시포스의 바위, 델포이의 신탁, 아리아드네의 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새벽 훈련과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 해석한다. 후반부(6~12장)는 출발 전날부터 결승선까지의 일곱 스테이지를 아탈란타·헤르메스·카이로스·데메테르·케이론·닉스·디오스쿠로이, 일곱 신화 인물의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해석한다. 무릎을 다친 남편의 보폭에 걸음을 맞추는 일 속에, 낯선 시골 마을 아주머니가 건넨 포도 한 송이 속에, 밤새 고꾸라질 때마다 붙잡아준 손 속에 신화의 이야기가 살아 있었다. 신화는 삶이었다.

달리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영어 브리핑을 알아듣지 못해 막막해하고, 남의 눈치를 살피느라 자주 작아지는 한 사람이 “왜 다시 출발선 앞에 서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마라톤을 완주한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날, 긴 밤을 지나는 중인 독자에게 흔들려도 괜찮다고. 멈춰도 끝난 것은 아니라고. 끝까지 간다는 것은 나를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나를 끝내 버리지 않는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저자 소개 방주희
‘왜?’라는 질문을 오래 품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재주가 있다. 엉뚱한 상상력이 머릿속에서 끝나지 않고 자꾸 현실이 되는 바람에, 평범하게 살려고 해도 삶이 종종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배낭 하나를 메고 몽골 사막 한복판에 섰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등에 짊어지고 250킬로미터를 가는 자급자족 울트라마라톤이었다. 어찌어찌 완주는 했지만 정작 오래 남은 것은 결승선이 아니라, 지치고 뒤처진 순간마다 곁을 지켜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신화의 땅 그리스에서 또다시 250킬로미터를 걷고 달렸다. 헤라클레스의 과업, 시시포스의 오르막, 아리아드네의 실. 오래된 신화는 길 위에서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렇게 걷고 달리며,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 쌓아두었던 질문들을 조금씩 풀어내는 법을 배웠다. 20년 가까이 교사로 일했고, 현재는 교육전문직으로 일하고 있다. 전작 《나는 사막에서 삶을 배웠다》에 이어 신화와 삶이 겹친 여정을 《250킬로미터의 질문》에 담았다.
저자

방주희

20년간 교단에 서며, 중학교부터 일반계 고등학교, 특성화고, 영재학교, 과학고까지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정보와 인공지능을 가르쳐왔다. 학생들에게는 문제를 푸는 힘보다, 스스로 질문할 줄 아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다. 현재는 교육전문직으로 일하며, 미래를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향한 길 위에 서 있다. 오랫동안 ‘정보과학 전공서적을 써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지만, 사막을 달리는 여정 속에서 피어난 삶의 이야기를 먼저 적었다. 진짜 ‘삶에 도움이 되는 책’ 한 권으로, 독자들과 마음 깊이 연결되기를 바란다.

목차

감사의 글
프롤로그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제1장 피할 수 없는 과업 앞에서
헤라클레스의 과업: 신이 되기까지 / 나에게도 과업이 있다 / 삶에는 이유가 없다 / 다시, 출발선 앞에서
제2장 반복이 나를 빚어내는 시간
시시포스,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위 / 사라지는 것은 헛된 것일까 / 반복이 나를 빚고 있었다 / 시시포스의 지혜
제3장 너 자신을 알라
미래를 묻는 사람들 / 걸음의 속도로 나를 알아가다 / 선택지가 생기자 길이 어려워졌다 / 내 안의 그림자를 만나다 / 언어라는 또 하나의 사막
제4장 혼자가 아닌 길
아리아드네의 실 / 보이지 않는 실 / 같은 길을 다르게 걷는 사람 / 각자의 속도로 / 핑크색 깃발을 따라
제5장 길 위에서 집으로
끝내 돌아간 사람 / 아무도 아닌 사람 / 유혹의 바다 / 돌아갈 수 없는 시간 / 사라진 뒤에도 남는 것들 / 함께 키를 잡는 사람들 / 왜 돌아가려 했을까
제6장 STAGE 0
아탈란타, 무엇을 짊어지고 갈 것인가 / 내가 짊어지고 갈 것들 / 그가 내 옆에 앉았을 때 /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제7장 STAGE 1
헤르메스, 길을 잃은 날 / 폭우 뒤의 출발선 / 아픈 것도 나중이었다 / 핑크색 깃발
제8장 STAGE 2
카이로스, 지금 이 순간을 붙잡다 / 안개 속 산길 /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걷다 / 함께 기뻐해준 사람들
제9장 STAGE 3
데메테르, 땅이 내어준 것들 / 올리브 나무 / 산딸기 / 오아시스
제10장 STAGE 4
케이론, 상처를 데리고 가는 법 / 함께 간다는 것 / 폐철도 / 차가운 샤워
제11장 STAGE 5
닉스, 밤을 낳은 여신 / 바다를 건너며 / 장대비 속으로 / 포도 한 송이의 브라보 / 밤의 문턱에서 / 불빛 하나로 / 북소리
제12장 STAGE 6
디오스쿠로이, 형제와 나누는 삶 / 끝까지 간다는 것 / 끝난 뒤에도 나는 나였다 / 다시 이곳으로 오는 이유

에필로그 나는 여전히 어설프게 걷고 달린다
더 읽을 거리

출판사 서평

“한 걸음만 더 가보자” - 꼴찌 그룹에서 완주한 사람이 쓴, 가장 느리고 가장 정직한 완주기

도전 에세이는 대개 결승선에서 시작한다. 해냈다는 승리의 축포를 먼저 작성한 후, 고생은 그 선언을 빛내는 배경으로 소비된다. 《250킬로미터의 질문》은 반대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새벽 알람 앞에서 여전히 망설이고, 배 안 매점 줄에서만 선두에 서 보고, 마지막 체크포인트에서 “뒤에 다섯 명이 남았다”는 말을 들으며 다시 몸을 일으킨다. 그런 사람이 7일 동안 250킬로미터를 끝까지 간다. 이 책의 힘은 그 “끝까지”가 의지의 승리담이 아니라, “저 깃발까지만, 다음 체크포인트까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는 작게 쪼갠 마음들의 누적으로 그려진다는 데 있다.

구조가 독창적이다. 전반부 다섯 장은 헤라클레스·시시포스·아폴론의 신탁·아리아드네·오디세우스를 대구의 한여름 강변 훈련, 매일 새벽 4시의 알람, 아파트 25층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의 반복을 병치한다. 후반부 일곱 장은 레이스의 각 스테이지를 신화 인물 한 명의 이름으로 호명한다. 무엇을 짊어질지 고르는 출발 전날은 황금 사과 앞에 멈춘 아탈란타의 날이고, 길을 잃은 첫날은 길의 신 헤르메스의 날이며, 헤드랜턴이 꺼진 80킬로미터의 밤은 잠과 죽음과 낮을 함께 낳은 여신 닉스의 밤이다. 카뮈의 부조리, 에픽테토스의 헤라클레스 해석, 루크레티우스와 에피쿠로스의 소박한 즐거움, 아리스토텔레스의 “함께 소금을 먹어보기 전에는 서로를 알 수 없다” 등등 풍부한 삶과 해석을 곁들인다. 신화 교양서와 완주기가 서로를 설명하는 드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은 해석은 아니다. 다리 밑 그늘에서 파는 천 원짜리 얼음 커피, 남편이 침목 위에 슬쩍 떨어뜨려 둔 육포 한 조각, 시골 마을 아주머니가 “브라보” 한마디와 함께 건넨 포도 한 송이, 결승선을 넘고도 메달을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스승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저자. 남편과 레이스에 참가해 혼자 먼저 도착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걸음에 맞춰 함께 결승선에 닿는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왜 또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해 망설이는 사람, 되풀이되는 하루가 헛수고처럼 느껴지는 사람, 무언가를 끝내고도 자신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해 본 사람에게 권한다. 마라톤과 트레일러닝을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자급자족 스테이지 레이스의 생생한 기록으로,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신화를 자기 삶으로 읽는 방법의 예시로 읽힐 것이다. 전작 《나는 사막에서 삶을 배웠다》가 싱가포르의 서점과 국립도서관까지 닿았듯, 이 두 번째 여정 또한 국경과 언어를 넘어 “흔들리는 나를 끝내 버리지 않는” 모든 이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흔들려도 괜찮다. 멈춰도 끝난 것은 아니다. 어설픈 나를 데리고도, 우리는 생각보다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