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의 생활과 관계를 돌아보는 책
마음연결이 조성대의 에세이 《품격의 기술》을 펴냈다. 대화하는 법, 몸을 돌보는 습관, 옷차림, 은퇴 뒤의 관계처럼 나이가 들수록 자주 마주하는 문제를 다룬다. 마흔 이후의 남성을 주요 독자로 삼되, 가족과 동료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이십 년 전에 쓴 원고다. 당시에는 ‘멋진 남자 되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원고지 이천 매를 채웠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생각이 달라졌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던 조언은 낡았지만, 존중과 배려를 다룬 이야기는 여전히 쓸 만했다. 저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원고를 새로 썼다.
책은 태도, 관계, 몸, 스타일, 돈과 일, 시간과 물건, 취향을 다루는 7부 35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은 일상에서 겪는 문제로 시작해 저자의 경험과 여러 사례를 거쳐 생각을 정리한다.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장부터 골라 읽어도 된다.
말투부터 건강까지 일상에서 바꿀 수 있는 것들
첫 장에는 밤늦게 주차를 마치고도 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집에 올라가면 다시 아버지와 남편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저자는 그 잠깐의 망설임에서 남자답게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읽는다. 힘들어도 참는 습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태도를 돌아보자는 이야기다.
관계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배달기사나 콜센터 상담원을 대하는 말투, 익명으로 글을 쓸 때의 행동을 살핀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일, 부담스러운 부탁을 거절하는 일도 다룬다. 건강에 관해서는 운동만큼 수면과 검진을 챙기고, 아플 때 도움을 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옷차림과 취향에 대한 조언도 생활에 가깝다. 몸에 맞는 옷을 고르고 오래 입는 법, 자신을 위해 요리하는 일, 혼자 보내는 시간을 돌보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남이 추천한 것을 따라 고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에 관심을 둔다.
은퇴 이후를 다룬 장에서 저자는 오래된 명함첩을 보다가 묻는다. “명함 없이도 나를 만나줄 사람은 몇 명인가.” 직함이 사라진 뒤에도 이어질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질문이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와 오래 신은 구두 이야기는 익숙한 물건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책 속에서
프롤로그 (11~12쪽)
이십 년 전에 쓴 원고를 다시 꺼내 읽은 밤이었다. 제목부터 요란했다. 그 시절의 나는 멋진 남자란 여자의 마음을 얻는 남자라고 믿었고, 그 기술을 알려주겠다며 원고지 이천 매를 채웠다. 다시 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 잔기술은 유통기한이 짧다. 이십 년 만에 다시 읽어보니 유통기한이 지나 상해버린 쪽은 전부 잔기술이었고, 여전히 싱싱한 쪽은 전부 태도였다.
- 프롤로그 「리더십은 먼저 자기 삶을 이끄는 힘이다」
프롤로그 (12~13쪽)
품격의 품 자는 입 구 자 셋을 포개 쓴다. (…) 입이 셋이다.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며 매겨지는 것이 품이라는 뜻으로 나는 읽었다. 품격은 스스로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입에서 완성되는 것이고, 그래서 자격증도 졸업장도 없다. 다만 매일의 행동으로 갱신되는 평판이 있을 뿐이다. (…) 품격은 대단한 데서 오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 쌓인 것이 품격이다.
- 프롤로그
1부 「남자다움은 성취가 아니라 굴레다」 (19쪽, 21쪽)
밤 열한 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었다. 그는 주차를 마치고 시동을 껐다. 그런데 내리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푼 채로, 그는 십 분째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것도, 라디오를 듣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앉아 있었다. (…) 차에서 내리기 전 그 십 분이, 하루 중 그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 주차장의 십 분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심사대에서 내려올 수 있는 유일한 대기실이 거기라서다.
- 1부 태도
2부 「품격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완성된다」 (47~48쪽)
카메라 때문에 지키는 예의는 카메라가 꺼지면 함께 꺼진다. 정말 아무도 보지 않는 곳, 이를테면 혼자 있는 방과 익명 아이디 뒤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 무례는 누구나 저지르지만, 되돌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품격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아무도 아닌 사람 앞에서 완성된다.
- 2부 관계
5부 「인생 2막은 관계에 투자한 사람의 것이다」 (159쪽)
언젠가 나는 서랍에서 오래된 명함첩을 꺼내본 적이 있다. 한 시절 나를 설명해주던 두꺼운 종이 조각들이었다. 거기에 적힌 번호로 지금 전화를 걸면 몇 사람이나 받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반대의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명함 없이도 나를 만나줄 사람은 몇 명인가. 그 숫자가 인생 2막의 진짜 잔고다.
- 5부 돈과 일
6부 「잘 낡은 것이 아름답다」 (193쪽, 195쪽)
자주 웃은 사람의 눈가와 자주 찌푸린 사람의 미간은 다르게 낡는다.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다행한 일이다. 얼굴만은 유전도 재력도 아닌, 순전히 태도의 결과물로 남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표정이 내일의 주름을 조각한다. 그렇다면 표정도 저축이다. 새것이 아니라, 잘 낡은 것이 아름답다.
(…) 우리도 낡아간다.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어떻게 낡느냐다. 굽이 닳아도 정성껏 닦아온 구두처럼 낡을 것인가. 신다 버린 신발처럼 낡을 것인가. 물건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시간을 대하는 태도이고,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곧 인생을 대하는 태도다.
- 6부 시간과 물건
에필로그 (229~230쪽)
이 책을 덮고 나서, 오늘 안에 할 수 있는 것을 딱 하나만 고르시라. 미루던 검진 예약이어도 좋고, 이십 년 만의 문자 한 통이어도 좋고, 이십 분 걷기여도, 구두 한 켤레를 닦는 일이어도 좋다. 책은 읽는 동안이 아니라 덮은 다음에 시작된다. 서른다섯 개의 주장을 다 실천할 필요는 없다. 하나가 습관이 되면 그 습관이 다음 하나를 데려온다.
(…)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은 흔적을 남긴다. 모래언덕의 결도, 바닷가 소나무가 굽은 방향도, 오래전에 지나간 바람이 남긴 것이다. 사람도 그렇다. 우리가 남기는 것은 우리가 한 말이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 자리의 모양이다.
- 에필로그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