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일어서다 (감현자 시조집)

하나, 둘 일어서다 (감현자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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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람과 자연을 향한 따뜻한 시선, 우리 것에 대한 애정, 삶의 고통을 견뎌내는 긍정의 의지를 절제된 언어로 담아낸 첫 시조집 『하나, 둘 일어서다』가 열린출판에서 출간되었다.
김현자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조로 입문한 지도 벌써 8년이란 세월이 지나간다”며, 첫 시조집을 펴내는 설렘과 조심스러움을 밝힌다. 또한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갈고 닦아 부끄럽지 않은 시조 시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하나, 둘 일어서다』는 제1부 단시조와 제2부 연시조로 구성된 김현자 시인의 첫 시조집이다.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이웃의 선한 마음,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 국토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 디지털 시대와 사회 현실에 대한 성찰을 두루 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연작, 「손주」, 「친구」에는 가족과 벗을 향한 깊은 정이 배어 있고, 「노점 할머니」, 「다문화가정 공부방에서」, 「산불 소방대원」은 평범한 이웃과 헌신하는 이들의 삶을 따뜻하게 비춘다. 「각시붓꽃」, 「비 갠 오후」, 「소나무」, 「겨울나무」에서는 맑은 자연 이미지와 고난을 견디는 생명의 의지가 돋보인다. 또한 「독도에게」, 「서산 마애삼존불상」,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등을 통해 국토와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디지털 시대」, 「재난」에서는 문명의 그늘과 사회의 갈등을 절제된 언어로 성찰한다. 「병상일기」 연작은 고통을 성숙의 힘으로 바꾸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시조집은 작고 여린 존재들이 다시 일어서는 순간을 정갈한 가락으로 기록하며 독자에게 맑은 시선과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저자

김현자

김현자시인은부산에서태어나교육학을전공했다.독일한인학교교사와다문화가정공부방강사를역임했으며,2018년사단법인한국시조협회계간《시조사랑》을통해등단했다.
사단법인한국시조협회교육국장과이사를지냈으며,2024년제5회모상철시조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호는매원梅苑또는예지叡枝이다.시조집으로『하나,둘일어서다』가있으며,『별세계를엿보는가』외2권의공저가있다.표지화도저자가직접맡았다.

목차

시인의말
서문:선한영혼과순수언어그리고담금질__이석규


제1부단시조

각시붓꽃
서산마애삼존불상
노점할머니
산사의법고
독도에게
아버지ㆍ1
아버지ㆍ2
어머니ㆍ2
어머니ㆍ3
봄나물
손주
사랑에취하다
빈둥지
첫발자국
풍란

친구야
널,그리다
친구
무이숲카페
다문화가정공부방에서
다소니
꽃4월
소나무
가을이되면
초가을입새
꽃바구니
비갠오후ㆍ1
밤바다에서면
아침단상
어느봄날
아,수련
함박눈오는날
해돋이
겨울나무
산책길에서
풀꽃하나
매미는
이삿짐정리
지리산을오르며
사라오름
유럽의지붕
명옥헌
여행길에서
북촌의한옥
허난설헌생가
청와대본관
무궁화
홀로코스트추모공원
정림사지5층석탑
나전칠기
백자
첫도자기를빚으며
치유
첼로협주곡을들으며
발레리나
피정
사찰음식
붓,다시잡다
마음챙김
병상일기ㆍ2
우산을쓰고
광장
아,여의도
숨은영웅
눈먼사랑
업보
코로나터널
핸드폰단상
여의도풍경
디지털시대
재난

제2부연시조
산불소방대원
시리아난민
또하나의기억
눈빛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
어머니ㆍ1
아버지ㆍ3
첫돌,손녀지우는

나의오월
텃밭의하루
봄이오면
운곡습지
바닷가에서
벚꽃길을걸으며
비갠오후ㆍ2
늦가을에
봄이핀다
달성습지
담양죽녹원
백운차실에서
청산도에서
둘레길
낙산사를거닐며
베스트라혼산정山頂
산수유축제
제주의여름
한식韓食
깊은밤에
병상일기ㆍ1
여정

평설:매화정원을거닐며__김흥열

출판사 서평

김현자시인의첫시조집『하나,둘일어서다』는사람과자연,문화와현실을아우르는맑고단단한시선의기록이다.시인은부모와자녀,손주와친구를향한사랑과그리움을담담한언어로풀어내고,이름없이자기자리를지키는이웃들의삶을따뜻하게비춘다.「아버지」와「어머니」연작,「손주」,「빈둥지」,「친구」에는가족과벗을향한깊은정이배어있으며,「노점할머니」,「다문화가정공부방에서」,「숨은영웅」,「산불소방대원」에서는타인을위해묵묵히헌신하는이들의선한마음이드러난다.
자연을바라보는시인의시선도섬세하다.꽃과나무,햇살과바람,눈과바다를노래한작품들은작고여린생명들이제몫의시간을견디며피어나는순간을선명한이미지로되살린다.특히「소나무」와「겨울나무」에는혹독한환경속에서도본성을잃지않고푸르름을키워가는생명의의지가담겨있다.「독도에게」,「지리산을오르며」,「서산마애삼존불상」,「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등은우리국토와문화유산에대한애정과자부심을보여준다.
이시조집은따뜻한서정에만머물지않는다.사회의갈등과디지털문명의그늘,재난과질병의고통까지외면하지않으며,이를성찰과성숙의계기로바꾸려한다.작고여린존재들이끝내다시일어서는순간을정갈한시조의가락으로담아낸이책은,조용하지만오래남는울림으로독자에게삶을다시바라보는힘과따뜻한위로를건넨다.

■평설

매화정원을거닐며

김흥열
(한국시조협회고문)

Ⅰ.시작하며

먼저매원梅苑시인의시조집첫발간을진심으로축하드린다.
매원시인과의인연은2018년10월송파여성문화원의시조교실에서첫만남으로시작된다.벌써햇수로8년째이다.시조입문8년만에작품집을내는매원시인의감회는남다를것이다.설레는마음에들떠있을것이다.
내가아는김현자시인은결혼후남편을따라해외에서많은시간을보낸것으로알고있다.영어와일본어독일어를구사할수있는재원才媛이다.
당시에교포학생들을가르치는교직도상당기간유지했던것으로알고있다.
매원시인은자신을드러내는것을좋아하지않아서시조협회나여타유관단체에서도그의사회적능력을잘아는이는별로없을것이다.
시인은매사에정확하고겸손이몸에밴시인이다.한마디로이른봄매화꽃같은정결함이풍기는여류시인으로서의고결高潔한품격을유지하고있는시인이다.
매원시인의이러한점을볼때면,필자는늘윤두서(조선후기문인)의작품“옥에흙이묻었으니오는이가는이모두흙이라하는구나”라는시구詩句가생각나곤한다.사실요즘세상은,시중말로남보다튀고싶은충동으로,스스로과대포장하는인격자가많은시대이긴하다.자기PR을하지않으면누가알아주지않는시대이다.

이번에상재되는작품을보면서느낀점은매원시인은정이많은시인임을재발견하게되었다.부모님에대한그리움,친구에대한그리움,손주에대한사랑,등등
곳곳에서시인의정情을발견할수있었다.그립다는것은사랑한다는고백이다.
『하나,둘일어서다』라는책제목에서부터그의고운마음이나타나고있지않은가?
매원시인은시조의작품성도뛰어나서3년전에모상철문학상을받은이력을갖고있다.시인이등단이후이번작품집을내기까지상당한세월흐른것역시,시인의꼼꼼하고빈틈없는성격의일면을보여주는것이다.등단하고나면선배시인들의작품에큰매력을느껴자신도그처럼잘쓰려는조급함이생기거나,또는자기만의독창적인시세계를구축하려는욕구가솟구쳐어떤압박감이나불안감을느끼게된다.이런현상을미국의문학비평가해럴드블룸은‘영향의불안;AnxietyofInfluence’라고말한바있다.
이러한심리적작용때문에매원시인역시완벽에가까운시조를창작하여세상에선보이려는욕구로작품집을서둘러내지않았으리라는추측을해본다.
매원시인은시조의정체성을중시하는분이다.
막상창작을시도해보면맘대로글이나오지않는다.내적외적형식을맞추기가녹록하지않음을발견하게된다.그런데도매원시인은시조에서요구하는여러조건을무난하게소화하고있음을발견하게된다.시조창작에있어가장어려운부분이구와장의의미단락을짓는일인데이러한정체성을벗어난작품은거의보이지않았다.
100여편의작품이비유와상징이적절하고문장구성이거의완벽하다할만큼잘짜여있다는점을발견하였다.
이제매원시인의시세계로들어가오색꽃향기가득한정원을거닐며그맛을음미해보고자한다.


Ⅱ.작품감상과시평

석공의손재간에돌부처가따라나와

백제의고운숨결금시라도전해줄듯

온화한미소를띠고대중앞에나와섰다.
-「서산마애삼존불상/백제의미소」

이작품은‘삼존불상’바로앞에서있으면돌부처님의부드러운음성이귀에들릴것만같다.돌부처는석공이만들어낸예술품이다.그러나작가는지금석공의손재간을따라나온부처로상상하면서초장을끌어낸다.석공의손재주가얼마나섬세했으면시대를거슬러백제로돌아간듯할까?중장의‘백제의숨결’이란낯선표현에매료되지않을수없다.화자가말하는‘숨결’은백제시대의문화적융성과백성들이느끼는평화스러운삶을모두아우르는말로이해된다.
‘서산마애삼존불상’은천년의역사를자랑하는국보로서일명“백제의미소”라불리기도한다.백제를살아가던백성들의순박하고평화로운모습을닮았다하여‘미소’라는별칭을붙이지않았을까.
돌부처는대중앞에서서서지금곧입을열어말할듯하다하니얼마나생동감있게표현했는지실감이간다.대중은마애불상을구경하러온관객일것이다.자리에앉아있던돌부처가벌떡일어서서대중앞에서있는모습이눈앞에선하게그려진다.
이작품은시조의맥을그대로이어받은순혈주의를보는아름다움이있다.운율과문장짜임이부드럽다.미학적으로말하자면우아미優雅美매우돋보이는작품이다.
구句와장章의의미단락이분명하고작가의감정이절제된작품이다.
한폭의그림을보는느낌이다.

땡볕속땀방울로
다듬어진하얀쪽파

자그마한할머니가덕담까지얹어주면

따스한
인정한줌이속가슴에전해온다.
-「노점할머니」

초장을보면정말예술적인언어의조합이다.‘땀방울로다듬어진쪽파’라는이표현은정말절창이다.할머니의거친손으로다듬어진쪽파라고했다면완전한설명문이될테지만,‘땀방울로’라는시어하나가이작품을빛내고있다.이말한마디에할머니의노동과거친손과가난한삶과인생전체가담겨있는표현으로만드는글재주를발휘하였다.
중장에서‘자그마한할머니’라는표현은무엇일까?물론할머니의체구가작다는의가되겠지만작가가말하는의미는할머니의사회적크기를말하는것이다.경제적으로어렵고사회적지위도별로없고그저삶에찌들어작아진모습을말하고싶은것뿐이다.그런할머니가덕담까지덤으로얹어주면고객으로서는더없이만족스럽다.종장은인간애이다.진심어린할머니의덕담에가슴은만평행복을채우게된다.작가의박애주의博愛主義(Philanthropism)의사상을발견하게된다.할머니의현실적어려움을나누어서갖고싶은마음을엿볼수있는대목이다.
이러한사고방식은우리의삶을윤택하게만든다.그리스도적사랑이며부처의자비慈悲이고공자의인仁이다.작가의시어선택하나가이처럼우리를따스하게만들어주며삶에활력을불어넣는계기가된다.

봉숭아곱게찧어
묶어주던그손길이

고운별빛되어
그리움젖는날에

온후한
당신미소가보름달로오셨네.
-「아버지ㆍ2」전문

심금을울리는작품이다.부모의사랑은하늘보다높고바다보다깊다는말은예나지금이나진리이다.우리는종종나이를먹어가면서철이좀든다고말한다.이말은철이들때쯤이면이미부모는곁에계시지않는다는말이기도하다.효도하고싶어도효도할부모는계시지않음을알고때늦은후회를하곤한다.
딸에대한아버지의사랑은참으로애틋하다.화자의말처럼봉숭아물들여주던따스한손길은평생을두고잊히지않는추억으로자리잡는다.별빛같은그리움에젖을때보름달처럼환히웃으며오는아버지의그윽한미소가마냥그리워지는날이다.

요정의몸짓인가
축복받은꽃봉오리

맑은눈망울로
내마음사로잡아

어느새
온몸을데운다,네가틔운내리사랑.
-「사랑에취하다」전문

꽃중에서가장아름다운꽃을꼽으라면누구나서슴지않고아기라고말할것이다.
아기의향기는그어느꽃의향기보다도곱고아름답다.작가는아마손자나손녀를보고이작품을지었을것이다.초장부터아기의아름다움을다표현하려는듯온갖형용사를동원하였다.그래도머릿속에서그리는그림이뜻대로그려지지않아답답했으리라는생각이든다.말로는다표현하지못한아름다움을지닌아기이기때문이다.초장에서못다한표현을중장에서보충하려하지만그래도부족하다.그래서화자는종장까지못다한말을이어가고있다.우리는시조를지을때초장에서는시의詩意를끌어내고중장에서이를보완하거나확장한다고한다.이원칙의대표적인사례를매원시인의작품에서발견한다.
종장의‘온몸을데운다.’함은무엇을말하는것일까?삶의활력을되찾는다는표현이다.말하자면‘내리사랑’때문에삶의의미가새로워졌다는은유이다.
이작품을읽는독자는누구나공감을하게되므로많은기쁨을함께누릴것이라는생각을해본다.

천사가찾아왔다
봄바람을타고온듯

여물어간밤톨처럼
몸짓벌써야무지다

집안에
기쁨이넘쳐웃음꽃이화사하다.
-「손주」전문

앞작품에서도보았듯이시인은손주사랑꾼이다.「손주」는누구나좋아하는정의표시이다.한가정에아기가태어나는일은하느님의선물이다.왜냐하면이선물만큼은우리의욕구대로채워지지않는일이기때문이다.그러므로아기는하늘이주시는가장큰선물이며축복이다.아기는가정에행복을전달해주는천사이다.
작품을읽으면아기가커가고있는동영상을보는것같다.아이들이커가면서날마다새롭게선보이는재롱을보면천국이따로없다.온집안이행복으로가득하다.
아기는천사이다.그것도봄바람에실려온천사이다.할머니의자랑이벌써행간마다가득하다.우는소리는천상의음악같고똘망똘망한눈동자는천상의별빛같고어설픈몸짓마저도할머니의눈에서는야무진밤톨이된다.그러니집안에는언제나웃음꽃이만발하고꽃향기가가득한것이다.앞에예시한「사랑에취하다」와마찬가지로할머니의사랑이철철흘러넘친다.

매몰찬혹한속에
온몸을맡기고도

의젓한몸짓으로
하늘을우러르며

나이테덧입혀가며푸르름을키운다.
-「소나무」전문

이작품은우리민족의끈질긴얼을보는듯하다.현실이아무리매몰차고힘든고비가파도처럼겹겹이몰려온다해도반드시극복해내겠다는의지가묻어있다.
살을에는혹한에도의젓한소나무의자태는우리가배워야할교훈을보여준다.
소나무는하늘을휘어잡기위해치솟고있지만서두르는법이없다.인내와끈기이다.
뒤엉킨잡목은4계절을푸를수없지만,소나무는푸르다.우리의기상이다.외압에굴복하지않는지절志節을보여준다.요즘사회의한단면을보면출세를위해,권력을위해,돈을모으기위해온갖비열한수단을동원하면서도부끄러운줄모르는모리배들이많다고하지만화자는지금한치의흔들림도없이의젓하게제자리를지킨다.변절을밥먹듯하는무리도상당히있다.그러나소나무는푸르름만키워낸다.종장은그비유가뛰어나다.‘세월이‘흘러간다.’라거나‘해가간다.’라는등의일상적언어를사용하지않고‘나이테를덧입힌다.’라는표현으로시적묘미를극대화한다.
언어예술의미학적가치를높이는수사법修辭法이다.
‘푸르름을키운다.’라는표현은단순히푸른빛이더해간다는단순한의미가아니다.푸르름은청순淸純,지절志節,정조貞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