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 (유성철 시조집)

여지 (유성철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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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성철 시조시인의 다섯 번째 시조집 『여지餘地』가 출간되었다. ‘시조사랑시인선 83’으로 펴낸 이번 시집에는 자연과 생활, 사랑과 사회, 인생을 바라보며 삶 속에 남아 있는 작은 ‘여지’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시선이 담긴 75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여지餘地』에서 ‘여지’는 단순히 남겨진 빈 공간을 뜻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과 각박한 일상 속에서 인간다운 감성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틈이며, 서로 다른 존재가 소통하고 포용할 수 있는 자리이자 다시 희망을 품는 공간이다.
김흥열 시조협 고문은 서문에서 유성철을 “수많은 명소를 답사하고 시를 쓰는, 발로 뛰는 현장의 시인”이라고 평한다. 그의 작품에는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건강함”이 있으며, 문장은 간결하고 함축적인 동시에 “매우 신선하고 젊으며 지혜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오늘의 언어와 감각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성수 시인은 『여지餘地』가 각박하고 빠른 현대사회에서 인간성과 예술성, 인간 본연의 감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그는 시인이 자연·생활·사랑·군상·인생이라는 다섯 영역에서 “조금의 여유와 안정을 생활의 틈서리에 넣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시집에 실린 75편의 작품을 두고 삶의 여지 속에서 길어 올린 감성이 빛나고 있다고 평한다.
저자

유성철

劉性詰
아호‘우와(愚蛙)’,‘성상(性相)’충남예산출생,《계간시조》(2020)「원주거돈사지」로등단,대은시조문학상(2025)대상수상
(사)한국문인협회,(사)한국시조협회회원,‘열림’‘K시조회’동인
시조집『여지餘地』(2026),『감자의꿈』(2025),『해파랑길에서』(2023),『다하지않는여유』(2022),『사랑,그영원의순간이여』(2021)
시집『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편지』(2025),『닻별』(2019)

목차

시인의말
서문:작품집『여지餘地』에부쳐__김흥열

1부자연의여지餘地
사유의비상飛​上
삶의매무새
하룻봄풍경
무지개꿈
소금의때垢
복숭아의유혹
억새[芒]의붉은가을
하루살이의저물녘
물빛젖은꿈
매미의침묵
하얀무게
눈물샘
대보름달의여정
큰제비고깔,치욕으로큰다
밤의회한
1.봄밤의회한
2.여름밤의회한
3.가을밤의회한
4.겨울밤의회한

2부생활의여지餘地
잎으로살아가리
낙엽이선자리
본래로돌아가는길
봄물
봄날의하루
뿌리의역설
생의제자리에서
지우개엄마
말복末伏에
가을밤의위로
가을에기대어서서
1.민들레
2.엄나무
3.허수아비
4.가을들판
헛물덩이
호박琥珀구슬
하룻밤눈처럼
검은도자기

3부사랑의여지餘地
님발길만
돌담가족
임의별
나는새의행복
빛바랜꽈리의추억
원圓,사랑의줄
노을길을걷는다
어머니의그날들
1.그겨울에장독대
2.엄마의베틀
3.도라지무침
4.엄마의눈길
사랑의에너지보존법칙
솔개[鳶]의하루
그사람
황소,멍에를벗다
해독
천사의검은얼굴
거스러미

4부군상의여지餘地
여지餘地
여백의빛깔
긍정하라말한다
미역
알고리즘의그림자
먼저가는삶
질통의현장
금붕어의꿈
교차직선의미학
시인과의대화
1.권력에게
2.자본주의에게
3.민주주의에게
4.양심에게
시간열차를타고
팔레스타인의아이들
백육십개별
신세계의판사
나사못박힌자리에서

5부인생의여지餘地
파도의달앓이
주름살
다시소풍가는날
닳은신발
천년의춤사위
바람개비인생
안개속넋두리
한조각
한뉘
헛걸음
뜰앞의잣나무
거돈사지느티나무아래에서
시간이란이름의희망
빗속주포리미륵불을보다
생의물가에서

평설:삶의여지餘地속에서건져올린감성의미학美學__김성수시인

출판사 서평

유성철시인의시조집『여지餘地』는빠르게흘러가는시대속에서우리가놓치고살아가는‘마음의자리’를되돌아보게하는작품집이다.여기서‘여지’는단순히남겨진공간이아니다.한걸음물러서자신을돌아볼수있는틈이며,타인을받아들이는포용의자리이고,절망속에서도다시희망을품게하는여백이다.
유성철의시조는삶과밀착되어있다.자연을바라보는눈,일상의작은장면을포착하는감각,가족과사랑에대한기억,사회현실을향한문제의식,그리고생의끝자락까지바라보는성찰이서로맞물리며한사람의삶을입체적으로드러낸다.시인은거창한관념보다구체적인삶의순간에서시적의미를길어올린다.그래서그의시에는생활의온기가있고,직접보고걷고부딪치며얻은현장성이살아있다.
이번시집에서특히눈에띄는것은‘비움’과‘포용’의태도다.「삶의매무새」에서시인은욕망을덜어내고마음을다시여미는삶을말하며,「잎으로살아가리」에서는화려한꽃보다오래푸른잎으로살아가며다른이에게그늘을내어주는삶을꿈꾼다.이러한태도는개인적수양에머물지않는다.타인과관계맺는방식,사회를바라보는시선,인생을받아들이는자세로자연스럽게확장된다.
표제작「여지餘地」는이러한시인의시선을가장잘보여주는작품이다.시인은대립과갈등이가득한현실속에서도완전히닫히지않은공간을찾는다.그것은서로의차이를인정하고소통할수있는자리이며,삶이다시움직일수있도록남겨둔가능성의공간이다.‘여지’는결국우리삶을지탱하는최소한의숨구멍이자,다시시작할수있게하는힘으로읽힌다.
유성철의시선은개인의내면에만머물지않는다.「알고리즘의그림자」에서는인공지능과알고리즘이인간의선택과판단을대신하게될지도모르는미래를우려하고,사회적갈등과인간성의위기를바라보는작품에서는동시대현실에대한긴장을놓치지않는다.전통시조의형식을바탕에두면서도오늘의문제를적극적으로끌어들이는점은이시집의중요한특징이다.
그의시조는문장이간결하면서도함축적이다.길게설명하기보다한장면,한이미지,한문장안에생각을눌러담는다.익숙한자연과사물도새로운시선으로바라보며,일상어속에서낯선의미를길어올린다.전통적인시조의리듬과구조를지키면서도현대적인감각을놓치지않으려는시인의의지가작품곳곳에서드러난다.
『여지餘地』는결국삶을어떻게바라볼것인가에대한시집이다.각박한현실을외면하지않으면서도그안에서사람다움을지킬수있는틈을찾고,욕망과상처를내려놓으며,타인을품을수있는마음의공간을마련하려한다.삶이너무빽빽해숨쉴틈조차없다고느껴질때,이시집은우리안에도아직비어있는자리가남아있음을조용히일깨운다.
그여백은비어있기때문에의미가있다.무엇이든다시채울수있고,누구든받아들일수있으며,새로운희망이시작될수있기때문이다.유성철시인의『여지餘地』는바로그작은공간의가치를시조의언어로오래들여다본작품집이다.

평설


삶의여지餘地속에서건져올린감성의미학美學
-유성철시인의시조작품읽기


김성수시인


유성철시인이‘여지餘地’라는표제表題로다섯번째시조집을발간하게되었다.유성철시인은2020년계간지《시조사랑》으로등단하여남달리강한의욕과타고난재주로주옥같은작품을창출했을뿐만아니라지금까지발간한저서는나름대로자신만이가지고있는뚜렷한개성과재능을발휘하여편편이절창이라는평가를받고있다.그뛰어난문학적인역량을인정받아‘등용문상’,‘대은시조문학상’등을수상하였고그외에도많은우수작을문학잡지에발표하고있으며시조의대중화와저변확대에크게기여하고있다.

이번에발간하는『여지餘地』라는책제목은조금은낯설기도하고어렵기도하지만그뜻을자세히음미해보면참으로많은뜻이내포되어있으며또친근하게도느껴지기도한다.여지餘地란말을국어사전에서찾아보면다음과같이해석되어있다.“무언가현실화할가능성을나타내는말”또는“생각하거나설명할필요성을나타내는말”이다.쉽게말하면“틈이나자리”라고도말할수있으리라.

현대역사의시곗바늘은참으로빨리돌아간다.물질문명의발달로인해눈코뜰새가없다.특히인공지능(AI)의출현으로인해수천수만배로그속도감을높이고있다.이렇듯각박하고속도감있는생활속에서우리들인간성과예술성,그리고인간본연의아름다운감성은어디에서찾아야한단말인가?나중에는인간이기계문명에정복당하는날이오지않는다는보장도없다.유성철시인은이러한관점에서‘여지餘地’라는명제를찾아조금의여유와안정을생활의틈서리에넣어보고싶었던것이라생각된다.인간성회복을위해이시집을출간하였고시조작품한편한편을그행간마다정성스레갈무리하여두었다고생각된다.

이시집의짜임을살펴보면다섯개의부문으로구분되어있다.자연의여지餘地,생활의여지餘地,사랑의여지餘地,군상의여지餘地,그리고인생의여지餘地로세분되어각분야에서생각해야하는이야기들을우리고유의전통문학장르인시조속에3장6구12소절의운율로아름답게녹여내고있는것을볼수있다.

1.자연의여지(餘地)속에서시적자아(詩的自我)찾기

자연은아름답고또위대하다.자연에는우주만물의섭리가운행되고있으며자연은스스로의존재만으로도큰의미를지니고있다.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말이있다.즉사람의힘을더하지않는그대로의자연,이는일체의부자연스러운행위,인위적인행위가없음을뜻한다.도가道家의사상이아니더라도이말은누구나쉽게이해되는상식적인이야기이다.인간의욕심으로인하여자연을개발한다는이유로자연을훼손毁損하여그피해가끝내는우리인간들에게돌아오는예는너무나많이볼수있다.노자의『도덕경』제45장의말씀을인용해본다.“크게바른것은마치굽은듯하고,크게솜씨가좋은것은서툰듯하며,크게말잘하는것은마치어눌한듯하다.고요함은떠들썩함을이기고차분함은열기를이긴다.맑고깨끗한것은천하의길잡이가된다.”라고한이말은무책임하게자연을개발한사람들에게주는경고의메시지가아닐까하는생각이든다.

오염되지않은자연의순수속에서어느한순간지극히짧고맑고고운상념想念으로시를쓰고싶은마음,그것이유성철시인이원하는창작의길이며,다시말하면자연의여지餘地속에서시적자아詩的自我를찾고싶은소망일것이다.

마음속붓하나로무지개를띄운하루
앞자락몰씬대는봄기운가이없어
아침을색으로풀어꽃잎위에덮는다

숭어리구석구석꽃햇살이사리물어
나른한바람결에시나브로물이든다
심지속봄의숨결로벌써부터따스하다

무지개색을풀어구름에붓질하자
하늘로꽃불피워번지기직전이다
막바지노을을열어달빛까지부푼다
-「하룻봄풍경」전문

자연은바라볼수록싱그럽다.자연을바라보면새로운힘이솟는다.아름다움과그리움,그리고무언지모르는친근함이느껴진다.물아일체物我一體의경지에서건져올린시심詩心이야말로우리들일상日常에서지친생각을정화해준다.위의작품「하룻봄풍경」의경우글속에녹아있는정경情景을보면참으로아름답고그윽한시심詩心을자아내게한다.“마음속붓하나를들고무지개를띄우는하루,아침을색으로풀어꽃잎위에덮는다.”는표현은첫수부터우리마음깊이내재해있는향수같은그리움을불러일으켜주는듯하다.그리고또세번째수에서피력한“무지개색을풀어구름에붓질하자,하늘로꽃불피워번지기시작하고,끝내는노을을열어달빛으로부푼다.”는표현은아름다운봄풍경을주제로아름다움에대한소망을피력한것이아니겠는가.이같은생각을시조時調라는운율韻律속에무리함이없이담아내는유성철시인의필력筆力이야말로참으로대단하다고생각하지않을수없다.


2.감성(感性)의그물로건져올린생활의여지(餘地)

씨앗에불밝히는봄볕은생의손길,
어둠속희망으로눈뜨는싹을본다
바람이스친자리에햇살꿈을엮는다

강변에아지랑이자오록이피어나면
복사꽃입맞춤에마술걸린들녘으로
생명이깊은잠깨어동그랗게돋아난다

백로가꿈을물고숨어드는숲너머엔
너나없이두세두세산을일궈봄을캐며
소망이분수에맞춰제자리를털고선다
-「생의제자리에서」전문

위의시조를가만가만음미해보노라면귓가에자연의숨소리가들리는것같다.은은하고그윽하고또정겨운그소리들은우리주위에서아름다운기척이되어어지러운일상日常을흔들어깨우는작은깃폭처럼그렇게나부껴오는듯한느낌을주고있다.“씨앗에불밝히는봄볕”,“어둠속에서희망으로눈뜨는싹”,바로그위에“꿈을엮는햇살”이라는시어詩語들로수놓아진초장初章의이미지는작고다정한목소리로우리들잠든감성感性을깨워주는것같고,“강변에피어오른아지랑이”,“복사꽃입맞춤에마술걸린들녘”,“잠이깬생명이동그랗게피어나는”정경을묘사한중장中章의이미지는우리생각에싱그러움을더해주며,“백로가꿈을물고숨어드는숲”,“산을일궈서봄을캐는사람들”,“분수에맞춰자리를잡는소망”으로마무리한종장終章의이미지는우리들어지러운삶의현실속에서고요한안식과평화로움을전해주고있는듯하다.

실수만꾸짖다가입술이다닳았네
까매진생채기로가슴까지너덜대도
허물을깨끗이감싸지우시길바라네

과오의단편斷片들을하나둘끌어안아
품가득걸머쥐다끝내는삭아가도
소홀히떠날수없네,연필가진어미는
-「지우개엄마」전문

「지우개엄마」라는시조작품은두가지의의미를내포하고있다고생각된다.제목그대로엄마라는어원이말해주는모성애를말해주는가하면좀더깊이생각해보면땅의의미가있다고생각할수가있다.땅은모든생물을나게하고자라게하며끝내는생명이없어져도다받아들이는포용과이해와관용의의미까지지니고있다.우리생활의잔잔한일상에서도자연의고마움을생각하게하는유성철시인의폭넓은시심詩心은분명문학의지평地平을살찌게할것이며생활의여지餘地속에서더욱빛나는작품을창작할것이라고기대해본다.


3.사랑의여지(餘地),그빛나는언어의영역(領域)

이세상의말중에가장그립고아름다운단어가무엇인가에대해조사한일이있는데첫번째가“어머니”라는말이고두번째가“사랑”이라는말이었다고한다.사랑이라는말은그어감語感부터가정겹고친근감이넘친다.사랑이란말을국어사전에서찾아보면다음과같이정의하였다.“다른사람을애틋하게그리워하고열렬히좋아하는마음”,“다른사람을아끼고위하며소중히여기는마음”이라고표현되어있는데,어쩐지이표현만으로는부족한것같은아쉬움이있다.그만큼사랑이라는단어는말로는표현이모자랄만큼큰울림의에너지를가지고있다.
성경에서는사랑을네가지로정의하고있다.그첫번째가아가페사랑(Agape)-무조건적사랑,의지적사랑,신이인간을사랑하는마음,두번째가필리아사랑(Philia)-우정,형제의사랑,세번째가스토르게사랑(Storge)-가족혈육의사랑,네번째가에로스사랑(Eros)-낭만적사랑,이성간의사랑.어느것하나소중하지않은게없겠지만성경은그중에서아가페(Agape)를상위개념으로말하고있다.
사랑은그냥사랑인것이다.거기에무슨조건이있고계산이있겠는가,그냥다함없는마음이사랑이아니겠는가.그러기에사랑의여지餘地속에서창출되는생각과언어는우리의삶을더욱값지고아름답게표현하리라생각된다.

시작과끝이만나손잡고둘러서서
들어갈수도없고벗어날수도없어
크기큰우주마저도
벗어날수없는선線
-「원圓,사랑의줄」전문


1.그겨울의장독대
장독대서리맞던우물가옆양지녘에
그림자추를달아햇살이뒤로돌면
부르튼언손만홀로시린겨울넘는다


2.엄마의베틀
등잔을밝혀놓고밤을새워베를짜며
멍울져떨군눈물올사이피로스며
젖은실시린무명에자식삶이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