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2003년에『의미를체현하는육체』라는제목으로번역,출판된바있다.번역자와알렙출판사는,이제목이몸(특히여성의몸)에서의미를분리시킨뒤,의미를몸과는다르다고간주된요소들(소유형태나지정학적위치등)에특권적으로부여하고자했던당시의한국상황에서큰의의를가진다고생각했다.말하자면이전책의제목은여성은여성으로호명되기에앞서어떤특정한형태(즉의미가체현된)의몸이기에몸은의미와분리될수없고따라서문제가되는바로그몸이정치가펼쳐지는현장이라는점을인식하게하는데크게기여한것이다.
23년이지난지금,그말(몸은의미를체현하고있다)은여전히유효하지만,한계도있음은분명하다.번역자이승준은주디스버틀러의입장에서는‘의미를체현하지못한육체’가‘의미의장에진입한몸’보다더중요시된다/문제된다(기존의규범과의미를흔들리게하고변경을불가피하게만들기때문에)고보았기에,이제는이지워지고삭제된비체적존재들을떠올릴다른제목이필요하다는것이다.“비체적존재들즉‘의미를체현하지못한육체’는‘여성’이라는기표를뛰어넘어‘퀴어’,‘소수자’,‘버려진자들’,‘이주민’,‘비주체적존재’를포괄한다.그몸들은파시즘의기운이전세계를휘어감고있는2026년현재가장문제가되는몸들이다.”라는것이다.그리고이것이우리가책의제목을「중요한몸」으로다시번역하게된가장주요한이유일것이다.
철학연구자김은주는「해제」에서,“그는‘자연적인몸’이라는통념을무너뜨리고,몸의물질성을권력,규범,무의식,정체화의접합지점으로재구축함으로써,섹스를자연으로젠더를문화로구별하는이분법의허구를폭로,비판하고몸,성그리고젠더의질서를급진적으로사유한다.”며이책의중요성을알린다.
페미니즘과퀴어이론에서단연코고전!『중요한몸』
어떤신체가물질/문제로다가오며,그이유는무엇인가?
『젠더트러블』에서버틀러는젠더라는용어에관해질문한다.버틀러에따르면젠더는페미니즘정치에제일중요한추동력이자다양한관점이경쟁하는장이다.버틀러가강조하고자한바는강제적이성애를근간으로하는젠더이분법으로말미암아이로부터벗어난존재로자신의젠더를감지한사람들이감추어지고이들은비정상으로분류된다는것이다.이로인해사람들의정체성은모두이성애의방식으로만해석되면서차별과폭력이생겨난다.
그렇다면성에대한버틀러의견해는어떠한것인가?『젠더트러블』에서버틀러는성역시도,실상젠더와구별될수없는것이며,성은젠더만큼이나문화적으로구성된다고설명한다.성에관한이와같은설명은이후성과관련된몸과물질을둘러싼수많은질문을야기했으며,그로부터3년뒤,성,몸,물질에관한논의를주요하게다룬『중요한몸』이출간된다.
“미국에서가장유명한페미니스트”이자,“타의추종을불허하는젠더철학자”인주디스버틀러는젠더수행성,패러디,드랙등의개념으로잘알려져있다.그녀는이책『중요한몸』에서“신체를‘성별화된것’으로물질화하는그러한제약들은무엇인가?우리는어떻게성이라는‘물질’좀더일반적으로는신체라는‘물질’을,문화적인식가능성의한계를,반복적이면서도폭력적으로설정하는것으로이해할수있는가?어떤신체가물질/문제로다가오며,그이유는무엇인가?”를질문한다.
『젠더트러블』이후제기된비판,“그렇다면물질적몸은어디있는가?”에대한응답으로쓰인『중요한몸』은몸을담론의산물이아니라,규범을통해‘물질화되는과정’으로설명한다.시간이걸려행해지면서안정적인것이되어가는물질화로서물질은몸으로구현되며,어떤몸을의미있는것으로인정하게한다.이는책의제목인BodiesThatMatter에서‘matter’의두의미를통해강조된다.버틀러는‘matter’가지닌물질(matter)라는의미와중요함,가치있음(tomatter)의이두의미를연결한다.이로써,“‘중요하다는것(tomatter)’은‘물질화’한다는것(tomaterialize)’과‘의미있다는것(tomean)’을동시에의미”(81쪽)하면서,『중요한몸』은몸을물질화과정이자가치있는물질,중요한물질로서탐구한다.
버틀러에게몸의물질성은자연적사실이아니라권력에의해시간을거치면서안정화된효과이자,어떤몸이‘삶’으로인정되는가를둘러싼정치의핵심문제이다.“‘어떤몸은왜‘중요한몸’이되고,어떤몸은왜배제되거나비가시화되는가”라는질문에서알수있듯,몸의인식가능성은사회적가독성과정상성의범주에따른다.『중요한몸』은그인식가능성을어떤몸들이살수있는가라는질문과연결한다.
『중요한몸』은몸의존재론을해명하려는글이아니다.이책은,존재론자체가권력에의해배분되는그방식을교란하기위한철학적수행이나정치적개입으로이해되어야한다.
주디스버틀러의핵심이론:
물질화(Materialization),비체(Abject),수행성(Performativity)
‘정상적인몸’이라는개념은홀로존재할수없다.이는반드시정상의범주에들어가지못하는비정상적이고,읽어낼수없으며,말해질수없는몸들을배제함으로써성립한다.비체(Abject)란주체의지위를얻지못한채,정상적주체영역의경계선밖으로밀려난존재들이다.버틀러는,이배제된영역이단순히정상의‘반대말’이아니라고강조한다.이들은정상성(인식가능성)의외부에유령처럼들러붙어,역설적으로정상성이무엇인지를정의해주는‘구성적외부’역할을한다.즉,규범은자신이배제한것에의존해서만유지된다.
버틀러는몸을문화가덧입혀지기전의‘백지’상태로보지않는다.몸은이미규범이관통한물질성의형식안에서만존재할수있다.몸의‘물질’은태초의사실이아니라,권력의역동적인작용이시간을두고굳어진(퇴적된)효과이다.이를물질화(Materialization)라한다.
여기서규범은또한단순한도덕이아니다.누가‘인간’으로인정받을수있는지,어떤몸이‘정상’이고어떤몸이‘기형’인지,어떤성(gender)이‘가능한’것인지를결정하는강력한힘이다.
이러한물질화과정은반복적인수행성을통해작동한다.수행성이란,주체가의도를가지고연기하거나흉내내는것이아니다.이는법과규범이요구하는바를끊임없이인용하고반복하는과정이다.우리는이미주어진담론(법,규범)을인용하듯반복함으로써,그담론이규제하는현실을계속해서재생산해낸다.즉,‘나’라는존재의형성은권력과의공모(인용)를통해이루어진다.
가장중요한점은이반복이결코완전할수없다는것이다.“물질화는불완전성과재물질화의과정에열려있다.”수행성이란규범을끊임없이반복해야만유지되는것이기에,그반복의과정에서틈이생기거나규범에완전히순응하지못하는순간들이발생한다.바로이불완전성이고정된규범을흔들고,몸을다르게‘재물질화’할수있는변화의가능성을열어준다.
성은사회적구축물이다.
주체는어떻게자신의성을갖는가?
주디스버틀러는‘성(Sex)’이자연적인생물학적사실이아니라,몸을만들어내는강력한규범이자사회적구축물로본다.나아가이규범이어떻게개인의내면(자아)과신체감각(몸도식)을형성하는지연결하고있다.우리는흔히성을성기(페니스나자궁)의유무로결정되는해부학적사실로여긴다.그러나버틀러는이를정면으로비판한다.성은있는그대로의육체적진실이아니고,시간을통해강제적으로물질화된이상(ideal)으로보는것이다.
성은몸이라는물질이나타나는‘형식’전체를관리하고정상화하는틀이다.즉,몸은‘성별화된몸(sexedbody)’이라는코드를통과해서만비로소사회적으로인식될수있다.
이러한성의구축과정은중립적이지않으며,이성애중심적질서(HeterosexualImperative)를따른다.이강제적인성규범은두개의성(남/여)만을정상으로승인하고,나머지는배제한다.버틀러는간성(Intersex)의예를드는데,간성아동의성기를수술을통해억지로남성이나여성중하나로‘정리’하려는의료적관행은,성이자연의문제가아니라‘사회적강요와정상화의논리’임을보여주는결정적증거이다.
그렇다면,주체는자신의성을어떻게갖게될까?성의떠맡음(Assuming)은쇼핑하듯성을고르는것이아니다.인간은이미존재하는성을숙명처럼받아들이는것이아니라,성적규범이호명하는대로수행하고반응할때비로소‘주체’가된다.이과정은이성애적규범이허락하는성정체성만을승인하며,다른가능성은구조적으로거부한다.
버틀러는성규범이자아를형성하는방식과과정에개입함을밝힌다.성규범은단순히몸의겉모습뿐만아니라,내가내몸을느끼는방식(감각)과자아형성에도깊숙이개입한다.성은성감대,제스처,걸음걸이등몸의경계를어떻게그리고,감각을어떻게분배할지를규정하는‘몸도식(BodySchema)’과얽혀있다.그리고버틀러는프로이트와라캉을인용하며,자아는외부의이미지(규범적신체상)에애착을느끼고이를무의식적으로‘동화(assimilation)’함으로써형성된다고본다.즉,‘나’라는존재는성적규범이배치해놓은몸의형태학위에서자신을인식하게된다.
몸은단순한‘옷걸이’가아니다
버틀러는『젠더트러블』에서“젠더는수행(연기)하는것”이라고했다.하지만그녀의생각은거기서멈추지않고,『중요한몸』에서는몸의물질화(materialization)라는개념으로나아간다.우리는흔히“몸은태어날때부터정해진생물학적인것(자연)이고,그위에사회적인성역할(문화)을옷처럼입는것”이라고생각한다.하지만버틀러는아니라고말니다.몸과마음,사회적규칙,그리고나의정체성은따로노는것이아니라꽉얽혀있다.우리의정신은몸과따로떨어진유령같은존재가아니다.몸이자라고감각을익히는과정에서정신도함께형성된다.이과정에서“남자는이래야해,여자는저래야해”라는사회적규칙(이성애규범)이무의식적으로우리몸에스며든다.
다시말해,몸은문화라는옷을걸치기위해기다리는수동적인옷걸이가아니다.몸은처음부터사회적권력과규칙,무의식이복잡하게얽혀서만들어진역동적인현장이다.따라서우리가남성이나여성이라는성별(sex)을갖게되는과정은,단순히신체적특징을확인하는게아니라사회적인주체로태어나는과정과똑같다.
“그래도몸은물질이잖아?”:새로운철학자들의반론
하지만버틀러가“몸은사회적의미로꽉차있다”고너무강조하다보니,반대로“그럼몸자체의생생한생명력은어디갔어?”라는비판이나오기도했다.이것이바로신유물론(NewMaterialism)철학자들의질문이다.로지브라이도티는성적구별로포획되지않는몸의긍정적잠재성과활력을강조하며,차이를존재론적역량으로해석해야한다고주장한다.캐런바라드또한버틀러가‘담론이물질이되는방식’은탁월하게분석했으나,‘물질그자체가어떻게물질이되는지’에대한설명,그리고인간너머비인간신체들의행위성을해명하는데에는한계를보였다고지적한다.
이들은버틀러가인간이아닌존재(자연,사물)의힘을간과했고,여전히인간중심적인‘문화’쪽에치우쳐있다고지적한다.버틀러역시‘자연vs문화’라는오래된이분법을완전히벗어나지는못했다는의심을받은것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버틀러가중요한이유
버틀러는우리가당연하게믿어왔던‘자연적인몸’이라는고정관념을깨뜨렸다.버틀러이전에는“섹스(Sex)는변하지않는자연이고,젠더(Gender)는변하는문화다”라고구분했다.하지만버틀러는“섹스(자연)조차도이미사회적으로구성된것이다”라고폭로하며이분법을무너뜨렸다.
그녀는몸을단순히‘타고난것’으로보던시각을뒤집어,몸을정치와권력이작동하는장소로재정의했다.덕분에우리는‘정상적인몸’이라는잣대로사람을차별하던질서에저항하고,더다양한삶의방식이존중받을수있는길을열게되었다.버틀러의철학은우리삶을더넓은가능성으로이끌었다는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