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주인’이아닌‘이웃’이다:
꼬스모비시온이제시하는새로운시선
우리는오랫동안인간을세계의중심에,자연을이용가능한자원으로두는서구근대사상을당연하게받아들여왔다.그러나기후위기와생태파괴가임계점에도달한지금,인류는‘우리가왜그리고어떻게다르게생각해야하는가’라는근본적인질문에직면해있다.이질문에응답하는『꼬스모비시온의부활』은라틴아메리카원주민의저항의역사와공생의문화를통해생명중심세계관을탐구해보는책이다.
라틴아메리카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은자연과인간을분리하지않는관계중심의세계관이다.그들에게강,숲,동물,그리고보이지않는존재들모두는살아있는주체이자서로연결된생명체이다.특히안데스지역의‘빠차마마(Pachamama,어머니지구)’사상은자연을착취의대상이아닌돌봄의대상으로본다.인간을지배자가아닌자연의거대한관계망속구성원으로규정한다.저자는이를통해자연과의관계를‘거래’가아닌‘상호성’으로재정립할것을제안한다.
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은우리에게중요한질문을던진다.“인간은과연세계의중심인가,아니면관계망속의한존재인가?”이질문은인간과자연의관계를근본적으로다시성찰하도록만든다.
단순한철학을넘어,현대정치와제도속의현실적대안으로
이책은원주민의세계관이박제된과거의유산이아니라,오늘날실제적인정치·사회적변화를끌어내고있음을강조한다.2008년에콰도르헌법에명시된‘자연의권리’와2010년볼리비아의‘어머니지구권리법’제정은인간중심적법질서가생명중심적질서로전환되고있는생생한사례다.
꼬스모비시온은경제성장과경쟁을중심으로한자본주의적삶의방식과는다른대안을제시한다.아스떼까의‘꼬아떼끼뜰’,안데스의‘밍가’와‘아이니’와같은공동체노동전통은신자유주의적경쟁모델을대신할협력적사회모델이다.이오래된지혜는인간과자연이공존하는새로운길,그리고기후정의를향한전환의방향중하나를제시해준다.
메소아메리카에서안데스까지,원주민역사의발자취를따라가다
이책은두지역의역사적궤적을통해꼬스모비시온의형성,전복그리고부활을단계적으로추적한다.
1부‘원주민세계와꼬스모비시온’에서는메소아메리카를중심으로정복이전원주민사회의독자적인문명구조와깔뿔리(Calpulli)공동체질서를조명한다.이부분에서는주로메소아메리카지역,특히마야와아스떼까문명권을중심으로원주민사회의꼬스모비시온과공동체질서를검토한다.메소아메리카는에스파냐의정복이전부터고도로발달한문명과복잡한사회조직을형성했던지역으로,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과사회질서를비교적분명하게보여주는역사적사례이다.또한이지역은에스파냐의정복이후식민지배와선교활동그리고근대국가형성과정이가장집중적으로이루어진공간이기도하다.이점에서메소아메리카는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이형성되고변화해온역사적과정을살펴보기에매우중요한지역이다.저자는원주민이누구인지에대한개념적문제를살펴보고,신성·인간·자연이서로분리되지않은관계적우주로이해되었던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을설명한다.또한공동체중심의토지와노동체제를가졌던대표적인원주민공동체깔뿔리를중심으로,원주민사회가어떤방식으로사회적·경제적질서를유지해왔는지를살펴본다.이를통해정복이전의원주민사회가단순한‘전통사회’가아니라독자적인꼬스모비시온과공동체질서를지닌문명이었음을읽어내고자한다.
2부‘식민성과근대국가’에서는유럽의정복과식민지배,근대국가형성과정에서원주민의세계관이어떻게왜곡되고재편되었는지그굴곡진역사를파헤친다.
멕시코는라틴아메리카에서원주민인구가가장많이존재하는국가가운데하나이며,식민지시기부터오늘날까지원주민공동체와국가권력사이의긴장이가장복합적으로나타난지역이기도하다.따라서이지역의역사적경험을살펴보는것은식민성과근대국가형성과정에서원주민사회가어떤방식으로변화하고재편되었는지를이해하는데중요하다.먼저기독교선교와함께진행된,이른바‘영혼의정복’과정을통해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이어떻게부정되고새로운종교적질서로편입되었는지살펴본다.이어정치적식민화과정과독립이후자유주의국가가추진한통합정책을통해원주민공동체가어떤방식으로재편되었는지분석한다.마지막으로인디헤니스모의등장과그한계를검토함으로써근대국가가원주민을국민으로포섭한방식을살펴본다.
3부‘탈식민적전환’에서는안데스지역을중심으로‘수막까우사이(SumakKawsay,좋은삶)’철학과사빠띠스따운동등원주민사상이현대정치적저항과대안의언어로어떻게부활하고있는지심층분석한다.
안데스지역은최근수십년동안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이단순한문화적전통을넘어정치적·사상적대안으로새롭게등장한대표적인공간이다.특히에콰도르와볼리비아에서는원주민운동의성장과함께‘수막까우사이’와자연의권리같은개념이국가헌법과법제도에반영되면서,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이현대정치와사회제도에서새롭게해석되고실천되는중요한사례를보여준다.
저자는먼저안데스지역에서제기된‘좋은삶(BuenVivir)’의철학,즉,수막까우사이의의미와그공동체적기반을살펴본다.이어빠차마마사상과자연의권리개념을통해인간과자연의관계를새롭게이해하려는시도를검토한다.특히에콰도르헌법에서자연의권리가법적으로인정된사례를통해이러한사상이제도적차원에서어떻게구현되는지를살펴본다.마지막으로멕시코치아빠스에서등장한사빠띠스따운동을함께살펴본다.사빠띠스따운동은안데스지역에서제기된생태적·공동체적사상이정치적실천의형태로나타난또다른중요한사례이기때문이다.이운동은원주민공동체의자치와존엄을바탕으로국가중심의발전모델과신자유주의적질서에도전하면서,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이현대정치에서새로운저항과대안의언어로등장하는과정을보여준다.이를통해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이단지문화적전통에머무는것이아니라오늘날새로운정치적상상력과사회적실천을만들어내는중요한사상적자원으로작용함을살펴보고자한다.
행성시대를살아가는새로운지혜,
꼬스모비시온의부활
저자는오늘날의기후위기를단순한환경문제가아닌,자연을정복과통제의대상으로보아온서구근대세계관이낳은‘문명적위기’로진단한다.이에대한대안으로라틴아메리카원주민의‘꼬스모비시온’을제시하며,우리가잃어버렸던생태적지혜를복원할것을역설한다.
꼬스모비시온은인간을세계의주인으로보지않고,자연과비인간존재들을포함한거대한관계망속의‘이웃’으로이해한다.이는브뤼노라투르의‘행위자-연결망이론’과맞닿아있으며,인간과자연이분리될수없는유기적관계임을재확인시킨다.
식민지시대‘영혼의정복’이라는종교적·정치적억압속에서도,원주민사회는기존의신념을능동적으로변형·결합하며관계적세계관을오늘날까지계승해왔다.이러한역사적저항과지속성은현대정치의새로운이정표로이어질수있다.안데스의‘수막까우사이(좋은삶)’,에콰도르의‘자연의권리’헌법화,멕시코사빠띠스따운동등은꼬스모비시온이단순한전통보존을넘어현대사회의대안적제도와정치적실천으로부활하고있음을보여준다.
이책은원주민의세계관을이상화하는것이아니라,현대사회가마땅히주목해야할실천적자산으로바라본다.저자는“꼬스모비시온의부활은과거로의회귀가아니라,다양한존재와삶의방식이공존하는새로운생태문명으로나아가기위한출발점”이라고강조한다.기후정의와문명전환의방향을고민하는독자들에게이책은,우리가당연하게여겨온세계이해의틀을확장하고인간과자연이조화롭게살아갈수있는새로운상상력을제공할것이다.
‘부엔비비르총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중남미연구소HK+사업단은‘21세기문명전환의플랫폼,라틴아메리카:산업문명에서생태문명으로’라는프로젝트를수행하고있다.본사업단은라틴아메리카뿐만아니라세계곳곳에서생태문명으로의패러다임을전환하기위해투여하는다양한노력을비롯해라틴아메리카사람들이추구하는대안적세계관과삶의방식에관해연구하고있다.이와관련된연구결과물을대중과공유하기위해‘부엔비비르총서’를기획해출판하고있다.‘부엔비비르(Buenvivir)’는안데스원주민이추구하는삶을표현하는단어로그핵심내용은공동체에서의조화와공존이다.부엔비비르총서에는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이융합해라틴아메리카의생태문명을탐구한결과가오롯이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