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영
저자 : 정관영
사법연수원 수료 후 20년 넘게 IT, 사이버포렌식, 개인정보, 가상자산 분야에서 변호사로 일해왔다. 클라우드 산업 발전 공로로 장관 표창을 받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문변호사를 지냈다. 현재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한국영업비밀보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자가 하는 일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문서로 만들어 여러 사람이 쓸 수 있는 보편적인 지식으로 만드는 일이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법원의 영업비밀 판결과 결정 수천 건을 하나하나 읽고 분석하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됐다. 기업이 소송에서 지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 회사의 비밀인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였다. 아무도 훔쳐갈 수 없다고 믿었던 장인의 노하우가, 정작 법정에서는 있다는 사실조차 증명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그는 장인의 머릿속에만 있던 암묵지를 문서로 표현해 영업비밀이라는 법의 그릇에 담는 일을 돕는다. 그렇게 자산이 된 비밀은 기업의 가치로 인정받고, 대를 이어 전해진다. 문서에 적히기 전까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국가 단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서에 적는 쪽이 세규칙을 갖는다. 오랫동안 저자는 유럽이 만든 규범 체계와 이론을 바탕으로 의견서를 썼다. 힘이 아니라 함께 정한 약속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바닥이 무너졌다. 지정학 시대의 규칙은 약속이 아니라 힘의 언어로 쓰인다. 그는 판결문을 읽던 눈으로 워싱턴이 서명한 행정명령과 법률을 읽었다. 국가의 진짜 속내는 연설보다 서명된 문서에 더 정직하게 남기 때문이다. 다만 그 문서들은 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온전히 읽히지 않는다. AI가 칸막이를 허무는 시대에 잘게 쪼개진 전문성으로는 지도의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이 책은 그 틈에 놓은 다리다.
《팔란티어처럼 해체하고 연결하고 장악하라》, 《영업비밀 전직금지 Q&A》(공저)를 썼고, 《데이터가 지배하는 법》을 함께 옮겼다.
[여는 글] AI 팍스 아메리카나 : 미국이 설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와 한국의 선택
0장 규칙을 쓰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_반복되는 역사
_미국은 언제나 불리한 규칙을 스스로 파기해왔다
_19일의 빅뱅
_워싱턴의 법령은 어떻게 한국인의 일상에 침투하고 있을까
_패권의 문법, 규칙과 표준으로 완성되다
[1부] 제국은 전기로 지어진다
1장 스타게이트 : 피라미드 이후 최대의 공사
__백악관은 왜 판을 깔았나
__돈과 동맹을 빨아들이는 중력
__한강의 기적이 가리키는 답
__사막 위의 신전 곁에 한국의 첨탑을
2장 전쟁은 발전소에서 이미 이기고 가야 한다 : 전력이라는 최후의 병목
__AI가 먹는 전기, 폭증하는 수요와 효율의 역설
__가장 느린 고리가 승부를 가른다
__속도냐 통제냐 녹색이냐
__깨어난 원자로가 말해주는 것
[2부] 적의 AI를 꺼버리는 법
3장 엔티티 리스트 : 이름이 오르는 순간, 시장에서 지워진다
__국경을 넘는 ‘긴 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블랙리스트의 작동 원리
__반도체라는 새로운 석유
__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넘어 사분오열되는 세계와 한국의 선택
__어느 날 갑자기 꺼진 AI
__시간은 누구의 편인가
__봉쇄는 적을 단련시킨다
4장 희토류 인질극 : 중국이 쥔 공급망의 급소
__중국이 쥔 공급망의 급소, 희토류
__반세기에 걸쳐 벼려진 칼, 그러나 양날의 검
__돈은 광산이 아니라 제련소에서 갈린다
__‘기술의 자원화’와 한국의 반전 카드
__센카쿠에서 제련소까지
5장 풀스택 제국 : 미국은 제품이 아니라 생태계를 판다
__표준을 쥐는 자가 시장을 쥔다
__백색 진영을 짜다
__붉은 실크로드
__AI 주권을 다시 묻다
__소버린을 외칠수록 깊이 깔리는 풀스택
[3부] 전쟁이 바뀐다
6장 자율살상무기 : 킬스위치에서 인간의 손이 사라진다
__코드 속에 숨은 살상
__멈출 수 없는 질주와 메울 수 없는 공백
__인간을 고리 안에 붙드는 일, 그리고 한국의 자리
__방아쇠 뒤에 인간을 세울 것인가
7장 팔란티어의 세계 : AI가 그리는 ‘총력전’의 문법
__강철에서 ‘코드’로, 전장과 공장을 가리지 않는 운영체제
__안보의 칼
__풀스택을 파는 산파, 갈라서는 동맹, 그리고 한국의 자리
__유럽의 반란
__워싱턴이 파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결정의 문법’이다
__딥 다이브 | 팔란티어가 미국 공장을 살리는 법, 한국이 장인의 노하우를 지키는 법
8장 달 소유권 전쟁 : 규칙을 먼저 쓰는 자가 달을 갖는다
__전 인류의 것이라던 달, 그 약속에 생긴 거대한 빈틈
__‘규칙’을 먼저 쓰는 자가 달을 갖는다
__상업 주체의 동원과 총성 없는 규칙 전쟁, 그리고 한국의 자리
__깃발이 아니라 규칙이 달을 나눈다
[4부] 달러는 죽지 않는다, 진화한다
9장 지니어스 법 : 디지털 달러가 국경을 지운다
__스테이블코인이라는 ‘디지털 달러’, 그리고 미국이 입힌 규칙
__달러 패권과 국채라는 두 마리 토끼, 그리고 ‘AI 팍스’의 통화 층
__세계를 덮는 디지털 달러, 그리고 한국의 자리
__10초의 손짓이 미국 국채를 산다
10장 클래리티 법 : 24시간 멈추지 않는 월스트리트가 온다
__회색지대를 가르는 규칙, 그리고 블록체인 위로 오르는 자본시장
__달러와 국채를 함께 끌어당기는 회로, 그리고 ‘AI 팍스’의 시장 층
__24시간 멈추지 않는 시장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한국의 자리
__코인 특구가 아니다
__폐장 종이 울려도 시장은 닫히지 않는다
[5부] 불 꺼진 공장, 불붙은 계급
11장 다크팩토리 : 불 꺼진 공장에는 사람이 없다
__불 꺼진 공장의 풍경, 그리고 자동화를 떠받치는 미국의 규칙
__러다이트가 200년 만에 돌아온 까닭, 그리고 ‘AI 팍스’의 생산 층
__일자리를 둘러싼 빛과 그림자, 그리고 한국의 자리
__불 꺼진 공장에서 다시 켜야 할 불
12장 두뇌 쟁탈전 : 패권의 마지막 병목은 사람이다
__세 갈래로 갈라지는 노동과 미국이 스스로 좁힌 문
__인재가 패권의 마지막 병목인 까닭, 그리고 ‘유령 GDP’라는 그림자
__기르고 지키고 끌어당기는 삼중의 전쟁, 그리고 한국의 자리
__블랙홀이 제 사다리를 걷어찰 때
13장 새로운 계급의 탄생 : 과실은 누구의 접시에 놓이는가
__저울은 이미 기울었다
__격차는 설계된다
__과실을 나누는 자가 다음 판을 쥔다
__가장 빠르게 닥치는 파도
__국토에서 사람까지
__더 좋은 기계가 아니라 더 좋은 계약
[6부] 누가 제국을 통제하는가
14장 규칙 내전 : 연방과 주, 1,208개 법안이 충돌한다
__연방의 공백을 주가 채웠다
__제국은 소송과 돈줄과 선점으로 반격한다
__내전의 승자가 세계 표준을 쓴다
__99 대 1이 남긴 역설
15장 ‘중립’이라는 무기 : 편향 없는 AI의 정치학
__‘편향 없음’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__명령은 중립을 요구하지만, 그 중립은 이미 기울어있다
__이념의 목록이 아니라 ‘검증의 절차’를 세워라
__가치관 없는 기계는 없다
16장 기술공화국이냐 민주공화국이냐 : 2030년의 갈림길
__기술공화국은 두 개의 얼굴로 온다
__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총동원이 민주주의를 갉아먹는다
__알고리즘이 민주주의를 대체할 것인가, 깊은 토론이 알고리즘을 부릴 것인가?
__기술은 운명이 아니다
[닫는 글] 한국의 선택 : 규칙 수용자에서 규칙 제안자로
_여섯 전선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_다섯 개의 대전환이 낡은 판을 한꺼번에 부순다
_위기의 다섯 자리마다 한국의 카드를 하나씩 놓는다
[부록] 챕터별 매핑 총람
* 엔비디아, 스타게이트, 스테이블코인, 로봇 공장. 뉴스는 매일 쏟아지는데 왜 그림은 그려지지 않을까?
* 조각을 아무리 모아도 소용없다. 설계도를 읽어야 한다!
엔비디아 기사도, 미중 갈등 기사도 빼놓지 않고 읽는다. 그런데 누가 "그래서 미국이 뭘 하려는 건데?"라고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칩 수출을 막았다더니 다시 허가했다 한다. 허가했다더니 수익의 25%를 정부가 떼 간다고 하고, 이번엔 중국이 그 칩의 반입을 막았다고 한다. 조각들은 매일 쌓이는데 큰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뉴스만 읽을 뿐, 그 뉴스 뒤의 진짜 각본은 안봤기 때문이다. 국가의 의도는 정치인의 연설이 아니라 서명된 문서에 남는다. 저자는 변호사가 판결문을 읽듯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정명령과 법률 수십 건을 읽었고, 그 안에서 단 하나의 무자비한 규칙을 발견했다. 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그 기술이 작동할 조건을 못 박고, 그 규칙을 세계의 표준으로 만드는 것.
로마는 법으로, 영국은 해상법과 파운드로, 전후 미국은 달러와 자유무역 규범으로 세계를 길들였다. 패권국은 단지 강했던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규칙을 썼다. 지금 워싱턴이 AI 분야에서 추진하는 것은 이 문법의 새 버전이다. 이 책은 그 각본을 국내 최초로 해부한다.
* 전쟁, 돈, 일자리, 민주주의까지, 여섯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AI 패권 전쟁
* 하나의 법령에서 출발해 세계를 거쳐 한국에 닿는다
이 책이 안내하는 여섯 개 전선은 소재만 보면 서로 무관해 보인다. 텍사스 사막에 피라미드 이후 최대 공사라 불리는 5,000억 달러짜리 데이터센터가 올라가고, 전기에 굶주린 AI가 잠들었던 원자로를 다시 깨운다(1부). 워싱턴이 쓴 명단 한 줄이 지구 반대편 기업을 시장에서 지우고, 미국은 칩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동맹국에 옮긴다(2부). 전쟁에서 인간의 손이 사라지고, 달의 자원은 먼저 가서 규칙을 쓰는 자의 것이 된다(3부). 불 꺼진 공장에서는 사람이 사라지며(5부), 연방과 주는 1,208개의 법안을 놓고 내전을 벌인다(6부).
따로 놀던 이 장면들을 한 줄로 세우면 비로소 보인다. 미국은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운영체계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 전쟁의 승부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전력과 콘크리트와 자기만의 명단과 돈 위에서 갈린다는 것. 각 장은 하나의 법령이 만들어낸 생생한 장면에서 시작해, 그 조항이 실제 세계에서 무엇을 바꿨는지 따라간다. 마지막엔 그 움직임이 한국의 무엇을 변화시켰는지로 끝난다.
* 칩 수출 뉴스 뒤의 노림수, 전기요금 인상 뒤의 병목, 코인 뒤의 달러
* 미국 AI 각본의 몇 페이지가 지금 실행되고 있는지 짚어내는 눈을 갖춰라!
책을 읽은 후 달라지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뉴스가 다르게 읽힌다. 미국이 엔비디아 칩의 중국 수출을 허가하며 수익의 25%를 챙기고, 중국이 그 칩의 반입을 통제하다 슬며시 빗장을 여는 게 각본의 어느 페이지인지 짚을 수 있게 된다. 봉쇄는 적을 단련시키고 칼끝은 언젠가 동맹에도 향한다는 이 책의 진단을 알면, 속보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다음 장면을 내다보게 된다.
다음으로 돈의 흐름이 보인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과 반도체와 스테이블코인은 별개 산업이 아니라 하나의 제국을 떠받치는 큰 기둥들이다. AI가 전기를 삼키면 전기요금이 오르고, 워싱턴이 명단을 고치면 반도체 주가가 출렁인다. 워싱턴의 결정이 내 전기요금과 계좌까지 파고드는 경로가 이 책을 읽고 하나의 지도로 그려진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자리가 보인다. 한국은 올해 1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한 나라가 됐고, 5월에는 서울에서 유엔 산하 기구들과 함께 "글로벌 AI 허브"의 비전을 선포했다. 미국 국무부가 출범시킨 실리콘 공급망 동맹 "팍스 실리카"의 창립국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장면들이 기회인지 종속되는 것인지, 이 책의 여섯 전선 위에 올려놓으면 판단 근거가 생긴다.
* 미국이 파는 것은 칩이 아니라, 모든 것을 결정짓는 운영체계다
* "온 인류의 것"이라던 달마저 먼저 가서 규칙을 쓰는 자의 것이 된다
* 불 꺼진 공장과 새로 그려지는 계급의 지도까지, 이 책에만 담긴 이야기!
소버린 AI를 외칠수록 미국의 풀스택은 더 깊이 깔린다는 역설이 이 책에 있다. 20세기 동맹의 표지가 미국 전투기였다면, 21세기의 표지는 미국식 운영체제 위에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칩에서 클라우드, 모델, 금융 레일, 규제 표준까지. 미국산 스택을 채택한 나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미국의 규범 체계 안으로 들어간다. 팍스 로마나가 무역로로, 팍스 브리타니카가 화폐로 작동했다면, AI 팍스 아메리카나는 사회 구조의 가장 깊은 층까지 침투한다.
전선은 지구 밖으로도 뻗는다. 기계가 킬스위치를 누르는 자율살상무기의 시대, 워싱턴이 동맹국에 파는 것은 무기가 아니라 "결정의 문법"이라는 진단. 그리고 "온 인류의 것"이라던 달이 먼저 가서 규칙을 쓰는 자의 것이 되어가는 달 소유권 전쟁까지.
돈은 더 은밀하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법의 옷을 입혀, 이제 돈마저 자기네 풀스택 안에 넣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민이 폭락하는 페소를 디지털 달러로 바꾸는 10초의 손짓이 실은 미국 국채를 사는 일이 되는 구조와 폐장 없이 24시간 도는 블록체인 월스트리트의 레일까지 워싱턴이 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코인 뉴스가 전혀 다르게 읽힌다.
그리고 이 모든 전선의 끝에서 책은 묻는다. 누가 제국을 통제하는가. 가장 강한 나라가 가장 앞선 기술의 규칙을 놓고 1,208개의 법안으로 내전을 벌이고, "편향 없는 AI"라는 이름의 중립이 명령 한 줄에 뒤집히는 시대. 기술공화국은 헌법을 멈추지 않고 민주주의를 조용히 갉아먹을 뿐이라는 경고는, 2030년의 갈림길에 선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이다.
* 규칙은 굳기 전에만 바꿀 수 있다. 기회는 2030년엔 없다
* 규칙 수용자에서 규칙 제안자로. 지금 좌표를 옮겨야 한다
1944년 브레턴우즈에서 며칠의 협상으로 정해진 통화 질서는 이후 수십 년을 버텼다. 규칙은 일단 세계가 그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항 하나 고치는 데 한 세대가 걸린다. 지금 AI의 규칙은 아직 굳기 전이다. 저자는 이 창이 닫히는 시점을 2030년으로 본다. 판을 짜는 쪽의 설계도를 먼저 읽지 않고서는 그 판 위에서 무엇을 할지 정할 수 없다. 워싱턴의 규칙을 읽되 받아 적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위에서 우리 자리를 설계하기 위해 읽어야 한다.
미국이 이긴다는 예언에 만족할 것인가, 이기는 판의 규칙을 읽고 그 위에서 내 자리를 찾을 것인가. AI 뉴스에 마음만 바빴던 독자라면, 이 책 한 권으로 흩어진 조각들이 한 장의 설계도로 그려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각본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이 책으로 엄청나게 벌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