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의 이유

헌혈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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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스물셋의 여름, 한 청년이 친구를 기다리다 우연히 길 건너편 '헌혈의집' 간판을 보았다. 한 시간쯤 늦는다는 친구의 연락에, 그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었다. 그때의 그는 스스로 '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6학년에 친아버지를 잃고, 서른이 될 때까지 새아버지가 여섯 번 바뀌었으며, 고3 때 완전히 혼자가 된 삶. 월세 6만 원짜리 방에서 3일씩 굶으며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이라 여기던 그를, 그날 간호사의 환한 미소가 맞아주었다.

"여섯 번만 헌혈하시면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그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날 이후 청년은 2주에 한 번, 단 한 번도 그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비가 퍼붓는 날에도, 눈이 쌓인 날에도, 태풍이 몰아치던 날에도, 심지어 제주도에 폭설이 내려 왕복 여덟 시간이 걸리던 날에도. 그렇게 흘러간 20년, 헌혈 횟수는 어느덧 350회를 훌쩍 넘어섰다.

『헌혈의 이유』는 남을 살리려 시작한 일이 오히려 자신을 살렸다는,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다.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꼈던 청년은 2주마다 돌아오는 작은 약속을 통해 삶의 리듬을, 존재의 의미를, 그리고 살아야 할 이유를 되찾았다. 텅 비어 있던 자존감은 자부심으로 채워졌고, 세상과 단절되었다고 느꼈던 그는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작가가 되어 사람들 앞에 섰다.

죽어도 그만이라 말하던 사람이 평생 1,100번의 나눔을 꿈꾸는 사람으로 바뀌기까지. 이 책은 가장 작고 조용한 실천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따뜻하고 단단하게 전한다. 오늘도 팔을 걷어붙이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아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누군가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말한다. 당신의 한 번이 누군가의 전부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그 한 번이 먼저 당신 자신을 살릴지도 모른다고.
저자

황준연

‘작가의 집’ 출판사 대표 7년간 200명을 작가로 만들었다.
누적 100권을 출간했다.
출판사 대표가 직접 하는 책쓰기 코칭으로 “쓸 이야기가 없다”는 사람의 첫 문장을 꺼내는 일을 한다.
제주에서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모으며 살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 006

Part 1 6번만 더, 한 사람만 더

삶의 리듬이 되다 … 015
군대에서 처음 들은 "존경합니다" … 016
뜻밖의 선물들 … 018

Part 2 피가 이어준 인연들

헌혈증 100장 … 022
제주에서 만난 팀, "어쩌다가" … 023
작가로서의 나눔 … 023
예약 없이 갔던 날 … 024
350개의 점 … 024

Part 3 '헌혈의집'의 사계절

봄 - 새로운 얼굴들 … 028
여름 - 태풍이 와도 … 028
가을 - 나뭇잎과 영화관람권 … 029
겨울 - 폭설 속의 왕복 8시간 … 029
이름을 몰래 보는 사람 … 030
변하지 않는 것 … 031

Part 4 남을 살리려 했는데, 나를 살렸다

100회, 200회, 300회 … 035
헌혈이 만든 건강한 몸 … 035
나를 바꿔놓은 것 … 036
나눔의 역설 … 038
살아가는 이유 … 038

Part 5 1,100번을 향하여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 042
1,100번을 위한 건강관리 … 042
내 딸에게 물려줄 것 … 043
다른 헌혈자들에게 … 044
평생의 약속 … 045

프롤로그 … 046
부록-자주 묻는 질물 … 048

출판사 서평

『헌혈의 이유』는 다른 의미로 헌혈이 '살린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정직하게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헌혈받은 익명의 누군가가 아니라, 헌혈한 저자 자신이다. 이러한 반전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저자는 부모 없이 자란, 자존감이 바닥이던 스물셋의 청년이었다. 세상에서 자신을 반겨주는 곳은 교회 하나뿐이라 여기던 그에게, 어느 여름날 우연히 들어선 '헌혈의집'이 두 번째 안식처가 되었다. 그를 먼저 붙든 것은 헌혈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주고 "오셔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해주던 사람들의 환대였다. 이 책이 헌혈 캠페인이 아니라 성장 에세이로 읽히는 이유다.

책의 구성은 담백하다. 처음 헌혈하던 날의 떨림, 군대에서 처음 들은 "존경합니다", 헌혈증 100장으로 이어진 인연들, 제주도 폭설 속 왕복 여덟 시간의 여정, 그리고 100회·200회·300회를 넘어서는 순간들이 사계절을 따라 차분히 쌓여간다. 진정성이 우러나오는 이야기는 미사여구 대신 실천의 무게로 문장을 이어간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눔'에 대한 통념이 아닌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헌혈이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일이 아니라, 삶의 의미와 자존감, 건강과 인연, 그리고 살아야 할 이유를 곱절로 돌려주는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남을 살리려는 마음이 결국 자신을 살렸다는 이 역설은, 헌혈을 넘어 '우리는 왜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 삶의 이유는 거창한 곳이 아니라 아주 작고 조용한 실천 속에서 찾아온다는, 저자의 담백한 결론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