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을 걷는 당신에게 (그때는 몰랐던 은혜에 대하여)

기다림의 시간을 걷는 당신에게 (그때는 몰랐던 은혜에 대하여)

$18.19
Description
다섯 살 되던 해, 어머니가 집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다 만 집이 조금 더 조용해졌고, 저녁이 어딘가 허전해졌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받아 든 가정환경 조사서, 아버지 직업 칸에 ×를 치고 어머니 칸을 끝내 채우지 못한 아이는 며칠 뒤부터 자기 이름 대신 다른 말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아이가 자라 한 기독교 학교의 교목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극복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잘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결핍이라는 말도 모른 채 결핍을 먼저 배우던 유년이다. IMF와 아버지의 실직, 감추고 싶었던 서류 한 장, 그리고 그 상처 한가운데 조용히 심긴 한 문장. '학교가 교회 같았으면 좋겠다.' 2부는 그 마음을 따라 진로를 바꾼 뒤에도 좀처럼 열리지 않던 문 앞의 시간이다. 준비 없이 등 떠밀리듯 시작한 첫 사역, 비교 앞에서 흔들리다 도망치듯 멈춰 선 공백기, 학교에도 교회에도 번번이 떨어지던 이력서. 저자는 그 시절 부르심 과 생계 사이에서 버티고 있었다고 말한다. 잘 극복해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떠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3부에서 마침내 교목이 되지만 저자는 성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끝내 가까워지지 못한 아이, 수업마다 엎드려 있던 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남기고 간 아이의 빈 의자 앞에서 저자가 마주한 것은 아이의 문제보다 자신의 한계였다. 4부는 지나온 시간들이 남긴 결과들이다. 기다림, 결핍, 방향, 버팀, 사람, 그리고 남음.

각 소제목을 마무리하며 짧은 성경 구절과 저자의 고백이 있다. 화려한 반전도, 극적인 회복의 장면은 없을지라도 주어진 상황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남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 무언가를 기다리며 자신을 너무 빨리 실패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늦어지는 것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

박성환

ㆍ 고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
ㆍ 부산장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불신 가정에서 자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교목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마다 하나님께서 가장 보이지 않던 순간에도 함께하고 계셨음을 배우게 되었다. 현재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에서 교목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으며, 교회 현장에서 다음세대와 청년들을 섬기고 있다.
『기다림의 시간을 걷는 당신에게』는 그의 첫 번째 책으로, 기다림 속에서도 조용히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삶의 이야기로 담아냈다.

목차

추천의 글 …… 4
프롤로그 …… 12

1부 그때는 몰랐다
1. 엄마의 부재 / 그날 이후로 달라진 집 …… 23
2. 해돋이 유치원 / 채워지고 있었다 …… 26
3. IMF / 버틸 수밖에 없던 시간들 …… 30
4. 가정환경 조사서 /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 …… 34
5. 작은 씨앗 / 그때부터였는지도 …… 38
6. 겨울의 질문 / 방향이 바뀌던 순간 …… 41

2부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1. 기독교교육과 / 그렇게 꿈을 키워 나갔다 …… 49
2. 첫사역 / 맨땅에 헤딩 …… 53
3. 졸업반 / 흔들리기 시작한 마음 …… 57
4. 일시정지 / 공백의 시간 …… 61
5. 다시 / 도망칠 수 없었던 마음 …… 65
6. 흐름 /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 69
7. 문 / 결국, 그 자리에 서게 되었다 …… 74

3부 여기까지 왔는데도
1. 교목흉내 / 아는 게 없어서 더 조심했다 …… 83
2. 첫 경건회 / 말씀보다 떨림이 먼저였다 …… 88
3. A 이야기 / 끝내 가까워지지 못한 아이 …… 93
4. 앓는소리 / 학교에도 비가 올까 …… 96
5. 이른비와 늦은비 / 혼자 하는 줄 알았는데 …… 101
6. B 이야기 / 엎드려 자던 아이가 찾아왔다 …… 106
7. 원동력 / 작지만 멈추지 않는 시간 …… 110
8. 만들자 / 재미있고 신나는 학교를 …… 115
9. C 이야기 / 빈 의자 …… 120
10. 남아 있는 사람 / 근사한 모습을 꿈꾸며 …… 124

4부 기다림 끝에 남은 것들
1. 기다림 / 늦어지는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 133
2. 결핍 / 비어 있었기에 채워질 수 있었다 …… 138
3. 방향 / 생각과 다른 길 위에서 …… 143
4. 버팀 / 잘해서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아서 …… 148
5. 사람 / 하나님은 종종 사람을 통해 오셨다 …… 153
6. 남음 / 빛나기보다, 끝까지 곁에 …… 159

에필로그 …… 164

출판사 서평

'그때는 몰랐다'로 시작되는 문장

이 책에는 같은 말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때는 몰랐다.' 어머니가 집을 떠나던 다섯 살에 도, 놀림을 견디던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서류 탈락 통보를 받던 20대 시절의 방에서도 저자는 몰랐다. 이 반복은 책 전체를 아우른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의 시선과 그것을 뒤늦게 이해하게 된 시점의 시선을 나란히 놓는 것. 그래서 이 책에는 결말을 이미 알고 쓰는 회고록과는 다르다. 저자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남겨 둔다. 끝내 가까워지지 못한 아이에 대해 "여전히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성공담이 아니라 버틴 시간의 기록

고난을 겪고 지나온 이야기들이 모두 극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화려한 반전은 없지만 솔직하게 이야기를 전한다. 오래 두드리던 문이 열리는 장면조차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첫 사역 시절을 돌아보며 말씀을 빌려 자기 조급함을 쏟아냈다고 고백하는 장면, 한 아이 앞에서 교목이라는 이름이 무력하게 느껴졌다고 적는 장면에는 미화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순간 번쩍 빛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오래 곁에 머무는 시간의 기록이다.고 적었다. 이 책의 힘은 이런 담백함이다.

한 아이의 결핍이 한 학교로 투영되기까지

이 책에서는 '학교가 교회 같았으면 좋겠다'는 문장이 있다. 상처받은 초등학생의 소원으로 처음 등장한 이 말은 진로를 바꾸게 하고, 매일 아침 학교 앞에 서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게 하고, 목요기도모임과 50일 기도회처럼 작고 반복되는 시간을 지키게 한다. 저자가 발견한 것은 학교를 바꾸는 힘이란 한 번의 큰 행사보다 쉽게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의 결핍이 어떻게 한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각 소제목은 성경 구절과 한 줄의 고백으로 마무리된다. 짧고 담백해서 하루에 하나씩 읽기 좋다. 청소년 사역자와 교사, 학교를 품고 기도하는 이들에게는 현장의 언어가 되고,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는 이들에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답을 주지 않는 자리에서 멈추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부족하다고 정직하게 말한다. 그 정직함이 이 책을 더욱 공감되고, 기다리는 시간을 걷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