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없는 하루도 오래 곱씹으면 짜진다.”
이모티콘 하나, 마침표 하나에도 의미부여 풀가동!
걱정 한 톨 없는 완벽한 행복을 기다리느라
눈앞의 작은 단맛을 놓쳐버린 날들에 대하여
소심한 금쪽이들의 인생은 유독 짭짤하다. 눈물을 많이 흘려서일까? 아니면 ‘소심한 금쪽이’를 줄이면 ‘소금’이 되어서일까…? 인생은 단짠단짠이라던데, 걱정이 많아서인지 짭짤한 하루만 반복된다. 가끔은 나만 이렇게 버겁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금인생》은 이런 고민의 굴레에 빠진 사람의 말하지 못할 속마음을 알아주는 책이다.
우유곽 작가는 소심함을 낯가림이나 조용한 성격만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상대가 내뱉지 않은 문장까지 미리 완성하고, 애매한 대답 사이에서 최악의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며, 답장 속도에도 혼자 의미부여를 하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감정. 조금 구질구질하지만 너무나 인간적인 그 속내를 작가는 정확하게 번역해낸다.
사실 그 안에는 잘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다정한 사람으로 남고 싶은 바람이 숨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일 아닌데 머릿속으로는 혼자 12부작 드라마를 찍고 있었던 날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은 상처받아 오래 곱씹었던 순간들. 이 책은 그런 마음에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라고 묻는 대신, “나도 그런 적이 있어” 하고 슬쩍 편을 들어준다. 우리는 ‘소심’한 게 아니라, 어쩌면 너무 ‘조심’하고 있는 거라고.
“오늘 조금 짭짤해도 뭐 어때?
내일은 또 달콤한 하루를 맛볼 수도 있으니까!”
생각의 유통기한이 너무 길~어서 힘든 당신이
무사히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이 책은 일상을 맛에 비유해 마음의 쓴맛, 눈물의 짠맛, 관계의 매운맛을 지나 그 사이에 숨어 있던 작은 단맛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나아간다. 처음에는 “나는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힐까?”라는 질문에 머물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자신을 못살게 굴려던 마음 뒤에 덜 다치고 싶은 바람이 있었음을 알아차린다.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불안한 가운데서도 지금의 삶에 좋아할 만한 것이 있음을 발견한다. 소심함을 없애거나 완벽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오늘을 조금 덜 버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작은 단맛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그 작은 단맛이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는지 자신의 경험으로 보여준다. 수학 시험을 망친 날 책상 위에 남아 있던 포도젤리 한 알에서 기운을 되찾고, 해야 할 일만 좇느라 계절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살던 작가는 꽃과 하늘을 바라보며, 회사원과 작가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급해하던 마음도 결국 고된 하루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니 오늘이 조금 짭짤했다고 해서 실패한 하루는 아니다. 지나온 하루 안에도 분명 한입쯤 달콤한 순간은 있다. 이 책은 그 작은 단맛들을 하나씩 주워 담아, 소심한 사람들이 무사히 오늘을 이겨내고 내일을 조금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종이배 하나에 몸을 싣고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들 때, 이 책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섬이 되기를!
책 속에서
내가 말이 없어진 이유는 부끄럼이 많고 자신감이 부족한 ‘소심’ 때문만은 아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입을 열지 못하거나, 말실수할까 봐 한마디를 삼키는 ‘조심’에 더 가깝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망설이는 모습을 쉽게 소심하다고 단정 짓곤 한다. 남들의 평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나는 그 말을 몇 번 듣다가 어느새 스스로를 정말 ‘소심한 사람’이라고 믿어버린다. 그래도 언젠가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소심’한 게 아니라 ‘조심’하고 있을 뿐이라고.
- 27~28p 〈말수가 줄어든 이유〉
자꾸만 불확실함의 한쪽 얼굴만 바라봤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은 두려워하면서 성공할 수도 있다는 기대는 좀처럼 믿지 않았다.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겁을 먹으면서 더 깊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면서도, 그 미래가 지금보다 나을 수 있다는 사실만은 자꾸 잊었다.
어차피 내일을 미리 알 수 없다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불행을 정답처럼 믿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불확실하다는 것은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 90~91p 〈두려움의 연속〉
[잘 자.]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잘 자’라는 인사에 (웃음) 이모티콘이 있었는데…. 오늘의 ‘잘 자’에는 이모티콘이 붙어 있지 않다. 심지어 온점까지 붙였어? 마치 나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어 무표정한 얼굴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인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분명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 대화 중에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걸까?
- 129p 〈혹시 나한테 화났어?〉
지금이야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같은 말처럼 쓰였다. 그놈의 회식과 식사 자리. 그 자리에 함께하지 않으면 주류가 될 수 없었다.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는 새로운 행동 몇 번으로 쉽게 덮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고치려 기를 썼다. 더 참았고, 더 맞췄고, 이곳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할수록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는커녕, 내가 누구인지 나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어갔다.
- 168~170p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
아무 생각 없이 보라색 젤리를 한 입 물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방금 전까지 세상이 무너진 것 같던 기분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그래, 7점 받았는데 어쩌라고! 이게 내 인생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겟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곧바로 내일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또 그런 실수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결국 포도젤리 하나가, 구렁텅이에 빠진 나를 구한 것이다.
- 203p 〈포도젤리 한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