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작가의이야기이자시대를비추는거울
국내초역〈마지막키스〉,〈적응〉을포함한대표단편열편
한편,그의단편들은작가본인의삶에서길어올린이야기들이기도하다.경제적기반이없다는이유로파혼당한가난한엔지니어가성공을거두고돌아와연인과재회하지만같은사랑은두번다시오지않음을깨닫는〈분별있는일〉은젤다에게파혼당했다가첫장편의성공으로그녀를되찾은피츠제럴드자신의이야기와정확히포개진다.골프장의캐디소년이었던덱스터가부잣집딸주디존스를향한환상을키우다세월이흘러그환상에서깨어나는〈겨울꿈〉과뭇남성의인기를독차지하던조세핀이사랑의실패를통해과거와소문의영향에서벗어나기어렵다는사실을깨닫는〈과거가있는여자〉에는이루지못한첫사랑의기억이어른거린다.뜻밖의시련을겪으며새롭게거듭나는인물이등장하는국내초역작〈적응〉에서는미래에대한작가의희망을엿볼수있다.
부자들의세계에속해있으면서도끝내이방인이었던피츠제럴드의시선은주변인물들을향하기도했다.타고난부가만든특권의식때문에진정한교감도사랑도잃어버리는〈부자아이〉의앤선헌터는실제지인을모델로삼은작품이다.
유럽체류기의경험도고스란히작품이되었다.젊고부유한부부가유럽의화려한사교계에휩쓸리며순수함과서로를잃어가는〈한번의해외여행〉은피츠제럴드와젤다부부가걸어간궤적그자체이며,방탕한시절의실수로아내를잃은한남자가딸을되찾으려파리로돌아오는이야기〈바빌론에다시오다〉에는몰락이후삶을재건하려던작가자신의분투가새겨져있다.아내의배신으로쓰러진미국인헨리가수영을배우며삶의주도권을되찾는〈수영하는사람들〉은유럽의물질주의와대비되는미국의이상을강조하는,그의단편중드물게애국적인색채가짙은작품이다.
말년의할리우드시나리오작가로서의경험은파티에서의실수로궁지에몰리는작가가등장하는〈광란의일요일〉과할리우드스타를꿈꾸는여배우와프로듀서의이야기〈마지막키스〉로이어진다.
“나는언제나나의세대를위해글을쓴다”고했던그의말처럼,자전적색채가짙은그의작품들은20세기시대상이생생하게새겨져있다.독자들은이책에실린열편의짧은이야기들을통해격동의1920~1930년대미국의언어와문화와분위기를체험하는동시에,시대를초월해욕망하고좌절하고다시꿈꾸는청춘의보편적인얼굴과마주하게될것이다.
책속에서
덱스터의겨울꿈이어쩌다부자들을향한동경에서비롯되었다고해서그에게속물근성이있었다고는할수없다.덱스터는반짝이는것들과반짝이는사람들을곁에두고싶은것이아니었다.덱스터는반짝임그자체를원했다.자주덱스터는이유도모르는채로최고의것에끌려손을뻗었고,그러다때때로삶이즐겨안겨주는이해불가한거부와금지에부딪혔다.
_〈겨울꿈〉,p30~31
두번다시그때처럼약하고지치고비참하고가난하지않으리라.그럼에도조지는열다섯달전의남자아이에게무언가가있었음을,이제는영영사라진믿음과따뜻함이있었음을알았다.분별있는일.그때두사람은분별있는일을했었다.그는첫젊음을바쳐힘을얻었고,절망을다듬어성공을조각해냈다.그러나삶은그의젊음을쓸어가는길에그가품은사랑의신선함또한가져가버렸다.
_〈분별있는일〉,p72~73
낡아빠진양복차림의닥터문은문간에서멈췄다.닥터문의둥글고창백한얼굴이두얼굴로,열두개얼굴로,스무개얼굴로흩어지는듯했다.제각기다르면서도똑같은얼굴이었다.슬프고,행복하고,비참하고,무심하고,자포자기한―그러다닥터문의얼굴육십개가무한히이어지는반영처럼늘어섰다.마치달을거듭하며과거의저편으로뻗어나가는세월처럼.
_〈적응〉중에서,p115
대단한부호들이어떤지말해주겠다.그들은그대나나와다르다.그들은일찌감치소유하고즐기는데,이경험은그들에게어떠한영향을끼쳐서,그들은우리가단단한면에서무르고,우리가신뢰하는것을의심하는,본인이부자로태어나지않고서는이해하기가매우어려운특성을띠게된다.가슴속깊은곳에서그들은자신들이우리보다우월하다고생각하는데,우리는삶의보상과쉼터를스스로애써구해야했기때문이다.
_〈부자아이〉,p119
헨리는빛나는길을따라달로헤엄쳐가는기분이들었다.미국인은지느러미를달고태어났어야한다고헨리는즐겨말했는데,어쩌면그말이사실인지도,돈이일종의지느러미일수도있겠다.(…)끊임없이움직이고뿌리가밭은미국인에게는지느러미와날개가필요했다.
_〈수영하는사람들〉,p210
세상에는두종류의남자가있었다.신나게즐길수있는남자와결혼할지도모르는남자.(…)이사람저사람을잠깐씩만나고다니면안된다.삼십분을낭만적으로보내겠답시고훗날적절한시기에꽤진지하게발전할가능성을차버리면안된다.이것이그녀가살면서처음한성숙한생각임을조세핀은몰랐으나,과연그러하였다.
_〈과거가있는여자〉,p259~260
꽃집앞에서잠깐멈춘니콜은꽃다발한아름을들고나오는젊은여자를보았다.색색가지꽃위로여자가니콜을슬쩍보았는데,니콜은여자가무척이나고급스러운차림이며낯이익다고생각했다.어디선가만났는데아주짧은만남이었던듯했다.
_〈한번의해외여행〉,p298~299
편지를읽고처음느낀기분은충격이었다.그나이에자기가실제로삼륜차를훔쳐서로레인을태우고동틀녘까지에투왈광장을누비고다녔다니.되돌이켜보면몹시끔찍한악몽이었다.문을잠가헬렌을못들어오게한사건은평소의그와전혀달랐지만,삼륜차사건은그가할법한일이었다.그런소동을많이도벌였다.대체몇주나,아니,몇달이나방탕하게보냈으면그처럼완벽히무책임한인간으로타락했을까?
_〈바빌론에다시오다〉중에서,p336
마일스는미국감독들가운데유일하게흥미로운성격과예술적인신조를지닌사람이었다.영화계의덫에빠진뒤로그는회복력과건강한회의주의와피난처가없는대가로신경쇠약에걸렸다.그는딱하고위태로운도피를택할수밖에없던것이다.
그러나이날은일요일이었다.즐겁고여유로운다음이십사시간에대한기대가눈앞에펼쳐졌다.매분매초를느긋하고목적없이보내야했다.매순간이끝없는가능성의씨앗을품고있었다.불가능한일은없었다.모든것이막시작되었다.
_〈광란의일요일〉,p375
최고의위치는더할나위없이유쾌했다.삶에확신이들었다.만사가순리대로흘러가고,아름다운여인들과용감한남자들위로빛이반짝이고,피아노에서알맞은음이뚝뚝떨어지고또그선율에맞추어노래하는젊은입술은행복한마음을대표한다고.(…)그때황혼같은룸바음악속에서그리행복하지않은얼굴로짐의테이블옆을지나갔다.
_〈마지막키스〉,p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