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작〈하수도의호루라기소리〉는하수도관리회사에갓들어온신입기술자의이야기다.첫점검에나선그에게팀장이경고한다.하수도에서는온갖소리가들리는데,그소리에홀리면죽을수도있다는것.캄캄한지하에서하이힐소리가또각또각다가오고,목에건호루라기하나가생명줄이된다.
이밖에도하나사라질때마다불행을부르는공깃돌(1화),하룻밤자고나면기운을빼앗기는초대(2화),가덕도연대봉으로내달리는심야택시(3화),왼쪽1층침대에만나타나는기숙사403호의귀신(6화),제사상을차릴수록수척해지는취업준비생(7화),죽은여자의휴대폰이베개밑에서울리는밤(8화),귀신을본날이면손님이미어터지는식당(9화),지하실개수대아래에서올려다보는노란눈(10화)까지,학교와집,택시와식당처럼익숙한공간으로파고드는열편이실렸다.
책은기획의글과열편의괴담으로짜였다.각편끝에는방송원제를밝혀두어방송을아는독자라면원래사연과견주어읽는재미가있다.무서운대목마다빨간모양체글자가귀신의목소리처럼튀어나오고,스무컷의삽화가이야기의서늘한순간을붙잡는다.
조곤조곤들려주는구연문체라소리내어읽으면교실이그대로괴담시간이된다.괴담을읽는동안스며드는공포와두려움을겪고나면상상력은한단계부풀고,정신력은한뼘강해진다.어차피귀신은산사람을해치지못한다.이책은어린이독자에게공포를무서워하는대신즐기는법을쥐여준다.
▼보는것보다읽는것이더무섭다
화면은보여주는만큼만무섭지만,활자는읽는사람의상상만큼무서워진다.이책의괴담들은장면을다그려주지않는다.또각또각다가오는발소리,살짝열린지하실문틈,베개밑에서울리는벨소리까지만들려주고,그다음은독자의머릿속에서완성된다.무서운대목마다빨간모양체글자가목소리처럼튀어나와,책장을넘기는손을한번씩멈추게만든다.김구라의말대로,보는것보다읽는것이더무섭다.
▼전국시청자의진짜사연에서태어난이야기들
이시리즈의재료는작가의상상이아니라전국시청자가방송국으로보낸사연이다.제작진이그가운데어린이가재미있어할만한이야기를간추리고,오랫동안어린이책을써온김현작가가어린이눈높이의동화로다시빚었다.각편끝에방송원제를밝혀두어,방송을본독자라면‘그이야기’가어떻게동화가되었는지견주어보는재미가따라온다.
▼돌아보지마!표제작〈하수도의호루라기소리〉
표제작의무대는조명하나없는지하하수도다.첫점검에나선신입기술자재민씨에게팀장은경고한다.여기서가끔이상한소리가들리는데,절대로그소리에반응하면안된다고.하지만등뒤에서하이힐소리가또각또각다가오고,숨이끊어질듯한목소리가살려달라고속삭인다.길을잃었을때제위치를알리는유일한수단인호루라기는,이야기의마지막에서가장서늘한물음으로되돌아온다.그호루라기,정말그가분것일까.
▼학교에서식당까지,공포는익숙한곳에서시작된다
열편의무대는멀리있지않다.교실과기숙사,이사한새집,밤늦게잡아탄택시,부부가차린작은식당.어린이독자가매일오가는자리에서이야기가시작되기에공포는더가깝고,다읽고난뒤의안도감은더달다.공깃돌다섯개,방번호403호,휴대폰벨소리처럼손에잡히는물건들이저마다괴담의스위치가된다.
▼무서운만큼자란다,공포를즐기는어린이
공포와두려움은떼어놓고싶다고떼어놓을수있는감정이아니다.제작진은오히려그감정에상상력을자극해집중하게만드는힘이있다고말한다.괴담을읽는동안바짝조였던마음은책을덮는순간안도감과평온으로바뀌고,그경험이쌓이면무서움을다루는힘이자란다.겁이많은어린이일수록이책의마지막장에서얻는것이많다.어차피귀신은산사람을해치지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