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지금,이책인가
대한민국은이미초고령사회에진입했다.그러나정작우리대부분은‘내가어디에서,어떻게죽고싶은지’를진지하게생각해본적이없다.막연히병원에서맞이하게될것이라여기거나,그질문자체를애써피한다.
『나는내집에서죽을수있을까?』는이불편한질문을정면으로마주한책이다.저자는사회보장기관에서근무하던중독일에1년간파견되어현지의사회보장시스템을직접경험했다.그리고귀국후한국의현장에서가정형호스피스간호사,노인의학전문의,사회복지사,재가요양보호사,치매안심센터상담사등스물네명의전문가와당사자를만나인터뷰했다.이책은그기록이다.
첫장면이던지는질문
책의문을여는것은한통계나이론이아니라,한가족의이야기다.쉰네살췌장암환자가병원을거부하고집에서세딸의간호를받다가세상을떠난다.딸들은어머니가평소아끼던원피스를입혀드리고마지막인사를나눈다.그런데자택사망을신고하자출동한경찰이가정형호스피스제도를이해하지못한채딸들을취조하듯심문한다.방금어머니를떠나보낸자매는졸지에죄인이된것같은심리적고통을겪는다.
이장면하나가이책이왜필요한지를웅변한다.‘살던곳에서,사람답게’죽고싶다는바람은특별한소망이아니다.그러나그소박한바람을뒷받침할제도,정보,사회적인식은아직한참부족하다.좋은제도가있어도모르면소용이없고,알아도연결되지않으면작동하지않는다.저자가프롤로그에서던지는문장처럼,"아무리좋은제도라도알지못하면아무소용이없다."
죽음·건강·관계·경제,네가지축으로읽는노년
이책은죽음을이야기하지만죽음만을다루지않는다.1부‘죽음,함께나눌용기’에서는가정형호스피스,사전연명의료의향서,재가장기요양서비스,장례서비스,독일의재가호스피스모델까지살핀다.2부‘건강,나답게살아갈용기’에서는다제약물관리,중증질환산정특례,치매돌봄처럼병과함께살아가는법을짚는다.3부‘관계,기대며살아가는용기’에서는치매안심센터,통합돌봄서비스,디지털소통등혼자가아니라함께늙어가는법을이야기한다.4부‘경제,청빈한삶에자족할용기’에서는국민연금,주택연금,건강보험,재외동포의노후준비까지다룬다.
네개의축을관통하는것은하나의메시지다.좋은노년과좋은죽음은결국‘정보·선택·용기’의문제라는것.제도를아는것,그제도앞에서자신의뜻을표현하는것,그리고낯선제도의문을두드리는작은용기.이세가지가맞물릴때비로소삶의마지막까지자신의뜻대로살아갈수있다.
독일과한국,두제도를나란히놓다
이책의차별점은비교의시선에있다.저자는독일에서직접일하며본연대중심의사회보장시스템과한국현장에서발로뛰며확인한정보접근성·유연성의강점을나란히놓는다.어느한쪽이정답이라고말하지않는다.대신두제도를비추는거울을통해,지금한국사회에필요한것이무엇인지를독자스스로가늠하게한다.
인터뷰집이지만정책제안서이기도하다
이책은단순한감동실화모음집이아니다.각인터뷰말미에는저자의현장경험을바탕으로한제도적개선제안이담겨있다.자택사망을변사로취급하지않는간소한행정프로세스,야간·주말에도끊어지지않는온콜시스템,간호사의전문적판단을보호하는법적안전망까지.딱딱한정책언어대신,현장의목소리를빌려문제를드러내고대안을제시한다.
이런독자에게권한다
부모의노후와임종을어떻게준비해야할지막막한자녀,자신의마지막을스스로설계하고싶은중장년,사회복지·의료·요양현장에서일하는실무자,그리고좋은돌봄제도를고민하는모든이에게이책을권한다.
죽음은삶과분리된실패나단절이아니라,한사람이살아온리듬이마무리되는순간이다.이책을덮을때,독자는스스로에게묻게될것이다.
“나는어디에서,누구와,어떤리듬으로삶의마지막을맞이하고싶은가.”
그질문에답하는순간,우리의노년은이미준비되기시작한다.
책속으로
“가정형호스피스는피할수없는죽음을인정하되,삶의마지막을존엄하게정리하고사랑하는사람들과작별할수있도록돕는돌봄의여정이다.(…)병원이라는낯선격리공간을넘어,평생의온기가배어있는‘내집’에서마지막숨을거두는일은왜이토록눈물겨운과제가되었을까.”p18
“임종기가되면호흡은어떻게변하고,의식은어떻게변화하는지설명해드려요.‘지금은엄마가대답하지만,곧대답을하지못할수도있어요.그래도딸들의목소리는들을수있으니하고싶은말은계속해주세요.’어느날아침에연락이왔어요.‘엄마가곧임종하실것같다,호흡이안좋다’고요.”p27
“노후에요양시설이나병원이아닌익숙한내집에서임종을맞이한다는것은,사실현대사회에서생각보다훨씬더큰용기와촘촘한준비가필요한일이다.당사자가원하는삶의방식을표현할수있어야하며,신체기능이저하된뒤에도돌봄이끊기지않도록충분한지원이마련되어야한다.”p43
“죽음은병원에서처리해야할의료적사건에그치지않고,지역사회와이웃이함께끌어안아야할삶의일부라는사실이다.‘당신이끝까지당신답게살다가떠날수있도록돕겠습니다’라는약속,이것이독일가정호스피스제도의본질이자사단법인‘해로’가실천하고있는사랑의형태다.”p69
“출근길,우연히올라탄카카오택시안에서나는생의가장뜨거운기적을경험한택시기사님과이야기를나누게됐다.72세,38년경력의기사님은3년전희귀한피부암을진단받아스물여섯차례의항암치료를견뎠고,현재는다시운전대를잡고일상을살아가고있다는이야기였다.”p118
“누구나오래살기를바라지만,정작많은노인이더두려워하는것은‘누군가의도움없이는아무것도할수없는삶’이다.이제는‘얼마나오래침대에누워살것인가’보다‘어떻게마지막순간까지나답게직립直立할것인가’가중요한시대다.”p146
“처음엔‘집안에웬흉물스러운쇠꼬챙이냐,내가벌써이런걸써야하느냐?’하시며화를내셨대요.(웃음)침대옆안전손잡이를잡고혼자일어서보시더니눈빛이달라지셨다더군요.(…)넘어질거란공포가사라진거예요.”p152
“아무리훌륭한국가의사회보장제도가설계되어있어명의가넘쳐난다한들,거동이불편해문밖으로단한걸음도나오지못하는독거노인에게는그림의떡일뿐이다.초고령사회의가장아픈현실은‘행정의사각지대’다.”p171
“그동안우리사회에서고령층을바라보는디지털시선은대개‘소외와격리’라는온정주의적프레임에갇혀있었다.노인이스스로정보의바다를항해하며자신의삶을주도적으로설계하도록돕는역량강화empowerment전략이다.”p193
“‘도전하지않으면얻지못한다.Wernichtwagt,dernichtgewinnt.’라는독일의격언처럼,실제로행정기관의문을직접두드리고확인하는‘발품’이야말로세금과각종비용을줄이는가장현실적인방법이라는점을확인할수있었다.”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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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기(연합뉴스선임기자)
첫장부터마음을붙든다.병원대신집을택한췌장암환자,원피스를입혀드리고어머니를떠나보낸세딸,그런데몇분뒤찾아온경찰의조사.이한장면이이책전체가던지는질문을압축한다.‘살던곳에서,사람답게’죽고싶다는바람은특별한소망이아니지만,그소박한바람을뒷받침할제도와정보는아직충분하지않다.
기자로서이런장면은낯설지않다.좋은제도와현실사이에는늘이런‘시차’가존재한다.다만이책은그시차를정책언어가아니라인터뷰이의육성으로정확히짚어낸다.
독자는첫장을덮기도전에이미이책이던지는질문안으로끌려들어간다.‘살던곳에서,사람답게’죽고싶다는바람은결코특별한소망이아닌데,왜우리는아직그소박한바람조차지키기어려운가.
제목만보면임종이나장례를다루는책처럼보이지만,페이지를넘기다보면오히려‘어떻게살것인가’를더많이이야기하고있다는것을알게된다.치매부모를돌보다지쳐가는자녀,배우자의치매를홀로감당하는고령남편,스마트폰으로직접복지서비스를신청하게되기까지의변화,건강보험료폭탄을피해가는실용적인팁까지,이책은노년을남의도움없이‘나답게’살아내는법을이야기하는책에가깝다.그래서독자층도임종을앞둔이들에국한되지않는다.부모의노후를걱정하는40~50대,은퇴를준비하는60대,사회보장제도를취재하는기자들에게도현장자료로유용하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