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접 기록한 가자 이야기
“이곳에서 희망은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된다”
『가자의 목소리』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파티마 뷰토(파키스탄), 소니아 팔레이로(인도)가 집단학살과 아파르트헤이트로 인해 희생된 생명을 기록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 저항하고 생존하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기록하고자 진행한 프로젝트 “가자를 위한 책”(BooksforGaza)을 통해 출판되었다. 이들은 특히 가자·서안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데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23명의 작가, 저널리스트, 학자, 활동가들은 포탄이 떨어지는 가자 현장에서, 여기에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세계 곳곳의 자신의 공간(연대자 다수가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에서 고통 그리고 저항을 여러 주제와 형식을 통해 생생하게 기록했다. 팔레스타인 그 자신이 직접 주체가 되어 기록하고 분석한, 가자의 이야기이다. 여전히 몇몇 정치 단체의 이름과 단편적인 이미지들로 팔레스타인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이 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범주의 많은 이야기(주제 및 형식과 함께, 사안들에 대한 저자들의 관점도 다양하다)들은 상황을 완전히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그곳의 인간, 사회, 역사를 보존하고 지켜내는 뜨거운 글들이다.
3년의 전쟁, 더 길게는 78년의 점령을 논하는 이 책의 내용은 분명 참혹하다. 점령과 학살 속 고통과 절망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통념에 따른 예상과는 다르게, 이 책은 냉철하면서도 뜨거운 글들을 통해 “희망”과 “저항”, “사랑” 역시 이야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3년의 전쟁 동안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사망자 73,431명, 부상자 174,437명), 현재 공식적으로는 휴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및 불법 정착촌 건설 시도가 이어지면서 전쟁이 종료되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그리고 서방의 정치권, 언론에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도가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가자의 목소리”는 이렇게만 사태를 바라보는 것을 일면적이라고 말한다. 팔레스타인이 ‘지지 않음’으로써, 불완전하나마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고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풀려났으며, 이스라엘군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가자 일부 지역에서 철수했다. 미국의 비호 속에 벌어진 이스라엘의 잔혹한 전쟁범죄에 팔레스타인이 생존하고 저항한 것이 바탕이 되어 세계 여론, 특히 글로벌 사우스가 철저하게 팔레스타인 독립 지지와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를 선언하고 있으며, 이는 유엔에서의 총회 결의안, ICJ의 이스라엘 비판 판결 등으로 이어졌다. 2026년에도 역시 이란-미국 전쟁 MOU의 1항에서 팔레스타인을 포함하는 “모든 저항 전선에서의 전쟁 종료”가 언급되었고(물론 현재 미국이 MOU를 위반하고 있다), 브릭스 정상회의 뉴델리 선언에서도 다섯 항(24~28항)에 걸쳐 팔레스타인의 자주권과 귀환권을 포함하는 정당한 권리 보장을 위한 해결책에 대해 언급했다. 중요한 건, 글로벌 사우스와 다극세계의 정세 인식 한복판에는 팔레스타인이 여전히 핵심적인 위치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 사람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독립’과 ‘해방’을 향한 ‘희망’과 ‘저항’을 말한다. 『가자의 목소리』는 근래 한국에 소개된 여러 유의미한 팔레스타인 관련 도서들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게, 이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통해서 사랑의 표현은 깊어 간다. 길었던 1년 동안의 병가가 끝나고, 나는 다시 돌아가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431쪽, 야라 이드) “우리는 슬픔과 분노를 더욱 효과적인 조직화, 전략 수립, 연합, 실천을 통해 민중의 힘과 희망으로 전환해야 한다.”(392쪽, 오마르 바르구티) “희망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 내고 돌봐야만 하는 것이다.”(169쪽, 모사브 아부 토하) “가장 취약한 공간이야말로 동시에 가장 강력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곳이 바로 가자다. 가자는 희망이 궁극의 저항의 몸짓이 되는 곳이다.”(178쪽, 이만 바셰르)
폭넓은 주제로 증언한 저항과 생존의 현장
다양한 형식으로 고발한 점령과 전쟁의 진실
『가자의 목소리』에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글이 23개 실려 있다. 저항을 증언하고 점령을 고발한다는 큰 공통점 아래, 팔레스타인 사회의 여러 분야, 여러 관점의 이야기들이 폭넓게 담겨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이들의 역사와 품격을 제대로 드러낸다. 이 점 역시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2장은 팔레스타인정치네트워크 〈알-샤바카〉 소속 학자(평론가) 야라 하와리, 타레크 바코니의 정치·역사 논설이다. 1장에서는 이스라엘의 정착민 식민주의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2장에서는 특히 2023년 10월 이후의 상황에 집중하여 하마스를 포함하는 팔레스타인 저항투쟁의 역사를 짚었다. 특히 “알-아크사 홍수 작전”의 면모, 성패, 역사적 평가, 향후 과제를 팔레스타인 해방(독립) 운동의 총체적 궤적 속에서 평가하고, 신식민주의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세계사적 과제와 연결하여 논하고자 했다. 이들의 의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의 운명은 그 자신의 것만이 아닌데”, “공정하고 평등한 탈식민 세계질서”의 “중심에 팔레스타인”이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자각하고 “투쟁의 궤적을 더욱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3, 20장은 시 문학이다. 3장에는 촉망받는 시인, 작가이자 열정적인 인권 운동가, 교육자였던 故 히바 아부 나다의 시 「그대에게 안식을 허한다」를 추모의 의미로 실었다. 가자의 ‘진실을 전하는 새 세대의 목소리’로 일컬어졌던 그녀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2023년 10월 20일 3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는 이 시에서 “작은 그 아이들이 로켓포의 방향을 바꾸어 그 미소 앞으로 떨어지지 않는” “사랑했고 함께 죽어 간 이들이 언젠가 웃는” 날을 말했다. 20장에는 소설가, 시인, 예술 감독인 아흐무드 마수드의 시를 실었다. 그는 2024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형제 그리고 동포들을 애도하는 시를 이 책에 수록했다.
4, 5, 6장은 논설 및 르포르타주다. 4장에서 외과 의사(전공의), 저널리스트, 인권 운동가인 레바논계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3세 메리 투르파는 이스라엘방위군의 소셜 미디어를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책에 유형별 분류가 담겼다) 시오니즘의 현재적 양상을 비판했다. 5장에서 팔레스타인 및 레반트 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마리암 바르구티는 가자 전쟁 이전의 서안 지구 점령과 봉쇄, 팔레스타인의 투쟁을 현지 취재하여 기록했다. 6장에서 『알자지라』 영문판 프로듀서로 프로그램 〈폴트라인〉을 책임지는 라일라 알-아리안은 ‘끝나지 않는 밤’, ‘굶주리는 가자’라는 2개의 다큐멘터리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6세 소녀 힌드 라잡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 등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힌드 라잡은, 피난 도중 아무런 이유 없이 이스라엘 탱크 및 군대의 사격으로 인해 잔인하게 희생되었다. 알-아리안은 힌드의 어머니 위삼 하마드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와 학살을 고발한다.
7, 8, 10, 11, 12장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투, 고난, 절망, 용기, 연대 등의 절절한 현장의 감정을 담은 생존 에세이 및 구술 기록이다. 7장에는 시인이자 작가로 가자 지구 에드워드사이드도서관을 설립한 모사브 아부 토하가 전쟁 이후 가족의 피난, 자신의 구금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를 담았다. 아무런 이유 없이 구금당하고, 발가벗겨진 채 모욕당해야 했던, 그러나 “운 좋게 살아남은”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기록하면서도, 그는 말한다. “그저 아이들은 여행하고 교육을 받아야 하고, 내가 살아온 삶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한다.” 8장에는 전쟁 발발을 전후하여 베이트하눈여학교에서 영어 및 문학을 가르쳤던 이만 바셰르가 빛났던 자신의 어린 제자들을 기억하고 교육의 가치를 되새기는 글을 썼다. “역경 속에서도 교육은 희망의 요람이 되어 주었다. … 하지만 차례로 이어지는 학생들의 장례식에 참석하며 담담한 교사는 없다. 더한 열패감은 없다. 내가 이곳에 서서 회복력을 설파하는 순간에도 세상의 권력은 그 회복력을 파괴하고 있다.” 10장에 가자 거주 번역가 누르 알야쿠비는 전쟁 발발 당시 6개월 난 딸과 함께 피난하며 겪은 굶주림에 관한 처절하고 가혹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금 당장 우리는 생존만을 생각하며 겨우 힘을 비축한다. 아이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마침내 내 아이에게 주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다리며.” 11장에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의사 그룹 〈옥스팔〉을 창립하고, 가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타냐 하즈-하산은 2023년 이후 현장에서의 연대 경험을 담았다. 특히 그녀의 증언을 통해, “사상자는 전쟁터의 성격을 반영”하는데, 지금 가자의 사상자는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두를 포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간 삽입된 모나 찰라비의 그래픽에서도 알 수 있듯, 전 세계 5세 이하 어린이 잔혹사의 주요 원인 중 4위가 “이스라엘의 폭력”이다.) 12장에서 가자 지구 현대예술 교류 공간 〈샤바비크〉의 설립자인 시각예술가 샤리프 사르한은 폭격으로 파괴된 〈샤바비크〉의 역사, 파괴 이후의 상실감, 재건 의지를 구술했다(책 속 그가 스케치한 그림들은, 동일한 사진 작업물이 존재하며 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폭력은 제노사이드이자, 모든 것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에코사이드”(생태학살), “도미사이드”(거주지 말살), “스콜라티사이드”(교육 시스템 파괴)로도 함께 불린다. 9, 13장에는 에코사이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9장에서 『가디언』 시니어 기자 리나 라카니는 취재를 통해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의 물 부족, 식량 부족, 전쟁으로 인한 기후 위기, 초토화 등 에코사이드의 양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