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산절벽아래에서
실종된아버지의번호로걸려온전화
소설은굶주린용이아가리를벌린모양새로수많은사망자와실종자가발생한탓에예로부터다양한기담이전해지고있는용악산에서시작된다.15년전,용악산일대를피로물들인연쇄살인범‘야수’로인해22명이목숨을잃고,2명이실종되었다.실종자중한명은야수를추적하던형사‘강욱’.그는딸에게마지막부재중통화를남긴후용악산에서흔적도없이사라졌다.야수는2년만에경찰에붙잡혀법의심판을받게되지만강욱의행방은여전히오리무중이다.
그리고현재,강욱의딸해인의구형핸드폰으로한통의전화가걸려온다.발신자는다름아닌‘♥아빠♥’.하지만수화기너머들려온것은아버지가아닌낯선남자의목소리였다.용악산에서야수를목격한뒤쫓기다절벽아래로떨어졌다며도와달라고애원하는남자.그는다름아닌야수의아들,지승이다.
아버지의무죄를확인하고싶었던지승은모든것의시작이었던용악산으로향했다가절벽아래에갇혀버리고만다.탈출구도,희망도없는그곳에서지승이기댈수있는건단하나.매일밤11시49분,오직해인과연결되는구형핸드폰뿐이다.통화를이어가던해인과지승은두사람사이에열흘이라는시간차가존재한다는믿을수없는사실을깨닫는다.허락된시간은단11분.서로다른시간위에선두사람은과연오랫동안숨겨져있던진실을밝혀내고미래를바꿀수있을까.
운명에맞서는두사람의치열한사투와드러나는진실
과연진짜야수는누구인가
작가는“정해진운명을향해달려가면서도무기력하게손놓고있지만은않은,최후까지저항하는자들의숭고한생명력을보여주고싶었다”고말한다.절벽아래에서구조를기다리는지승과,열흘뒤의미래를바꾸기위해고군분투하는현재의해인.코앞의운명을바꾸려는두사람의사투는마지막장을덮는순간까지숨돌릴틈없는몰입감을선사한다.
매일밤11시49분,현재와미래를잇는11분간의전화라는독창적인설정은주어진단10일안에운명을바꿔야하는절박함과만나극한의긴장감을만들어낸다.정교하게짜여진서사속에서,믿었던진실은하나씩뒤집히고독자는끊임없이진짜야수가누구인지의심하게된다.그리고마침내마지막퍼즐이맞춰지는순간드러나는진실은짜릿한카타르시스를선사한다.처음읽을때는숨가쁜전개를따라가는재미가있다면,다시읽을때에는곳곳에숨겨진복선과암시를발견하는재미가기다릴것이다.
출판사심사평
“코앞의미래를바꿔야한다는긴박함에저절로끌려간다.현재의긴장감만큼촘촘하게구성된과거의진실에마음을빼앗길수밖에없다.”
책속으로
“넌용악산에서죽을거야.절대그산에가면안돼.”
산둘레를따라세운철조망앞에서자,문득겁에질려경고하던목소리가머릿속을스쳤다.용악산에가지말라는경고는어릴때부터수백번은들었다.다만······그목소리는절대그런말을하지않을것같던사람의것이었다.꺼림칙했다.하지만한사람의망상때문에야수를잡을기회를포기할수는없었다.아직도귓가를맴도는듯한경고와등허리를감싸오는불안을애써뿌리치며,강욱은용악산에발을내디뎠다.
---p.10
“도와주세요.”
순간해인은머릿속이멍해졌다.어느날강욱이전화를걸어와도움을요청할지도모른다는상상을해본적은있었지만,낯선남자가강욱의전화로도움을요청할거라는상상은한번도해본적이없었다.
“누구세요?어떻게이번호로전화하신거예요?”
아직도해인은강욱의핸드폰을해지하지않았다.그러니강욱의번호로전화를걸었다면당사자인강욱이거나강욱의핸드폰을손에넣은사람이어야했다.어느쪽이든강욱의실종을해결하는데실마리가될지도몰랐다.하지만되레지난15년동안입어온상처위에또다른상처를남기는건아닐까하는걱정도들었다.
---p.39
이쯤되니지승이어떤방법으로이위기를벗어나려는건지궁금해지기까지했다.
“분명제가겪은일은맞는데,오늘일은아니었어요.”
지승의입에서튀어나온말은너무터무니없어오히려귀를기울이게만드는효과가있었다.
“그날일이생겨서갑자기휴가를냈기때문에날짜도정확히기억해요.6월27일.”
그게어쨌다는걸까.해인의시선이무의식적으로벽에걸린달력으로옮겨갔다.
“그런데유기자님,오늘은7월7일이잖아요.”
---p.69
이지승이라는사람은제정신이아닌게분명했다.제정신이라면이런이해할수없는장난을칠리가없었다.그리고지승의정신상태만큼이나이해할수없는건,이틀연속그가아빠의번호로오래전해지한핸드폰에전화를걸어왔다는사실이었다.재희도말했었다.다른사람의번호를훔쳐해지된기계에전화를걸수있는기술은없다고.백번양보해전화를걸었다해도자동으로통화기록이지워진다는건말이안된다고.
---p.77
어느장소든사람이몇명만왔다갔다해도흔적이남기마련이었다.특히산은더그랬다.발에밟힌풀들이누워있다거나,옷깃에스쳐잔가지가부러진흔적,신발에파인흙이나짓눌린이끼라도남아있어야했다.산은이질적인존재의흔적을스스로지울수없었다.그런데용악산은아무흔적도보이지않았다.누구도발을들인적없는태초의산처럼.
---p.104
무엇이순규와성호,그리고철기를그토록미치게만들었던건지모르겠다.성호를따라재미삼아시작했던사냥은어느새그들의유일한낙이되었다.조준경을통해보는생명체.순규는그생명체를고통없이보내줄수도,혹은고통에몸부림치다죽게만들수도있었다.때에따라서는방아쇠를당기지않는자비를베풀어줄수도있었다.생살여탈권을손에쥐었다는느낌.용악산에서그들은신이었다.스스로가전지전능한존재라는착각은마약에버금가는쾌락이었다.1년중고작4개월의사냥허가기간은세사람의욕망을채우기에는역부족이었다.
---p.132
다른사람들은모르는많은걸해인이알고있는건분명했다.기수가집앞에찾아왔을때만해도해인에게몹시화가났었는데,며칠새생각이이렇게까지바뀌다니.최근들어지승은무언가에홀린기분이었다.차안은침묵에잠겨있었지만두사람은각자상념에젖어침묵을인식하지도못했다.문득해인이지승을바라봤다.해인의시선이와닿자그제야지승은침묵의어색함을느꼈다.“이지승씨,현성호씨를만나야겠어요.”
---p.176
지승은이제선택을내려야할때라생각했다.“생각해봤는데,이제더는기자님한테들려줄정보가없어요.그러니까내일부터는전화를걸지않는게좋겠어요.”매번실패만을상기시키는통화는해인에게패배감과절망만새길뿐이었다.하지만해인이지승을포기할리없었다.지승이전화를거는한해인은멈추지않을것이다.이좌절의고리를끊을수있는사람은전화를받는해인이아니라전화를거는지승이었다.그러니지승이그만멈춰야했다.
---p.180
“인간의관점으로산을보지마라.산은공평해.너만을위해서환영을보여주는일은없어.산은자기가가진기준으로환영을만든거고,우린그걸엿보는것뿐이야.”한때성호는용악산이자신을위해존재하는특별한산이라착각했었다.한창사냥을다닐때는산이성호의은밀한갈망을읽어내고굶주린욕망을충족시켜주는존재라믿었다.그게태완을처형할장소로용악산을택한이유였다.하지만장대같은비가쏟아졌던그날,성호의믿음은깨졌다.산은잔인하고공평했다.누구한명을위해존재하는게아니었다.
---p.188
상황이확실성과불확실성사이에서애매하게돌아가니,손을털지다른놈들이채가지못하게꽉붙들지아직도결정을내리지못했다.그래서경훈에게오늘의만남이중요했다.이번인터뷰가취재를계속하느냐마느냐의갈림길에서방향을정해줄나침반과다름없었기때문이다.
---p.194
추천사
소설은어느새용악산의어두운절벽을함께기어오르는긴장감을선사한다.열흘간의시간차가왜필요했는지깨닫는장면에서제대로전율을느꼈다.마을을지배하는용악산의위용과거기에얽힌인물들,15년동안감춰온비밀이드러나는과정이스릴러의재미를만끽하게한다.
-서미애(소설가,『잘자요엄마』저자)
현재와미래가교차하는타임라인속에서도,인물들의절박한감정선과팽팽한서스펜스를끝까지잃지않는구조적정교함이돋보인다.거침없이내달리는서사의힘에이끌려단숨에마지막장까지도달했다.카메라앵글을어디에두어도훌륭한숏이될,괴물같은작품의탄생을반긴다.
-민규동(소설가,〈파과〉감독)
용악산의‘입산통제구역’경고문앞에섰을때가이소설에서빠져나갈마지막기회였다.통제선을넘는순간,매일밤걸려오는11분간의전화와치밀하게뒤엉키는시간의미로속에서야수의진실이궁금해결코책을덮을수없었으니까.나는속수무책으로작가가놓아둔정교한플롯의덫에놓인먹이를홀린듯집어먹으며용악산안개속에서헤맸다.
-김슬기(소설가,『강하고아름다운할머니가되고싶어』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