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교유서가 시집 9

이 세상 모두가 적이라면- 교유서가 시집 9

$13.00
저자

김개미

저자:김개미
강원도인제에서태어나2005년[시와반시]에시,2010년[창비어린이]에동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앵무새재우기』『자면서도다듣는애인아』,동시집『어이없는놈』『커다란빵생각』『쉬는시간에똥싸기싫어』『레고나라의여왕』『오줌이온다』등을냈다.제1회문학동네동시문학상,제1회권태응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울때는덥고울고나면배가고프다

전조
그런데누구의방이었을까
보조침대
발이아픈여름
찔린기분
토끼따위
누가이여름을발명했어
옥수수밭의소녀들
엄마의종교는소금물
내어머니의위대한신앙
그런데맨발이었나
여름의궤적
나는Supine
나의집이나뭇잎뒤에있을때
나무지옥

2부|사랑하는사람보다사랑했던사람이필요하다

찢어진아이의하느님
유랑
칠십삼년후의항해
오늘이지나면
알래스카는엎드려자고
이제나도와인과산책을추구할때가되었다
왜집으로온다는거니
누우면화가난다
특별한가을되세요
옥수수와그것
가을날,소녀들
척의화요아침식탁
다음에도꽃이아닌

3부|보이지않는것을믿어야끝까지믿을텐데

전화하지않았다
저아래교회가있다
언니가갔다

부서진방
부시크래프트
눈은그대로야
빗살무늬아래평평한시간
마른구름의계단
ㅁ의ㅇ
내심장이아직거기있어서
옷을입지않고하는말
머리맡에눈이내리고라디오를듣고있어
십자가에앉은새
나무연습

4부|싹이나면안된다꽃이피면안된다

당신은돼요?
인형의나라
나는멀리가지못해요
너의피에게
드로잉북의소녀
취미는집
저녁의고양이
신참이울었다
비가올때안에있으면더덥다
해피버스데이투유
고양이털
광인일기
인형놀이

해설|다른차원의신|김준현(시인·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이세상모두가적이라면
하느님은내편이되는게맞으니까요
내가아이였을때나는
정말하느님이계시기를하느님께간절히기도했습니다”

“나는한번도쿨한적없고사랑하지않을때만똑똑하다”

일상에신선한감각을!
교유서가,‘새로움’에‘시’를더하다!
교유서가009시집,김개미『이세상모두가적이라면』출간

“시인은무엇에도무감하기를바라지않는다.견딜수없는기억을다른차원으로옮겨서라도.그차원안에서아무것도할수없는신이된다하더라도시인은끝내바라보는사람이다.”
_김준현(시인·문학평론가)

“나는한번도쿨한적없고사랑하지않을때만똑똑하다”

동시,에세이,그림책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세상에눌려소외되고잊힌존재들에게고유한목소리를부여해온김개미시인의새로운시집『이세상모두가적이라면』이교유서가의아홉번째시집으로출간되었다.이번시집은차갑고냉정한세상속결핍과상처의민낯을정직하게마주하게하는언어의집이다.여기에담긴세계는슬프고도담담하다.가족안에서느꼈던외로움,찔린기분일때땅을찌르는충동,가을의쓸쓸함을있는그대로보여준다.비관과쓸쓸함의끝까지직면하는이정직함이야말로역설적으로우리가다시살아갈힘을건넨다.“이세상모두가적이라면하느님은내편이되는게맞”다며신의문을두드리던외로운아이는,이제영영곁을떠난고양이의털하나를손바닥에올려놓고멈춰울줄아는어른이되었다.상처를외면하지않고그감각을담담히견뎌낸서사가이시집속에가득하다.

이세상에
나쁜것과무서운것을이렇게나많이만들어놓고
나를버려두다니요
나는종종
하느님이잠든바위앞에가서욕을하고
하느님이잠든바위에침을뱉었습니다
하지만밤이오고어두워지면
나는곤충처럼떨면서용서를빌었습니다
이세상모두가적이라면
하느님은내편이되는게맞으니까요
_「찢어진아이의하느님」에서

다른차원의신을향해뻗는시인의다정한시선

시인이자문학평론가인김준현은,이시집의해설「다른차원의신」을통해김개미시인의작품세계를“시인에게는처음부터고유의음색(音色)을지닌목소리가있었던것같아오랜시간독자로서얼마나감탄했는지모른다”며부딪힘과상처와결핍으로가득찬삼차원세상에서잊히고소외된존재들을위해다른차원의온기를불러내는시적여정으로읽어낸다.김준현은시인이불완전하고무서운세상속에서도견디는기억들을다정하게그러안으며,“잊지않음으로인해‘가슴이찡한’고통이발생한다해도무엇에도무감하기를바라지않는지극한시선”을던지고있다고평한다.

아직도옷에칠리털이붙어있다
죽은지삼년이되어가는데

떼어손바닥에놓고
선뜻버리지못한다

가슴이찡한게
좋은건지나쁜건지모르겠지만
칠리가생각나는게
생각나지않는것보다좋다
_「고양이털」에서

이번시집은아무런도구없이맨몸으로야생에들어가나만의안식처를만드는행위인「부시크래프트」처럼,상처입고고독한현대인들이스스로를지키기위해마음속에지어올린단단하고도애틋한방에관한기록이다.또한「여름의궤적」에서보여주듯울때는덥고,한바탕울고난뒤의허기처럼,추상적인슬픔을가장원초적이고육체적인감각으로빚어내어독자들의직관적인공감을자아낸다.「나무연습」처럼홀로방안에서연필을깎아그림을그리고다시내다버리곤하는현대의수많은‘내향인’들에게밖으로나오라다그치지않고,그고독의공간을가만히인정해주는자신을안아주고자신과비슷한입장을가진사람에대한따뜻한연대의시선을담아냈다.

시가무엇인지모르지만
쓰고싶다
나비의방황과
꿀벌의집중력과
구름의무아지경에대해
나는한번도쿨한적없고
(…)
사랑은모르지만사랑에대해서는용감하게떠들고싶다
_「시인의말」에서

병명없이아픈세상,
유년의기억이건네는아련한위로

김개미시인의시선은줄곧“병명없이아픈여자들이수두룩했던”고향의기억으로거슬러올라간다.신앙이라는이름의맹목으로자식을외롭게했던어머니의세계에서,화자는스스로를‘작은마귀’라부르며자라났다.제도적인언어로진단내릴수없는슬픔과결핍은,그러나시인의손을거쳐찬란한소금독의결정으로변모한다.과거의나를지우는대신“넘어지고끝까지우는못난나”까지모두데리고걸어온이가쁜걸음은,지금외로운시간을통과하는모든이들의어깨를조용히다독인다.“아주슬프지는않았다”라고.

“사랑하는사람보다사랑했던사람이필요하다”

이번시집은이미끝나버린사랑,그러나여전히내면에서부활하는감정들을집요하게응시한다.시인에게사랑이란쿨하게털어낼수있는무언가가아니다.“네가자꾸부활하는것은너를사랑하는나의능력때문”이라는고백처럼,상실이후의환상통마저도담담히수용한다.멀리있는애인을걱정하고,고양이와함께머무는평범한일상속에서“아무일도없는것이야말로특별한줄아는”어른의서정은깊은울림을준다.“사막은아니지만사막을걷”는우리들을위하여.

외롭고도투명한영혼이
숲과밤을건너도달하는조용한고백들

이번시집은총4부로구성되어있다.유년의아득한기억부터상실이후에남겨진사랑의잔상,그리고홀로견뎌내는고요한시간의결을다채롭게담아내고있다.1부‘울때는덥고울고나면배가고프다’는유년의가난과아픔,엄마의광신이가져온풍경을서늘하게담아낸다.슬픔속에서도삶의원초적감각을잃지않은채위태로운시간을견뎌낸아득하고도또렷한시간의기록이다.2부‘사랑하는사람보다사랑했던사람이필요하다’는지나가버린사랑과그뒤에남은깊은그리움을다룬다.기약없는항해를이어가는우주선이나마음속사막을떠도는듯한아득한고립감,그리고가을의산책길을거닐며자신의못난모습까지가만히보듬는어른이된영혼의다정하고도아련한고독을그린다.3부‘보이지않는것을믿어야끝까지믿을텐데’에서는전화기를들고서도끝내먼저건네지않는침묵의밤,신이없는언덕아래교회를내려다보는조용한정적,그리고연필을깎아종이위에가만히나무를따라그리는고요한몰입의순간들이나직하게펼쳐진다.4부‘싹이나면안된다꽃이피면안된다’에는먼저떠나간고양이의남은털을손바닥위에가만히얹어보는아릿한마음,내향적인영혼이꿈꾸는정적속인형의나라,그리고대상을향한지독한집착과서늘한저주가밀도높게고여있다.

이세상모두가적처럼느껴지는외롭고쓸쓸한밤,
공감하는벗이되어줄한권의시집

시집의첫페이지에있는「시인의말」에서“나는한번도쿨한적없다”라는시인의고백은,시인이세상을향해억지로꾸며낸‘쿨함’을내려놓고,유년의상처와결핍,고독의민낯을있는그대로마주한다.어설프게멋을부리거나무심한척하지않고,울고싶을때울고배고플때밥을먹으며,3년전에세상을떠난고양이의털하나도쉽게버리지못하는마음.그것이야말로이험난한세상에서나자신과타인을지켜내는강하고다정한힘일것이다.“나비의방황과꿀벌의집중력”으로길어올린시편들은,정형화된세상의규칙을넘어선다.시집의해설에서보여준김준현의말처럼시인은스스로신이될수있는지면위에내려앉아,인간의언어가가진가장따뜻하고도애틋한온도를회복해낸다.이세상모두가적처럼느껴지는외롭고쓸쓸한밤,김개미시인의시집『이세상모두가적이라면』은당신의곁에서조용히공감의곁을내어주는따뜻한벗이되어줄것이다.

*시인의말

시가무엇인지모르지만
쓰고싶다
나비의방황과
꿀벌의집중력과
구름의무아지경에대해
나는한번도쿨한적없고
사랑하지않을때만똑똑하다
교회에다닌적있고
신앙은없다
사랑은모르지만
사랑에대해서는용감하게떠들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