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백작들의 영화 이야기

명동백작들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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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인환 탄생 100주년 기념

“그의 시 뒤에는 영화가 있었고
영화가 주는 현란한 욕망이 있었다”
박인환 하면 모두 전후 시인이나 모더니스트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가 영화평론을 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마와 숙녀」의 절절한 상심과 「세월이 가면」의 나지막한 노래로 우리 가슴속에 박제된 청춘의 시인 박인환. 그러나 피비린내 나는 포성이 멎은 1950년대 명동의 황량한 골목길에서, 그는 누구보다 차가운 이성으로 은막(銀幕)의 세계를 탐미하던 격정의 비평가이기도 했다.
시인 박인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신간 『명동백작들의 영화 이야기』는 그간 낭만주의와 감상주의의 빛바랜 표류 속에 봉인되어 있던 그의 또다른 지적·예술적 영토를 영화라는 매개로 온전히 일깨워내는 정갈한 문화비평서이자 산문집이다.
이 책은 당대의 어두운 분위기를 반영하듯, 박인환의 〈검은 신이여〉라는 시로 책의 문을 연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박인환이 서른의 나이로 불꽃같은 생을 거두기 전 2년여 동안 남긴 59편의 영화평론을 징검다리 삼는다. 그리고 1950년대 명동의 은성주점과 동방싸롱, 시공관, 수도극장과 국도극장을 누비던 전후 지식인들의 술에 비친 절망, 그리고 사멸해 가던 시대정신을 문학적 향취가 짙게 배어나는 필치로 추적해 낸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 외에 사람들은 관심을 그 어느 것에도 두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그 와중에 영화를 봤다는 것에 관심이 집중됐다. 좋다. 박인환이 영화를 봤다는 것은 그렇다치자. 그렇다면 그때도 극장을 열었고 극장에 사람들이 갔었다는 얘기인가. 자. 또, 그렇다면 〈젊은이의 양지〉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누가 어떤 경로로 한국에 들여왔을까? 그때의 영화 수입 선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수입 가격은 얼마였고, 극장 티켓은 얼마여서, 영화수입사들은 전쟁 직후에 돈을 벌었을까, 망했을까. 과연 그때의 극장가 풍경은 어떠했을까. 질문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갔다.” (12쪽)
저자

오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