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번의 마추픽추, 한 번도 같은 풍경은 없었다
마추픽추를 한 번 찾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는 평생의 기억이 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곳을 800번 넘게 올랐다면 어떨까.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저자 지수일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그에게 마추픽추는 익숙해질수록 단순해지는 장소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압도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에는 돌과 수로, 태양과 산을 바라보게 되었고, 수백 번을 오간 뒤에는 한 문명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갔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경이로움은 관찰이 되었고, 관찰은 사유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800번’은 기록을 자랑하기 위한 숫자가 아니다. 같은 장소도 오래 바라보면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시간의 단위다. 마추픽추가 매번 달라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30년 동안 달라져온 것이다.
『마추픽추의 시간을 걷는 사람』은 바로 그 변화의 기록이다.
관광지를 설명하던 가이드가, 한 나라의 시간을 읽는 사람이 되기까지
이 책에는 여행지에서 흔히 기대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리마의 광장과 미라플로레스의 바다, 페루의 음식과 커피, 나스카의 사막, 쿠스코의 돌길, 마추픽추의 안개, 아마존의 밀림, 티티카카의 고원과 와라스의 설산.
그러나 저자는 그 풍경을 ‘볼거리’로만 소개하지 않는다. 한 접시의 음식에서는 이주와 생존의 역사를 읽고, 쿠스코의 돌벽에서는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고 겹쳐진 시간을 바라본다. 아마존에서는 울창한 자연만큼 그 자연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생각한다. 아마존의 진짜 아름다움이 자연만이 아니라 “그 자연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있다는 깨달음도 그 긴 경험에서 나온다.
가이드에게 필요한 것은 처음에는 정확한 설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땅을 10년, 20년, 30년 걷고 나자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역사와 문명, 자연과 사람의 삶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이면서 인문 에세이다. 장소를 소개하지만 결국 그 장소를 살아온 사람을 이야기하고, 과거의 문명을 말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질문을 건넨다.
풍경을 보러 떠났다가 결국 사람을 기억하게 되는 여행
30년의 기록 끝에서 저자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의외로 마추픽추의 돌도, 안데스의 설산도 아니다.
사람이다. 고원의 아이들, 광부들의 손, 숲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빛, 길 위에서 만난 여행자들. 여행사 가이드로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이끌었지만 저자는 오히려 자신을 안내한 것은 페루였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마추픽추의 시간을 걷는 사람』에서 ‘느린 시간’은 단순히 천천히 여행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람과 장소를 쉽게 판단하지 않고 오래 바라보는 시간이다. 첫인상 뒤에 숨어 있는 역사를 보고, 관광 명소 뒤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보고, 한 나라를 ‘봤다’고 쉽게 말하지 않는 태도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페루를 한 번 가보고 끝낼 나라가 아니라 다시 만나야 하는 나라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풍경을 만나지만, 다시 가면 사람을 만나고, 더 오래 머물면 결국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30년 동안 페루를 안내한 사람이 이제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여행 코스가 아니다. 한 장소를 오래 사랑하고 바라보는 법, 그리고 그 긴 시간 끝에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법이다.
책 속에서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나는 단 한 번도 같은 마추픽추를 본 적이 없다. 돌은 그대로였지만 빛은 늘 달랐고, 바람은 매번 다른 방향에서 불었으며, 그날의 사람들은 언제나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은 한 번으로 끝나는 장소가 아니었다.”
“페루는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아니다. 다시 가봐야 하는 곳이다. 한 번의 만남으로는 그 얼굴을 기억할 수 없고, 한 번의 대화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이 땅은 천천히 다가와 마음 깊숙한 곳에 머문다. 그리고 떠난 뒤에도 오래도록 사람을 부른다.”
“30년 동안 이 땅을 걸으며 나는 하나를 배웠다. 여행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길 위의 시간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그리고 나 자신이 서로를 이어주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길 위에 선다. 그 얼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3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마추픽추를 800번 넘게 올랐다. 그럼에도 이곳에 서면 가슴 어딘가가 여전히 처음처럼 고요하게 떨린다. 변한 것은 풍경이 아니라, 아마 나일 것이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세상의 비밀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나는 점점 이 풍경 속에서 내 안의 깊이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처음 마추픽추를 마주했을 때, 그 감동은 설명할 수 없는 충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수백 번 이 도시를 오르며 그 감정은 변해갔다. 경이로움은 관찰이 되었고, 관찰은 사유가 되었으며, 마침내 하나의 결론으로 남았다. 나는 돌을 만지고, 비와 안개 속을 걷고, 아무도 없는 새벽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마추픽추는 신화가 아니라, 산과 인간이 함께 써 내려간 안데스 문명의 교본이다. 그 돌들은 지금도 조용히 말하고 있다. 한 문명이 무엇을 이해했고, 어떻게 살아가려 했는지를.”
“여행사 가이드로서 나는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이끌었지만, 돌이켜보면 그 길 위에서 나를 안내한 것은 오히려 이 나라였다. 나는 이 땅의 영혼을 통역하는 사람일 뿐이었고, 페루는 내게 늘 같은 질문을 던졌다. ‘너는 인간을 무엇으로 이해하는가.’”
“풍경은 아름답지만,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인간이다. 서로의 이야기가 서로를 빚고, 서로의 고통과 희망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고, 더 다정해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길 위에 선다.”
“페루는 단지 가봐야 할 곳이 아니라 다시 가봐야만 하는 곳이다. 한 번의 방문으로는 이 땅의 얼굴을 다 알 수 없고, 한 번의 만남으로는 이 땅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