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혐오하는거래는정말해로운가
성관계는얼핏시장과거리가먼사적인행위처럼보이지만,오히려이영역에서시장과사회적규범의관계가선명하게드러난다고본다.누가누구와관계를맺을수있는지,결혼할수있는지,아이를가질수있는지에관한규칙은오랫동안종교와관습,법률에의해규제되어왔다.이러한규칙역시시대와사회의변화에따라달라졌다.
한때범죄였던동성간의성관계와인종간결혼은오늘날많은사회에서더이상불법이아니다.반면과거에는크게문제되지않았던행위가새로운기술과사회변화속에서새로운논쟁의대상이되기도한다.성매매를둘러싼논쟁도마찬가지다.
서로다른제도와지역의데이터를비교해보면중요한것은우리가어떤거래에불쾌감을느끼느냐만이아니라는사실을알수있다.거래를금지하거나허용했을때폭력과범죄,안전에는실제로어떤변화가일어났는지를함께살펴봐야한다.어떤거래가다른해로운행동을증가시키는지,오히려감소시키는지도중요한판단기준이된다.결국거래를금지할것인지결정할때는도덕적직관뿐아니라그선택이사회에가져오는결과까지함께고려해야한다는것이이책의출발점이다.
혐오는금지를만들지만,
금지가언제나사람을보호하는것은아니다
술과마약에대한사회적규범역시시대에따라변해왔다.미국에서는1920년부터1933년까지금주법에따라주류판매가광범위하게금지되었지만,금지는사람들이원하는거래를완전히없애지못했다.마약정책역시마찬가지다.로스는마약을둘러싼논의에서‘마약없는세상’을원하는것과실제로그런세상을만들수있다고믿는것은전혀다른문제라고지적한다.
“사람들이참여하고싶어하는거래와시장을불법으로규정하면그러한거래는지하로숨어들고,이시장의참여자들은범죄자와거래해야하고그들에게의존하게되며,결국스스로도범죄자가되고만다.”(25쪽)
금지가거래자체를없애기보다오히려거래를더위험한환경으로몰아넣을수도있다는것이다.마약문제에서도‘깨끗한주사기교환프로그램’같은피해줄이기정책을살펴보며,좋은의도로만들어진정책이라도실제결과를따져봐야한다는점을강조한다.
신용과가격의문제에서도같은질문이반복된다.고금리대출은취약한사람을더욱어려운상황에빠뜨릴수있지만,신용에대한접근자체를막아버리면필요한돈을구할방법이사라질수있다.비상사태때생필품가격이급등하는이른바‘바가지요금’역시높은가격이소비자에게부담을주는동시에새로운공급자를시장으로끌어들이는신호가될가능성을함께살펴봐야한다.
코로나19팬데믹초기손소독제사태가대표적인사례다.알코올이부족해지자켄터키의위스키제조업체들이기존의생산설비와원료를활용해손소독제를만들기시작했다.이사례는가격이단순히누군가의이익을늘리는숫자가아니라부족한자원을어디로이동시킬지알려주는신호가될수있음을보여준다.
무엇을금지할것인가가아니라,
어떤규칙을설계할것인가
현대의학은장기이식과혈액·혈장에크게의존하지만,이들에대한금전적보상은많은나라에서제한되어있다.특히장기이식에서는전세계적으로이식가능한장기가부족한데도,신장매매는대부분의나라에서금지되어있다.로스는이상황을아주단순한문장으로표현한다.“신장의가격은0원이어야하는셈이다.”(25쪽)
신장기증자에게금전적보상을제공해기증을늘리는것은왜그토록강한혐오의대상이되는가?위험을감수하는사람에게보상을지급하는것과,아무런보상없이위험을감수하도록요구하는것사이에는어떤차이가있는가?
더흥미로운것은혈장이다.신장과마찬가지로혈액과혈장은생명을구하는데필수적이지만,혈장에는금전적보상이가능한시장이존재한다.미국은유료혈장기증을통해필요한혈장을확보하고다른나라에혈장을공급하기도한다.이를두고“말하자면미국이혈장분야의사우디아라비아와같은역할을하고있는것이다”(15쪽)라고표현한다.왜우리는신장과혈장을이토록다르게바라보는가?그차이는정말일관된도덕적원칙에근거하고있는가?
그렇다고모든문제의해법으로돈을제시하는것은아니다.오히려그가시장설계분야에서직접참여해온신장교환(kidneyexchange)은돈을사용하지않고도시장의원리를활용할수있음을보여준다.
신장을기증하고싶지만자신의가족이나지인에게적합한신장을제공할수없는경우가있다.이때서로다른환자와기증자쌍을연결하면한기증자의신장이다른환자에게이어지는교환이가능하다.이러한매칭시장을설계함으로써더많은환자가이식의기회를얻을수있게된것이다.
여기서시장의의미도새롭게정의한다.시장은반드시돈을주고받는곳일필요가없다.중요한것은희소한자원을원하는사람들에게어떻게연결할것인가,그리고어떤규칙을만들어더많은사람이혜택을받을수있도록할것인가이다.
시장설계란단순히가격을정하는일이아니라,사람들이서로신뢰하고필요한상대를찾으며사회적으로받아들일수있는방식으로자원을배분할수있도록규칙을만드는일이라는사실을이책은다양한사례를통해보여준다.
경제학과윤리학이교차하는가장논쟁적인질문들
의료조력사망,임상시험,백신개발처럼인간의생명과죽음에직접맞닿아있는거래는어떤가.의료조력사망은환자의자기결정권과생명보호라는가치가첨예하게충돌하는영역이다.의학연구에서도비슷한문제가발생한다.새로운치료법이나백신의효과를확인하려면누군가는임상시험에참여해야하고,경우에따라서는일정한위험을감수해야한다.위험을감수한참가자에게금전적보상을제공하는것은정당한가?
코로나19백신개발과정에서는감염병의확산을기다리는대신자원자를의도적으로질병에노출해효과를빠르게확인하는이른바‘챌린지실험’이논의됐다.여기서제기되는문제는단순히실험의찬반이아니다.전통적인임상시험역시참가자를일정한위험에노출한다면,우리는어떤위험은받아들이고어떤위험은혐오하는기준을무엇으로정하고있는가라는질문이다.
결국《금지된거래의경제학》이던지는질문은"무엇을사고팔수있는가?"에머물지않는다.오히려“무엇을금지해야하는가?”그리고“그금지가정말사람을보호하는가?”라는더근본적인질문으로나아간다.
도덕과시장,자유와보호,효율성과공공의이익이충돌하는수많은장면속에서이책은직관적인찬반대신데이터와사례,경제학적분석을통해우리가당연하게받아들여온금지의이유와그결과를다시살펴본다.익숙한도덕적판단을멈추고,사회는어떤규칙과제도를선택해야더많은사람의삶을보호할수있는지묻는다.혐오는금지를만들지만,시장은사람을위해다시설계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