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하는 자들의 나라

공전하는 자들의 나라

$13.00
저자

황모과

저자:황모과
일본에이주해만화가스튜디오에서제작스태프로일했고만화관련통·번역매니지먼트일을병행해왔다.창작현장에서생활고에시달리다생계를위해전직,IT기업에서6년일하면서AI부서에서IoT제품의기획개발현장도엿봤다.한국SF를읽으며늦깎이소설가를꿈꾸게되었고다시생활고를각오하고있다.브릿G추천작에『삼호마네킹』,『남겨진자들의시간』,『가족이되는길』이선정됐다.『모멘트아케이드』로제4회한국과학문학상공모전에서중·단편대상을수상했고,동명의수상집이출간되었다.안전가옥의앤솔로지『대스타』에MBC시네마틱드라마‘SF8’의원작「증강콩깍지」를,『뉴러브』에「나의새로운바다로」를수록했다.소설집『밤의얼굴들』,중편소설『클락워크도깨비』,장편소설『우리가다시만날세계』등을출간했으며2021년SF어워드를수상했다.2022년양성평등문화상신진여성문화인상을수상했다.

목차

효린,딸의공전6
유진,엄마의공전80
효린,딸의마지막공전144
유진,엄마의마지막공전162
효린,공전의끝186
유진,공전의끝198
작가의말205

출판사 서평

실패의대가가온가족의목숨이되는사회,
우리는이끔찍한연대책임의루프를어떻게끊어낼것인가

단한번의시험으로평생의계급이결정되는대한민국에서입시는단순한통과의례가아니다.황모과작가의신작『공전하는자들의나라』는입시실패가곧인생실패로규정되는이시대의가혹한현실을‘무한루프’라는SF적장치로극대화한다.주인공효린은S대입시에서단한문제차이로낙방한뒤건물옥상에서추락하며다시수능당일아침으로회귀한다.작가는이러한현상을공전(헛바퀴)이라고표현한다.문제는이지옥같은행위가결코개인만의형벌로끝나지않는다는점이다.자식의실족과실패뒤에는반드시부모의끔찍한죽음과자기희생이뒤따른다.소설속효린은반복되는죽음속에서“우리나라에서자식의실족은연좌제인게분명하다”고뼈저리게자조한다.실패의대가를온가족이목숨으로짊어져야하는‘연대책임’의굴레는,부모의재력과희생을갈아넣어자식의성공을빚어내야만하는우리사회의기형적인교육생태계를뼈아프게직격한다.

-지워진자들의목소리를복원해온황모과세계관의서늘한현재진행형

황모과작가는데뷔이래꾸준히타임슬립과SF라는장르적틀을빌려‘역사속에서배제되고침묵을강요당한자들’의목소리를복원해왔다.1990년여아선별임신중지문제를다룬『우리가다시만날세계』와1923년간토대지진조선인학살을파헤친『말없는자들의목소리』가과거의폭력적인시스템에희생된이들을호명했다면,이번신작『공전하는자들의나라』는그날카로운시선을온전히‘현재’로옮겨왔다.작가는부유층만이거액을내고접근할수있는‘비문증교정클리닉’이라는설정을통해,약자들을짓밟으며굳건해지는기득권의카르텔과기울어진운동장을적나라하게폭로한다.무한경쟁에서밀려나세상의변두리를맴도는수험생과부모들의처절한서사는,황모과문학이줄곧천착해온‘말없는자들의목소리를되살리는작업’의가장동시대적인확장이자날카로운현재진행형이다.

-끝없이반복되는죽음을멈출용기

우리는끊임없이노력하고경쟁하면더나은내일이올것이라믿도록강요받는다.하지만소설속인물들은아무리생을반복하고발버둥쳐도,예정된최악의결론과기득권이만들어놓은함정을쉽게피하지못한다.『공전하는자들의나라』가지금이시대에묵직한울림을주는이유는,성공이라는신기루를좇아무한경쟁의쳇바퀴를도는우리에게“이헛된공전(空轉)을멈출용기”를묻고있기때문이다.

자식을살리기위해자신의인생을던지며루프를반복하던엄마유진과영인은,결국기득권이정해둔궤도안에서의맹목적인생존을포기하고상처입은아이들을있는그대로바라보기시작한다.이책은끝없는자기증명의압박속에질식해가는현대인들에게,타인이정해놓은운명의궤도를이탈할지라도기꺼이곁의손을맞잡고나아가자는눈부신연대의메시지를전한다.정답없는우주에서끊임없는자기의심과싸우며묵묵히오늘을버텨내는모든이들이반드시읽어야할,절망을뚫고피어난아름답고도숭고한회복의소설이다.

작가의말’중에서

사소하지만나름의의미가있었던일들,그저스치고말지라도중요하게우리를구성했을무언가가사라졌거나보이지않게되었거나혹은멸시받았다고느꼈다.그게무엇일까.

그걸깨닫게된다고갑자기세상이좋아질리없겠지만,그정체를조금생각해보고싶었다.아버지세대의악행과관행과권세를부정한여자들의그홀로된근본없음에대해,자유롭지도못한상태로덩그러니떨궈진상태에대해,그리고그딸들에게여전히이어지고있는고통에대해.그사이에낀그무언가에대해조금응시해보고싶었다.


책속에서

수능당일아침,나는새된비명을지르며잠에서깼다.제대로재수없는꿈을꿨다.상상조차하고싶지않아애써외면하던일을꿈에서딱만났다.한문제,고작한문제때문에S대에불합격하는꿈이었다.
---p.9

현관을나서면서평소처럼엄마에게인사를건넸다.엄마는시험장으로향하는딸을여느날처럼무표정한눈빛으로배웅했다.오늘도어김없이싸늘한표정이었다.
---p.11

로하가어떤심정으로삶을반복했는지이해하며슬펐다.우리둘다결국엔파국을만날거였다.그걸알면서우리는이실패를반복해야하는걸까?앞으로도영원히?
---p.66

로하엄마도로하가추락한뒤사망했다.이상한연좌제라고만생각했었다.그연속된죽음뒤에야나는악몽에서깨어났다.혹시내가모르는곳에서엄마가미리뛰어다니고있었나?내가죽은뒤엄마도매번자기삶을버린걸까?
---p.72

주변을정리할새도없이곧장인적없는바다를찾았다.썰물이밀려오는곳에누워눈을감았다.아버지의마지막말을떠올리며효린이의얼굴을떠올렸다.효린이걸음마를하던시절의기억이내가기억하는가장생생한기억이었다.세상이차가운침묵속으로잠긴순간삶을놓을수있었다.집착도욕심도무언가를증명하려던아집도버렸다.오로지효린이의새로운삶을위해.처음부터다시시작해야했다.
---p.114

말로표현하지않았지만내눈에는늘간절한간청이어려있을거였다.효린에게는매서운집착으로보이진않았을까.어릴때부터효린은나와마음의거리를두었다.효린이에게는내가세상에서가장이해할수없는사람이되어갔다.
---p.122

만약그렇다면우리는이공전을통해무얼얻고또무얼잃었을까.어떤삶이우리의최선이었을까.
---p.195